덫에 걸린 유럽 - 유럽연합, 이중의 덫에 빠지다
클라우스 오페 지음, 신해경 옮김 / 아마존의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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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클라우스 오페는 독일내의 명망있는 정치사회학자이고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인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위르겐 하버마스 밑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훔볼트 대학과 같은 독일의 여러 유수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 그리고 도미하여 프리스턴과 하버드 대학에서 교환 교수로 일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연구하는데 평생을 할애했고 그래서 쓴 많은 저서들이 이런 맥락 위에 있습니다.

저자는 오늘날 통합 유럽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사전 조율없이 잘못된 공통의 통화 정책, 그리고 정책적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하지 못하는 그 정치적 및 사회적 한계가 그렇습니다. 현재 유럽 내부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여러 정치적 성향과 전략들마다 시급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는 일은 역시 극도로 인기가 없다”는 것은 바로 유로 문제와 궤를 같이 합니다. 즉, 지금 통합 유럽이 시급히 해결해야 될 부분이 바로 유로 문제 및 그 주변의 모든 제반 사항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현재 독일의 일종의 소극적 거부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인데요. 이 통화 문제는 EU의 중심 세력이라 볼 수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의 일종의 단일 통화 효과로 그들이 얻는 이익이 분명한 반면 그외의 그리스나 포르투갈, 스페인 등과 같은 주변부의 국가들이 경상수지 악화와 국가 부채 등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보호되어야 할 것은 보호 수단과 특혜를 ‘살 수 있을’ 만큼 자원이 풍부한 이들의 신분이 아니라 가장 혜택 받지 못한 이들의 안전이다”라고 말하는 이들 나라의 소외 계층의 사회경제적 결핍을 더 심화시킨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단일한 그리고 동일한 제도적 계획이 (말하자면 유로가) 법적으로 구성된 공동체의 일부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불이익과 고통을 부과하는 반면 다른 일부에게는 이익을 주는 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판명났다”고 저자는 다시 판단합니다.

사실상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의 PIIGGS 문제는 유럽 지역의 단일 통화 유로의 제한적인 한계에 기인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근래 유럽에 자생하고 있는 우파 포퓰리즘이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이데올로기로 이 ‘유로’를 재앙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 글의 저자도 언급하지만 이미 많은 유럽인들은 통합 유럽을 자신들의 내재적 생활 양식에 까지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있어 예외적으로 극우 정치인들이 나타나고 있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시민들도 바로 이러한 점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입니다. 결국 유로가 “적자국 통화정책 수립자들의 손발을 묶어 예전처럼 자국 통화를 방어하는 조치들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여기에 독일인들이 “다른 이들이 나를 상대로 도덕적 해이를 하고 있다는 피해망상을 극복하지 못하는”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하지만 유럽 시민들의 여론과 유럽 통합의 의의와 발전으로 봤을 때, 저자가 말한대로 “독일은 공통화폐를 보전해야 한다는 생사가 걸린 이해 관계를 추구하면서 패자들에게 적자를 메울 자금을 꿔주는 방안을 제시하는 짓은 그만둬야 하고, 결국에는 그만두게 될 것이다.” 라고 강하게 말하는데요. 여기에는 독일 정치권에 대해 일종의 잠정적 지도국으로서의 신뢰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재 유럽 내의 비유럽 이민들에 대한 인종적 차별과 혐오가 나날이 부각되고 이를 기반으로 우파 포퓰리즘 세력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저자가 ‘현상’으로서만 보고 있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일종의 이들 모두를 사회적 약자로 넣고 미국과 다른 대륙의 시민들과 달리 ‘자기 비판적 태도’를 갖고 있는 유럽인들이 이러한 정치사회적 왜곡 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느냐에 대해서 저로서는 비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정치적 통합까지 마련되는 수준의 통합도 아니거니와 핵보유와 동시에 유엔의 안보리 회원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있는 것 만으로도 자국의 이해 관계가 우선인 이런 국제정치국가들이 유럽 통합에 온전히 힘을 쏟는 일은 극히 희박해 보이고 더욱이 영국은 최근에 그 궤를 벗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EU 중심국들이 주변국들에 대해 정치경제적 지원과 이해를 갖고 특히 독일의 경제적 양보와 지원이 바탕이 되어 유럽 의회와 실질적 유럽 통합 은행 등의 주권 이양이 이뤄질 수 있는 시도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오페는 여기에 이 글에서 앞선 유럽의 정치경제적 상황 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의 자유민주주의의 견고한 확산과 이념적 수용에 대한 언급과 근래 미국이 군사 행동을 통해 비인도적 잔혹 행위인 불법적 고문 등을 시도한 것과는 다른 유럽의 민주주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유럽 여러 국가에는 아직도 사회민주주의적 토양이 자리하고 있으니 최근에 날뛰고 있는 포퓰리즘과 극우 세력,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 등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다른 국가들과는 다른 몇 계단을 뛰어넘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여기에 소개되어 있는 주장들이 저자의 꽤 올바른 정치적 시각을 기반으로 미래의 유럽 통합의 가능성을 흥미롭게 진단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여러 현존하고 있는 문제들은 충분히 해결 가능하고 역동적 유럽 시민들이 기반이 되어 한번 더 자유민주주의를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지역의 시민 의식은 아직은 다른 대륙의 어떤 곳보다는 양호한 편이니 이 부분에 한번 희망을 가져봐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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