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탁본(拓本)과 살청(殺靑)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기에 시름하는 사이 김포 장릉(章陵)에 가기 위해 탄 소요산역 6시 4분 출발 전철은 의정부를 지나고 있다.

덜 깬 머리를 달래기 위해 음악을 들으면서 시를 골랐다.

권현형 시인의 ‘포옹의 방식‘에 실린 시편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생각을 덧붙여야 한다.

‘고통의 탁본‘은 ˝사진은, 슬픈 노래는, 연애는 산 자의 혼을/ 희고 검게 때로는 푸르게 탁본한다˝는 구절이 마음을 붙잡는 시이다.

‘살청, 푸른빛을 얻다‘는 ˝무연하게 깜박이는 흰 빛을 말하는 것이라면/ 부칠 수 없었던 내 뜨거운 문장들도 부디 살청이었길˝이란 구절이 생각을 이끄는 시이다.

탁본(비석, 기물, 기와 등에 새겨진 글씨나 무늬를 종이 위에 떠내는 것)은 탁본이고 살청(대나무를 불에 쬐어 그 푸른 빛을 없애는 것, 사서나 기록이나 서적을 달리 이르는 말)은 살청이다.

대칭적인 탁본과 살청에 대해서는 잠시 못잔 새벽 잠을 보충하고 나면 말할 수 있을까? 장릉을 순례하고 나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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