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여 안녕 - 기후 위기 최전선에 선 여성학자의 경이로운 지구 탐험기
제마 워덤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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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氷河)란 말에서 하()는 강물을 의미하는 글자다. 이 단어가 들어 있는 것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마치 강물처럼 아주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빙하는 거대한 자신의 무게에 눌려 얼음 결정들이 변형되면서 산비탈을 서서히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는 빙하가 커다란 압력을 받으면 부피가 작은 물이 되기에 영하(1~2)에서도 녹아 미끄러지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빙하는 조용하고 수동적이며 죽어 있는 것 같지만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쳐 측정한 결과를 보면 빙하기에 확장되었다가 대기 중 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가장 민감하고 동적인 자연이다. 

 

빙하빙(glacier ice)은 빙하를 이루는 얼음을 의미한다. 빙하빙은 깊은 곳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아 빙하 가장자리로 밀려나오는데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압축되면서 기포가 전부 빠져나간 얼음이 흡수하지 못하는 색이 푸른 색이어서 푸른 색을 띤다. 빙하학자(박사)이자 모험가이자 작가인 제마 워덤(Jemma Wadham)은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있는 현실을 주지시킨다. 빙하가 녹아 후퇴한 자리에는 거대한 호수들이 수없이 많이 생겨난다. 이를 빙하호(Glacial Lake)라고 부른다. 

 

빙하와 함께 있으면 마치 친구와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린란드, 남극대륙, 스발바르, 칠레 파타고니아, 페루 안데스, 히말라야 등 전 세계 극지와 고산지대의 빙하를 가는 원정대를 25회 이상 이끌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빙하 밑바닥에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고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로 보내는 풍부한 영양소(철분, 인 등)가 해양 플랑크톤을 키우고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중요한 기작임을 밝혀냈다. 

 

빙하(Glacier)와 해빙(海氷; sea ice)은 구별된다. 빙하는 육지의 거대한 얼음 강이고, 해빙은 바다 자체가 얼어붙은 얼음판이다. 빙하는 산에서 녹은 물이 다시 얼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녹지 않고 쌓인 눈이 자신의 무게에 짓눌려 단단한 얼음(빙하빙)으로 변한 것이다. 빙하가 바다로 밀려 내려오다 부러져 바다에 떠다니는 조각을 빙산(Iceberg)이라고 부른다. 이 역시 민물 얼음이다. 

 

해빙은 육지와 상관없이 극지방의 차가운 바닷물 표면이 영하의 기온 때문에 직접 얼어붙은 것으로 소금기가 있어서 0가 아닌 보통 영하 1.8이하에서 얼기 시작한다. 얼음은 유동 속도가 빠를수록 하나의 몸체로 이동하기 어려워 크레바스와 빙폭(氷瀑)이 만들어진다. 지질학에서는 크레바스를 얼음이라는 암석에 가해진 인장 응력(Tensional Stress, 잡아당기는 힘)에 의한 취성 파괴(Brittle Failure)로 분석한다. 크레바스는 빙하가 현재 어떤 지형 위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어떤 힘을 받으며 흐르고 있는가를 표면에 그대로 찍어내는 지질학적 지문이다. 

 

빙하는 얼음 결정의 변형(완전히 단단한 고체 상태를 유지한 채 연성 변형), 얼음의 미끄러짐(압력으로 빙하가 녹는 경우), 빙하 아래 퇴적물의 변형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이동한다. 이를 어떤 빙하는 기어가고(creep; 얼음 결정 변형만 일어나는 경우), 어떤 빙하는 걸어가고(얼음 결정 변형과 활동성 이동이 일어나는 경우), 어떤 빙하는 전력질주(얼음 결정이 변형되고 지반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동시에 그 아래 퇴적물이 변형되는 경우)한다. 과학계에서는 빙하가 고체 상태로 움직일 때 빙하를 일종의 '고온 변성암'처럼 취급한다. 즉 바위가 열과 압력을 받아 휘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보는 것이다. 

 

빙하의 최상부(0~50m 깊이)는 압력이 낮아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운 취성 영역(Brittle zone)이다. 이곳에서는 얼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깨져서 크레바스를 만든다. 반면 50m보다 깊은 곳은 위에 쌓인 엄청난 얼음 무게로 인해 가해지는 압력(정수압)이 매우 높다. 이 깊이에서는 얼음 입자들이 서로 떨어지지 않고, 깨지는 대신 연성 영역(Ductile zone)으로 거동하게 된다. 

 

압력에 의해 얼음이 녹아 물처럼 흐르는가(기저 미끄러짐/압력 융해), 고체 상태로 유연하게 늘어나는가(연성 변형)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얼음의 온도와 압력의 크기다. 압력이 가해지더라도 얼음이 녹는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얼음은 고체 상태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영구적인 형태 변형을 일으킨다. 얼음의 온도가 압력 융해점보다 훨씬 낮은 영하 수십 도 상태(한랭 빙하)이거나 압력이 고르게 분산되어 특정 지점에 압력이 집중되지 않을 때다.

 

빙하는 내부 온도와 바닥면(기저부)의 상태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열 체제(Thermal Regime)로 분류된다. 온난 빙하와 한랭 빙하다. 빙하의 거대한 무게는 바닥면에 엄청난 압력을 가한다. 물은 압력이 높아지면 0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녹는 성질(압력 융점)을 가지고 있다. 온난 빙하는 두꺼운 얼음의 압력과 지구 내부에서 올라오는 지열 덕분에 바닥면의 얼음이 녹아 얇은 수막(물층)을 형성하게 된다. 이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빙하가 지반에 붙지 않고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게 만든다.

 

다시 말해 빙하는 바닥 지반(암반)에 단단히 얼어붙은 채 움직이는 빙하(한랭 빙하)와 지반에 얼어붙지 않고 그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빙하(온난 빙하)로 나뉜다. 빙하를 바라보았을 때 주변에 물이 콸콸 흐르고, 얼음 겉면에 흙돌더미가 잔뜩 섞여 있으며 표면이 거칠게 찢어져 있다면 육안으로도 지반에 붙지 않고 미끄러지는 온난 빙하임을 알아챌 수 있다. 한랭 빙하가 거친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움직임이 매우 적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느리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물이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의사과학인 워터 메모리 가설(감정이나 정보를 물이 기억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빙하와 환경 과학 관점에서 물이 지구의 역사와 환경 변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다. 1) 수천~수만 년 동안 얼어붙은 빙하(얼음 상태의 물)는 그 당시의 대기 성분, 이산화탄소 농도, 화산재 등의 정보를 그대로 가두어 보존한다. , 물이 과거 지구 환경의 '기억'을 품고 있는 셈이다. 2)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나 물이 산성화되거나, 도로의 염분, 화학물질 등이 녹아들어 유입되면 물은 그 성분 변화(총용존고형물 등)를 고스란히 담아낸다.(과학자들은 이를 센서로 측정해 낼 수 있다. 3) 빙하 아래 녹은 물(융빙수)이 단순한 무생물이 아니라 미생물이 가득한 활발한 생태계이며, 바다로 흘러가며 영양분과 탄소를 전달하는 지구의 생명줄 역할을 한다.

 

저자는 현장 탐사는 결코 연구가 주요 목적이 아니라는 것, 주요 목적은 생존이고 운이 좋다면 연구를 겸할 수 있을뿐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빙하 아래의 생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빙하 아래에는 빛이 닿지 않는다. 부서진 암석과 물이 있을뿐이다. 그렇다면 이 깊고 어두운 지하 세계에서 생물이 생존할 수 있을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다시 황철석에 들어 있는 철과 황으로 눈을 돌렸다.

 

두 원소 모두 수십억 년 전 태곳적부터 지구상에 존재했다. 과학자들은 고대 지구에서 빛 대신 화학 에너지를 사용하는 화학합성 영양 생물이라는 미생물이 번성했다고 보고 있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화학반응은 에너지를 방출하며 일부 미생물은 그것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빙하 밑에서 황철석이 산소와 반응한다면 암석의 황은 산화 반응을 통해 황산염으로 전환되고 여기서 생성되는 에너지로 미생물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생물이 암석을 소비하면 생존한다는 뜻이다.

 

눈과 빙하의 차이가 있다. 눈의 재료인 얼음 결정 자체는 사실 물처럼 투명하지만 눈송이들은 매우 복잡한 육각 결정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에 무수히 많은 공기 방울이 갇혀 있다. 햇빛(백색광)이 눈 표면에 닿으면 빛은 얼음 결정과 공기 방울의 수많은 경계면에 부딪히며 모든 방향으로 무작위로 튕겨 나가는 난반사(산란)를 일으킨다. 가시광선의 모든 색(빨강~보라)이 흡수될 틈도 없이 고스란히 튕겨 나와 합쳐지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가장 밝은 색인 흰색으로 보인다.

 

빙하는 수천~수만 년 동안 눈이 계속 쌓이면서 엄청난 무게로 압축되어 만들어진 얼음이다. 이 강한 압력 때문에 얼음 속에 있던 공기 방울들이 대부분 밖으로 빠져나가고 매우 밀도가 높고 투명한 거대 얼음 결정만 남은 것이다. 공기 방울(반사 유발자)이 사라진 빽빽한 빙하 조직은 빛을 즉시 튕겨내지 않고 얼음 깊숙한 곳까지 통과시킨다. (HO) 분자는 본질적으로 파장이 긴 붉은색 계열(빨강, 주황, 노랑)의 빛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햇빛이 두꺼운 빙하 내부를 길게 통과하는 동안 붉은빛은 얼음에 모두 흡수되어 사라지고 파장이 짧아 흡수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푸른빛 계열만 빙하 내부에서 산란되어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신비로운 푸른색으로 보인다.

 

빙하와 구별해야 할 것이 빙상이다. 빙하는 높은 산이나 고위도 지역에서 눈이 쌓여 다져진 얼음이 자체 무게로 천천히 흐르는 모든 얼음 덩어리를 지칭하며 빙상은 그 가운데서 면적이 5km²를 넘는 대륙 규모의 초대형 빙하를 말한다. 빙하 구혈(moulin; 溝穴)은 빙하 표면에 수직으로 뚫린 거대한 원통형 구멍으로 표면이 녹은 물이 빙하 바닥까지 흘러 들어가게 만드는 통로로 작용한다. moulin은 방앗간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방앗간의 물레방아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어떻게 빙하 탐사와 같이 힘든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목표가 리더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실패했다면 다시 시도해라. 다시 실패해라. 더 낮게 실패하라"는 사무엘 베케트의 구절을 인용한다.(116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남극 대륙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거대한 황무지다. 지금껏 인류가 뿌리내리지 못한 유일한 땅, 우리의 모든 상상을 뛰어넘는 미지의 땅으로 세계 지도에는 인간이 살 수 없는 흰색 공백으로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170cm 키에 체중이 54kg에 불과한 자신은 극한의 활동을 즐길 만큼 튼튼해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꽤 체력이 강인한 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남극대륙에서 발견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표면의 대기 온도가 무려 섭씨 영하 80도에 달하는데도 남극 빙상 하부의 상당 부분이 젖어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166 페이지) 압력이 상당하면 부피가 작은 액체가 되려는 물의 성질로 인한 것, 지구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약간의 열과 빙하 저면의 암석 위로 얼음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마찰열 등이 두루 작용한 경우다.

 

2015년 파리 협정을 통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섭씨 이상, 이상적으로는 1.5°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협약은 빙상이나 영구 동토층이 녹을 때 메테인이 야기하는 추가적인 온난화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빙상 아래 갇혀 있는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방출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를 감안하면 우리는 화석연료 배출량을 훨씬 더 많이 줄여야만 온난화를 파리 협정에서 약속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177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남극 깊은 곳에 메테인 하이드레이트가 숨어 있다고 해도 대기로 빠져나오기 전에 덜 해로운 이산화탄소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빙상 밑에 서식하는 다른 미생물군은 메테인을 이산화탄소로 전환하여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저자는 매일 빙하로 건너 가는 길에 마치 연못에 잔물결이 펴지듯 조이스 빙하 앞으로 퍼져나간 울퉁불퉁한 빙퇴석 지대를 지나갔다고 말한다. 이 빙퇴석들은 이제는 소리도 없고 움직임도 없지만 과거에 빙하 주둥이가 전진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빙퇴석(moraine)은 빙하가 이동하면서 산과 계곡을 깎아내고 운반해온 바위, 자갈, 흙 등이 빙하가 녹은 자리에 그대로 쌓여 만들어진 언덕이나 지형을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파타고니아에 간 이유는 기후와 얼음, 물이 복잡하게 얽힌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지만 그것만으로는 2016년 한겨울에 슈테펜 빙하 언저리에 소박한 텐트 안에서 오돌오돌 떨며 밤을 지새운 연유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뒤로 저자는 자주 자문해 보았다고 한다. 자신이 파타고니아를 찾은 것일까? 아니면 파타고니아가 나를 부른 것일까?(193 페이지)

 

저자는 글로프(GLOF)라는 것을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글로프는 빙하호 범람(Glacier Lake Outburst Flood)의 줄임말이다. 최근 일어난 히말라야 빙하 붕괴에 의한 네팔 대홍수가 하나의 예다. 저자는 자신의 모든 빙하 탐사가 그랬듯 파타고니아에 간 것도 답을 찾기 위해서였지만 자신이 찾은 답은 더 많은 의문을 낳았다고 말한다.(217, 218 페이지)

 

히말라야는 산스크리트어로 눈이라는 뜻의 히마와 거처라는 뜻의 알라야가 합쳐진 이름이며 서로 교차하는 세계의 산맥인 힌두쿠시, 카라코람, 히말라야를 모두 포함하기도 한다. 히말라야와 그 일대의 산맥은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빙하가 가장 넓게 분포한 지역이어서 제3의 극지라 불리기도 한다.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은 높게 솟은 봉우리와 골짜기를 거대한 빙상이 모조리 뒤덮고 있지만 히말라야 산맥에는 5만 개 이상의 곡빙하가 최대 해발 8849m 높이에 이르는 높은 봉우리들에서 슬금슬금 내려오고 있다.

 

이 곡빙하들은 이 지역의 중요한 자원, 가장 기본적인 자원을 동결 상태로 저장하는 아시아의 급수탑이다. 히말라야의 빙하들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며 운동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 겨울에 빙체 위에 내린 눈을 가둬놓는 빙하가 있는가 하면 여름 몬순에 물을 가두는 빙하도 있고 초타 시그리처럼 여름과 겨울에 모두 물을 가두는 빙하도 있다. 육지에서 종결되는 빙하도 있고 호수로 혀를 내밀고 있는 빙하도 있다. 알프스의 많은 빙하와 달리 히말라야 빙하들은 표면이 매우 지저분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진 거친 암석이 층층이 쌓여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사실과 더불어 이곳의 빙하들은 3,000km 이상을 아우르는 산계에 걸쳐 있기 때문에 혹독한 날씨와 물자 수송을 감수하며 히말라야 빙하들을 탐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233 페이지)

 

히말라야에는 암설(巖屑)이 많다. 히말라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침식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암설보다 훨씬 작게 쪼개진 것을 암분(巖粉)이라 한다. 저자는 빙하와 샘이 정화와 생명 잉태의 힘을 가진 살아 있는 여신의 영역이라는 발상을 더없이 매력적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은 이런 믿음을 배척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2013년 여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일주일 뒤 어머니와 기막힌 대화를 나눴다고 말한다. 당시 저자는 슬픔에 잠긴 채로 어둑한 어느 영매의 방에 앉아 있었다. 달콤하고 진한 향냄새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저자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영매에게는 보이는 영혼이 나타나 자신이 저자의 어머니라며 실제 어머니의 이름을 말했고 어머니의 병명과 마지막에 느낀 감정도 정확히 묘사했다. 심지어 저자가 어머니의 결혼반지를 끼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저자는 사람이 죽으면 실제로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곳을 나왔다고 말한다. 저자는 파키스탄 카라코람 북부의 길기트 발티스탄이라는 지역을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많은 이들이 빙하를 살아 있는 존재로 간주하고 성별로 구분하기도 한다. 어둡고 느리게 이동하며 물을 거의 내주지 않는 빙하(암설 덮인 빙하)는 남성이고 흰색이나 푸른색으로 빛나고 많은 물을 내주는 빙하(깨끗한 빙하)는 여성이다.

 

저자는 현장 탐사를 할 때 극심한 불편도 잘 참아내는 습성으로 병을 키워 뇌종양 수술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자신이 다룬 빙하들은 자신이 빙하 연구를 시작한 25년 전(2019년 기준)부터 지금까지 주변 대기와 바다의 온난화 수준, 그리고 각각의 특성 및 상황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하나같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고 말한다. 20198월 기후변화로 소멸 위기에 처한 첫 아이슬란드 빙하인 오크예퀴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오크 화산의 빙하라는 뜻을 가진 오크예퀴들은 기후 위기로 지난 10년간 90% 이상이 녹아내려 2014년에 공식적으로 빙하의 지위를 잃었다. 슬픔으로 대해야 할 상징적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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