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슬리퍼(stress sleeper)란 스트레스를 잠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다. 나도 스트레스 슬리퍼일까? 현대는 거듭 전문 용어가 새로 생겨나는 시대인 듯 하다.
늦은 오후 비염 때문에 병원을 다녀올 때 빗방울을 맞았다. 배낭에 우산이 들어 있었지만 귀찮아 꺼내지 않았다. 날이 추워 웅크린 자세로 버스도 탔었다. 어두운 밤 거리가 이상하게 싫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여덟시 무렵 춥고 쓸쓸하고 피로해 쪽잠을 잔다는 생각으로 누윘다. 이럴 때 나에게는 잠이 최고이다. 어느 정도는 슬픔도 정리되고 피로도 풀리고 의지도 생긴다.
나는 예민한 편이지만 잠을 자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일찍 일어나 어디에 가야할 때는 거의 예외 없이 새벽 두, 세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 같은 것이 있을까? 아니면 스트레스인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다른 주관적인 것일까?
조금 힘든데 큰 스트레스라도 되는 듯 많이 힘들다고 하며 잠을 자가처방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밤 여덟시 무렵 내가 잔 잠은 내일 이후 열흘 정도 이어질 바쁜 상황을 대비한 체력을 세이브하려는 의미의 잠이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