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옥주(高玉柱) 시인의 ‘나무 나무’를 출판사를 통해 직접 구입했다. 긴긴 27년의 시간만에 내게 온 시인의 첫 시집이다. 30대 초반의 젊은 시인의 흑백 사진이 아스라한 추억 하나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를 한 시집이다.

계절로 보나 내 마음에 비추어 보나 ’흰 목련‘이란 시가 눈에 띈다. 어서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마음의 진정한 봄도 아울러 바라며 시를 읊는다.

겨우내
꽃 피는 시늉으로 견디다
주춤한 숨결에
느닷없는 흰 횃불이다

목련은 어떻게 사랑하나
먼저 피어나
막 가슴 부풀리는
어린 것의 순결을 바라보고
굵은 빗방울만 흩어보내다
가슴 속의 말 전하지 못하여
봄날 햇살 아래
기진맥진
맨 몸뚱아리로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가장 진한 사랑의 말이다

겨우내 그 자리 지나며
가슴에 불 켜는 시늉.

맑고 고운 시이다. ’다시 목련‘이란 시에서 햇빛 길목으로 몰려 고개 내민 목련 송이들을, 아껴두고 하지 못한 가슴속 말이 펑펑 터뜨려진 것으로 표현한 시인의 또 다른 목련 시이다.
목련의 계절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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