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시인의 `그리워 하면 안 되나요`를 알게 되었다.
젖가슴에는 젖꼭지 대신 꽃봉오리
발가락에는 발톱 대신 자갈들이
이럴 때는
그리워하면 안 되나요
이럴 때는
딱 한 잔, 딱 두 잔, 딱 넉 잔
이럴 때는
달빛에 녹아내리는 벚꽃잎처럼
흩날려 사라지면 안 되나요
풍짝 풍짝 풍짝짝
사람들이 춤을 덩실덩실 출 때에
그 앞에서 음악이 되어 사라지면 안 되나요
목덜미에는 입술
허리에는 두 팔
머리카락에는 태엽 풀린 인형들
등 뒤에는 매미처럼 당신이
내가 처음 안 김소연 시인의 시는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에 수록된 `목련나무가 있던 골목`이란 시이다. 마지막 연에 이런 구절이 있다.
˝봄이 올 때까지 주먹을 펴진 않을 겁니다 내 주먹 안에/ 당신에게 줄 밥이 그릇그릇 가득합니다 뜸이 잘 들고 있/ 습니다 새봄에 새 밥상을 차리겠습니다 마디마디 열리는/ 따뜻한 밥을 당신은 다 받아먹으세요˝
희망을 생각하게 하는 시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시이고. 오늘 읽은 시 `그리워하면 안 되나요`는 김소연 시인의 다른 시들과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이 시를 읽고 생각한 시인이 있다. 짐작하겠지만 조용미 시인이다.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에 실린 `꽃잎`이란 시에서 시인은 ˝높은 곳에 서 있으면/ 바람의 힘을 빌려 몸을 날리는 꽃잎처럼/ 뛰어내리고 싶었다..˝는 구절을 선보였다.
`나의 다른 이름들`에 실린 `상리`란 시에서 조용미 시인은 ˝...어지러워, 이제 그만 나를 놓아 다오 몸살이 나듯 신열/ 이 돋아나고 있다 여기 이 화엄 언덕 아래의 작은 슬픔은/ 얼룩 같아 보기에 좋지 않구나 이렇듯 뜨거운 몸이 되려고/ 나 여기 왔나 아아 열꽃이 붉게도, 붉게도 피어나고 있다˝는 말을 화두처럼 들려주었다.
물론 화두라 했지만 이 시는 `꽃잎`의 뉘앙스에 수렴한다.
매월 2, 4주 일요일 사직동(社稷洞) J 시인의 집에서 열리는 시 낭송회에 고정 패널로 참여하는 시인. 11월 13일이나 27일 중 가능한 날이 있느냐는 물음에 내년에나 가능하다는 답을 하자 내년 1월 8일이 어떻겠느냐고 묻기에 나는 괜찮다고 했고 다시 그때 가서 연락하겠다는 총무격의 양 시인의 페북 댓글을 받은 것이 어제이다.
가장 추운 계절인 1월의 늦은 저녁인 17시에서 18시 30분까지의 90분의 선물 같은 시간.. 이벤트를 위한 입장료 1천원 포함 식사와 커피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1만 5천원도 기꺼이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건강이 좋지 않은 시인에게 무슨 말을 듣고 기대할 수 있을까?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