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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영화와 만나다
레로이 W. 두벡.수잔 E. 모시어.주디스 E. 보스 지음, 차동우.홍주봉 옮김 / 한승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물리학과 교수 레로이 두벡, 생물학과 교수 수잔 모시어의 [과학, 영화와 만나다]는 물리학과 생물학의 기본 지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책이다. 20년 전인 2006년에 나온 책이어서 SF를 공상과학영화라고 번역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런데 혹성 탈출이라고는 하지 않고 행성 탈출이라고 해 관심을 갖게 한다. 또한 최초의 과학 소설로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를 소개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공상과학영화, 과학 소설이란 제목이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과학 공상 영화라는 단어도 나온다.(129 페이지)
흥미로운 구절이 하나 있다. 과학적 가설을 거절할 권리가 있지만 어떤 이론이 기술에 적용되고 나면 거절할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살 수 있는 선택권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책에서 다룬 영화는 스페이스 오디세이, 블레이드 러너, 지구 최후의 날, 지구 온난화가 오면, 에일리언, 쥐라기 공원 등 다앙하다. 영화를 소개하기에 앞서 물리학, 생물학 지식을 별도의 장에 담았다. 물론 이는 영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지만 영화와 별개로 알아둘 만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뉴턴의 제 3법칙인 작용 반작용의 법칙과 운동량 보존을 위배하는 영화로 [수퍼맨]을 든다. 영화의 끝 부분에서 수퍼맨은 원자폭탄이 폭발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샌안드레이아스 단층이 격렬하게 움직이자 이것을 멈추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감쇄시키려고 수퍼맨은 단층의 일부를 들어 올려 제자리에 놓으려 한다. 암석의 무게는 수백만 톤은 아니더라도 수십만톤은 충분히 된다.
만약 수퍼맨이 암석에게 위로 향하는 힘을 작용하면 뉴턴의 제3법칙에 의해 암석은 수퍼맨을 아래로 내리누를 것이다. 그러면 수퍼맨은 서 있는 자리의 암반을 뚫고 박혀야만 할 것이다. 여기서 수퍼맨이 얼마나 강한가는 이 문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서 있는 바위가 그를 누르는 암석 수백만 톤에 해당하는 무게를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 수퍼맨이 법칙을 위반한 것은 더 있다. 수퍼맨의 아주 작은 손바닥 면적으로 거대한 단층 암반을 밀면 단층 전체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수퍼맨의 손이 닿은 부분만 뚫리게 된다. 또한 단층을 움직일 만한 에너지가 수퍼맨에게서 나올 때 발생하는 열과 충격파만으로도 주변 환경은 초토화되어야 한다.
지구 주위의 궤도를 회전하는 우주비행사들은 자유낙하 하는 기분을 느낀다. 즉 중력이 없는 것처럼 느낀다. 이것은 우주비행사들에게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우주비행사들을 지구 주위의 궤도에 붙잡아두는데 중력 전체가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주비행사들을 지구 쪽으로 잡아당길 중력이나 그들이 중력이 존재한다고 느낄 만한 여분의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부분은 흥미롭다. 다른 과학책들을 통해서 안 것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AI는 우주 비행사들이 무중력 상태를 느끼는 것은 우주선과 우주비행사 모두 지구를 향해 똑같은 가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명왕성도 행성으로 소개한다.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잃은 것은 2006년 8월 24일이다. 책의 원서가 나온 해는 2004년이고, 책이 번역/ 출판된 것은 2006년 8월 24일보다 며칠 전이다. 책 출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명왕성의 행성 지위 박탈이 결정되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토리노 목록이라는 것이 있다. 형성이나 혜성같은 근(近) 지구 천체가 지구에 충돌할 위험성을 나타내는 기준인 토리노 척도를 의미한다. 토리노 목록이 0이면 그 천체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별로 없거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충돌한다고 해도 별 피해를 입히지 못함을 의미한다. 토리노 목록이 3이면 1% 이상의 확률로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제한된 지역이 파괴될 수도 있다. 토리노 목록이 7이면 넓은 지역에 재앙을 일으킬 정도의 지극히 심각한 위협이 되는 충돌을 의미한다. 토리노 스케일이 10이면 지구 전체에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재앙을 일으키는 충돌을 의미한다.
태양계 내부에는 발달한 외계 문명이 없다는 점은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다. 우리는 달의 표면을 걸었고 우주탐사선이 화성과 금성에 착륙했으며 태양계에 속한 대부분의 행성 옆을 통과했다. 지적이든 원시 형태든 어떤 종류의 생명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행성의 대부분은 표면 조건이 너무 나빠서 어떤 형태의 생명체든 생겨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인간이 털이 없는 이유가 바다에서 헤엄치기 유리해서라는 말도 있다. 물론 털이 없는 경우 열이 잘 발산되어서 털을 가진 짐승을 따라잡고 사냥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고대 외계 우주인들이 인류의 발전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창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외계의 우주인으로부터 털이 없는 것을 물려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내용이 그렇게 쉽게 설명되지는 않은 책이다. 영화에 나오는 과학과 관련된 오류를 설명하는 책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정통 물리학 책, 정통 생물학 책 같다. 책에는 영화의 오류를 설명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상식을 지적하는 부분도 있다. 그 하나가 시간 여행에 관한 것이다.
"시간 지연이 독자들에게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결론짓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것은 맞지만 매우 제한적인 일방통행의 시간 여행만 가능하다. 만약 과학자들이 새로운 동력원과 우주비행사를 보호할 방법을 찾는다면 원칙적으로 우주비행사들을 수천 년 후에 돌아올 것이라는 의미에서 그들을 미래로 보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시간을 거스르며 돌아와 우리에게 미래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 여행은 불가능하다. 우주비행사들과 우리의 물리적 접촉은 그들이 목적지로 일진광풍처럼 떠날 때 뿐이다. 승객들이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타임머신을 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172, 173 페이지)
저자는 하늘을 시간을 거꾸로 바라볼 수 있는 다른 종류의 타임머신으로 정의한다. 지금 하늘에 보이는 사건들은 오래전에 일어난 일인데 바로 지금 우리 눈에 도착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에게서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르스 자리 알파 별에서 오는 빛은 4.3년 전에 떠난 것으로 저녁 하늘의 그 별을 보면 적어도 4.3년 전을 보는 것이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에 대해서도 저자는 한마디 한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미래로부터 추가의 물질이 갑자기 과거로 더해지기 때문에 에너지 보존에 위배된다. 과거가 물질의 형태로 에너지를 얻으면 미래는 그만큼 에너지를 잃는다. 간단히 말하여 지금까지 알려진 과학과 논리의 지식에 근거하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175 페이지) 일반적으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불가능함을 예로 들 때 할아버지의 역설 같은 인과율의 오류를 들지만 우주 전체의 질량과 에너지의 총량이 변한다는 물리법칙을 예로 든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8장 열, 온도, 열역학에서 눈에 띄는 구절은 "온도는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나 분자의 전체 운동에너지가 아니라 평균 운동에너지를 측정하는 척도다. 그래서 끓는 물 10kg은 끓는 물 1kg 보다 분자 운동에너지를 10배 더 많이 갖는다. 하지만 두 경우에 물 분자 하나의 평균 운동에너지는 모두 같기 때문에 온도가 동일하다."는 구절이다.(207 페이지)
대부분의 물질이 식으면 수축하는 일반적인 규칙의 한 가지 예외가 물이다. 약 4°C 때 부피가 가장 작다. 그래서 물은 그 온도에서 밀도가 가장 크다. 온도가 이보다 더 낮거나 높으면 주어진 양의 물은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4°C의 물보다 밀도가 작아진다. 열은 두 물체 사이의 온도 차이 때문에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에너지가 이동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온실효과는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지구의 대기에 들어 있는 다른 기체에 의해 촉진되는 지구온난화를 일컫는 말이다.
자연적인 온실 효과에 기인한 온도 상승이 없었다면 지구의 날씨는 지금보다 15°C 정도 낮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는 많은 생물체가 살아남기에 너무 추운 날씨이다. 대기권이 얇아서 실질적으로 온실 효과가 없는 화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영하 60°C다. 온실 효과라는 명칭은 유리로 지은 온실 내부에서도 온도가 상승하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붙여졌다.
온실 효과에 의한 온난화와 유황에 의한 냉각화가 있다. 보면 인간이 생산한 낮은 고도에 머무르는 유황 방출물은 수일 또는 수주일 이내에 지구로 다시 떨어진다. 대부분의 온실 기체는 수백 년 동안에 걸쳐서 대기에 남아 있으므로 온실 효과에 의한 온난화가 결국 유황에 의한 냉각화를 넘어설 것이다. 온실 기체는 하루에 24시간 동안 지구를 덥히지만 유황은 단지 햇빛이 쪼이는 낮에만 지구를 냉각시킨다.(247 페이지)
이산화황은 물에 잘 녹고 반응이 빠른 시한부 기체다. 이산화탄소는 반응하지 않고 버티는 끈질긴 기체다. 많은 영화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개념을 다룬다. 화산이 분출하면 이산화탄소가 이산화황보다 1.5배에서 수배 더 많이 나온다. 이는 화석연료를 연소시키는 경우와 비슷하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든 화산이 분출할 때든 이산화황보다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나오는 이유는 지구와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의 근본적인 양과 과학적 특성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탄소를 기본 골격으로 하여 만들어진다. 황은 부수적인 원소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것은 탄소의 압도적인 결합력 때문이다. 탄소는 최외곽 전자 수가 네 개이다. 이를 쉽게 결합의 손이 네 개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탄소는 스스로 또는 다른 원소들과 결합하여 무궁무진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탄소와 탄소 사이의 결합은 매우 단단하고 안정적이어서 생명체의 몸을 구성하는 데 적합하다. 탄소는 양도 충분하다.
규소도 최외곽 전자가 네 개다. 규소는 원자가 커 결합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복잡한 사슬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탄소는 호흡을 통해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내보낼 수 있지만 규소는 산소와 결합하면 단단한 이산화규소(모래/ 유리)가 되어 몸 밖으로 배출하기가 치명적으로 어렵다.
과학에서 어떤 이론이 설(說)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뒷받침되는 많은 증거가 있어야 한다. 다윈이 1859년에 [종의 기원]을 출간했을 때 그는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엄청나게 많은 양의 관찰 결과를 제시했고 그 이후에도 과학자들에 의하여 많은 양의 관찰 결과가 다윈의 가설을 지지해 줌으로써 진화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지질학자들은 생물체가 생존한 모든 지옥에서 많은 날씨의 변화가 있었음을 충분한 증거를 근거로 단언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지역의 날씨 변화가 심할수록 그 지역에서 더 많은 종류의 생물체의 흔적이 발견되곤 한다. 멸종이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현재도 인류는 생물체의 멸종을 경험하고 있고 이를 우려하고 있다. 인류에 의해 발생한 멸종은 단 수백년 만에 일어났다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의 대멸종이 수백만 년에 걸쳐 진행된 것과는 극명하게 비교된다.(358 페이지)
영화 [쥐라기 공원]은 공룡시대를 관람자가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특수효과를 사용했다. 이 영화에서의 공룡은 너무나 진짜 같아서 관람객들은 시간차 여행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자료에 의하면 공룡은 약 2억 3천만 년 전에 지구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해 약 6,500만년 전에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다. 이 시기는 지질학적으로 백악기가 끝나고 신생대 3기가 시작되는 기간이었고 따라서 KPg 경계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영화에서 제시된 조류와 공룡의 관계는 실제로 많은 화석 자료에 근거한 과학적 가설이다. 조류 골격의 특징을 가지는 공룡 화석이 반복적으로 발견됨으로써 공룡이 조류의 조상이라는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물리학과 생물학에 대한 차원 높은 지식을 제공한 후 저자들은 영화를 차례차례 하나씩 소개한다. 촬영 또는 제작 스태프들을 이야기하고 줄거리를 이야기한다. 꽤 상세하다. 특수효과를 이야기하고 원작 해설을 언급한다. 참고문헌도 언급한다.
책을 읽으며 지질 또는 지구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는 별로 없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단테스 피크, 더 코어, 샌 안드레아스, 더 웨이브, 백두산, 투모로우, 트위스터, 인터스텔라, 돈 룩 업 등이 있다. 본문에 나온 수퍼맨은 제작 년도가 책이 나오기 전인 1978년이고, 샌안드레아스는 책이 나온 해보다 후인 2015년에 나왔다.
두 영화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을 소재로 한 영화다. 두 영화는 많은 차이가 난다. 전자가 과학에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면 후자는 그렇지 않다. 수퍼맨은 지질학적 단층을 수퍼맨의 위대함과 힘을 증명하기 위한 무대로 사용했고 샌안드레아스는 역동적인 지구의 움직임 자체를 인류가 마주해야 할 거대한 자연재해로 보게 만든다. 수퍼맨이 만들어진 시기는 판구조론이 정립된 후이다. 수퍼맨의 원작 만화는 1938년 작품이다. 이렇듯 [과학, 영화와 만나다]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