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지구 - 판구조론,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지구의 움직임
최덕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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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구조론,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지구의 움직임이란 부제가 달린 [내가 사랑한 지구]는 최덕근 교수의 책이다. 저자는 삼엽충 전문가이다. 저자가 판구조론이란 말을 처음 들은 것은 1971년으로 일본의 이와나미(巖波) 신서(新書) 중 한 권인 우에다 세이야(1929-2023)[새로운 지구관; しい 地球觀]이란 책을 통해서였다. 4년의 지질학 수업 시간에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개념이었다고 한다. 판구조론이 과학계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시기가 1970년 무렵이니 대단히 빨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구과학은 400km 정도까지의 얕은 부분을 다루는 판구조론과 2900km까지의 깊은 부분을 다루는 플룸 구조론이 함께 통용되는 무대다.

 

우에다 세이야는 지진 예측이 가능하다고 본 학자이기도 하다. 본문에 지각평형설이 나온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대륙지각이 가라앉을 수 없음을 말하는 이론이라 설명한다. 추가로 설명하면 이는 무게 변화에 따라 지각이 끊임없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균형을 맞추는 것을 의미하는 이론이다. 본문에 찰스 라이엘의 동일과정설이 시간이 흐르면서 신랄한 비판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현대 과학이 라이엘의 동일과정설을 비판하는 것은 그가 이룩한 지질학의 기초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기적을 반박하기 위해 설정한 극단적 점진설에 갇혀 지구 역사의 역동적인 격변과 진화적 증거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라이엘이 자연법칙의 균일성으로부터 그와 무관한 속도의 균일성과 상태의 균일성을 도출해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찰스 라이엘은 추운 극지방에서 석탄층이 발견된 것을 보고 육지와 바다의 분포가 달라지면 기후가 달라졌을 것이고 그러면 그린란드에도 석탄이 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엘은 그린란드가 언제나 극지방에 고정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다.

 

대륙은 절대 옆으로 이동하지 않으며 단지 주변의 육지와 바다 모양이 바뀌면서 극지방인 그린란드의 기후가 열대로 변해 석탄이 쌓였다고 본 것이다. 사실은 따뜻한 곳에서 석탄이 생긴 뒤 대륙 자체가 극지방으로 이동해간 것이다. 찰스 라이엘은 대륙이동설이 나오기 100년 전 학자였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내가 사는 연천이 예전에 얕은 바닷가였던 곳이 아니라 적도 지방의 얕은 바닷가였다가 대륙이동으로 지금의 자리로 온 것을 연상하게 된다.

 

단층에 의해 중첩된 암석을 식탁보를 접어놓은 것 같다 하여 프랑스어로 냅(nappe)이라 한다. 대륙이 이동한다는 아이디어를 현대적인 과학 가설 형태로 처음 공식 발표한 사람은 프랭크 버슬리 테일러(Frank Bursley Taylor). 그러나 테일러는 대륙이 이동해 부딪히면서 산맥이 생겼다는 놀라운 직관을 가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수집하지 않았고 자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베게너는 단순히 대륙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화석 일치, 멀리 떨어진 대륙 간의 지질 구조 연속성, 고생대 빙하 흔적 등 전방위적인 증거를 모아 [대륙과 해양의 기원](1915)이라는 거대한 과학적 체계를 완성했다. 저자는 테일러는 대륙이동을 단순히 빙하의 움직임처럼 다루었고 지구 내부와 연결시키지 않았다고 말한다.(85 페이지)

 

베게너는 대륙을 이동하게 하는 힘과 산을 형성시킨 힘은 같기에 대륙이동은 단층, 지진, 화산 등 자연현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뒤 토아(Alexander du Toit; 1878-1948)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천재적 지질학자로 베게너가 사망한 이후 전 세계적인 비판 속에서도 대륙이동설을 끝까지 지키고 한 단계 발전시킨 가장 강력한 옹호자였다. 알프레트 베게너가 과거에 모든 대륙이 하나로 뭉쳐 있던 하나의 초대륙 판게아(Pangea)만을 주장한 반면 뒤 토아는 남반구 지층을 정밀 연구한 끝에 이를 수정·발전시켰다. 북반구의 로라시아, 남반구의 곤드와나, 그리고 그 사이에 테티스해(Tethys Ocean)라는 거대한 바다가 있었다고 명확히 구분지은 것이다.

 

뒤 토아가 베게너의 하나의 초대륙(판게아) 개념을 깨고 북반구의 로라시아와 남반구의 곤드와나라는 두 개의 거대 대륙으로 양분한 이유는 북반구와 남반구 지층에서 나타나는 암석과 화석의 성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뒤 토아는 남반구 대륙들은 남극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고 북반구 대륙들은 적도나 중위도 부근에 별도의 덩어리(로라시아)로 존재했음을 밝혀냈다. 베게너는 대서양 양쪽을 보며 원래 하나였다고 외친 대담한 이론가였고, 뒤 토아는 남북반구의 지층 차이를 보며 남쪽과 북쪽은 원래 따로 놀던 두 개의 세계라고 정교하게 수정했다.

 

현대 판 구조론은 두 사람의 시각을 수용하여 대륙들이 수억 년 주기로 뭉쳤다(판게아) 흩어지기를 반복한다는 초대륙 주기(Supercontinent Cycle)를 정립했다. 리처드 필드는 현재 지질학의 최대 약점은 땅만 연구하는 것이며 지구 표면의 1/3만을 차지하는 대륙만 연구하여 지구에 관한 내용을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영국의 해양지질학자이자 지구물리학자인 프레드 바인(Fred Vine; 1939~2024)은 해저 암석의 자기(磁氣)가 현재의 지구자기장과 같은 방향으로 배열된 경우에는 그 세기가 강하게, 반대 방향으로 배열된 경우에는 그 세기가 약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바인과 매슈스의 논문은 발표 당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당시 과학자들은 지구 자기장이 뒤바뀐다거나 해저가 확장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주저했기 때문이다.

 

변환 단층이란 판이 만들어지지도 소멸하지도 않으면서 판이 서로 스쳐가며 운동 형태가 유지변환된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바인은 바다 밑 얼룩말 줄무늬를 발견한 사람이다. 고지자기 대칭을 의미하는 얼룩말 같은 줄무늬는 판 구조론의 결정적 단서다. 판이 해령 축에서 멀어질수록 암석의 나이가 많아지며 줄무늬가 대칭을 이룬다는 것은 해령에서 새로운 지각이 끊임없이 태어나 양쪽으로 밀려 나가고 있음을 설명하는 결정적 증거였다.

 

와다치대, 베니오프대, 자바리츠키대 등의 명칭이 있다. 이는 연구자인 와다치(일본), 베니오프(미국), 자바리츠키(러시아)의 이름을 딴 명칭이었다. 판구조론에서 판이 소멸하는 구체적인 현장을 지칭하는 용어들이었는데 지금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섭입대라 부른다. 자바리츠키는 지진 데이터를 통해 경사 지진대를 물리적으로 처음 발견한 인물이라기보다 와다치, 베니오프가 발견한 지진대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산과 섭입 메커니즘의 유기적 관계를 세계 최초로 완벽하게 정립해 낸 인물이다.

 

과학사의 관점에서 와다치, 베니오프의 섭입대 발견은 미적분학(뉴턴과 라이프니츠), 산소(프리스틀리와 라부아지에), 해왕성(아담스와 르베리에)의 사례와 궤를 같이하는 완벽한 '공동 발견(Multiple discovery)'으로 보아야 한다. 공동 발견이란 이전의 연구나 서로의 연구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완벽하게 독자적인 상태에서 동일한 진리를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Plate)이라는 용어 자체를 전 세계에서 아예 처음 쓴 사람은 1965년 변환단층을 제안한 존 투조 윌슨이었다. 윌슨은 지구 표면의 거대한 껍데기를 Plate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윌슨의 ''이 단순한 지질학적 기술(묘사)에 가까웠다면 댄 맥켄지의 ''은 수학적 법칙과 강체(Rigid body)의 물리학을 덧입힌, 진정한 의미의 '이동하는 단위'로 격상된 개념이었다. 이 때문에 과학계는 맥켄지의 1967년 논문을 기점으로 현대 판구조론(Plate Tectonics)이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평가한다.

 

판은 지각과 다르다. 판은 지각보다 규모면에서 더 크다. 맨틀 바닥에 도착한 차가운 덩어리가 핵 주변의 뜨거운 물질을 옆으로 밀어내면 밀려난 뜨거운 하부 맨틀의 물질은 상승한다. 이처럼 물질이 상승하는 통로를 플룸이라 하며 플룸은 지표면에서 열점으로 표현된다. 하부 맨틀에서 올라오는 물질의 상승류는 규모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이를 특히 거대한 상승류라 한다.(229 페이지) 판구조론(Plate Tectonics)은 한 명의 천재가 하루아침에 완성한 것이 아니라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학자들의 독립적인 발견과 연구가 쌓여 완성된 현대 지질학 최고의 공동 합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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