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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ㅣ 나는 세상을 읽는다
크리스 우드포드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출판 / 2026년 3월
평점 :
우리는 과학에 대한 생각을 1 초도 하지 않고 수십 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과학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단 1 나노 초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 저자 크리스 우드포드의 [나는 화학으로 세상을 읽는다]는 “비전문가들도 쉽게 읽도록” 쓴 화학책이다. 물질의 거동은 물질 내부에서 원자들과 분자들이 요동하고 뭉치는 방식에 달려 있다. 물질과 물질을 다르게 만드는 것은 안에 있는 원자들만이 아니다. 원자들의 결합 방식에 따라서도 물질이 갈린다. 대표적인 예가 지구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장 필수적인 물질인 물이다.
원자가 금과은 같은 화학 원소의 기본단위인 것처럼 분자는 더 복잡한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다. 둘 이상의 원자를 붙이면 분자가 된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결합하면 물 분자 한 개가 얻어진다. 수십억조 개의 물 분자를 손가락 끝에 담아 올리면 그것이 작은 물방울 하나다. 수증기는 같은 질량의 물보다 공간을 1600배 더 차지한다. 이것이 전기 포트의 물을 몇 초만 오래 끓여도 주방이 세탁소처럼 수증기로 자욱해지는 이유다.
수백 가지 화학반응을 관찰하다 보면 결국 기본 원소들이 언제나 간단한 정수비로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1, 2;1, 3;2 등등. 1803년 영국 화학자 존 돌턴이 그 일을 해냈다. 화학 원소들을 체계적으로 배열하면 2차원의 격자형 재료표가 만들어진다. 이를 주기율표라고 한다. 주기율표는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화학 성분의 전체 목록이다. 저자는 동위원소를 불안정한 흥분 형태로 존재하는 원소로 설명한다. 이들은 어떻게든 더 안정된 상태가 되려고 난리를 치고 그러기 위해 원치 않거나 필요치 않은 소립자들을 밖으로 내던진다.(21 페이지)
원자 내부는 대부분 비어 있고 원자의 질량은 대부분 원자핵에 몰려 있다. 상대적으로 너무도 가벼운 전자들은 원자핵 주위를 빙빙 돌며 흐릿한 공허의 구름을 형성한다. 철은 원자들이 위치 이동을 꺼리지 않기 때문에 모양을 잡을 때 구부러진다. 반면 유리는 원자들이 전체 구조를 허물지 않고는 새 장소로 이동하지 못해 산산이 부서진다. 철은 전기를 잘 유도한다. 원자들이 밀집한 구조에서는 각 원자의 외곽을 도는 전자들이 서로 맞물려 전체 구조를 아우르며 앞뒤로 출렁이는 일종의 흐릿한 바다를 형성해서 전기를 이편에서 저편으로 운반하기 때문이다. 철을 충분히 가열하면 벌겋게 달아오른다. 원자들이 열에너지를 흡수해서 붉은 빛의 형태로 내놓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물은 접착력보다 응집력이 훨씬 강하다. 이것이 빗방울이 퍼지거나 흩어지지 않고 잎사귀 위에 진주처럼 영롱하게 맺힐 수 있는 이유다. 비 오는 날 창문을 두들기는 비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마치 유리에 보이지 않는 수로들이 있는 것처럼 물방울들이 창에 또렷한 줄무늬를 그리며 흘러내린다. 이것도 물의 응집력 때문이다. 새로 떨어지는 방울은 유리의 아직 젖지 않은 부분보다 이미 떨어져 있는 방울들과 합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물은 끼리끼리 뭉치는데 명수지만 다른 곳에 달라붙는데는 영 무능하다. 그래서 물을 제대로 퍼지게 하고 물건을 완전히 적시게 하기 위해서는 세제(계면활성제)를 사용해야 한다.
물은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고 무거운 물질이라 금방 비키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물은 비압축성이다. 즉 더 작은 공간에 욱여넣을 수 없다. 이론상 눈과 얼음은 전혀 미끄럽지 않아야 한다. 얼음도 고체이고 발바닥도 고체다. 타이어와 아스팔트처럼 두 가지 고체가 접촉하면 대개는 더 이상의 운동을 막기에 충분한 마찰이 발생한다. 그런데 왜 얼음은 미끄러울까? 일반적인 설명은 이렇다.
물체를 쥐어짜면 물체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과학의 통칙이다. 자동차 타이어에 바람을 열심히 넣다 보면 에어 펌프가 뜨거워지는 것은 그런 이유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사람이 얼음 위에 서면 얼음 표층에 짓눌려 온도가 올라가서 녹는다. 즉 고체 발과 그 아래의 고체 얼음 사이에 윤활유로 작용하는 수층이 생긴다. 얼음을 지친다는 건 사실 얼음을 지치는 게 아니다. 얼음이 아니라 얼음 표면에 얇게 깔린 해빙수를 타고 미끄러지는 것이다. 이 이론을 강도 높게 적용한 것이 스케이팅과 컬링 같은 겨울 스포츠다. 스케이트는 몸의 압력을 날카로운 블레이드에 집중시켜 발 아래의 얼음을 매우 효과적으로 녹이고 그걸 타고 고속으로 미끄러진다. 하지만 이때 미량의 물만 살짝 녹았다가 바로 다시 얼어붙는다. 아이스링크 전체가 호수로 변할 일은 없다.
이것이 과거에 과학자들이 설명하던 방식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 같은 유명 학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과학이란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우리는 얼음이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물체임을 알게 된다. 얼음이 미끄러운 진짜 이유는 스케이트가 빙판을 짓누르는 압력과 하등 관계가 없다. 스케이트의 압력 따위는 얼음을 녹여 윤활 수층을 만들 만큼 크지 않다. 완벽한 설명은 아직 없지만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얼음에는 액체와 유사한 코팅이 내장되어 있으며 이 코팅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크기가 커진다는 것이다. 얼음은 미끄럽다. 왜냐하면 얼음을 미끄러우니까. 이것이 물의 기본 성질이다. 우리가 그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든 말든.
저자는 유리는 훨씬 교활하다고 말한다. 유리의 용도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비결정형 고체, 반고체, 냉동 액체다. 혼돈스러운 액체와 질서 있는 고체의 중간쯤에 해당되는 일종의 무작위적이고 임시방편적인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고체가 되려는 거친 시도는 있었으나 고체처럼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 구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물을 극도로 빨리 냉각시키면 비결정질 얼음이 생긴다.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렵지만 대 우주에는 흔하다. 일종의 우주 서리다. 혜성이 대부분 이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에 비결정질 얼음이 많은 이유는 별 사이 공간의 극한 환경 때문이다. 우주는 매우 밀도가 낮아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될 에너지를 갖지 못한다.
엄밀히 말해 유리가 고체와 액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물질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유리가 고체가 되는 과정에 있거나 언젠가는 완전히 굳어질 물질이라는 뜻은 아니다. 유리는 이미 굳을 만큼 굳은 상태다. 유리를 깨면 파편이 불규칙한 모양임을 알 수 있다. 유리가 비결정형 고체라는 의미이다. 유리는 투명하다. 그것은 빛이 유리를 통과한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그럼 빛은 어째서 금속 같은 다른 고체는 통과하지 못하면서 유리는 통과할까? 물질의 투명성과 불투명성은 빛이 그것을 통과하려 할 때 그것이 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달려 있다.
금속은 광자라고 부르는 입자 뿐만 아니라 X선처럼 빛과 비슷한 것까지 모두 흡수한다. 금속의 원자들은 자유전자들의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이것이 광자를 쉽게 흡수했다가 쉽게 분출하는 요인이 된다. 광자를 공처럼 잡아서 왔던 방향으로 다시 던져버린다. 알루미늄과 은처럼 반짝이는 금속은 모든 종류의 광자들을 몽땅 잡아서 다시 던진다. 그들이 거울의 훌륭한 대용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구리나 금처럼 유색 금속은 일부 광자는 흡수하고 나머지는 반사하거나 전송한다. 유리는 어떻게 다를까? 모든 것은 내부의 문제다. 유리의 전자들은 괴상한 비정형 구조의 원자들을 흐트러지지 않게 붙들고 있느라 바빠서 가시광선의 광자들을 금속처럼 착착 포착하지 못한다. 그래서 광자들 대부분 유리의 한편으로 들어와 반대편으로 빠져나가고 유리 원자들은 그걸 알아채지 못한다.
하지만 자외선은 이야기가 다르다. 빛의 반사, 산란, 투과, 흡수 등은 원자 안의 전자가 담당한다. 빛을 산란 시키는 것과 반사 시키는 것은 다르다. 빛을 모두 흡수하는 물체는 검게 보인다. 어떤 물체가 빛을 반사하면 흡수하지 않고 반사해내는 파장의 빛이 우리 눈에 보인다. 모든 빛을 산란시키는 물체는 하얗게 보인다. 어떤 물체가 빛을 산란시키면 산란되는 파장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나타난다.
광변색 유리는 누가 발명했을까? 1962년 코닝사의 화학자 윌리엄 아미스테드와 도널드 스투키가 특허를 낸 초창기 제품은 실제 유리를 사용했다. 오늘날의 광변색 렌즈는 은이나 유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나프토피란(naphthopyrans)이라는 복잡한 플라스틱에 기반한다. 이 플라스틱은 자외선을 받으면 가역적으로 자신의 구조를 바꾼다. 즉 실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빛을 적게 흡수하는 형태를 취하고 실외에서는 가시광선을 많이 흡수하는 형태를 취해 렌즈를 어둡게 만든다. 많은 분자가 한꺼번에 빛을 많이 흡수해서 창문에 블라인드를 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빛을 차단한다. 자외선이 없어지면 이 분자들은 곧 원래 형태로 돌아와 우리 눈앞에 블라인드를 활짝 연다.
광탄성(光彈性)은 물체에 외력을 가한 뒤 편광을 통과시키면 그 물체가 어떻게 힘을 받았는지 말해주는 줄무늬가 형성되는 현상이다. 소성(塑性) 재료는 탄성(彈性) 재료와 달리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소성 재료에 계속 힘을 가하면 변형되다가 결국은 뚝 부러지고 만다. 흥미롭게도 금속도 엘라스틱하다. 물론 심하게 힘을 받으면 금속에도 영구적 변형 소성 변형이 일어난다. 진동이 있다는 것은 탄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리에도 탄성이 있다.
북극해의 얼음 바다를 항해하는 데 오히려 목선이 더 적합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광퇴화는 플라스틱을 환경에서 분해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부식(腐蝕)도 녹과 비슷하다. 다만 금속이 아니라 나무를 갉아먹는 생물학적 골칫거리다. 물은 비열이 높다. 물이 열을 흡수하는 힘의 원천은 압도적인 분자수에 있다. 물 분자는 매우 가벼운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물 1kg에는 같은 양의 다른 물질보다 더 많은 분자가 있다. 물에 빽빽이 들어찬 분자들 덕분에 물은 놀라운 열 유지 능력을 가진다. 철의 비열 용량은 물의 약 9분의 1이다. 철이나 강철 1kg의 온도가 10°C 내려갈 때 내놓는 열에너지는 물 1리터가 같은 정도로 식을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파이프 안을 쉽게 흘러 다니는 물의 특성도 열을 붙들고 늘어지는 특성만큼이나 중요하다. 만일 물이 더 걸쭉한 즉 점성이 더 강한 액체여서 줄줄 흐르지 않고 진득하게 흐른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물을 많이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이 시럽의 속도로 움직이면 샤워하고 변기 물을 내리고 설거지하고 옷을 세탁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상상해보라. 이를 보며 생각하는 것은 용암과의 대비다. 용암이 흘러 강을 채울 때 온도, 유속, 색상 등에서 다양한 대비(contrasts)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청소는 보이지 않는 먼지를 재배치하는 것에 불과할 때가 많다. 더구나 깨끗한 집안 너머 더러운 지구가 있다. 집안을 청소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강력 표백제와 세제를 강과 바다에 뿌리고 물고기를 떼죽음으로 몰고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수십년 지속될 오염물질을 야기한다면 우리 주방과 욕심만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있을까? 지구가 더러운데 우리 집이 깨끗하면 얼마나 깨끗할까?(132 페이지)
왜 옷은 때가 탈까? 우리가 입고 신고 걸치는 것들이 우리의 체온 유지를 위해 설계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미세 섬유가 너무 빡빡하게 엉켜 있으면 먼지를 빨아들이는 부작용이 난다. 뭔가가 달라붙을 표면적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섬유가 워낙 작아서 때와 땀이 원자 단위로 자연스럽게 달라붙는다.
물 분자는 비대칭이다. 물 분자는 수소 분자 두 개가 산소 원자 하나에 붙어서 삼각형을 이룬다. 수소 끝은 약한 양전하를 띄고 산소 끝은 약한 음전하를 띈다. 물 분자는 이렇게 자석처럼 두 개의 상반된 극을 가진 까닭에 극성 분자라 불린다. 자석처럼 때 같은 곳에 달라붙어서 때를 있던 곳에서 떼어낸다.
물은 사실 만능 용매와 거리가 멀다. 모든 곳에 달라붙지는 않기 때문이다. 즉 모든 종류의 때를 빼주지는 않는다. 물 분자는 다른 것들보다 자기들끼리 잘 달라붙는다. 이것이 물이 방울 지고 유리창에 줄무늬를 만들고 연못 수면에 소금쟁이가 떠 있을 막을 형성하는 이유다. 물이 뭔가를 제대로 적시려면 물의 이 표면장력부터 깨져야 한다.
세제가 옷은 깨끗하게 빨아 주지만 지구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은커녕 세탁 세제에 거의 모든 성분에 환경 파괴물질이 있다. 이는 검증된 사실이다. 계면활성제는 수생 생물에게 직접적 독이 되고 인산염은 담수의 산소 수준을 감소시켜 생물을 질식시키고 용해제는 인간과 수생생물 모두에게 유해하다. 세제는 내분비 결합물질 다시 말해 강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최대 80%의 성분을 바꿀 수 있는 성전환 화학물질이다. 수생 생물은 곤충, 조류, 인간을 포함하는 거대 생태계의 일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강과 바다가 오염될 경우 문제가 거기서 그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우리가 물에 푼 독은 조만간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게 돼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용기의 성분표를 보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화학에 대해 생각하자 되도록 순하고 환경친화적인 세제를 골라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아무리 연료탱크에 휘발유가 넘쳐나도 주위에 공기가 없으면 자동차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 그럼 자동차는 정확히 얼마만큼의 공기를 필요로 할까? 스포츠카의 경우 1분에 약 6,000리터의 공기를 흡입한다. 만약 자동차를 쉬지 않고 8시간 동안 운전한다면 자동차는 올림픽 규격에 수영장을 채우고도 남을 공기를 마시는 셈이다. 우리는 공기를 심하게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구상 어디를 가든 공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근본적인 문제는 휘발유에 갇혀 있는 에너지의 단 15%만이 실제로 도로를 달리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실린더의 열 손실, 기어의 마찰, 엔진이 내는 소리, 차의 전기설비로 가는 동력 등 다양한 정도로 낭비된다. 만약 자동차가 100% 효율적이라서 휘발유에 내장된 에너지가 남김없이 도로를 내달리는 운동에너지로 전환된다면 같은 양의 연료로 적어도 5배에서 10배는 더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