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프랑스 생시몽 재단에 몸담고 2002년에서 2004년까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던 뤼크 페리의 이 ‘파괴적 혁신’이라는 글은 자본주의에 강요된 끊임없는 혁신에 대한 저자 자신의 철학적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프랑스 학계에서는 뤼크 페리에 대해 자크 데리다를 잇는 사상가로 평가하는 듯 한데요. 다른것 보다도 자본주의가 이제는 성찰이 필요하고 소비 만능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데리다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의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오히려 슘페터의 의견과 유사하지 않나 여겨지는군요.뤼크 페리의 자본주의에 대한 입장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끊임없이 강요하지만, 오늘날 현대사회에 이르러 인간들의 삶이 풍족해졌고, 자본주의 경제는 대중을 비극속으로 몰아넣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앞선 혁신의 본질은 “생활 수준, 고통, 심지어는 자유 같은 부분에까지 미치게 될 잠재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측면의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본주의에서 베버가 말한 것처럼 ‘개인들의 합리적인 이익추구’가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라면, 개인들이 모인 대중이나 혹은 조직이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이익추구’ 내지는 ‘합목적적인 이익화’를 매번 답보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입장에서 대량소비를 포함한 기업의 이익획득이 항상 건전하게 끝나지 않는 것은 아주 명백한 것입니다. 페리도 “자본주의는 무도덕”이라고 전제하며, 오늘날 사회문제를 비롯한 시급한 성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자본주의적 혁신’에 대해서도 “국가 정책은 정부의 수단을 점점 더 무효화시키는 세계화에 또다른 혁신을 위한 혁신”으로 왜곡될 가능성에 “대중을 사로잡고 있는 광적인 미디어”에 의해 이러한 현상이 과속화 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다만 민주주의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과 유권자들은 언론이 쉽게 주무를 수 있다는 페리의 단언은 조금 논란의 여지 보다는 좀 더 숙고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통찰력인 “민주주의야 말로 궁극적으로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노조 운동, 정치 운동 등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적극적으로 권하는 유일무이한 정치 체제”라는 말대로 우리는 이제 민주주의를 다소 병들게 하는 이 자본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의 시기를 시습하게 진행해야 하며, 사회 전체를 움직여 ‘고도 대중 소비’에 몰입하게 만들고 소비와 중독이 동일시되는 사회를 만연하게 하는 것을 개선시켜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에 대해 대중들이 다시 열정을 키워보자는 함의로 권유하고 있습니다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역시 시민의 역할이 지대하게 필요하다는 것과 사실상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것도 마찬가지로 우리 시민들의 당연한 임무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