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이 들려주는 판구조론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48
좌용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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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의 향기]에서 지구를 일종의 목수로 비유하고, 지구는 판이라는 널빤지로 헌 집의 여기저기를 고쳐 새집으로 단장하듯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설명한 좌용주 교수의 [윌슨이 들려주는 판구조론 이야기]란 책이다. 윌슨이란 캐나다의 저명한 지구물리학자이자 지질학자인 투조 윌슨(1908~1993)을 의미한다. 윌슨은 판구조론 확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다. 판구조론은 플룸 구조론과 함께 지질학을 과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론이다. 저자는 지구뿐 아니라 태양계를 이루는 지구형 행성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도 판구조론은 분명한 탐구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말을 한다. 최근 열수구, 오피올라이트 등을 공부하면서 이들은 모두 판구조론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있고 판구조론을 뒷받침하는 개념임을 알았다. 


저자는 두 지각을 이야기한다. 해양지각, 대륙지각이 그것이다. 해양지각은 대부분 현무암으로 이루어졌다. 두께는 평균 5km다. 반면 대륙지각은 화강암, 섬록암, 반려암, 사암, 이암, 편마암 등 여러 암석으로 이루어졌다. 평균 두께는 약 35km다. 대륙지각이 여러 암석으로 이루어진 것은 40억 년 이상의 오랜 지질 시대 동안 판의 충돌, 마그마 활동, 풍화·퇴적 등 다양한 지질 작용이 복합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대륙지각은 해양지각보다 두껍지만 밀도가 낮다. 감람암은 맨틀을 이루는 암석이다. 지각은 맨틀보다 밀도가 낮다. 그래서 맨틀 위에 떠 있는 것이다. 맨틀 아래에는 핵이 자리한다. 핵은 밀도가 가장 높다. 


암석권, 연약권, 중간권은 핵은 논의하지 않고 지각과 맨틀 부분만을 설명한 것이다. 지구 표면의 새로운 층을 암석권이라 한다. 100km에 이른다. 이는 지각과 최상부 맨틀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연약권은 맨틀 중 비교적 상부에 속한다. 지하는 온도가 녹는 점보다 크게 높지 않기에 맨틀은 일부만 녹는다. 부분적으로 녹고 무른 성질을 보이기에 연약권이라 한다. 연약권의 두께는 100~250km에 이른다. 연약권 아래의 나머지 맨틀을 중간권이라 한다. 중간(지구 표면의 운동 무대인 연약권까지와 핵 사이에 놓인) 부분이라는 말이다. 상부 맨틀은 모호면이라 불리는 지각과 맨틀의 경계에서부터 약 670km까지의 깊이를 말하고 하부 맨틀은 그보다 깊은 부분을 말한다.


어떤 판은 대륙을 짊어지고 있고 어떤 판은 해양지각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대륙을 가지는 판을 대륙판이라 하고 해양 지각을 가지는 판을 해양판이라 부른다. 한국이 위치한 유라시아 판은 대륙판이고 넓은 태평양을 둘러싼 태평양판은 해양판이다.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대륙과 해저가 이동하는 것과 판이 이동하는 것을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서 대륙 지각과 해양 지각이 바로 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대륙판은 대부분 대륙 지각이지만 해양 지각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대륙판이 곧 대륙 지각인 것만은 아니다. 지각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지각과 가장 상부의 맨틀이 합쳐진 암석권이 움직이는 것이다. 


지각이 움직이지만 그 아래의 맨틀도 함께 움직인다. 사람이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면 사람만 건너는 것이 아니라 뗏목도 같이 움직인다. 사람이 지각이라면 뗏목은 맨틀에 해당한다. 사람을 실은 뗏목은 암석권이고 강물은 연약권이다. 판과 암석권이 같은 것이라면 왜 하나로 부르지 않을까? 암석권은 지구 겉에서 맨틀의 바닥까지 암석권, 연약권, 중간권 등의 새로운 층으로 나눌 때 사용하는 구분이다. 하지만 지구 표면에서 무엇이 움직인다고 할 때는 운동을 나타낸다. 운동하는 물체를 부를 때는 암석권 대신 판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판이 이동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지각뿐 아니라 가장 상부의 맨틀을 포함하는 암석권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확장 경계는 많은 경우 해저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대륙 내부에서 확장 경계가 발견되기도 한다. 확장 경계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맨틀의 상승류가 암석권을 들어올린다. 해저의 확장 경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해저 지각이 높아져 있고 이런 높은 지형을 해령이라 부른다. 해령에서 상승한 맨틀 물질이 해양지각을 만든다. 수렴 경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수렴 경계 중 하나는 침강 경계다. 다른 하나는 두 판이 충돌하는 충돌 경계다. 침강 경계는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내려가는 경계를 말한다. 밀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해양판이 다른 해양판 아래로 침강할 수도 있다. 더 오래되고 더 무거워진 해양판이 젊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해양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두 판이 서로 접근하여 침강경계를 이룬 곳에서는 표면보다 아주 깊은 골짜기가 생긴다. 이런 지형을 해구라고 한다. 침강 경계의 대표적인 지형이다. 충돌 경계는 오직 충돌하기만 하는 경계를 말한다. 이런 곳에서는 대륙판끼리 부딪힘에 따라 하늘 높이 솟구치게 된다. 충돌 경계를 대표하는 것이 산맥이다. 충돌이 끝은 아니다. 대륙 지각끼리는 충돌해서 높아졌지만 지각 아래의 맨틀 부분은 계속 움직인다. 한쪽이 다른 쪽으로 계속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운동이 계속되는 한 산맥은 계속 솟구쳐 오른다. 대륙지각은 위아래로 균형을 이룬다. 높아지기 위해서는 맨틀 쪽 뿌리도 깊어야 한다. 이 뿌리가 깊어진다면 산맥의 높이도 더 높아질 수 있다.


땅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경계가 생기는 것을 단층이라 한다. 단층을 만드는 운동이 생기면 땅은 아래로 수직 이동을 할 수도 있고 좌우로 수평 이동을 할 수도 있다. 단층이 해령을 만난다는 것이 샌안드레아스 단층이 육지의 보통 단층들과 다른 아주 결정적인 증거다. 이런 단층은 해령과 해령 사이에 존재한다. 이런 단층을 변환단층이라 한다. 두 땅의 이동이 항상 반대이고 땅이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한 땅의 뒷부분에 빈 공간이 생긴다는 것이 육지의 일반 단층들의 모습이다. 변환 단층의 경우 빈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해령에서 끊임없이 해양 지각을 만들기 때문에 빈 공간이 생길 틈이 없기 때문이다. 해양 지각은 해령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확장된다. 하지만 지구 해양에 분포하는 해령의 축은 항상 연속적이지 않고 끊어져 있다. 


끊어져서 만들어진 해령과 해령 사이에서 해양 지각의 움직임이 반대가 되는데 여기에 변환 단층이 생겨나는 것이다. 해령들을 좌우로 끊고 있는 선들이 단층으로 이것이 바로 변환단층이다. 해저에는 무수히 많은 변환 단층이 존재한다. 특이하게도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육지에 나타난 변환단층이다. 해령들은 왜 끊어지는 것인가? 그것은 지구의 표면이 평면이 아니라 둥근 구면이기 때문이다. 평면과 달리 구면에서는 점토가 휘어지는 정도가 위아래에서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해령에서 만들어진 해양지각은 양쪽으로 이동한다. 이동시키는 중심이 지구 내부에 있다. 지구 표면이 둥글기 때문에 모든 장소에서 이동하는 정도가 같지 않다. 그래서 해양지각은 해령에 수직인 방향으로 쪼개진다. 이를 변환단층이라 한다. 


맨틀 위에는 대륙이 있고 대륙은 맨틀의 순환과정에서 생기는 수평 이동에 실려 움직일 수 있다. 이를 맨틀대류설이라 한다. 맨틀이 대류한다는 홈즈의 생각은 기본적으로 옳다. 하지만 홈즈 자신도 맨틀이 지구 내부 전체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또 어떤 모습으로 대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많은 과학적인 발전이 있고 나서야 우리는 맨틀 대류의 모습이 어떤지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는 표현은 맨틀이 대류하는 모습에 대해 아직도 과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어 있다는 뜻이다. 해령에서 순환의 흐름이 상승하고 해구에서 하강하지만 해령과 해구 사이에서는 수평적인 흐름을 하고 있다. 


해구에서 하강한 흐름은 맨틀과 핵의 경계를 따라 수평으로 흐르고 해령에 가까워지면 다시 상승한다. 이렇게 볼 때 맨틀의 대류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순환이 된다. 그런데 이런 커다란 순환에 의문을 가지는 과학자들도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게 말해 아래 위의 맨틀 성분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맨틀 성분 중에는 방사성 원소와 같은 성분도 있다. 과학자들이 이 방사성 원소의 양이 맨틀의 위쪽과 아래쪽에서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만약 대류가 맨틀 전체에 걸쳐 일어난다면 대류 순환은 맨틀의 성분을 일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맨틀의 성분이 위치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되면 이런 순환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류가 맨틀 전체에 걸쳐 일어난다는 모델을 한 층 모델이라 한다. 


대류가 맨틀 상부에서만 일어난다고 하는 모델을 두 층 모델이라 한다. 두 층 모델이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맨틀이 한층으로 대류한다는 모델에 문제가 생기자 과학자들은 다른 모델을 생각해 냈다. 맨틀 대류가 상부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때 맨틀을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로 나누는데 그 경계는 지하 약 670km에 있다고 생각한다. 맨틀 전체의 두께가 약 2,700km이니 상부 맨틀은 하부 맨틀에 비해 얇은 층이다. 맨틀을 두 개의 층으로 나누고 대류가 상부 맨틀에서만 일어난다고 하는 모델이 이렇게 생겨난 것이다. 딱딱한 고체의 맨틀 중에서도 연약권은 무르기 때문에 보다 쉽게 대류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 층 모델에도 약점이 있다. 하부 맨틀에서도 상당히 복잡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맨틀 대류가 판들 이동시키는 기본적인 힘을 제공하지만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현상들은 판의 움직임이 조금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맨틀의 순환과 판의 이동이 관계한다면 해령과 해구는 맨틀의 상승부와 하강부로 고정된다. 과학자들은 여러 곳에서 해령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맨틀의 대류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맨틀 대류만이 판을 이동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설명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해령 자체가 움직이고 해령이 해구 아래로 침강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판의 이동은 맨틀 대류뿐 아니라 침강하는 판의 잡아당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해령에서 만들어진 해양지각은 해령에서 멀어질수록 차가워지고 따라서 무게도 증가한다. 


해구에 접근하면 침강하는 해양지각은 아주 무거워진 상태이며 가라앉으려는 성질이 강해진다. 이때 침강하는 판은 뒷면에 있는 판들을 세게 잡아당기려는 성질이 생긴다. 이 때문에 해령도 끌려오면서 이동한다. 해령에서 산맥을 이루던 해양지각이 서서히 높이가 낮아진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생기면 그 사이에 있는 물체는 미끄러지지 않을까? 해령과 해구 사이의 해양지각은 수천 미터의 높이 차이가 생긴다. 이 차이 때문에 해령 부근의 지각이 계속 해구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해령 역시 해구 쪽으로 끌려 간다. 


세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1) 맨틀의 수평적 흐름, 2) 해구 쪽에서의 잡아당김, 3) 해령에서 해구쪽으로의 미끄러짐 등이다. 판이 움직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어느 하나의 경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세 가지 경우 중 두 가지 또는 세 가지가 모두 작용할 수도 있다. 판이 움직이는 이유는 생각 이상으로 복잡할 수 있다. 기본은 판 아래의 맨틀이 대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맨틀은 대류하고 그 위의 판은 맨틀의 흐름을 타고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판의 무게 변화, 해저 높이의 변화 등이 함께 어우러져 판을 이동시키는 힘을 만드는 것이다. 정리하면 맨틀 대류, 해령 밀어내기, 해구 끌어당기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1) 맨틀 대류는 지구 내부의 뜨거운 열로 인해 맨틀이 서서히 대류하며 그 위에 떠 있는 판을 밀거나 끄는 것이다. 2) 해령 밀어내기는 해령에서 마그마가 솟아나와 새로운 지각이 형성될 때 차가운 판이 기존의 판을 옆으로 밀어내는 것을 말한다. 3) 해구 끌어당기기는 무겁고 차가워진 해양판이 밀도 차이로 인해 맨틀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뒤따르는 판을 잡아당기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판 이동의 원동력은 해구 끌어당기기다.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부딪혀 만들어진 히말라야는 습곡 산맥이다. 재미있는 것은 두 판의 윗부분 즉 대륙 지각들은 서로 충돌하여 솟구쳐 올랐지만 지각 바로 아래의 맨틀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판을 이루는 암석권의 맨틀 부분은 지금도 계속 유라시아판 아래로 기어 내려가고 있다. 아주 느린 속도이긴 해도 지금도 인도판은 유라시아 판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해양판이 침강하면서 다른 해양판과 부딪히는데 여기에서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하나는 침강하는 해양판의 암석과 다른 해양판의 암석이 부딪힐 때 아주 강한 마찰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 마찰의 힘이 지진을 발생시킨다. 


또 다른 현상은 침강하는 해양 지각이 기어 내려가면서 압력을 받고 또 열을 받아 부분적으로 녹기도 하고 자신이 갖고 있던 물을 방출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녹은 지각이 바로 마그마를 만들 수도 있고 방출된 물이 지각 위쪽의 맨틀을 녹여 마그마를 만들기도 하다. 침강하는 해양 지각과 그 위쪽의 맨틀에서 만들어진 마그마는 지표로 올라와 화산으로 분출한다. 그렇게 되면 해양 지각 위에는 화산섬들이 생겨난다. 하나 둘이 아니라 화산섬들이 쭉 늘어선 모습이다. 이렇게 해저에 뿌리를 둔 화산섬들이 줄지어 나타나 무리를 이룬 것을 호상열도라 한다. 평면으로 볼 때 섬들이 직선으로 늘어선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 표면이 둥글기 때문에 섬들의 배열은 활 모양으로 휘어져 있다. 그래서 활 호(弧)자의 모양이라고 해서 호상 열도라 부른다. 


일본의 태평양 쪽에도 이런 호상열도가 분포하고 있다.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침강하는 경우에는 마그마가 분출하는 장소가 해양이 아니기에 섬이 생기지는 않고 대륙지각 위에 화산들이 생겨난다.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침강할 경우 해구로부터 대륙 지각이 가까울 경우에 해양판의 밀어붙이는 힘과 활발한 마그마의 분출 때문에 대륙 지각의 가장자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해양 지각이 운반한 해양 퇴적물들이 대륙 지각에 쌓여 올라가면서 지각의 가장자리를 마치 산맥처럼 두껍게 만들기도 한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서쪽에 남북으로 솟아 있는 안데스 산맥은 바로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산맥이다. 태평양판 동쪽의 나스카 판이 남아메리카 판을 밀어붙이고 많은 양의 해양 퇴적물을 거기에 쌓아 올려 만든 것이다. 물론 엄청난 양의 마그마를 지표에 쏟아 붓기도 했다. 


지진은 해구 부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발생하지만 그보다 깊은 장소에서도 일어난다. 아프리카 판을 자세히 보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열곡대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열곡이란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지형이 움푹 패어 낮아진 곳을 뜻한다. 아프리카의 동쪽에 있는 이런 열곡의 연장을 동아프리카 열곡대라 한다. 아프리카의 유명한 호수들이 이 열곡대 주변에 모여 있다. 동아프리카 열곡대가 앞으로 생길 커다란 섬의 서쪽 경계가 될 것이다. 열곡대가 땅을 벌어지게 하는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원래 열곡이란 판의 확장 경계에서 만들어지는 특징적인 지형이다. 맨틀의 대류가 상승해 와서 옆으로 이동하는 확장 경계에서는 맨틀 위의 암석권 즉 지판을 찢어놓게 된다. 그리고 암석권이 맨틀 대류의 흐름을 타고 좌우로 이동해 가면 대류의 상승류가 있는 장소의 땅이 아래로 꺼지게 된다. 이렇게 움푹 팬 지형을 열곡이라 부른다. 


열곡이 생기는 확장 경계의 중심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해양 지각에 있는 해령들에서는 그 중심부가 꺼진 열곡을 찾아보기 쉽다. 해양 지각이 아닌 아프리카라는 대륙 지각에서 열곡이 발견된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해양 지각에서는 보통 판의 경계에 열곡대가 생기는데 동아프리카 열곡대는 아프리카판의 내부에 발달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결국 동아프리카 열곡대는 판의 내부에 생겨난 확장 경계라 할 수 있다. 해양판들 사이의 확장 경계와는 모습이 여러모로 다르다. 아프리카 열곡대를 만든 것은 일반적인 맨틀 대류가 아니라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상승류 즉 뜨거운 플룸이다. 


하와이 열도(列島)를 설명할 때 열점 이야기가 나온다. 뜨거운 상승류가 만들어지는 장소는 고정되었지만 판이 움직이기에 지각이 움직이고 그렇기에 섬들이 열(列)을 지은 것이다. 그런데 화산섬들의 배열이 ㄴ자다. 하와이 열점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화산섬들인 엠퍼러 해산군(海山群)은 북쪽으로 이동하는 태평양판을 따라 움직였고 약 4천만 년을 전환점으로 하여 북서쪽으로 이동하는 태평양판을 따라 하와이 열도가 줄을 짓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판 사이의 상대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하나의 판이 나타내는 절대적인 움직임을 알고 싶어 했다. 가령 태평양판을 생각할 때 이 판이 어느 방향으로 어느 만큼의 속도로 움직이는가를 밝히려 한 것이다. 이것은 어려운 문제다. 


지구상의 모든 판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고정된 출발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출발점인 열점이 있기에 모든 판들의 이동 방향과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상에 열점은 하와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많다. 갈라파고스도 열점이다. 판의 경계부에 위치하는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판의 내부에 있다. 판구조론은 대륙이동설로부터 시작해서 해저 확장설을 거쳐 완성된 이론이지만 수십년 동안 지구에 대한 과학적인 관찰로부터 얻은 자료의 축적이 없었다면 만들어지 수 없었을 것이다. 판구조론이 1960년대 후반에 완성되었다 해도 이론으로서의 발전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지구 내부의 모습을 좀 더 확실히 들여다보게 된 것이 주효했다. 


지진파는 지구 내부 구조를 밝힐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우물 속에 두레박을 던지면 처음에 두레박은 물 위에 떠 있다. 그러나 두레박을 이리저리 젓게 되면 물이 채워진다. 무거워진 두레박은 우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때 두레박을 끌어올린다. 670km까지 내려간 판의 운명도 우물 속의 두레박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판을 움직이는 대류 운동은 상부 맨틀의 대류이고 그 아래의 하부 맨틀과의 경계는 약 670km 정도다. 그런데 670km까지 내려간 해양판은 그 자리에 머문다. 우물 속의 두레박이 물이 채워져 무거워질 때까지 물 위에 머무는 것처럼. 해양판의 침강이 계속 일어나도 670km 지점에서는 밀려드는 해양판들이 어느 정도의 무게가 될 때까지 체류하게 된다. 


그러다 무게가 너무 무거워지면 불안정해진다. 충분히 무거워진 해양판은 더 깊은 곳으로 낙하하기 시작한다. 물이 가득 채워진 두레박이 우물 속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낙하하는 판의 무리는 계속 가라앉아 맨틀과 핵의 경계에 쿵, 하고 떨어진다. 그러면 그 주변에 있던 뜨거운 맨틀 물질이 반동적으로 상승을 시작하여 상승류를 만들게 된다. 뜨거워진 맨틀 물질의 상승류는 차가워진 해양판의 무리가 맨틀 - 핵의 경계에 떨어져 생기기도 하지만 맨틀과 핵의 온도 차이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아주 뜨거운 핵은 그 위에 놓인 맨틀을 가열시킨다. 그러면 맨틀은 가벼워져 상승하게 된다.


이처럼 차가운 판이 낙하하고 뜨거운 맨틀이 상승하는 현상을 플룸이라고 한다. 차가운 판의 낙하를 차가운 플룸, 뜨거운 맨틀의 상승을 뜨거운 플룸이라 한다. 우리가 지진파를 통해 밝힌 지구 내부의 온도 차이는 바로 차가운 플룸과 뜨거운 플룸의 존재를 나타낸다. 지구 내부의 저온부는 차가운 플룸이 하강하는 곳이고 고온부는 뜨거운 플룸이 상승하는 곳이다. 하와이 열점이 뜨거운 플룸이 상승하는 곳이다. 아프리카 내부로 상승하는 뜨거운 플룸은 아프리카의 동쪽을 떨어져 나가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플룸구조론은 판구조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잘 보충해준다. 지구 표층의 운동은 판구조론이, 더 깊은 내부에서의 운동은 플룸 구조론이 설명하고 있다. 지구 심부(深部)에서는 뜨거운 플룸의 상승과 차가운 플룸의 하강이 일어난다. 지구의 표층에서는 상부 맨틀의 대류에 의해 판이 이동한다. 이런 움직임들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지배한다. 지구의 심장은 핵이다. 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마치 심장 박동과 같다. 이 박동에 의해 지구의 에너지가 나가고 돌아온다. 그 에너지는 뜨거운 플룸을 동맥으로, 차가운 플룸을 정맥으로 하여 계속 순환한다. 이 순환이 지난 46억년 동안 대륙을 모으고 떨어지게 한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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