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메일 아이디는 anuloma이다. 옛 엠파스 블로그 시절 한 피아니스트는 이 단어가 울지 않겠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인 줄 알았다는 말을 했었다. anuloma는 고유 문자는 없고 발음만 있는 빨리어의 한 단어이다. 적응, 순응 등을 의미한다. 빨리어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사용하신 언어라고 한다.
지난 2002년 강남의 초기불교 수행 센터에 다닐 때 영향을 받아 지은 것이다. 초기불전연구원의 각묵 스님이 해설한 ‘아비담마 길라잡이’에는 anuloma가 수순(隨順)으로 소개되어 있다.(2002년 발행 ‘아비담마 길라잡이’ 779 페이지) 당시 열 차례 일정으로 스님의 아비담마 길라잡이 강의를 들었었다. 스님은 수학을 전공한 수행자여서인지 합리적이고 군더더기 없다는 느낌을 갖게 하셨다.
잘못이라 생각되는 것은 초기 불교의 수행인 위빠사나를 통해 얻는 10 가지 지혜의 마지막 항목인 수순의 지혜를 겁도 없이 내 것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명상의 지혜, 생멸(生滅)을 아는 지혜... 숙고하는 지혜, 행(行)에 대한 평온의 지혜 다음에 오는 수순의 지혜...
현재 ‘아비담마 길라잡이’는 최신 판으로 업그레이드 된 상태이다. 지면도 892페이지에서 1024페이지로 132 페이지나 늘었다. 초기불전연구원이 홍제동에서 울산으로(2004년) 이주한 이래 한 번도 찾지 못한 것이 아쉽고 미안하다.
초기불전연구원은 현재 울산에서 김해로(2010년) 이주한 상태이다. 스님(각묵 스님)의 모습을 한 번 뵙고 싶은데 초기 불교 경전과 주석서 번역 및 저술 등을 해오시다가 지난 2010년 뇌종양 수술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카페에도 잘 가지 않다가 수술 소식을 7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알게 되다니... 부지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