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이 늦은 시각에 한강을 건넌다. 뜻하지 않은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지금은 사당에 가는 길. 사당이라야 내가 가는 이유는 변함 없이 책을 사기 위한 것.

언제나 한 아름 풍성하게 책을 살 것 같지만 서점에 들어서면 여러 제약이 힘을 발휘한다.

늘 책 갈증에 시달리는 나는 어쩌면 아귀 같은 존재일지도...

아귀는 목구멍이 바늘처럼 가늘어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늘 굶주림에 허덕인다.

이 아귀에게 부처의 제자 아난이 보시한 데서 비롯된 것이 수륙재(水陸齋)이다.

감로도(甘露圖)는 수륙재에 사용되는 그림이다. 우란분절이 부처의 제자 목련과 관련된 일화라면 수륙재는 아난과 관계된 것.

책은 내게 감로 같은 것. 그러나 현실을 잊고 책만 본다면 진짜 단 맛에 빠져 이런 저런 문제를 안게 될 것이다.

오늘 산 책은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김애리의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인나미 아쓰시의 ‘1만권 독서법‘ 등이다.

사흘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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