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리더는 거짓말을 하는가? - 지도자의 거짓말에 관한 불편한 진실
존 미어샤이머 지음, 전병근 옮김 / 비아북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 정치학계에서 손꼽히는 현실주의 이론가이자, 오늘날 새뮤얼 헌팅턴과 더불어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에게 인용되고 있는 이가 이 책의 저자 존 미어샤이머인데요. 마찬가지로 그는 미국 내에서 유명한 중동 정세 전문가이고, 최근에는 G2라는 단어와 함께 대두하고 있는 중국에 관한 여러 글과 논평을 내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평화적으로 부상하기란 어려울 것이다”라는 예측을 하고 있는데요. 저 역시 중국과 관련한 미어샤이머의 주장에 수긍하는데요. 여러 사람들의 평가대로 그는 면밀한 현실주의 이론가지만 동시에 견고한 지식이 바탕이 되어 상당히 설득적이기까지 합니다. 물론 미어샤이머 역시 상당한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요. 과거 네오콘과 관련된 몇가지 평가에 대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글은 저자인 미어샤이머가 서두에 밝힌대로, ‘거짓말’과 관련된 거의 최초의 사회학적 내지는 국제정치학적 분석을 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주제의 글을 쓰게된 계기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경험으로 역시 밝히고 있는데요. 인간심리학이나 관계학 등의 거짓말이 아니라 정치와 외교가 관련된 ‘거짓말’에 대해 여러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상세하면서 꽤 논증적인데요. 일단 국가와 정치권이 전략적 이익과 여러 가능성을 두고 행하는 거짓말에 대해 미어샤이머는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국가 간 거짓말, 공포 조장, 전략적 은폐, 민족주의 신화 창조, 자유주의 규범에 반하는 거짓말로 이것들이 발생하는 요인과 과정, 결과로 인한 이득에 대해 밝히고 있고, 이어 8장과 결론에서는 이러한 5가지 거짓말들이 초래하는 나쁜 영향과 오늘날 민주국가의 리더들이 각각의 이유로 행하는 전략적 거짓말들이 초래하는 위험성으로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미어샤이머는 미국의 대표적인 네오콘인 어빙 크리스톨의 입을 빌어 “다수 대중이 진실에 대처하는 능력이 없다”고 소개하며, 동시에 민주 정부의 엘리트들이 다수의 대중들을 마땅히 통솔해야 하며, 이러한 책임과 역할에는 국가 리더 즉 대통령과 같은 국가 수반들이 자신과 국가를 위해 서슴없이 벌이는 거짓말들에 대해 시작합니다. 이 책에서 지도자는 크게 두 개의 거짓말을 하는데, 첫째는 국가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서이며, 둘째로는 그냥 이기적인 거짓말인데, 아마도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함일텐데요. 앞서 언급한 5개의 거짓말에 맞는 사례들을 결과론적인 이익의 차원에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과거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의 선전포고를 이끌기 위한 비스마르크의 책략이라든지,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체코와 폴란드에 관련하여 영국과 프랑스를 기만한 행위, 2차 대전 당시 연합국 내에서도 암암리에 벌어졌던 기만 전술, 미국 케네디 행정부 때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 정부가 뒤로는 소련과 협상을 했던 것을 20년간 숨긴 것이라든지, 존슨 행정부의 베트남 통킹만 사건, 루즈벨트가 국민의 참전 동의를 얻기 위해 벌인 USS 그리어호에 대한 거짓말 (이것에 대해 미어샤이머는 적절한 거짓말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표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와 관련된 수많은 거짓말, 민족주의적 신화 창조와 관련하여 과거 이스라엘이 벌여왔던 거짓말 등을 꼽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거짓말과 관련된 은폐 작전은 많은 민주국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2003년 3월 중순 이라크 전쟁이 시작됐을 때 미국 국민의 절반 정도가 이라크의 독재자가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고 믿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고 언급하며 정치권의 정당성을 위한 이런 거짓말들이 우리에게 어떤식으로 파생되는지에 대해 그는 명백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국내 정치에서 국가 리더는 정치적인 이익 등에서 자신의 국민들을 조직적으로 속이기도 하지만, 실제적으로 이러한 ‘국제적 거짓말’ 들이 자주 동원되면 자유주의적인 신뢰의 측면이 심각하게 훼손되지만 이러한 거짓말을 함으로써 얻게되는 이익이 국가 리더를 비롯한 정치권의 고려에 있어서 크다고 보는데요. “국가간 거짓말 나라를 목표로 하고, 공포 조장은 국내 전선을 겨냥하는 반면, 전략적 은폐는 보통 국내외 양쪽 청중 모두를 조준한 것”이라고 보는 것 또한 원론적인 신뢰 실격의 가능성 보다 거짓말의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이익이 크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번번히 행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익적 고려해서 발생하는 거짓말들이 특히 동맹국들의 신뢰 상실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과거 헨리 키신저, 로버트 맥나마라 등은 소련의 대규모 재래식 공격이 닥치더라도 서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회하며, 당시에는 미국의 핵우산이 서유럽의 동맹국들에게 드리워져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사실상 이것은 보여지는 진실과는 다른 것으로 보여져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양면적인 측면에서 국제적 거짓말은 잠재적인 위험을 야기해 심각한 우려를 낳을 수 있으며, 신뢰가 훼손 상태에서 다른 국가와의 대화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이러한 거짓말에 의한 정치가 비교적 손쉬운 측에 속해 국민들이 정치에 갖는 진정성에 나쁜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겠죠,

결론적으로 무정부주의적 국제 정치에서 스스로의 자립을 위한 거짓말은 매우 필요한 수단일겁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기만과 은폐는 국가 진로에 일정 부분 이득이 될 수 있고, 국민들의 동요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는데 (물론 적법한 수단은 아니지만)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인 미어샤이머는 헨리 키신저 만큼은 아니지만 국제정치에서 현실주의 이론가로 알려져 있는 관계로 이러한 국제 거짓말의 효용과 이익에 대해 어떻게 보면 필요불가결의 이해를 보이기도 합니다만,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W. 부시와 존슨의 통킹만 사례를 들면서 오용된 측면과 전체적으로 국제 정치 무대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인 ‘국제 거짓말’의 판단을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는 듯한 인상도 있습니다만, 아마도 정치와 정치가들의 거짓말 매커니즘에 대한 달갑지 않은 정보와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꽤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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