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에는 정신분석‘은 상당히 정교하고 전문적인 책이다. 아홉 분 필자들의 논의가 다 읽을 만하지만 정신분석가 김서영 교수의 전문가에 대한 논의는 참 인상적이다.

전문가라는 이름은 내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그 여정 속에서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지 않는 사람 즉 온전한 나 자신으로서 스스로를 연마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선물‘이란 말,

전문가란 자신의 욕망 속에서 스스로의 장단을 찾고 그 장단에 맞추어 앞으로 걸어 나가는 이를 뜻한다는 말,

전문가는 주변 사람들이 지겨워할 정도로 같은 일 또는 같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모든 구차하고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세부들에 최대한의 관심을 기울이며 느린 걸음으로 기약 없는 외로운 싸움을 끝내 견뎌내는 사람이라는 말 등이다.

음미할 말이다. 이 가운데 느린 걸음으로 기약 없는 외로운 싸움을 끝내 견뎌내는 사람이란 말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정녕 기약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겠지만 모든 최선을 다한 뒤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의미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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