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비발디(1678 - 1741), 니콜로 파가니니(1782 - 1840),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 - 1936) 등 평온했던 시기(18, 19, 20세기 초)를 살았던 이탈리아의 작곡가들과 달리 루이지 달라피콜라(1904 - 1975), 루이지 노노(1924 - 1990), 루치아노 베리오(1925 - 2003) 등은 격동과 난해의 시대인 20세기 중후반의 이탈리아 음악사를 장식했던 작곡가들이다.

 

달라피콜라는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아놀드 쇤베르크(1874 -1951)달의 피에로를 듣고 충격을 받고 12음 기법의 곡들을 쓰기 시작했고 베리오는 미술작품을 글로 표현하는 기법인 에크프라시스(ecphrasis)란 개념으로 자신의 음악 제목을 설정했다.

 

노노 역시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에 기초한 곡을 썼다. 노노는 후에 쇤베르크의 사위가 된다. 노노는 마르크스적 신념으로 무장하고 안토니오 그람시의 작품을 재해석한 정치적 인물이었다.

 

베리오는 음악은 사회라는 건축가와 역사라는 설계사에 의해 이뤄지지만 각 방은 열려있고 항상 변화무쌍해 정해진 설계도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음악 평론가 폴 그리피스에 의하면 노노는 헌신적인 공산주의자였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음악을 항상 매우 이탈리아적인 서정성으로 메웠고(’현대음악사‘ 203 페이지) 베리오는 정치적 신의가 노노 만큼 솔직하거나 명백하지는 않았지만 얼마간 닮은 노선으로 나아갔다.(같은 책 204 페이지)

 

달라피콜라의 음렬 기법은 전반적으로 수학적이고 더구나 반인간적이라는 혹평을 받았다.(같은 책 154 페이지)

 

미국의 작곡가 에런 코플런드(1900 - 1990)는 현대음악을 어지러운 아수라장 같은 음악으로 설명하며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에릭 사티, 쇤베르크 등의 음악을 아주 다가가기 쉬운 작품으로,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벤자민 브리튼 등의 음악을 조금만 노력하면 다가갈 수 있는 작품으로, 후기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벨라 바르톡, 파울 힌데미트, 아르튀르 오네게르 등의 음악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작품으로, 중기와 후기 쇤베르크, 알반 베르크, 안톤 폰 베베른, 달라피콜라 등의 음악을 매우 까다로운 작품으로 분류했다.(’음악에서 무엇을 들어낼 것인가‘ 309, 310 페이지)

 

작곡가 서우석 교수는 사랑과 고통의 체험을 가진 사람만이 음악을 이해한다는 장 끌로드 피게의 말이 책의 첫 부분에 배치된 물결 높던 날들의 연가(戀歌)‘(1986년 출간)에서 21세기의 인간도 우리와 같은 근본을 가진 인간이기에 우리가 그 음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243 페이지)

 

나에게 현대음악은 욕심을 놓을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명상거리이다. 내 명상 스승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무엇이든 욕망으로 취하지 말고 필요로 취하라는 말씀이다. 음악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정신적 만족을 위해 들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발적이고 낯설고 기괴한 음들에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핀다면 음악은 어려운 것도 쉬운 것도 아닌 사유의 대상이 된다.

 

아름답고 친절한 음악이 아닌 낯설고 불편한 음악을 대할 필요는 이런 까닭에서 생긴다. 물론 가끔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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