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신경과학자 콜린 엘러드의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신경과학과 건축, 그리고 심리학을 접목시킨 심리지리학 분야의 책이다.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은데 그 중 하이데거의 철학과 그가 머물렀던 숲 속 집의 상관성을 밝힌 글은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엘러드는 어렵기로 유명한 하이데거의 언어는 그가 평생 머물렀던 숲 속 오두막 주변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산길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또한 하이데거의 책 ‘숲길‘은 독일어로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몹시 어렵게 만드는 숲 속의 복잡한 길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생각하고 머물고 사람들을 만나는 범위가 좁아 삶이 무미해질 때 낯선 곳을 찾아 새 생각거리들을 찾으면 좋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엘러드의 책은 여행을 꿈꾸도록 부추긴다.

4년 전 여름 강화도 고려산 자락의 적석사(積石寺) 인근의 수행자를 찾은 뒤 산 정상에 올라 무심하게 펼쳐진 서해를 바라본 것이 내가 행한 최근 여행이다.

다시 그 분을 찾아 내 어렵고 힘든 근황을 전하고 조언을 얻은 뒤 강화의 다른 산과 바다들을 찾을까?

아니면 더 멀고 낯선 곳을 찾아 쉼이 아닌 일깨움의 일정을 잡을까?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어떤 경우든 새로운 무언가를 일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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