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시인의 `찬찬찬`이란 시를 누군가 페북에 게시했다. 그러자 그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사실 적시(摘示)도 시가 될 수 있을까요.. 이런 시를 적어 두고 시로 읽어 달라는 것이야말로 너무나 작가주의적 시각이 아닐른지... 좋은 작품이란 생각은 안 드네요...˝ 이문재 시인의 시는 아빠는 몇년째 고시원에 있고(공부? 아니면 거주?) 엄마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여학생을 화자로 한 시로 자신을 키운 것의 팔할이 컵라면, 텔레비전, 방과 후 학원이라는 그녀가 가출해 감행한 이런저런 일탈행위를 사실적으로 쓴 시이다.

아빠와 싸우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엄마를 패주고 싶어도 마주칠 시간이 없다는 구절이 압권으로 다가온다. 가슴 아픈 시이다. 가정 이야기이지만 사회의 단면을 엿보게 하는 시이다. 사실 적시는 당연히 시의 주요 요소이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서정주 시인의 어법(8할이 무엇이라는 식의)이 남용되는 듯 한데 저 시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힘이 느껴지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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