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自殺)에 관한 책을 빌리고 싶다는 아이한테 사서(司書)가 “꺼져버려. 책 반납 안 할 거잖아.”란 말을 했다고 합니다.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임상심리사(정신과의사) 타냐 바이런의 책입니다.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는 바이런의 임상 실험 경험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은 바이런이 치료한 환자들보다 바이런에 주목하게 하는 책입니다. 다른 과정이지만 저자가 임상 심리 교육 과정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을 보고 주눅들어하고 정신과는 남을 평가해서는 안 되는 공간이라는 말을 듣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최근 두 분에게서 문화유산해설(文化遺産解說)이란 판단하는 것이 아닌 중립을 지키는 일이란 가르침과 역사학(歷史學) 강의가 아닌 일상 어휘로 쉽게 유물(遺物)들을 설명하는 일이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감사드립니다.) 첫 순서부터 바이런은 소시오패스의 공격을 받는 예상 못한 상황에 처하는가 하면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인 열두 살 소녀를 만납니다. 바이런은 열두 살에서 열여섯 살 사이의 아동을 위한 정신과 입원 병동에서 실습을 진행하라는 말을 듣고 동의하는 한편 떨떠름해 합니다. 공감이 갑니다. 앞으로 어떤 다른 공감 거리들을 만나게 될지 흥미진진합니다. 소설 같은 방식으로 여섯 환자에 대한 기록을 펼쳐보이는 이 책은 왠만한 소설 이상의 재미까지 주는 착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