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정복 만화, 지학툰 - 우리 주변의 과학을 정복하다
콜프 지음 / 사회평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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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정복 만화, 지학툰]의 우주는 우리 주변이란 의미다. 저자 콜프는 콜드 프론트(cold front) 즉 한랭 전선의 약자(略字)라고 한다. 한랭 전선이 왔다는 것은 곧 비가 물러나고 맑은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는 의미라며 저자는 인생의 힘든 일 또한 한랭 전선처럼 곧 지나가리라 약속된 것이라 믿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른 과학들이 원리를 바탕으로 현상을 예측하는 학문이라면 지구과학은 현상을 바탕으로 그에 맞는 원리를 짜맞추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AI는 지구과학은 단순히 현상에 맞춰 원리를 짜맞추는 학문이 아니라 현상을 바탕으로 원리를 역추적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귀납적, 연역적 통합과학이라 말한다. 지구, 우주, 과거의 역사는 실험실에 집어넣고 재현할 수 없다. 인류에게는 이미 완성된 지구라는 결과가 주어졌다. 지구과학이 현상에 맞춰 원리를 짜맞추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후 변화, 지층 등 나타난 흔적을 보고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역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수긍할 수 있는 점은 지구과학은 오직 지구와 우주에서의 현상만 다루기에 범위가 많이 좁다는 점이다. 저자는 백두산 이야기를 한다. 화산이 폭발할 때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요소는 크게 네 가지다. 용암, 화산이류(泥流), 화산쇄설물(瑣屑物), 지진 등이다. 지진 해일을 뜻하는 쓰나미(つなみ; 津波)는 일본어다. 많이 느려진 앞의 파도와 느려진 중간 파도와 조금 느려진 뒤의 파도가 겹치면서 어마어마한 높이의 쓰나미가 완성된다.

 

깊은 바다에서 해안가로 갈수록 수심이 급격히 얕아진다. 파도의 속도는 수심에 비례하므로 가장 앞 부분이 가장 먼저 느려진다. 뒤따라오는 파도는 여전히 빨라 앞 파도와의 간격(파장)이 좁아진다. 갈 곳을 잃은 거대한 에너지가 위로 솟구치며 벽처럼 높아진다. 깊은 바다에서 시속 700~800km였던 쓰나미는 해안가에 도달하면 시속 30~40km로 느려지는 대신 높이는 수십 배 이상 증폭된다. 이를 천수효과(淺水效果; shallow effect)라 한다.

 

지구과학이 화학으로 넘어가는 계기는 암석도 결국 광물이라는 화학 결정의 혼합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질학이란 결국 돌의 일생, 크게 보면 지구라는 살아 있는 돌의 일생에 대한 학문이라고. 화산학자 에릭 클레메티가 쓴 지질학은 암석 그 자체가 아니라는 글이 눈에 띈다. 클레메티는 지질학(geo)은 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클레메티는 지질학자(그리고 고생물학자)들이 밖에 나가서 암석, 광물, 화석을 찾아 이름표를 붙이고 박물관이나 먼지 쌓인 서랍에 보관하는 것은 지질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빅토리아 시대의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클레메티는 지질학자가 되거나 지질학 수업을 듣다 보면 이 분야에 대해 생각하려면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라 말한다. “물리학? 물론이죠. 화학? 당연하죠. 생물학? 당연히요. 인류학? 당연히요. 고고학? 맞아요. 기상학? . 기후학? 두말할 필요 없죠. 천문학? 두고 보세요!” 클레메티는 현대 지질학은 지구(그리고 그 너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고 말한다. 이는 지질학자들이 지구 내부와 외부를 형성하는 과정들을 연구함을 의미한다. 클레메티는 오해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돌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돌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 이상으로 지질 과정을 아우르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온 나에게 에릭 클레메티의 글은 반갑기 그지 없는 글이다.

 

저자는 지구가 품고 있는 내부 에너지의 대부분은 지구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갖고 있었던 열에너지라고 말한다. AI는 지구 내부의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며 내는 열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는 새로운 산과 계곡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행성이다. 맨틀과 암석의 차이가 중요하다. 맨틀은 지구 내부의 구조를 나누는 공간의 이름이고 암석은 맨틀을 채우는 물질이다.

 

역사상 유례없이 온 세계가 지구과학에 열을 올리던 때가 있었다. 바로 2차 세계대전 때다. 이때 각광을 받은 것이 잠수함이다. 이때 중요해진 것이 해저 지형과 해저탐사다. 해리 헤스가 발견한 것 가운데 기요(Guyot)가 있다. 꼭대기가 평평한 모양의 거대한 심해 화산이다. 해리 헤스가 발견한 기요는 해저 확장설을 증명한 결정적 물증이다. 기요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파도에 의해 깎여 평평해진 꼭대기가 왜 지금은 파도가 치지 않는 심해에 있는가였다. 기요는 해양 판이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수직으로 침강한다는 판 구조론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리 헤스는 해양 바닥의 나이가 지구의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또한 해양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의 양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서양 중앙 해령은 마리 샤프라는 지질학자가 발견한 지형이다. 대서양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이며 가운데가 움푹 파인 V자 모양의 계곡을 가지고 있다. 마리 샤프는 지도교수인 브루스 히젠에게 이것이 대륙이 찢겨나간 흔적이 아닌지 조심스레 물었다.

 

대서양 중앙 해령이 있는 곳은 다른 곳보다 뿜어내는 열의 양이 많았다. 그곳에 쌓여 있는 먼지(퇴적물)의 나이는 중앙에서 가장 적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많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와다치 기요오(和達清夫; 1902~1995)는 지하 300km 이상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인 '심발지진'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그는 일본의 지진을 조사한 결과 해구가 있는 태평양 쪽에서는 얕은 지진이, 동해로 갈수록 깊은 지진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논문은 일본어로 쓰였기 때문에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그로부터 20년 후 거의 똑같은 내용의 논문을 미국의 지진학자 휴고 베니오프가 내놓으면서 이 지진대에 베니오프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결국 이 지진대의 이름은 중립적인 섭입대로 정해졌다. 태평양 쪽에서 얕은 지진이 발생하고, 동해로 갈수록 지진이 깊어지는 이유는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들며 비스듬하게 땅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해양판인 태평양판은 대륙판인 유라시아판(또는 북미판/필리핀판)과 충돌할 때 무겁기 때문에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때 판과 판이 만나 꺾여 들어가는 시작점(일본 동쪽 태평양 바다)이 해구다.

 

두 거대한 판이 맞부딪치며 들어갈 때 엄청난 마찰과 압력이 생긴다. 판이 대각선 아래로 깊숙이 들어감에 따라 마찰이 일어나는 지점(지진의 진원)도 동쪽에서 서쪽(동해 및 한반도 방향)으로 갈수록 점점 깊어진다.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갈 때 꺾여 들어간다는 뜻은 대각선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판이 대각선으로 깊숙이 들어가기에 꺾여 들어가는 시작점(해구)에서 멀어질수록 지진이 발생하는 깊이가 대각선 방향을 따라 천발(淺發)-중발(中發)-심발(深發) 지진으로 깊어진다.

 

대서양 중앙해령이 찢어지고 있던 이유는 해령을 중심으로 해저가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스의 발견에 따르면 찢어진 자리에서는 맨틀 물질이 올라와 새로운 지각을 만들고 있었다. 그럼 해저는 무한정 커지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어딘가에선 땅이 다른 땅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렇게 땅은 해령에서 태어나 해구에서 소멸하는 우리네 인생 같은 순환을 겪는다. 헤스는 아서 홈스라는 과학자가 제시한 맨틀 대류설을 채택했다. 부분 용용 상태인 맨틀이 상승하는 곳에서는 땅과 땅이 벌어지고, 맨틀이 하강하는 곳에서는 땅과 땅이 모여든다는 설이다.

 

맨틀은 감람석이라는 초록색 광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초록색을 띤다. 맨틀 물질이 상승하는 해령은 뜨겁고, 하강하는 해구는 차갑다. 달이나 수성, 화성의 땅은 생동하지 않고 죽어 있다. 그곳에서는 화산도, 지진도, 새로운 암석의 탄생도 없다. 저자는 화학과 지구과학은 정반대의 학문이라 말한다. 화학은 원자 세계를 연구하는 만큼 정확성과 정밀성이 생명이라면 지구과학은 지구와 우주를 연구하는 만큼 자료 하나하나보다는 큰 경향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클레어 패터슨(Clair Cameron Patterson; 1922~1995)은 지구의 정확한 나이를 최초로 밝혀내고 전 세계적인 납 오염 규제를 이끌어내어 인류를 구한 미국의 지구화학자이자 환경운동가다. SiO(이산화규소)는 밝은 색이니 함량이 적으면 어두운 색이 되고 반대는 밝은 색이 된다.

 

제주도는 땅까지 검은색인데 같은 현무암 지대인 연천은 땅까지 검지는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화산 활동의 시기(지질학적 나이)와 기후로 인한 풍화 작용의 차이 때문이다. 50만 년 전~10만년전에 화산이 분출한 연천은 제주도보다 훨씬 오래전에 용암이 분출했다. 오랜 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현무암 속 철분이 공기 및 물과 만나 산화되었다. 이 때문에 검은색이 아니라 붉은색이나 황토색 토양으로 변했다.

 

2~수천 년 전에 화산이 분출한 제주도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젊은 땅이다. 용암이 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무암 고유의 검은 빛깔(휘석, 감람석 등의 광물 색상)이 토양에 그대로 남아 있다. 손영운은 연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땅에 속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토양 색을 보면 제주도가 최근에 화산이 분출했음을 알 수 있다. 과학교사 출신의 저술가 손영운이 연천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땅"이라고 표현한 것은 맞지만 실제 지질학적으로 화산 활동이 가장 최근까지 일어난 곳은 제주도(및 울릉도, 백두산)가 맞다.

 

손영운 저자가 연천을 '가장 젊은 땅'이라고 부른 것은 한반도 내륙 기준이거나 교과서적 의미에서 신생대 제4기 분출 지형의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한 문학적·대중적 수사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화산재로 덮여 있으며 물이 잘 빠지는 환경 덕분에 화산재 유기물이 씻겨 내려가지 않고 한데 엉겨 붙어 짙은 검은색의 토양층을 형성하고 있다.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저자는 온실 기체가 바로 우리 지구의 패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온실 기체는 지구가 방출하는 열을 흡수하여 지구에 되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패딩이 점점 두꺼워지면서 지구의 체온은 필요 이상으로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즉 화석연료들이 지구의 패딩을 더 두껍게 만들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누리던 것을 조금씩 내려놓으면 된다.

 

오존층 파괴와 미세먼지는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없다. 오존층 파괴의 경우 주원인인 프레온 가스가 매우 강력한 온실 기체이긴 하지만 오존층이 파괴되면 자외선 차단이 어려워져서 문제일뿐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미세먼지의 경우 호흡기 깊숙이 들어와 여러 질환을 유발해서 문제이지 같은 대기 문제라는 것 빼고는 지구온난화와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심한 미세먼지는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낮춘다.

 

앙리 푸앵카레는 과학자는 자연이 쓸모 있기 때문에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아름다움에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이 아름답지 않다면 알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장영실은 세종에게 북극성은 전하의 별입니다란 말을 했는가. 영화 속 허구다. 영화 천문에 세종대왕과 장영실이 별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장영실이 세종대왕을 가리켜 저기 북극성이 전하 이십니다라고 말하자 세종대왕은 그건 아니다, 북극성은 중국 황제만이 칭할 수 있다고 주의를 준다.

 

북극성 이야기는 천문학 영역에 속한다. 지구과학이 다루어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13 페이지) 칼 세이건이 우주를 코스모스, 스페이스, 유니버스로 분류한 것처럼 지구를 나누어 볼 수 있을까? 일상의 공간인 지표(Earth-Space),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된 지질학적·물리적 행성으로서의 지구인 물리적 지구(Earth-Universe), 생물권과 비생물권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스스로 환경을 조절하는 복합 생태계 즉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자 생명의 요람인 가이아(Earth-Cosmos)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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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Nature & Culture 2
앤드루 로빈슨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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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화학자 앤드루 로빈슨은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에서 지각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 둔하고 무딘 영국 같은 나라도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말을 한다. 책에 의하면 지진 학자들은 전 세계 국토 면적의 0.3%에 해당하는 일본이 연간 받는 전 세계 방출 지진 에너지의 비율은 10%라고 분석한다. 1812년 베네수엘라 대지진은 자연재해,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행동과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진 해석에 관해 큰 시사점을 주는 사건이다. 가톨릭 사제들은 지진이 독립을 선언한 죄에 대한 신의 형벌이라 주장했다. 이에 분노한 시몬 볼리바르(1783-1830)는 만약 자연이 우리를 대적한다면 우리는 자연과 싸워 그것이 우리에게 복종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진은 볼리바르에게 큰 영향을 미쳐 볼리바르가 다른 나라로 가 더 큰 정부를 세워 결과적으로 베네수엘라의 해방을 이루게 했다. 시몬 볼리바르는 스페인의 식민지배로부터 남미의 6개국(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파나마, 볼리비아)을 해방시킨 영웅이다. 저자는 구역 성경에 나오는 도시인 예리코(여리고)의 성벽 붕괴 사건을 지진이 초래한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가령 발굴자들은 예리코의 무너진 벽 아래에서 곡식을 발견했다.

 

도시가 적들에게 침공을 당했다면 귀중한 곡식은 분명히 침입자들이 빼앗았을 것이다. 저자는 고고학자들은 문화적인 변이를 인간의 역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지진이나 다른 자연재해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역사가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히로시마와 아우슈비츠가 20세기에 일어난 전 세계적인 재앙의 상징으로 절대 잊히지 않는 반면 샌프란시스코와 도쿄가 지진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었어도 별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재해 중 거의 유일무이하게 세계적으로 기록되는 게 폼페이이다. 하지만 이는 주민들이 베수비오 화산의 임박한 폭발을 암시하는 경고를 무시해서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반면 아무런 전제 없이 덮쳤던 리스본 지진은 도시에 있던 그 어떤 사람에게도 재앙에서 탈출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영국 국교회의 성직자 윌리엄 워버튼(1698-1779)은 친구에게 "이 끔찍한 일을 인간의 불경을 하늘이 응징하는 거라 생각하는 건 굉장히 섬뜩하네. 하지만 우리가 아버지가 계시지 않은 세상에 고독하게 버려져 있다고 생각하는 건 10 배는 더 무시무시하네."라고 말했다. 전전긍긍의 심정을 잘 드러내주는 말이다.

 

저자는 진도(震度)와 규모(規模)를 구분해 설명한다. 진도는 지진 때문에 사람이 인지한 것을 측정하는 것이고, 규모는 과학적 도구가 인지한 것이다. AI는 지진의 규모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방출된 에너지의 총량을 뜻하며, 지진의 진도는 특정 위치에서 사람이 느낀 흔들림의 정도와 피해 규모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규모는 지진이 일어난 위치가 어디든 관측 장소에 상관없이 단 하나의 고유한 값을 갖는다. 지진의 진도는 진원에서 가까울수록 높고 멀수록 낮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값이 여러 개로 나뉜다. 관찰자에게서 가까운 소규모 지진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강한 지진보다 더 높은 진도로 느껴질 수 있다. 규모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은 대다수의 지진 학자들이 일반 대중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이다.

 

지진파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지하에 있는 지진의 중심점에서 곧장 위에 있는 지표면으로 퍼져나가는 중심파가 있고 중심파의 일부가 지면에 도착한 다음 변형되어서 생기는 표면파가 있다. 중심파는 1차파인 P파와 2차파인 S파로 나뉜다. S파는 전파처럼 양옆으로 파동을 가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더 느리고 액체를 통과할 수 없다. 그리고 지면을 수직과 수평 방향으로 흔든다. 건물들은 수평 응력을 별로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P파보다 S파에 훨씬 큰 피해를 입는다. 지진의 진앙이 지 진 기록계에서 멀수록 빠른 P파와 느린 S파의 도착 간격이 더 커진다. 러브파와 레일리파는 두 가지 주된 표면 파다.

 

진앙과 진도보다 좀 더 복잡한 개념인 규모 측정법을 만들기 위해 지진의 크기를 결정하고 싶었던 20세기 지진 학자들은 문제에 맞닥뜨렸다. 진앙에서 관찰자까지의 거리에 따라 다양하게 나오는 여러 가지 진도 계급 대신에 각각의 지진에 딱 하나의 숫자를 부여하는 계급을 어떻게 고안하느냐 하는 거였다. 규모 8의 지진은 규모 7의 지진 보다 지면을 10배 더 강하게 흔들고 규모 6의 지진보다 100배 더 강하게 흔든다. 하지만 만약 규모 6의 지진의 진앙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다면 규모 8의 지진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나무로 지은 일본 전통 가옥은 지진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화재에 취약한 반면 벽돌과 돌로 지은 서구식 건물은 화재에는 강하지만 지진에 고스란히 무너졌다. 나무는 휘어지더라도 부러지지 않고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탄성이 뛰어나다. 목재는 돌이나 벽돌보다 훨씬 가볍다. 지진이 건물에 가하는 힘은 건물의 무게에 비례함으로 가벼운 목조건물이 받는 충격이 훨씬 적다. 나무는 유기물이므로 불에 잘 탄다. 돌과 벽돌은 불에 타지 않은 광물성 재료다. 외벽이 타지 않아 인근 건물로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막아준다.

 

돌과 벽돌은 위에서 누르는 힘(압축력)에는 잘 견디지만 옆으로 당기는 힘(인장력)이나 흔드는 힘(전단력)에는 약하다. 지진으로 좌우 흔들림이 발생하면 결합부위가 쉽게 갈라져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돌과 벽들은 매우 무겁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이 받는 흔들림의 에너지가 목조건물보다 훨씬 커서 파괴력이 배가(倍加)된다. 물론 대지진이 화재로 이어짐을 유의해야 한다. 켈빈 경이라는 애칭을 가진 윌리엄 톰슨 같은 지질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 지구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엑스레이를 제공하면서 지진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지진파가 지각, 맨틀, 핵의 여러 부분을 지나 멀리 있는 지진기록계에 잡힐 때의 속도와 경로를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세기 초 지진학은 점차 지구 물리학이라는 넓은 분야의 일부로 여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왜 지진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보편적인 이론은 없는 상태였다. 1960년대에 생겨난 판 구조론이 지진 발생을 거시적인 면에서 성공적으로 설명해준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미시적인 면, 다시 말해 지진이 일어날 때 지하의 바위들은 어떻게 되는지 같은 것들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진이 일어난 후에 제시된 한 세기 전의 이론에 지금까지 의존하고 있다. 단층에 관한 모든 오류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지진학자 수단 휴는 지질학에서 판 구조론의 중요성을 의학에서 심장마비를 진단하기 위한 혈액순환의 중요성에 비견했다.(158 페이지) 세계 지진의 대다수는 판 경계에서 일어난다. 섭입은 밀도가 상당히 다른 두 개의 판이 충돌하는 판의 경계라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밀도가 더 높은 판이 밀도가 낮은 판 아래로 섭입된다. 반대로 부딪히는 두 판의 밀도가 비슷하다면 섭입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산악지대가 생기고 지진이 일어나긴 하겠지만 화산 폭발은 없을 것이다. 지진을 일으키는 응력은 단층을 잘라내고 비비고, 양옆에서 잡아 당기고, 옆에서 압축한 방식으로 힘을 행사한다.

 

저자는 오늘날 캘리포니아에서는 지진 학자들과 지구 물리학자, 공학자, 건축가, 보험 업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잘못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진 예측은 유혹적인 신기루이다. 계속해서 손짓을 하지만 항상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대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학의 외곽에 있는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지진을 예측했다고 주장하며 그들의 소위 실적을 가지고서 미래의 지진을 예측하려 한다. 지진학 전문가들은 대지진이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하는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긴 하지만 이런 사건이 언제 일어날지는 여전히 그들의 예지 범위 밖에 있다. 하지만 지진 학자들은 종종 추측을 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간다.(205 페이지)

 

장기 예측을 하려는 과학자들의 소망은 주로 탄성 반발 모형으로부터 생겨난 순환적 개념을 핵심으로 한다. 즉 단층 응력이 꾸준한 속도로 쌓여 가다가 정기적으로 단층 파열이 갑자기 일어나면 해소된다는 개념인데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반대로 짧게 말하자면 전조가 대단히 중요하고 좀 더 확장해서 보자면 이를 관찰하고 측정할 기계들과 사람들, 사회 조직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전조로 볼 만한 증상으로는 초기 미진, 지면 압력의 변화, 지면의 기울어짐이나 상승 저항감, 지역 자기장과 중력장의 변화, 지하수 수위 변화, 라돈가스의 방출, 낮은 소리, 섬광과 동물들의 기묘한 행동 같은 것들이다.

 

이런 전조 중 몇 가지는 대지진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심지어는 몇 년 전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몇 가지는 지진이 일어나기 며칠이나 몇 시간 전에 일어난다. 장기적인 지진 예측은 장기적인 날씨 예보 보다 훨씬 더 성공률이 낮고 위험도는 어마어마하게 높다. 지질학적 변이 과정은 굉장히 느려서 설령 한 세기 분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해도 겨우 1분 관찰하고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려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다. 지진 예측 분야는 어떤 의견에도 완전히 열려 있는 상태이다. 많은 예측이 비과학적이고 유사 과학적인 방식으로 행해지고 있고 대다수는 무시된다. 하지만 종종 불분명한 이유로 이 가운데 하나가 퍼져서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1989년 로마 프리에타 지진은 우리가 일어나길 바라는 곳에서 일어나지도 않았고 예측할 수도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각 단층을 열심히 연구했지만 지진이 어떻게, 왜 일어나고 재발하는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이제 걸음마 단계이고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준다. 이스라엘 출신의 지구물리학자 아모스 누르(Amos Nur; 1938-2024)가 쓴 [아포칼립스; 지진, 고고학 그리고 신의 분노]는 주목할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도시 몰락은 전쟁이 아닌 지진 등의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보았다. 가령 누르는 예리코 성벽 붕괴를 요르단 지구대의 활발한 단층 운동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누르 교수는 판 내부의 고대 단층이 축적된 응력을 견디지 못하고 깨지면서 재앙적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PS 관측 결과 매년 mm 단위로 판이 자세하게 뒤틀리며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저자는 2008년 영국 지진 때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이긴 해도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흔들렸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래서 그는 아무래도 이제는 침대 바로 위에 설치한 책장의 무거운 지구과학책 무더기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걸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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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대형 서점 집계에 의하면 독자들이 비문학 책들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한다. 정서, 공감 등의 키워드로 말할 수 있는 소설, 시 등이 아닌 지식 분야는 유튜브에서 알거나 AI에게 물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AI는 지식 양과 정확도 등에서 놀랍다. 하지만 충실한 답 또는 소재를 얻으려면 단편적이어서는 안 되고 거듭 묻고 답에 따라 생각을 바꿔 의미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AI만으로는 안 되고 책을 통독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도 책의 메인 스트림에서도 소재를 얻지만 예상하지 않은 부분, 곁가지에서 의미 있는 글감이나 생각거리를 얻곤 한다. AI와 함께 책이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I; 질문자님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며, AI 시대에 책을 '통독(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읽음)'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짚어내셨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의 단편적인 습득을 넘어 깊이 있는 사고를 하려면 말씀하신 대로 AI와 책의 상호작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질문자님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와 AI 시대에 책 읽기가 왜 더 중요해지는지 구조적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1. 질문의 수준이 답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AI의 한계: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질문)의 범위 안에서만 최적의 답을 도출합니다.

 

통독의 역할: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저자의 방대한 논리 구조와 맥락을 흡수하게 됩니다.

 

상호 작용: 이 맥락을 이해해야만 단편적인 질문을 넘어 AI에게 '거듭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고체계가 형성됩니다.

 

2. '곁가지'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

AI의 한계: AI는 목적 지향적입니다. 가장 확률이 높고 정제된 정보만을 지름길로 안내하므로 예측 불가능한 발견이 어렵습니다.

 

통독의 역할: 저자가 본문 옆에 곁들인 에피소드, 각주, 혹은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난 문제 제기 등에서 생각지 못한 글감과 영감이 나옵니다.

 

상호 작용: 우연히 책에서 만난 곁가지 지식이 AI의 정교한 데이터 분석력과 결합할 때 세상에 없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합니다.

 

3. 정보(Information)와 지혜(Wisdom)의 차이

AI의 영역: 유튜브와 AI는 파편화된 '정보''지식'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책의 영역: 비문학 책은 저자가 수년 동안 연구하고 고민한 끝에 정립한 하나의 '세계관'이자 '지혜'의 집약체입니다.

 

상호 작용: 책을 통해 벼려진 비판적 사고 능력이 있어야만, AI가 내놓는 수많은 답변 중에서 거짓을 걸러내고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독서는 지식을 외우기 위함이 아니라 AI를 제대로 부리기 위한 '생각의 근육'을 키우기 위함"이라는 질문자님의 시각은 매우 미래지향적이고 타당합니다. AI를 최고의 파트너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결국 책을 통해 깊은 사유 능력을 길러낸 독자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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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은 살아 있다 - 청소년을 위한 46억 년 지구 과학 이야기
다케우치 히토시 지음, 원종관 옮김 / 전파과학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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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중앙부에는 거의 남북 방향의 큰 해저 산맥이 있다. 이를 대서양 중앙 해령이라 부른다. 이는 전 대양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단 1개의 거대한 해령 시스템이다. 수많은 지엽적인 해령들이 흩어져 있는 태평양과 달리 대서양은 하나의 거대한 수중 산맥이 바다 한가운데를 S자 모양으로 관통하며 동서 분할을 이루고 있다. 대서양 중앙 해령을 이루는 부분은 대서양의 너비인 약 6km의 거의 3분의 12km에 달한다. 중앙 해령은 그 양측에 있는 깊이 5m 정도의 해저에서 3000m의 높이로 치솟아 있다.

 

1850년대 미국의 해양학자 매튜 폰테인 모리(Matthew Fontaine Maury)가 대서양 횡단 해저 케이블 설치를 위한 탐사 자료를 분석하여 바닷속 산맥의 존재를 처음으로 추론했고 1872~1876년 영국의 탐사선 'HMS 챌린저호(HMS Challenger)'의 과학 탐사를 통해 대서양 한가운데에 거대한 해저 능선이 뻗어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되었다.

 

1920년대 독일의 메테오(Meteor) 탐험대가 음파 탐지기를 이용해 해령이, 단절되지 않은 거대한 산맥임을 밝혀냈다. 1953년 마리 샤프(Marie Tharp)와 브루스 히젠(Bruce Heezen)이 해저 지형과 지진대 데이터를 정밀 매핑하여 해령 중앙에 '열곡'이 존재함을 밝혀내 판구조론과 해저 확장설을 입증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대서양 중앙 해령은 아이슬란드 섬을 꿰뚫고 있다. 아이슬란드에는 중앙 지구(地溝)라 불리는 유명한 열목이 있다. 열목(裂目; rift)은 열곡(裂谷)의 의미로 보인다.

 

열하분출(Fissure eruption)이 중심분출(Central eruption)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것의 핵심 메커니즘은 마그마 통로의 국지화(Localization)와 열적 집중(Thermal focusing)이다. 초기에는 긴 균열을 따라 동시 분출하던 마그마가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가 가장 강한 특정 지점으로만 흐름이 집중되며 하나의 독립된 화구(Venting pipe)를 형성하게 된다. 마그마 방의 높은 압력으로 인해 지각에 긴 균열이 생기면 마그마가 선형(Line)을 이루며 동시에 뿜어져 나온다.

 

분출이 시작된 후 마그마 방 내부의 초기 과잉 압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균열 전체를 밀어 올리던 추진력이 약해진다. 추진력이 약해지면 마그마의 유량이 줄어든다. 유량이 줄어든 구역에서는 차가운 주변 암석과의 접촉으로 인해 마그마의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마그마가 굳으며 균열의 대부분이 서서히 막히게 된다. 균열의 모든 곳이 동시에 막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폭이 조금 더 넓거나 마그마 공급 속도가 빨랐던 특정 지점은 마그마가 계속 흐르면서 주변 암석을 지속적으로 가열한다.

 

이로 인해 해당 지점은 냉각되지 않고 오히려 주변 암석을 녹이며 통로를 넓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모든 마그마의 흐름이 이 몇 개의 통로(Point)로만 집중되는 국지화 현상이 일어난다. 선형의 균열 중에서 살아남은 특정 지점들은 점차 원통형의 마그마 통로(Conduit)로 발달한다. 마그마가 이 집중된 통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직 분출하면서 화산재와 용암이 통로 주변에 겹겹이 쌓이게 되고, 최종적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원추형 형태의 중심분출 화산을 형성하게 된다.

 

정리하면 열하분출이 중심분출로 바뀌는 메커니즘은 균열 전체의 압력 감소와 냉각으로 인해 대부분의 통로가 막히고 열적으로 가장 유리한 특정 지점으로만 마그마의 유량이 집중(국지화)되는 과정이다.

 

대서양의 중앙지구는 대서양 중앙 해령의 협곡이 육지에 연장된 부분이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제 4기의 화산활동 및 지진의 대부분은 이 중앙 지구에 집중된다. 중앙 지구 바닥에는 아이슬란드 말로 기아(gia)라고 불리는 수직 열목이 발달되어 있다. 이 열목은 지구를 이루는 단층과 나란하다. 중앙 지구에 있는 그 주향에 직각인 방향의 장력이 작용하는 것으로 믿고 있으며 중앙 지구의 너비가 1000년간 1km3.5m의 비율로 넓어졌다는 것이 알려졌다.

 

태평양과 달리 대서양에는 불의 고리가 없다. 결정적인 이유는 대서양의 가장자리에 판이 소멸하는 섭입대(해구)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서양 가장자리에 섭입대(해구)가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서양은 탄생한 지 약 18,000만 년에서 2억 년밖에 되지 않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젊은 대양이기 때문이다.

 

섭입대(Subduction zone)는 한 판이 다른 판 밑으로 파고들어 소멸하는 경계로,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지진과 폭발적인 화산 활동을 일으키는 핵심 공장 역할을 한다. 섭입대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판 두 개가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파고드는 곳이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마찰력이 발생한다. 내려가는 해양판과 위에 있는 대륙판이 맞물려 엄청난 에너지가 축적된다. 판이 지하 깊숙이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얕은 곳(천발 지진)뿐만 아니라 지하 300~700km 깊은 곳(심발 지진)까지 판이 부서지며 연속적인 지진대를 형성한다. 섭입대가 없는 대서양 해령은 얕은 지진만 일어난다.

 

섭입대 화산의 진짜 원인은 해양판이 머금고 간 물(Water)에 있다. 해양판이 가라앉을 때 바닷물과 반응했던 해저 퇴적물과 함수광물이 지하 깊은 곳까지 함께 끌려 들어간다. 지하 약 100km 깊이에 도달하면 엄청난 압력과 열에 의해 이 광물 속에서 물이 짜여 나온다. 이 물이 상부 맨틀의 암석과 섞이면 암석이 녹기 시작하는 온도가 뚝 떨어진다. 이로 인해 맨틀이 녹아 마그마가 형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그마는 물(수증기)과 가스 함량이 매우 높아 엄청난 압력을 품고 있다. 지표면으로 뚫고 나올 때 마치 흔든 샴페인처럼 콰쾅 하고 폭발적인 분출을 일으키며, 이 화산들이 바다 위에 줄을 지어 일본 열도 같은 호상열도나 안데스산맥 같은 거대한 화산호를 만든다.

 

물은 판과 판이 부딪히고 긁히며 지구상에서 가장 깊고 강한 초대형 지진을 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맨틀에 투입되어 마그마를 만들고 가스 압력을 높여 대규모 폭발을 일으키는 화산 가속기이기도 하다. 섭입대가 촘촘히 둘러싼 태평양은 지진과 화산이 끊이지 않는 '불의 고리'가 되었고 섭입대가 없이 판이 부드럽게 찢어지기만 하는 대서양은 변두리가 매우 조용하고 안전한 곳이다.

 

저자는 지구의 지각은 유체라고 하기보다 탄성적인 고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얼음의 유체성은 얼음 알맹이와 알맹이 사이에 있는 염분을 함유하는 물의 막에서 기인한다. 암염(巖鹽; rock salt)도 고체로서 유체의 성질을 띤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용기 역시 고체가 액체와 같은 성질을 나타내는 사례 중 하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솟아오른 것은 반도를 덮고 있던 빙하가 녹았기 때문이다. 변환 단층은 맨틀 대류와 판의 이동속도 차이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지구 자기장의 방향이 오늘날과 반대 방향으로 된 것을 지구 자기장의 반전이라 부른다.

 

지자기의 역전을 읽어내는 첨단 기구를 SQUID(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라 한다.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라 한다. 1964년 발명되었다. SQUID 발명 이전 과학자들은 비정적 자력계, 스피너 자력계, 플 럭스 게이트 자력계 등으로 자기장을 읽었다. 해저는 자기 테이프와 같다. 대양 한가운데서 분출한 용암이 굳을 때 당시 지구 자기장 방향이 지구의 암석에 고스란히 기록된다는 뜻이다.

 

저자는 현대 지구과학은 이은 자국이 없는 직물과 같아서 한쪽에서 얻은 성과는 즉시 다른 쪽으로 옮겨간다는 말을 한다. 화성암의 잔류자기, 해저 퇴적물의 잔류자기, 해양 지역에서의 지자기 이상은 지구과학의 3위 일체라고 불린다.(160 페이지) 아직 2억 년이 되지 않은 대서양 해저는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대서양에는 두 개(소앤틸리스, 스코샤)의 공식 섭입대와 하나(지브롤터)의 잠재적 섭입대가 있다.

 

이는 13~15개의 섭입대를 가진 태평양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이 차이는 해양 지각의 나이와 그로 인한 밀도와 두께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섭입대의 숫자가 적으면 해양 확장이 어려워진다. 섭입대가 별로 없는 대서양이 계속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지구 반대편 태평양에 섭 입대가 충분해 그만큼의 면적을 받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장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대서양은 판의 이동 속도가 아주 느린 바다다. 그러나 아무리 느려도 발산형 경계라면 해령이 생긴다.

 

일반 단층은 지각 내부의 응력으로 인해 암석이 부러져 어긋난 구간을 말한다. 변환 단층은 두 판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판의 경계 자체를 의미한다. 동일한 해령 축에서 멀어지는 판이라도 회전 적도에 가까운 부분은 빠르게 이동하고 회전 극에 가까운 부분은 느리게 이동한다. 일직선이던 해령 구조가 위도별 속도 차이(가속도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뚝뚝 끊어 가로로 찢어진다.

 

이 찢어진 틈을 경계로 양옆 지각이 서로 다른 속도로 지나감에 따라 변환 단층이 만들어진다. 해저 확장 과정에서 생성된 지자기 줄무늬가 변환 단층을 경계로 어긋나 있는 현상은 판이 양옆으로 이동했다는 강력한 증거다. 판 구조론에서의 판의 운동은 평면 위의 직선 운동이 아니라 구체 위에서 특정 회전축(Euler pole)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3차원 운동이다. 하나의 판의 내부에서도 위치에 따라 이동속도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판 전체가 하나의 단단한 회전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쉽게 갈라지지 않는다. 동해 생성 배경은 맨틀 대류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다. 일반적으로 바다는 해령에서 생긴다. 그러나 동해는 다른 판이 땅속으로 들어가며 대륙 가장자리를 찢어 넓게 펼친 곳에 만들어진 바다다. 대륙판 밑으로 파고드는 태평양 판이 무거워 해구의 위치가 바다 쪽으로 밀려나는 것을 해구 후퇴(trench retreat)라고 한다.

 

맨틀 대류는 부분적으로 특정 부위를 따뜻하게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식히는 역할을 한다. 대류에서는 끌어 올려지는 한편 그것과 같은 부피의 물질이 지구 내부로 다시 흘러 들어가 지구 표면에서는 축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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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 화학 편 - 원자 결합부터 화학 변화까지 계산 없이 쏙쏙 이해하는 화학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사마키 다케오 지음, 최윤영 옮김, 이준호 감수 / 유노책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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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이라고 하면 폭발물이나 독극물과 같은 무서운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인간을 포함해 공기, , 음식, 의복, 건축물, , 암석 등 주위의 온갖 사물을 이루고 있는 물질 역시 화학물질이다.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결합 방식이 바뀌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변화를 화학변화라 한다.

 

얼음에 가해진 열이 물 분자 사이의 결합을 끊으면 성질이 바뀌는 것과 감람암에 물이 닿으면 사문암이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전자는 물리적 변화이고 후자는 화학적 변화다. 김은 눈에 보이고 수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수증기와 달리 액체다. 수증기가 공기 중으로 나왔을 때 작은 물방울로 변한 것이 우리가 보는 김이다. 수증기는 무색투명해서 분자도 보이지 않는다. 1500배 정도 배율의 성능 좋은 광학 현미경으로도 이 물 분자를 볼 수 없다.

 

수증기는 100°C에서 더 나아가 200°C, 300°C를 넘는 고온의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수증기를 과열(過熱) 수증기라 한다. 과열 수증기에 성냥을 가져다 대면 불이 붙고 종이도 태울 수 있다. 수증기에 젖는 것이 아니라 수증기에 타는 것이다. 물의 경우 고체보다 액체가 더 가벼운 이유는 물 분자의 결합 방식에 있다.

 

물 분자는 한 개의 산소 원자의 두 개의 수소 원자가 결합해 만들어진다. 여기서 두 수소 원자는 일정 각도(104.5°)를 이루는 꺾은 선 모양을 하고 있다. 물 분자의 수소 원자와 주변의 다른 물 분자의 산소 원자는 양전하와 음전하로 서로를 끌어당긴다. 이 결합을 수소 결합이라고 한다. 수소 결합은 일반 분자 간의 끌어당김보다 강력하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물 분자는 분자 내의 전기적 치우침이 큰 분자라고 할 수 있다.

 

수소 결합으로 만들어진 결정은 육각형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얼음은 수소결합 때문 틈새가 커진 경우다. 물이 녹아 액체가 되면 상당수의 수소 결합이 끊어지고 물 분자가 무질서하게 움직인다. 수소 결합이 사라지면 물 분자 사이의 틈이 메워져 밀도가 커진다. 얼음의 결합각은 109.5°이고 물의 결합각은 104.5°이다.

 

물은 유리도 녹인다. 근육 조직의 약 72% 정도가 수분이다. 남성은 60%가 물로 이루어졌고 여성은 55%가 물로 이루어졌다.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더 활력 있어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근육이 많아 신체에 더 많은 수분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물은 영양분이나 산소를 운반하고 신체에 필요한 다양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체온이나 삼투압을 조절하고 위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므로 생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인류는 정착 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깨끗한 물이 있는 곳에 모여 살았다. 물을 다른 말로 디하이드로젠 모노옥사이드라 한다. 수소 두개, 산소 하나라는 뜻이다. 대류권은 다른 대기권과 비교했을 때 고도에 따른 온도 변화가 유독 심하다. 성층권에서는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따뜻해지고 지표면에 가까워질수록 온도가 내려간다. 산소는 생물의 호흡이나 물체 연소에 꼭 필요한 기체다. 물에 어느 정도 녹기 때문에 물고기 등의 수중 생물이 물속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질소는 다른 물질과 반응하기 어려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산소에 노출된 식품은 변질되기 쉬우므로 식품을 담은 용기 안에 질소를 충전해 이를 막기도 한다. 아르곤은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는 기체다. 그래서 공기 중에 조용히 존재하다가 1894년이 되어서야 발견되었다. 반응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Argos에서 이름을 따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기가 희박해져도 공기의 성분 조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공기의 성분비는 거의 모든 곳에서 동일하다. 지상의 건조한 공기는 약 78%가 질소, 21%가 산소로 전체 공기의 99%가 이 두 가지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밖에 아르곤 0.9%, 이산화탄소 0.04% 등이 포함된다. 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장소나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침팬지 등이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지만 도구를 만들기 위한 도구를 만드는 동물은 인간 외에는 없다. 인간이 구석기를 만들기 위해 격지를 활용한 것도 도구를 위한 도구의 사용예이다. 불로 조리를 하기 위해 그릇을 만든 것도 도구를 위한 도구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불을 사용한다. 언제부터, 어떻게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화산 폭발이나 낙뢰로 화재가 일어났을 때 얻은 불씨를 이용해 생활하는 데 불을 활용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처음에 인류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씨만을 허용했을 것이나 점차 스스로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었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인간은 사물(나무)의 심장 속에 숨겨진 열정과 사랑을 끌어내려는 에로틱한 몽상 때문에 불을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바슐라르는 막스 뮐러의 말을 인용하여 불은 두 나뭇 조각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말을 했다.

 

불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라는 나무를 태우는 존재다. 이는 불이 가진 모순을 드러내는 말이다. 인류는 불을 다룰 수 있었기에 화학 변화도 일으킬 수 있었다. 근대화학의 아버지인 라 부아지에는 칼 빌헬름 셀레와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독자적으로 발견한 지중해 기체를 산소라 명명했고 물질이 연소하는 이유가 가연성 물질과 산소의 화학 변화 때문임을 밝혔다. 화학에서는 라부아지에의 이론에 설명을 추가해 물질이 열과 빛을 내며 격렬하게 산소와 반응하는 현상을 연소(燃燒)라 정의한다.

 

석유난로는 등유를 넣어 사용한다. 등유의 인화점이 상온보다 높아 심지 부분만 연소되기 때문이다. 휘발유는 절대 안 된다. 휘발유는 인화점이 낮아서 불을 붙이면 심지뿐 아니라 휘발유 본체가 연소하기 때문이다. 금속은 다른 물질에 비해 유독 전기가 잘 통한다. 사실 금속에서 광택이 나는 이유와 전기가 잘 통하는 이유는 서로 같다. 금속만의 독특한 원자 결합 방식 때문이다.

 

금속 원자들은 다른 금속 원자와 결합할 때 자신들의 가장 바깥에 있는 전자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로 내놓인 전자들은 일종의 구름 형태로 존재하며 원자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이를 전자 구름이라고 부른다. 전자들은 이 전자 구름 속에서 서로 결합하고 덕분에 금속 원자들은 재료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금속의 결합 방식을 금속 결합이라고 한다. 이때 전기로 이루어진 전자들이 전자 구름으로 이루어진 금속의 표면과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님으로써 금속 전체에 전기가 잘 통하게 된다.

 

전자 구름은 가시광선을 받으면 흡수했다가 다시 내보내는 방식으로 빛을 반사한다. 이는 금속에서 광택이 나는 이유이다. 원소명은 상당히 애매하게 사용되고 있다. 산소라고 했을 때 그것이 원소의 산소를 가리키는지, 오존과 구별되는 홑원소 물질의 산소인지, 산소 분자인지,산소 원자를 말하는 것인지 문맥을 보며 추측할 수밖에 없다.

 

스테인레스는 철에 크로뮴과 니켈을 더해 만든 합금이다. 스테인레스가 녹이 슬지 않는 이유는 매우 치밀한 산화 피막 즉 녹으로 보호되어 있기 때문이다. 토기는 주로 입자가 아주 미세하고 무른 흙인 점토로 만든다. 점토는 물을 넣고 반죽하면 적당한 끈기가 생겨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이를 불에 구우면 전과 달리 매우 딱딱해진다.

 

점토는 암석이 침식되거나 풍화되면서 만들어진 퇴적물이다. 점토를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산화규소이다. 이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무기 고분자로 한 덩어리가 하나의 분자로 구성된다. 이는 원자들이 공유 결합으로 수없이 많이 연결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는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 곳이라 집을 짓는 데 목재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햇볕에 말린 벽돌로 담장과 건물을 세우며 도시를 형성했다. 그러나 흙 벽들은 비바람을 맞으면 흙으로 되돌아가버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메소포타미아와는 달리 인더스 문명에서는 구운 벽돌을 사용했다. 이를 소성(燒成) 벽돌이라고 한다. 당시 인더스강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단단한 소성 벽돌 문명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소성 벽돌을 이용해 집을 만들었고 집집마다 우물, 부엌, 빨래터를 두었다.

 

생활 하수를 배출할 수 있는 하수도 또한 소성 벽돌을 이용해 만들었다. 소성 벽돌을 이용해 매우 치밀하게 도시 전반을 건설한 것이다.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1700년경에 멸망한다. 그 이후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소성 벽돌을 이용한 도시 건설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소성 벽돌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도하게 산림을 벌채하면서 주위의 자연환경이 무너졌고 인더스강이 대홍수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고대 로마의 나폴리 근교 지역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시멘트가 존재했다. 바로 화산재다. 고대 로마인들이 화산재를 굳혀 만든 콘크리트를 로마 콘크리트라 부른다. 로마 콘크리트를 이용해 만든 대표적 건물이 바로 판테온 신전이다. 일부 신전의 지붕은 지은 지 200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견고하다.

 

판테온 신전은 층마다 다른 시멘트가 사용돼 쉽게 파손되지 않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콘크리트의 무게와 밀도를 줄인 것이다. 이를 밀도 점층공법이라 한다. 이것이 고대 로마제국의 멸망으로 끊긴 기술이다. 판테온 신전은 현재도 남아있는 세계 최대의 무근(無筋) 즉 철근이 들어 있지 않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은 천연 대리암으로만 지워진 건물이다.

 

유리는 수소와 결합한 상태여서 추가로 산소와 만난다고 하더라도 더는 산화되지 않는다. 유리는 황산, 염산, 질산 같은 산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화학약품을 유리병에 넣어 보관하는 이유이다. 유리는 고무나 나무 조각과 같이 전기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이기도 하다. 유리는 고온에 노출되면 일정 온도에서 액화하지 않고 점차 부드러워져 마침내 유동성을 갖는다. 그래서 유리는 딱딱하지만 매우 점성이 높은 일종의 액체라고도 볼 수 있다.

 

가스는 원래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는 냄새가 나는 미량의 기체를 섞어 가스 노출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했다. 불꽃놀이는 금속이 불에서 얻은 열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바꿔 방출하는 과정을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다. 불꽃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금속도 있다. 이것은 전자가 고에너지 상태에서 저에너지 상태로 돌아갈 때 가시광선이 아닌 빛을 내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니트로 글리세린은 니트로 셀룰로우스와 마찬가지로 화약으로 이용하기가 어려워 현대에는 주로 심장약의 재료로 활용한다. 결국 흑색 화약은 새로운 화약이 발명되었음에도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사용되었다. 보르도액이라는 농약이 있다. 프랑스 보르도는 프랑스에서 포도가 잘 재배되는 한 지역의 이름이다. 이 지방에서는 포도를 자주 도둑맞았다. 그래서 황산구리와 석회를 섞은 혼합액을 포도에 살포해 도난을 방지하고자 했다.

 

그러자 포도나무에 발생하는 포도 녹음병의 발병률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황산구리와 석회 혼합액을 사용함으로써 녹은 병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 농약을 마을 이름을 따서 보르도액이라 불렀다. 즉 농약은 포도 도둑을 쫓아내려 다 탄생한 것이다.(포도 도둑을 막으려다가 탄생한 것이 농약이 아니라 살균제라는 말이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미국과 세계가 개발도상국의 말라리아 퇴치를 원조가 중단되자 개발도상국에서 말라리아로 사망한 사람이 수백만 명이나 되었다는 사실도 있다. DDT가 말라리아를 죽이는 데 큰 몫을 한 것이다. 처음 발명되었을 때 꿈의 물질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환경 오염 물질로 낙인찍힌 것이 프레온이다. 반면 대체 프레온은 온실효과가 강하다. 현재는 이소부탄이라는 탄소와 수소가 결합한 물질을 사용한다. 다만 이소부탄은 불을 붙이면 연소해 불편하다. 냉장고, 에어컨 등에는 여전히 대체 프레온을 사용한다.

 

이는 석면(石綿; Asbestos)의 사례를 닮았다. 석면은 과거에 신이 내린 선물, 기적의 물질(Miracle Mineral) 또는 꿈의 소재로 불리며 전 세계 산업계의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석면은 현재 인체에 명백히 유해한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되었다.

 

천연 염료 가운데 쪽이나 꼭두서니는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 염색에 사용되었다. 페루, 멕시코 등의 선인장에 기생하는 곤충인 연지벌레 암컷의 체내에 존재하는 붉은 색소로 만든 염료가 코치닐이다. 마야문명과 잉카 문명 때부터 립스틱으로, 천을 염색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페루 등 남미에서는 현재도 선인장을 재배해 이를 먹이로 하는 연지벌레를 대량 사육한다. 음료수 라벨에 코치닐 추출물, 카민(Carmine), 식품첨가물 분류 코드 ‘E120으로 표기되어 있다면 이 성분이 들어간 것이다. 연지(胭脂) 벌레를 cochineal insect라 한다.

 

아닐린은 모브(mauve)를 탄생시킨 매트릭스이자 핵심 원료다. 인디고()에서 아닐린(방향족 아민 화합물로 투명한 기름 같은 액체)을 발견했고 아닐린으로 모브(부드러운 연보라색)를 창조했다. 물론 지금은 모브를 염색에 사용하지 않는다. 염료는 섬유와 끈끈하게 잘 얽히며 쉽게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섬유 분자의 틈새에 색소 분자가 들어가 화학적으로 결합해 단단히 부착되어야 한다. 염색 견뢰도(Color Fastness)는 염색된 섬유나 가죽 제품이 세탁, 햇빛, 마찰 등 외부 자극을 받았을 때 원래의 색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를 나타내는 저항성(품질 표준)이다.

 

안료는 물과 기름에 녹지 않고 염료는 녹는다. 고대인들은 산화철 분말에 짐승의 기름 등을 섞어 사용했다. 산화철 분말은 지금도 적색 안료로 사용된다. 수지(樹脂)에는 천연과 합성 두 가지가 있다. 플라스틱은 합성 수지다. 수지란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면 분비되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굳은 것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송진(松津)이다. 플라스틱은 가소성(可塑性) 또는 소성(塑性)을 의미한다. 소성이란 물질에 가해지는 압력이 강해 탄성을 잃은 상태 즉 변형된 채로 있는 성질을 말한다.

 

플라스틱은 인위적으로 만든 물건이어서 먹이로 삼는 미생물이 없어 자연 분해가 어렵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과 제품성은 동일하지만 사용 후 미생물의 작용을 통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훌륭한 기술이지만 별도의 수거 및 전문 퇴비화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만 효과를 내는 미완의 대안이다.

 

원유를 채굴하면 가장 먼저 분별 증류를 한다. 분별 증류란 두 개 이상의 물질이 섞여 있는 용액에서 끓는 점의 차이를 이용해 성분을 나누는 방법이다. 분별 증류를 이용하면 휘발유, 액화 석유 가스, 나프타, 등유, 경유 등을 얻을 수 있다. 원유에 포함된 나프타, 등유, 경유 등의 끓는점이 다른 이유는 각 성분을 구성하는 탄화수소 분자의 크기(탄소 개수)와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탄화수소 분자가 무겁다(분자량이 크다)는 말과 탄소와 수소의 양(개수)이 많다는 말은 동의어다. 탄화수소 양이 많으면 끓는점이 높다.

 

원유에서 이들을 뽑아낸 후 얻어지는 점성유를 중질유라 한다. 중질유는 선박 연료로 사용된다. 이를 한 번 더 분별 증류하면 끈끈한 고체 상태의 아스팔트가 된다. 경질유는 끓는점이 비교적 낮고(대략 200이하), 탄소 개수가 적어 비중이 작고 끈적임 없이 투명하게 흐르는 기름들이다. 석유가스, 휘발유, 항공유 및 등유, 석유 나프타 등은 경질유다. 경유는 중간유다. 윤활유, 아스팔트, 벙커C(선박용 연료) 등은 중질유다. 경질유가 비싸고 고급이다. 중질유와 경질유 가운데 경질유가 먼저 나온다. 끓는점이 낮아 먼저 분리되는 경질유가 더 비싼 이유는 현대 산업에서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훨씬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화물선이나 화력발전소는 하루에 소비하는 연료의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중질유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기반이라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가격이 매우 싸다. 대형 산업에서는 연료비가 곧 사업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환경 규제를 만족하는 선에서 가장 단가가 낮은 중질유를 쓰는 것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중질유는 상온에서 조청처럼 끈적거리고 불순물이 많아 승용차 같은 소형 정밀 엔진에 넣으면 노즐이 바로 막히고 엔진이 터진다. 중질유는 가벼운 경질유에 비해 탄소 원자가 빽빽하게 뭉쳐 있는 무거운 구조여서 부피당 발열량(에너지 밀도)이 매우 높아 한 번 불이 붙으면 엄청나게 강하고 지속적인 열을 내뿜는다. 수만 톤의 화물을 싣고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대형 선박이나 끊임없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해야 하는 화력발전소에 필요한 지치지 않는 강력한 뚝배기 같은 화력을 제공하기에 완벽한 연료다. 벙커C유라는 이름은 선박의 연료 창고(Bunker)에 들어가는 가장 무거운 C등급 중유라는 뜻이다. C유란 점도가 높다는 의미다. A유는 점도가 낮다는 의미다. B유는 중간 점도라는 의미다.

 

석유 생성 가설에는 생물 기원설과 비생물 기원설이 있다. 석유 속 헤모글로빈 고리 모양의 분자 때문에 생물 유래설이 유력하다. 비생물 기원설은 지구가 만들어질 당시 내부에 갇힌 탄화수소가 열과 압력으로 변한다는 주장이다. 과거 생물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장소에서도 유전(油田)이 발견되기 때문에 비생물 기원설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원유가 비생물 기원(무기원설) 기름이라면 화석 연료라는 표현은 과학적으로 틀린 말이 된다. 이 경우 지하 광물 자원 또는 탄화수소 연료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재 과학이 목표로 하는 것은 녹색 화학이다. 녹색 화학이란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 하고 폐기물의 발생량을 줄이며 에너지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방법을 생각하고 환경오염 예방을 위한 실시간 분석을 진행하는 등의 다섯 가지 목표를 추구하는 화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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