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도 아닌데 페친 신청이 거듭 들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진짜 유명인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수준이지요.
바흐의 종교 칸타타를 좋아한다고 말하며 그 수에 맞춰 200명의 친구만 유지하고 싶다는 말을 한 바 있는데 그 수를 80명이나 상회하는 친구를 사귀게 된 것입니다.
바흐의 세속 칸타타 수인 16을 더해도 80은 참 많은 오버입니다. 수난곡, 오라토리오, 마니피카트, 미사 등을 다 더하면 될까요?
마태 수난곡, 요한 수난곡,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승천 오라토리오. 마니피카트, b 단조 미사, 루터교 미사... 더 아는 성악곡도 없습니다.
저는 전에도 한 번 말한 바 있듯 친구보다 팔로우란 말이 더 마음에 듭니다.
언젠가는 친구 신청을 모르는 척 놔두면 그 분이 팔로우로 남을지 아니면 신청을 취소할지 생각해 본 적도 있습니다. 이러면 안 되겠지요? 예의가 아닐 것입니다.
이상한 것은 페북에서 읽기에는 긴 너무 긴 글을 계속 올리는데도 진심으로 성심껏 읽어주는 분들이 많고 좋아요 클릭에도 인색(吝嗇)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제 글은 길 뿐 아니라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글들인데...제 글의 단점을 너무 잘 아는 저는 지난 1월 5일 종묘(宗廟)에 가서 해설사께 흥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분(윤** 해설사)은 자신은 모니터링에서 자주 최하위를 차지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흥미가 없어서이겠지요?
그런데 제가 지난 1월 19일 고궁박물관 시연에서 생전 처음 시나리오가 재미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것도 한 분이 아닌 두 분에게서 말입니다.
재미있다는 말은 스토리가 연결되어 감동을 주든지 기대를 계속 갖게 할 경우에도 나올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떻든 고맙습니다.
누군가는 감사하다는 말은 일본식 언어이고 당신은 신(神) 같다는 의미를 가진 우리말인 고맙습니다는 말이 진짜라고 하십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그런 점 외에도 자칫 ‘간사(奸邪)하다‘가 될 수도 있고 ’감시(監視)하다‘가 될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고맙다는 말을 써야 할 것입니다.
주저리 주저리 쓴 글이 되었습니다.
하나 부탁드릴 말씀은 ’쌓아서 구원에 이르려는 심리‘(페북에서 적용하자면 친구를 많이 두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심리) 즉 바벨탑 무의식(정식 용어는 아닌 듯 하고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 김영민 교수께서 쓰신 용어입니다.)이 아니시라면 ’좋아요’ 클릭도 좋지만 그보다는 피드백을 원한다는 점입니다.
‘좋아요’는 그야말로 추상적인 수(數)로 환원되지만 댓글은 살아 있는 거울 같은 것이지요. 정신분석학자 라캉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생략하겠습니다.
자신이 무엇으로부터 찢겨진 몸일까 생각하며 유난히 엷고 어룽진 쪽을 여기에 대보고 저기에도 대보고 텃밭에 나가 귀퉁이가 찢어진 열무잎에도 대보고 그 위에 앉은
흰누에나방의 날개에도 대보고 햇빛 좋은 오후 걸레를 삶아 널면서 펄럭이며 말라가는 그 헝겊조각에도 대본다는 나희덕 시인처럼 댓글은 제게 거울이 될 것입니다..
아니면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 가만히 들여다본다는 윤동주 시인처럼 댓글은 제게 우물 물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