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생각 - 오늘 우리에게 한나 아렌트는 무엇을 말하는가 My Little Library 1
김선욱 지음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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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에게 한나 아렌트는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한국아렌트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선욱 선생이 쓴 글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와 관련된 유일하고 고유한 해석과 정치철학과 관련된 통찰력으로 유명한데요.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기다란 담배 연기와 함께 흑백으로 잡힌 한나 아렌트의 사진이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대학 시절엔 얼마간 한나 아렌트에 매료되어 있었는데요. 인간의 조건과 전체주의의 기원은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일단 김선욱 선생의 이 얇은 글은 지난 2017년 촛불집회와 전체주의, 정치적인 것 그리고 민주주의에 관한 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여기저기에 버무린 것인데요. 1장부터 15장까지의 소제목들로 이루어진 각각의 주제들은 독립되어 있는 듯 하면서도 서로 연계되어 이해를 돕고, 이러한 지류들은 결국 민주주의라는 본류를 향해 모여집니다. 인간의 복수성이 인간은 개성을 가진 존재이고 인간은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하고, 개성이 억압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을 뜻하는데, 전체주의가 이러한 개인들의 개성들을 억압하고 악화로 일원화시키며, 국민들의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해 결국에는 모두가 참혹하게 불행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아이히만과 같은 기계적 복종의 사례가 ‘악의 평범성 내지는 악의 일상성을 대변하는데 이것은 사회와 국가를 이루는 개인들이 사고를 하지 않음에 기인한다고 아렌트의 말을 빌려 해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독재나 아주 사악한 현상과도 어울리거나 화해해야 한다는 아렌트의 말은 그런 세계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떤 모습인지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더불어 강조합니다. 이것은 끊임없이 이성을 통한 사고로 현상이나 논리를 의심하고 성찰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전제는 어쩌면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하는 조건이고 왜곡되고 파멸된 민주주의가 막장의 전체주의로 귀결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거름종이와 같은 것이라고 저는 이해했는데요. 글 중간에 저는 화두라고 느꼈던 것은 우리의 일상에 과연 파시즘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삶을 이행하고 있는 현대 사회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양 다리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면, 자본주의가 경제 논리로 소외시키는 것들에 대한 성찰,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권위적인 독재와 사회를 모순에 빠뜨리는 정치적 평등의 부재, 기회 균등의 왜곡 등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아렌트가 주장하는대로 ‘일상의 전체주의’를 극복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독자들과 시민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데요. 결론에 저자는 “졸렬한 자신의 해석이 들어가 있으니 쓰레기통에 버리고” 본격적으로 한나 아렌트를 경험해 보라는 권유와 함께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개인적인 소감을 덧붙인다면, 정치적인 것과 정치적 평등을 소개한 부분을 읽어보니, 문득 예전에 읽었던 로버트 달의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가 생각났습니다. 기본적인 정치학의 개념들은 이처럼 유사한 면이 많은 것 같은데요. 더불어 근래 나온 한나 아렌트와 몇몇 글들을 다시 구해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다른 무엇보다 한나 아렌트의 특별한 점은 고안하고 주장했던 개념들을 면밀히 객관화시켜 만든 것이겠죠. 그리고 높은 설득력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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