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은 파블로(Pablo)라는 이름의 세 거장이 타계한 해이다.

화가 피카소(4월 8일), 시인 네루다(9월 23일), 첼리스트 카잘스(10월 22일). 우연이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있는 것 같다.

그림, 시, 음악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만의 억지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파블로들의 1973년은 우연이지만 필연인 삶을 비교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사람들은 로베르트라는 이름을 가졌던 독일어권의 두 인물이다.

작가 로베르트 발저(스위스)와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독일). 그들은 불행, 떠남, 정신병, 자살기도 등의 키워드로 분류가 가능한 사람들이다.

발저는 산책을 나선 뒤 눈에 파묻힌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고(1856년) 슈만은 정신병원에서 자의적인 식사 거부로 사망했다.(1956년)

발저는 당연히 혼자였고 슈만 역시 혼자였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는 마지막 기차로 도착하는 요아힘을 마중하려 브람스와 함께 역에 가고 없었다.(미셸 슈나이더 지음 ‘슈만, 내면의 풍경’ 168 페이지)

발저는 실제하는 길을 떠났고 슈만은 자신을 부동(不動)과 근본으로 몰아가려는 강물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실제와 관념의 묘한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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