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민주주의의 하모니
이홍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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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이홍규 교수는 과거 김영삼 정부 및 김대중 정부에서 일했으며, 서울대에서 경역학을 오리건주립대에서 MBA와 한국외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지난 1975년엔 행정고시에도 합격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요. 요즘에야 학부와 석사 및 박사 학위가 다른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지만 마찬가지로 이 교수도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 삼은 당시에는 약간 보기 힘든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다른 학문간의 융합이 요즘 학계의 화두라면 경제와 정치를 공부한 관료 출신의 학자가 이런 주제의 글을 쓴다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나 싶군요.

1장은 한강의 기적으로 시작된 한국의 경제 발전과 그 이후 1997년과 2008년의 위기와 그 배경를 분석하고 다시 현재의 시기에서 고도화된 금융과 세계 경제 환경에 따른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설명하고 2장은 다보스 포럼 등에서 제시한 미래의 ‘제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 변화와 이를 위한 한국 경제의 ‘창조적 파괴’의 당위성을 3장은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살펴보고, 이에 우리 나라는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대중이 깨어나 포퓰리즘과 같은 민주주의 위기를 불식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화를 위해 시민과 정부의 여러 주안점을 마지막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 교수의 이런 기본적인 관점은 큰 틀에서 딱히 꼬집을 만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대체로 평이한 분석과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다만 경제 위기에 대해 아마도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통해 제반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듯 했고, 이런 측면에서 수출과 내수의 균형, 서비스 업과 강소기업 및 맞춤 생산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3차 산업 시기에 관광업을 비롯한 여러 서비스 업의 발전이 국가 발전의 중요한 부분이었는데요. 단순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 구조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어느 한 분야의 중점적 선택 만으로는 그 한계가 명백하다는 것은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일종의 서비스 업 만의 한계에 대해 이 교수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데요. 또한 경제적 불평등을 경제 발전 만으로 해결하려는 것도 그 한계가 이미 드러났고, “소득 불평등의 초연결 사회에서는 사회를 더욱 파편화, 분리화, 동요화 시킬 것이라 여기며 이것이 바로 폭력적 극단주의와 사회 안전의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저자 역시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근원적인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들이 필요한데 저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소득 불균형과 극심한 빈부 문제에 한몫하고 있는 기존의 기득권과 수많은 이익 단체의 이익화에 대해서는 “대중이 깨어날 경우 선거를 통해서 (이들을) 응징할 수 있는데, 문제는 유권자가 그만큼 깨어 있느냐의 문제”라고 피력하는 부분에서는 그것이 기본적인 인식이겠으나, 이것만으로는 범람하는 이익 단체들의 견고한 집단 이기주의를 불식시키는 것에는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결국 이상주의적으로 법과 도덕의 균형을 통한 시민들 대부분의 인식 변화가 요청되나 자본주의의 속성이 자유로운 이기심의 발현을 통한 개인의 합리적 이익 추구라고 봤을 때 이 합리적이라는 부분을 과연 누가 결정할 수 있느냐가 지금 뿐만 아니라 미래의 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일 것 입니다.

‘과연 경제적 번영이 민주주의를 촉진하는가?’ 라는 본문의 질문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봐야 할텐데요. 사실상 근래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발전국들이 경제 발전 단계에서 비타협적인 권위주의 체제로 비롯되었고, 서구 유럽은 이미 제국주의적 식민주의가 그 전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 경제적 번영을 완성하기 위한 그 시작이 민주주의와 그리 가깝지는 않다는 것이 양자의 완성 단계에서나 겨우 양립이 가능하고 일부 권위주의 정부의 학자들은 비성숙한 민주주의를 저열하거나 포퓰리즘 그 자체로 여긴다는 측면에서 양 자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자본주의의 인식 변화가 우선 전제되어야 하지 않나 판단해 봅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자도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는데요. 즉 ‘포용적 자본주의’라는 소득과 일자리의 불평등 완화를 강조하고 있고, 각 이익 단체들이 무분별한 죄수의 딜레마의 빠져 사회적 우생을 감소시키는 행위 등을 감시해야 한다는 측면의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 서두에서 저자인 이홍규 교수의 일종의 소명 의식이 느껴지는 구절이 있었는데요. 한국의 학자로서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많은 자본주의적 모순과 정치적 모순에 대한 문제점을 이 교수 스스로도 앞으로 미래의 한국을 위해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고 이런 문제 제기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 일독과 더불어 일정 부분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도 그렇고 문장 등도 상당히 평이해서 저로서도 일독이 수월했는데요. 더욱이 거듭 반복되는 주장도 거의 없이 일관된 논지를 갖고 건전하게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점도 꽤 긍정적인 부분일 것 같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해드린 대로 대체로 기본적인 인식의 문제와 다소 부족한 해결 방안 등이 있어서 일부 독자들은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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