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보론 - 국제 안보 연구의 형성과 발전
배리 부잔 지음, 신욱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근래들어 국제정치학에서 자주 이름이 오르고 있는 런던정경대 석좌교수인 베리 부잔과 코펜하겐대 정치학과 교수인 레네 한센의 국제안보(학)-ISS-의 이론적 기반과 일종의 연보를 중심으로 거의 최초로 체계화한 ‘국제 안보론’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지난 2010년 을유문화사에서 번역 출간된 것인데요. 불행하게도 현재는 절판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다시 재출간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2010년 출간되었고, 신욱희 선생이 번역에 참여한 책이 금새 절판된 것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 요근래 북한 핵문제와 그로인한 국제정치의 복잡성을 고려했을때, 해당 전공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난해하고 복잡한 국제 정치의 기본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이 책이 재출간의 요구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1945년 2차대전 종전 이후 미소간의 냉전시기가 도래하면서 이와 관련된 학문적 연구들이 국제정치학 및 외교학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체적으로 세계 정치의 중요 행위자였던 미국에서 유능한 성과가 이뤄집니다. 바꿔 말하면 이러한 연구들의 주무대가 미국이었는데요. 그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는지, 유럽의 두 학자가 미국이 아닌 유럽인의 시점으로 국제 정치학과 국제 안보에 대한 계보를 처음 시작하고, 저자들은 크게 3 시기로 나누어 국제안보 (ISS)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냉전 시기, 둘째는 냉전 이후와 9. 11 사태 이전, 셋째는 9.11 공격과 이어지는 ‘테러와의 전쟁’ 인데요.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촉발되면서 세계 각 국가들은 해당 시민들의 안전과 안보 뿐만 아니라 외교 형태에서 주안점을 두게 되는 ‘국가 안보’가 자리 잡게 되고, 이것을 국가 간 즉, 양자간이나 포괄적인 국제기구 내에서의 여러 안보 이론 등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고, 더 나아가 약간의 계보 형태의 분석으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국제 안보 이론이 어떻게 발전되고 변형되어 왔는지 여러 학문적 성과들을 인용하며 객관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과거 베스트팔렌 체제와 그 이후의 국민국가로의 발전화가 양차 대전을 거치면서 전통적인 국제 정치 이론이 냉전의 시작과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핵무기 개발로 거의 전면적으로 수정 내지는 전환이 됩니다. 그 이전에는 핵무기가 초래하는 ‘대량 살상 상태’가 규정하는 아무도 승리자가 없는 핵전쟁의 파국적 결과에 전통적 이론들이 대체적으로 유명무실화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잘 알려진 신현실주의자인 케네스 월츠와 같은 학자들이 이러한 국제 정치 이론의 전면적 수정 분위기에 나타났고, 탈구조주의화와 같은 아주 급변적인 전개도 이뤄졌습니다. 사실 핵무기 개발로 인한 여러 이론적 변화들은 매우 당연하게도 당면한 문제들을 야기했고, 미소 냉전 시기의 양 강대국의 아주 조그만 표면적 대립조차도 세계 안보의 크나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조차도 미소간의 핵전쟁이 전 지구의 파멸화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이러한 예측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 전까지 접해보지 못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구소련의 붕괴와 그로 인한 자연스런 미국의 단극 체제는 그 이후 ‘군사적 케인스주의’에 입각한 우월한 군사 외교적 지위를 위한 미국의 ‘군사복합체적 주도 상황’과 동시에 군사 기술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국가 욕망이 어우러져 중국이 실질적으로 대두하기 이전인 1990년대 말까지 지속되었는데요. 이후, 2001년 9. 11 테러로 인한 미국의 세계 정치에 있어서 공세적 변화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이은 테러 전쟁은 또 핵무기 개발 초기와 같은 환경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미국은 종래의 제한적 개입에서 다소 적극적 개입으로 전환되었고, 과거 ‘고립주의적 전통’이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시기였습니다. 탈냉전기의 분석이 9.11 테러 이전의 상황에 대한 주류였다면, 미국의 테러 전쟁 수행이 시작된 2002년 이후부터는 무기명 테러 단체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목적까지 포함한 적극적 대 테러 전쟁이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안보’의 붐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부잔은 ‘안보’가 한편으로는 현실주의 전략 연구의 ‘권력’과 다른 한편으로는 평화 연구의 ‘평화’사이의 게념적 만남의 장소로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는 불행한 일이라고 주장하는데요. 마찬가지로 안보 문제가 국내 문제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 때문에 권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전략 공간을 정치, 군사 엘리트에게 제공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은 안보 측면의 어두운 부분일겁니다.

그리고 1990년대에 많은 유럽의 연구자들이 냉전 시기 소련의 이후, 미국에 맞서 중국이 대두할 가능성을 예측했고,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의 경제 부흥 시기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중국은 비로소 G2시대로 명변되는 미중 시기를 (아직은 미흡하지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중간의 관계는 1970년대 소련의 봉쇄를 목적으로 잠시 협력한 기간을 제외한, 미국의 중국 봉쇄가 공산주의 진영에 대한 미국의 전략 전반의 한 요소였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냉전의 잔재라고 분석하고, 중국의 시장 자유화가 마침내 더 자유주의적인 정치 사회를 만들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진지한 사색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것에서 오늘날 현실적으로 구전되는 미중간의 전략적 불신이 바로 이러한 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사실상 각 국가들의 안보 요구와 기대치는 앞서 언급한대로 ‘군사적 케인스주의’와 크게 안보적으로 위협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임에도 그것을 극대화 시키는 일본의 사례를 비추어 봤을 때, 실제적으로는 그 이론화가 합리적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국제 정치 이론이 무정부주의적이고 모순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더라도 그 연원의 안보 이론 또한 이러한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간략히 언급한 것 말고도 이론적으로 중요한 학문적 성과를 이룩한 여러 학자들과 그들의 이론, 그리고 주장들에 대한 꽤 객관적인 지표와 자료를 이 책은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제 정치에 있어서 그 계보학은 아직 크게 진전이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원래 학문적 연구로 시작된게 얼마 되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통일된 이론들이 각 연구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좀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이러한 학문적 초기 상황과 유사해보입니다. 크게 냉전 시기의 미소간의 핵전쟁과 관련된 ‘전지구적 파멸의 가능성’에 몰입해 있었던 상황적 한계도 있었고,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강대국 정치 논리에 의한 꽤 폭력적인 수준의 행위들도 상당해서 우리 한국과 같은 국가들에게는 아주 다방면의 이론적 접근을 통해 면밀하게 분석을 해야만 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이 책의 한 권이 같은 분야의 학자들의 연구 형태를 간략하게 나마 이해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판권의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면 빨리 재출간을 출판사 측에서 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여러 리뷰어들이 밝힌대로 약간의 번역상의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있긴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5장 이후의 번역이 좀 더 문맥을 이해하는데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 이 책을 접하는 분들은 이 분야의 다소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좀 더 관련된 글들을 읽어 기본적 배경 지식을 갖추시고 이후에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그것보다 재출간이 먼저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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