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들 - 프로이트도 놓친 꿈에 관한 15가지 진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무의식은 억압된 욕망이라는 프로이트의 명제를 반박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있다. 프로이트 정도 되는 대가의 학설을 반박하려면 그 대상을 능가하는 내공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생물물리학 박사가 된 슈테판 클라인이 당사자이다. 저자는 꿈은 우리 의식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이자 삶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저자가 무의식을 이야기하는 끝에 꿈을 언급하는 것은 프로이트가 꿈을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로 보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꿈꾸는 동안 능력이 확장되고 뇌가 변화한다. 우리 뇌는 한 순간도 쉬지 않는다.(우리가 잠들었을 때 뇌의 에너지 소비 총량은 겨우 10 퍼센트 줄어든다.) 한편 뇌파 패턴의 다양성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수면이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잠을 자면서 무엇인가를 체험하는 것은 뇌의 타고난 기능에 따른 결과이다. 꿈은 가장 내밀한 체험에 속한다. 우리는 꿈의 대부분을 놓친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수면 중인 뇌의 화학적 조성이 장기 기억 수용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체로 깨어나기 직전의 꿈을 기억한다. 저자는 꿈을 세 가지로 정의한다. 수면 중 체험 자체, 그에 대한 기억, 신체적 과정 등. 저자는 중요한 말을 한다, 정신분석가들은 기억을 해석했고 신경생물학자들은 뇌를 측정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중시하는 것은 꿈 당사자의 직접적 경험이다. 저자는 시상(視床)을 말한다. 척수와 이어진 뇌간 위에 올라탄 기관으로 호두 속살을 닮았다.


시상의 영어인 Thalamus는 안쪽 방, 침실 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PGO()가 있다. 뇌간에서 발생해서 시상의 중계소에 갔다가 후두엽으로 흘러가는 뇌파이다. 이 파는 후두엽에 도달하는 동안 주위의 뇌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여러 기억이 축적된 곳에 자극이 가해지면 그것이 꿈으로 나타난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아리타 히데호. 선과 뇌50, 51 페이지) 저자도 PGO파를 이야기한다.(PPons 즉 뇌교/腦橋이고, GGeniculatum 즉 시상에서 시각의 중계 부위, OOccipital 즉 후두엽을 의미한다.)


(REM: rapid eyeball movement) 단계에서 뇌파의 파장이 짧아질 때 뇌간에서 대뇌를 향해 상승하는 특별한 유형의 전기 자극을 저자는 PGO파라 정의한다. 저자에 의하면 그 자극은 대뇌를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한 상태로 만드는데 시각피질의 일부와 수의(隨意)운동 담당 구역, 그리고 눈 주변 근육을 담당하는 구역이 활성화됨으로써 우리는 꿈을 꾸면서 움직이는 그림을 보고 스스로 달리고 기어오르고 날아간다고 믿는다. 꿈을 켜는 뇌간의 스위치는 몸에는 정반대의 역할(근육 마비 시킴)을 한다.(67 페이지.)


시각과 청각을 잃은 헬렌 켈러 이야기를 하자. 볼 수 없는 것은 자신을 사물에게서 멀어지게 했고 들을 수 없는 것은 자신을 사람에게서 멀어지게 했다고 말한 헬렌 켈러는 꿈 속에서 진주 한 알을 유심히 관찰한 경험을 말한 바 있다. 헬렌 켈러는 꿈 속에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들을 들었(다고 한). 1902년 출판된 자서전에서 헬렌 켈러는 자신의 정신이 잠의 장막을 관통하여 생애의 첫 시기에서 유래한 섬광을 보는 것이 아닐까, 란 자문을 했다.


저자는 꿈속에서 보거나 듣는 것은 명백히 우리 자신에게서 나오지만 그것이 회상일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하며 헬렌 켈러의 자전적인 글은 이 해석을 반박한다고 결론짓는다. 헬렌 켈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험이 있었다. 포르투갈의 수면의학자들이 선천성 시각 장애인 남녀 10명을 실험실에서 재우면서 거듭 깨워 그들이 무엇을 체험했는지 물은 결과 거의 모든 사례에서 그들이 꿈속 광경을 묘사했다.


그들의 보고에서 시각적 꿈의 빈도는 비장애인의 보고와 똑같았다. 피실험자들이 시각 장애인인지 아닌지 모르는 그 전문 평가자들은 비장애인의 보고와 장애인의 보고를 구별하지 못했다. 실험자들은 선천성 시각 장애인들이 자기기만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증거도 제시했다.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 역시 꿈속에서 광경을 본다는 사실을 증거하는 뇌파가 관측되었다. 시각 장애인들이 꿈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선천적 시각 장애인인 그들이 그린 이미지는 당연히 기억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었다. 수면 중에는 눈 뿐 아니라 1차 시각피질도 작동을 멈춘다. 그러나 콜라주를 제작하고 현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연합영역들은 계속 작동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꿈속에서 본다고 믿는다. 회상하는 것임에도 말이다. 시각 장애인에게 시각 지각과 시각적 회상이 없어도 지식만을 원천으로 표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이 촉각이나 타인의 설명을 통해 지식을 얻으면 연합구역들이 이를 일종의 내면적 그림으로 번역한다.


영국의 인지심리학자 크리스 프리스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감각 지각은 현실에 부합하는 환상이라는 말을 했다. 콜롬비아의 뇌과학자 로돌프 지나스는 깨어 있음이란 감각이 정한 틀 안에서 작동하는 꿈 같은 상태일 따름이라는 말을 했다.(96 페이지) 꿈은 깨어 있는 삶의 왜곡된 반영이 아니라 뇌가 감각의 연속적인 점화에서 벗어나자마자 어떤 표상을 산출하는지 보여준다.(97 페이지) 저자는 기억을 최소한의 연출 지침만 있는 상태에서 다양한 배우들이 공연 때마다 새롭게 창작하는 즉흥극에 비유한다.(106 페이지)


저자는 실제로 뇌에는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기억을 모아서 보관하는 필름이나 하드 디스크와 같은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별적인 감각 인상, 감정, 생각은 그것이 발생한 장소에 붙들린다는 것이다. 기억은 관계망의 형태로 조직된다. 기억이 우리에게 유용한 것은 오직 의미에 따라 정리되기 때문이다.(107 페이지) 프로이트와 앨런 홉슨 등 꿈 연구자들은 꿈을 광기의 일종으로 보았다. 물론 저자는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꿈 속에서 논리적 사고가 행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잠잘 때 전전두엽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전전두엽은 계획하고 감독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저자에 의하면 꿈속 자아는 기본 입자로 분해된다. 그리고 우리의 개인적 정체성이 통념 만큼 그렇게 탄탄하지 않음을 깨닫는 것은 당황스러운 한편 해방의 체험이기도 하다.(133 페이지)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고요한 사건은 외면한 채 렘수면에만 집중해왔다.


꿈은 렘수면시에만 꾸는 것도 아니고 비논리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숙면 중에 의식이 규칙적으로 꺼지고 켜지기를 반복한다고 추측한다.(140 페이지) 꿈은 기억과 능력을 변화시키고 때로 성격까지 변화시킨다. 의식은 깨어 있음의 부속품이 아니다. 저자는 프로이트와 달리 무의식적 충동은 자동적인 행동 습관이지 억압된 감정이 아니라 말한다.(166 페이지) 저자는 우리는 낮 동안에 자기 감정의 참된 기원을 모르는 채 생활(173 페이지)하고, 감정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일어날 수 있다(175 페이지)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진정한 꿈의 주체(꿈을 꾸게 하는 주체)는 시각적 이미지가 아니라 감정이다.(179 페이지) 꿈꾸는 뇌는 모든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그에 어울리는 각각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는 교묘한 이야기꾼과 비슷하다.(183 페이지) 꿈을 설명하는 열쇠는 현재(라는 말)이다. 꿈 시험의 배후에는 억압된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숨어 있지 않다. 현재의 불안이 자신과 어울리는 기억을 불러낼 뿐이다.(183 페이지) 저자는 프로이트의 꿈 해석은 반박할 길도 없고 증명할 길도 없다고 말한다.(201 페이지) 반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잠든 뇌는 낮의 뇌와 다른 길을 가고 다른 법칙을 따른다.(201 페이지) 저자는 기억은 감정과 결합되어 있을 때만 우리의 결정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229 페이지) 숙면이 없으면 우리는 너무 적은 정보를 보유하게 될 것이며 렘수면이 없으면 정보가 아무 관련 없이 나열되어 가치가 없을 것이다.(230 페이지) 저자는 괴로운 체험에서 벗어나려면 기괴한 꿈들이 필수적이라 말한다.(246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악몽은 영혼이 건강을 회복하는 중임을 알려준다.


뇌는 수면 중에 감정과 장면 기억을 구분해서 처리한다.(247 페이지) 꿈꾸는 동안 특정 사건과 결부된 분노, 공포, 슬픔이 소거될 수도 있다. 프란츠 카프카는 열심히 깨어 있음과 꿈 사이의 세계를 연구하고 작품에 반영한 인물이다. 놀랍게도 그는 한 차례도 자신의 꿈을 해석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그의 시대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모든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로 떠오른 시대였다. 카프카가 해석을 거부한 것은 사건이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걸어오는 데 비해 해석은 그 직접성을 파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꿈은 그 자체로 영혼의 언어이므로 심리학적 번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저자에 의하면 꿈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가장 큰 선물은 꿈 그 자체이다.(310 페이지)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꿈은 인간의 상상력이 이룬 성취이다. 꿈은 최고의 회화나 영화, 소설보다 더 재미있고 더 큰 흥분을 일으킨다. 당신이 꾸는 꿈,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311 페이지) 슈테판 클라인의 책은 홀로그램, (), 예지몽 등에 대한 고찰로 나아가게 한다. 시간나는 대로 읽고 참고할 책이 아닐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