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그에 기반한 카카오톡 및 카카오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성경 속 인물인 바울 사도(司徒)의 말과 우리나라 한 중견 시인의 시를 가져다 쓰는 것은 다소 생뚱맞은 처사일 수 있다.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 두 분의 생각이 내 마음을 잘 설명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졌듯 바울 사도는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추어 보듯 희미하게 보지만 그때 가서는 얼굴을 맞대고 볼 것입니다.”(고린도 전서 13장 12절)란 말을 했다. 스마트폰에 서툰 나는 지금은 스마트폰이 희미한 거울 같지만 그때 가서는 직접 맞대고 보는 얼굴처럼 명확해질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거짓말 같지만 스마트폰 유저가 된 지 불과 사흘만에 지하철 정차 역을 두 번이나 지나친 사람이 나다. 한이나 시인의 ‘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이란 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은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능엄경 밖으로 사흘 무단가출해 돌아오지 않는 마음을/ 안으로, 조용히, 불러들였어요...마음을 허방에 빠뜨리고, 껍데기/ 만 거리를 오고 가면서, 왜 그리, 허둥대고 사방 분주하였/ 던지요...” 이 시를 읽고 나는 내 카카오스토리를 설명하는 문구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로 가출‘이란 표현을 썼다.
양가감점에 익숙한 나는 경계에 속한 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스마트폰 역시 내게 양가감정의 대상임을 이미 사용 첫날에 페북 댓글로 밝혔다. 스마트폰에 빠진 나는 이번 주(8월 29일 ~ 9월 3일) 겨우 책 한 권을 읽고 말았다. 어제 강남의 한 한의원에서 열린 ‘떨지 않고 말 잘하는 법‘ 강의에서 나는 또 한번 경계에 처한 나를 확인했다. 내 떨림 지수 27점은 주의를 요하는 시작점인 30점에 근접한 수치이지만 안정적인 수치인 10점과 20점 사이를 웃도는 수치이다. 나와 스마트폰의 접점은 어떤 모양으로 그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