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박식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정색을 하고 말하고 싶다. 지식이 많지 않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그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다듬고 조합하고 내 생각으로 정리해 창의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물론 나는 이렇게 말하지 못하고 내 성(姓)인 박을 활용해 ‘제가 하는 인식을 박식(朴識)이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박식(朴食)합니다‘나 ‘박식(朴息)합니다‘란 말도 가능하지 않을지? 박식(朴食)은 내 식사 습관이고, 박식(朴息)은 내 호흡 방식이다.
사실 모두 중요한 것들이고 어느 것 하나 어렵지 않은 것이 없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 중 한 구절인 ‘함부로 쏜 화살‘이란 구절을 참고해 말하자면 절대 함부로 화살을 쏘듯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헤르만 헤세는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행동하는 것들은 모두 가볍고 부담없고 무심히 넘길 수 있는 것들이지만 시간이 바뀌고 생활의 흐름이 달라질 때 무엇 하나 단순하거나 쉬운 것은 없으며 심지어는 호흡마저 힘들어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시간이 바뀌고 생활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을 무엇이라 할 수 있을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순간들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