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정훈 옮김 / 김앤김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켄터기 주립대학 출신의 피터 자이한은 현지 언론의 입을 빌어 표현하자면 ‘떠오르는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데요. 미국에서 발간한 2권의 저서가 좋은 평가를 받았고, 지정학과 인구통계학 및 자원학에서 특히 셰일 가스에 대해 연구하는 등 그는 다방면에 걸쳐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또한 주로 에너지 기업과 금융기관, 미군 등에 세계 정세 분석과 지정학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 등을 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Accidental Superpower’의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간한 글을 올해 7월에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3월에 서평을 썼던 조지 프리드먼의 ‘21세기 지정학과 미국의 패권전략’이라는 글과 제법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자이한의 이 책이 좀 더 내용이 두텁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국내에 (다소 공격적)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 유명한 이춘근 교수의 추천의 글이 있어서 저로서는 조금 기대반 두려움 반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분류해 본다면, 1장부터 5장까지는 지리경제학의 수단으로 과거 셰계에 영향을 끼쳤던 국가들과 배경 등을 담고 있고요. 이후 나머지 15장까지는 인구통계학과 더불어 미국의 패권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분석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자이한이 말하고 있는 바는 미국의 패권이 결코 끝난것이 아니며, 이제서야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이고, 앞으로 미국의 그것에 도전하는 여러 국가들과 협력할 만한 상대국, 돌출 행동을 보일 국가들에 대해 인구통계학과 지리경제학 및 다른 제반 수단 등을 동원해 꽤 세밀하게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자의 주장에 수긍하지 못할 부분도 제법 있었는데요. 이를테면 그리스와 관련된 분석에서 “그리스 정부는 유로를 담보로 복지 국가를 만드는 데 돈을 흥청망청 썼다”는 것은 꽤 공격적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와 비슷하게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주도적인 미국의 패권과 영향력 대 다른 변수, 다른 부상하는 국가,돌출 행동의 여지를 갖고 있는 국가, 협력 가능성이 있는 국가 등으로 일종의 양자분석으로 약간의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 글의 한계라고 봐야할지, 스스로 국제 정치에서 어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고 그 파급효과가 어떤식으로 나타날지 충분히 알고 있는 학자임에도 뭔가 과한 해석이랄까요. 꽤 훌륭한 자료들과 인구 분석에 따른 국가간의 양태에 대한 현명한 통찰력은 분명 있어보이지만 과한 분석들도 있어서 좀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가지 더 예를들면 캐나다의 앨버타 주가 미국에 편입될 것인가와 같은 분석 그리고 그 결과로 캐나다의 분열 이런 측면의 해석은 좀 과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오늘날 미국의 패권이 기틀을 잡게 된 역사적 사건으로 2차대전 이후 세계 질서와 경제 문제 등 제반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브레튼우즈 회의’를 꼽고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달러로 연동되는 금본위 체제인 바로 ‘브레튼우즈 체제’입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전후 미국의 시장을 각국에게 개방하고 막대한 재정적 원조 그리고 각 자원로에 미국의 해군을 파견하여 수송로를 안정시키는 등의 여러 차원에서의 세계적 임무를 미국이 자임했고,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밖에 없었으며 이 시기 전의 영국은 이미 미국의 도움으로 전쟁을 종결지어 과거의 영국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없음은 자명했고 마찬가지로 프랑스나 소련 또한 그러했다고 분석합니다. 이 브레튼우즈 체제는 이 책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큰 골격이 되고 이런 상황에 저자는 미국의 이익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함구하고 있습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사실상 양날의 검이라 볼 수 있는데요. 기축 통화국 주도의 금본위제도는 일장일단이라고 봐야하는 막대한 통화발행과 다소간의 무역적자를 잉태했습니다. 결국 미국이 주도적으로 전후 질서를 만드는데 이 브레튼우즈 체제가 기여한 측면은 있지만 세계 경제의 활성화 및 그로 인한 산업 발전 단계의 자원 배분과 수송로의 안전 확보 등에 미국의 해군력이 크게 기여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 아닌가 또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중동의 맹주로 만들고 이스라엘을 정착시킨 것은 오로지 미국의 의도였다고 보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영국과 프랑스의 수에즈 개입을 무산 시키고 중동을 대체로 안정시키려고 했던 것은 자국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팍스 아메리카나’의 도덕적 사명감을 갖고 행한 일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이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찬성해야 했던 이유는 싸우고 싶어서도 아니고, 지역 전략을 고려할 때 전쟁할 가치가 있어서도 아니다. 참전하지 않으면 미국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그러면 동맹체제 전체가 와해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저자는 밝히는대요. 베트남 전쟁과 한국전쟁을 동일하게 미국에 대한 신뢰문제로 주장하는 것에는 전부 수긍하기는 어려웠지만 일종의 미국의 딜레마가 엿보였습니다. 이익이 존재하지만 어찌됐든 댓가를 치뤄야하만 그런 주고 받는 입장 말이죠.

물론 이 책의 큰 장점은 꽤 훌륭한 기법으로 전세계를 독자들이 조망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 기사에 나온 ‘카스피해를 호수로 볼 것이냐, 바다로 볼 것이냐’에 대한 일종의 일차적 정보와 같은 부분이 이 책에 담겨져 있습니다. 각 지역의 해당국들에 대한 언급도 잘 나와 있고요.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분석은 “앞으로 한국이 미국의 동맹체제에 뚜렷한 기여를 할 수 있는 협력국이 될 것이냐 아니냐는 한국에게 달려있다.”라는 분석으로 나옵니다. 한미 동맹이 오로지 한국에게 달려있다 라는 식의 해석은 아닐 겁니다. 동맹의 주도권이 우리나라에게 있을 순 없겠죠. 한국이 오스트레일리이와 뉴질랜드와 더 협력을 기울이고 이 지역의 미국 주도 바퀴살 동맹 체제에 기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모양인데요. 중국이 체제의 한계를 갖고 있다고 명확히 하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동맹 외교는 다른 쪽으로 봐야된다고 자이한은 여기는 모양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국제 정치를 보는 시각이 미국 위주의 보수적인 입장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래 국제정치학이 지정학과 인구문제와 만나 또 새로운 국면을 보이고 있는데요. 국제정치학 자체가 수많은 변수로 이루어진 권력 관계인 만큼 힘을 가진 국가가 주도권을 갖으려고 하는 태생적인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하는 시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여기에다 지정학이 어떤 해석을 더 보여줄지는 앞으로 계속 출간되는 관련 책들을 통해 집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거의 5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의 글이었는데요. 번역은 크게 나무랄데가 없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에 관련된 지도에서 동해를 ‘sea of japan’ 그대로 나와 있는 것을 복사 붙여넣기 해서 살짝 기분 나쁘긴 했지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