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근 들은 시 강의 중 가장 알차고 흥미롭고 자유로운 강의가 어제 용산도서관에서 열린 이혜미 시인의 강의였다고 자신한다.

우리는 연말연시를 운(韻)으로 하는 4행시 짓기 과제를 수행했고, 스티커에 질문을 써서 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강의는 자연스럽게 토크쇼처럼 진행되었다.

시인은 4행시를 가장 잘 지은 한 사람과 좋은 질문을 한 두 사람에게 사인을 하고 직인까지 찍은 자신의 시집(‘뜻 밖의 바닐라‘와 ‘보라의 바깥‘)을 선물로 주었다.

나는 좋은 질문을 한 사람 가운데 하나로 뽑혀 ‘보라의 바깥‘을 선물로 받았다. 나는 시집을 받으며 두 시집 모두 있지만 사인을 하고 직인을 찍은 시집을 받게 되어 더 좋다고 말했다.

시인은 4행시 수상자에게 ‘뜻 밖의 바닐라‘를 읽게 한 뒤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에게는 ‘넝쿨 꿈을 꾸던 여름‘과 ‘바난(Banan)‘을 읽게 한 뒤 역시 배경 설명을 했다.

‘넝쿨 꿈을 꾸던 여름‘은 ˝꽃은 물이 색을 빌려 꾸는 꿈˝이란 표현이 마음에 드는 시이다.

내가 한 질문은 운동이든 산책이든 춤이든 명상이든 그런 것들이 생각이나 문체에 영향을 미치는지였다.

시인은 애인을 따라 스킨스쿠버를 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런 것들이 시의 좋은 소재가 된다는 말을 했다.

명상은 아직 해보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나는 운동이나 산책을 하면 리드미컬한 시가 쓰일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시인은 내 질문이 뜻 밖의 질문이라 말했다. ‘뜻 밖의 바닐라‘를 응용해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시인은 좋은 시를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에 대해 말했다.

이 가운데 ‘감정에게 언제나 예의를 차린다‘, ‘다 썼다고 느낀 순간 바로 그 순간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시인은 시를 쓸 때 고칠 부분이 있으면 전체를 다시 쓴다고 한다.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를 필사하느라 손가락에 이상이 생길 정도였다는 시인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것은 성취는 저절로 또는 쉽게 얻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랜만에 참 밝고 유쾌한 강의를 듣게 되어 기분이 좋다. 당분간 그의 시를 읽고 해석하느라 애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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