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일상에 커트 보네거트가 자주 등장한다.
보네거트는 영어 선생, 소방수, 자동차 외판원 등의 일을 하면서도 글쓰기의 집념을 꺾지 않고 세계적 명성의 작가가 된 분,
자신의 작품이 특정 장르로 평가받는 것을 거부하며 주류와는 확연히 다른 SF를 쓴 분,
우울하지 않으면 진지한 작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한 분이다.
실제로 보네거트의 어머니는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었고 작가 자신도 우울증으로 자살을 기도했었다.
한 논자는 보네거트의 삶을 우울증과의 전쟁으로 점철된 시간들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보네거트가 만들어낸 쓴 웃음을 짓게 하는 상황 또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너무도 진지하게 그려내는 필력은 대단하다.
여담이지만 보네거트가 전한 글쓰기에 관한 조언이 실린 한 사이트에서 나는 조이스 캐롤 오츠(Joyce Carol Oates: 1938 - )의 말을 만났다.
˝언어 사용은 우리가 죽음과 침묵에 맞서 싸우게 할 만한 유일한 것(The use of language is all we have to pit against death and silence.)”이라는 말이다.
나는 오츠의 말에 공감한다. 글의 힘은 생각의 힘이다.
그리고 그것은 효과면에서 사경(寫經)과도, 절 수행과도, 면벽(面壁) 좌선(坐禪)과도 통하는 신통한 수단이다.
그 수단 또는 방편을 누리는 의미 있는 시간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