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에 남은 지문 - 과거로부터 온 미래 기후의 증거
데이비드 아처 지음, 좌용주 외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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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물리학자 데이비드 아처의 [얼음에 남은 지문]1. 이산화탄소 배출은 국제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패권과 밀접하다. 2.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과 이익은 공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3.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미래의 사람들이다 외에 4. 미래 기후는 결국 석탄 처리에 달려 있다는 말을 하는 책이다. 저자는 상세하게 설명하기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얼음에 남은 지문]의 원제는 The Long Thaw. 장기간의 해빙(解氷)을 의미하는 말이다. 번역본 제목을 보면 [얼음에 남은 지문]은 빙하에 관한 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해빙과 그로 인한 기후 위기를 다룬 책이다.

 

원서가 나온 해는 2009년이고 번역서가 나온 해는 2022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100만 년 넘게 지구 기후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내뿜는 땅에 의해 결정되었다. 즉 에오세의 온실 기후와 현재의 서늘한 기후의 차이는 대륙 분포, 거대한 습곡 산맥의 형성, 식물 진화 등 탄소의 배출과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 비롯된다. 화산은 매년 인간보다 훨씬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는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저자가 예로 드는 지역은 북극이다. 북극은 열대 지역보다 기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드러난 맨땅이 얼음보다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남극에서는 불가사의하게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오존 구멍과 관련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두 개의 알베도 피드백을 이야기한다.(알베도는 가시광선에 대한 행성의 반사율을 의미한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수증기 피드백이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마찬가지로 수증기 피드백도 지구온난화를 증폭한다. 고위도에서만 적용되는 얼음 알베도 피드백과 달리 수증기 피드백은 지구 전체에 일정하게 영향을 끼친다. 수증기 피드백은 이산화탄소 증가만 고려했을 때보다 온도를 약 두 배 높인다. 얼음 알베도 피드백은 얼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어나지만 눈과 얼음의 면적이 가장 넓은 고위도에서 그 효과가 훨씬 더 지배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북극의 경우 얼음 피드백은 흰색 얼음이 태양 빛을 반사하는 대신 어두운 바다가 열을 흡수하여 온난화를 가속하는 알베도 효과가 빚어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유네스코 등이 킬리만자로의 눈이 2040년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2040년이란 숫자에 눈길이 가는 것은 북극도 2040년 여름이 얼음이 없는 계절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연구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마리카 홀랜드(Marika Holland). 지구 표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북극해는 그린란드 빙산과 북대서양 심층수의 생성 지역에 인접해 있다.

 

해빙은 지구상에서 햇빛을 가장 잘 반사한다. 바다는 가장 적게 반사한다. 휜색을 띠는 눈 덮인 해빙은 가시광선과 태양 복사 에너지를 우주로 반사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바다는 어둡게 보여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스펀지와 같다. 바다 표면은 파란색 계열의 빛만 산란되어 파랗게 보이지만 수심이 깊어지면 파란빛마저 물에 흡수되어 반사되는 빛이 줄어들기 때문에 바닥은 짙은 파란색을 지나 결국 어둡게(검게) 보이게 된다.

 

24시간 동안 평균을 내면 밤에도 태양이 지지 않는 북극의 여름철 햇빛이 지구에서 가장 강하다. 녹아내리는 북극 해빙은 지구온난화가 분수령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사례다. 해수면은 점점 상승하고 있다. 오늘날 해수면 상승 요인의 3분의 2는 데워진 해양의 열적 팽창이다. 나머지 요인은 녹아내리는 빙하다. 저자는 히말라야의 빙하를 이야기한다. 저자에 의하면 히말라야의 빙하 녹은 물은 갠지스강, 인더스강, 브라마푸트라강, 살원강, 메콩강, 양쯔강, 황하 주변에 사는 수십억 명의 사람에게 담수를 공급해준다. 겨우내 산지에 쌓인 눈은 봄 여름에 물을 흘려보내고 농사에 요긴하게 쓰인다. 페루의 안데스 산맥, 미국 북서부의 태평양 산지에서도 빙하는 여름에 물을 공급한다. 빙하가 줄어들면 이 지역의 물 공급 또한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다.

 

빙하를 시추하여 얻은 빙하 코어에는 수십만 전의 얼음에 녹아 들어갔거나 공기방울에 갇힌 과거 대기의 실제 시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시료들로부터 과거의 이산화탄소, 메테인, 다른 온실 기체의 농도를 구할 수 있다. 빙하(glacier)는 눈이 굳어 자체 무게로 움직이는 얼음 덩어리다. 빙상(ice sheet)은 극지방을 덮고 있는 50,000 km² 이상의 광활한 빙하 덩어리로 대륙 빙하라고도 불린다. 빙산(iceberg)은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부유 얼음이다. 해빙(sea ice)은 바닷물이 언 것을 말한다. 빙퇴석(moraine)은 움직이는 빙하가 골짜기를 깎아내며 운반해 온 암석, 자갈, 토사 등이 빙하가 녹으면서 가장자리나 말단에 쌓여 만들어진 지형을 의미한다.

 

빙하가 자체 무게로 움직인다는 의미는 표면이 조금 녹아 미끄러지는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고체 상태에서도 끈적한 액체처럼 낮은 곳으로 서서히 흐르거나 밑바닥이 녹아 미끄러진다는 의미다. 대륙지각은 녹은 쇳물이 담긴 도가니의 맨 위에 둥둥 떠 있는 불순물 즉 슬래그와 유사하다. 해양 지각은 대륙 지각과 달리 화학적으로 맨틀과 좀 더 유사하며 판이 수렴하고 충돌하는 곳에서 지구 내부로 들어간다. 해양지각과 맨틀은 철, 마그네슘 등이 많은 고철질 또는 초고철질이다. 해양 지각의 평균 수명은 약 15천만 년에 불과하다. 반면 대륙지각은 지구 내부로 들어가지 않는 대신 침식된다. 즉 풍화되거나 갈려 으깨진다.

 

두 지각은 모두 물에 떠 있는 빙산처럼 맨틀이라는 유체에 떠 있다. 해양지각은 대륙지각보다 얇고 밀도가 크기 때문에 대륙지각보다 낮게 떠 있다. 바닷물은 바다 깊이 채워져 있어서 해양지각 또한 물로 덮여 있다. 빙상이 녹으면 그 아래의 지표면은 발자국에 눌렸다가 튀어나오는 잔디처럼 올라온다. 지각이 떠오르거나 가라앉는 데는 수만 년이 걸리므로 이전에 로렌타이드 빙상 아래에 있었던 캐나다의 허드슨만 지역은 얼음이 녹은 지 1만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101 페이지)

 

해수면 변화의 요인은 셋이다. 1) 빙상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물, 2) 해수의 열팽창, 3) 천천히 변화하는 판의 고도 등이다. 탄소 동위원소 및 산소 동위원소의 급증은 심해에 극적인 온난화가 있었음을 증거한다.(103, 104 페이지) 무거운 산소는 증발하는 데 있어서 가벼운 산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적게 증발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수온도 올라가고 물 분자들이 더 빠르게 움직여 표면장력을 뚫고 증발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어 무거운 산소도 많이 증발하는 것이다.

 

빙하 코어, 퇴적물, 화석 등에서 가벼운 산소와 무거운 산소의 비율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해 히는 것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에 대한 예측을 기후의 자연적 변동 및 주기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다. 현재의 온난화 현상은 거의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현상이다.(108 페이지) 새로운 기후의 문제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미래는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온실 기후로 인해 따뜻해지면서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다. 급속한 온난화에 대한 가장 가까운 사례는 5500만 년 전의 팔레오세-에오세 최대 온난기이지만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자세히 알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구의 탄소 중 생물계 순환에 참여하는 유기 탄소는 극히 일부분이다. 이 유기 탄소로 지구 표면을 칠한다면 불과 몇 mm 두께에 지나지 않는다. 얇고 끈적해 보이는 이 층은 지구에서의 화학 반응을 수천 배 가속할 수 있다. 생명체는 탄소라는 원소의 화학적 성질에 기초한다. 지구의 어떤 원소도 그 복잡성에 있어서 탄소를 따라올 수 없다. 주기율표에서 탄소와 가장 가까운 규소 역시 복잡한 화학적 성질을 가진 원소다. 규소의 화학적 성질은 판구조 운동의 단계와 해양지각, 대륙지각의 특성을 공유한다. 풍화작용의 산물인 토양은 규소의 화학적 성질에 따라 형성된 결과다. 규소는 지구 내부를 제어하지만 탄소는 표면을 차지하고 있다.

 

탄소 순환은 해양과 지구의 고체 부분으로 확장된다. 퇴적암은 해수면이 높은 시기에 퇴적되었거나 느린 판구조 운동으로 해양지각에서 대륙지각 쪽으로 부가되어 올라간 것들이다.(118 페이지) 궁극적으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많이 배출되는가가 중요하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해양이 더욱 산성화되면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줄어든다.(129 페이지) 인류는 이산화탄소로 바다를 산성화한다. 이에 대응하여 염기(鹽基)인 탄산칼슘은 바다와 육지에서 융해되어 수소이온지수 균형을 회복시킨다. 이 과정은 수천 년이 걸린다.

 

산성은 바닷물이나 빗물과 같은 물을 기본으로 하는 혼합물의 특성이다. 산성 용액에는 높은 농도의 수소 이온이 들어 있다. 수소 이온은 금속, 암석, 생물학적 탄소 화합물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화학 결합과 빠르고 거칠게 반응한다. 물 분자에서 수소 이온이 빠져나가면 수산화이온이라는 잔여물이 남는다. 메테인은 분자 단위에서는 이산화탄소보다 30배나 더 강력한 온실 기체다. 일단 대기로 방출된 메테인은 약 10년 안에 또 다른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때 분해되어 나온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대기 중에 축적된다. 겉보기에 메테인 하이드레이트 침전물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다.

 

메테인 하이드레이트는 온도가 너무 높으면 녹고, 물이 얼음 상태를 유지할 만큼 온도가 낮더라도 대기압에서 방출된다. 해양 퇴적물의 하이드레이트는 진흙 속에 묻히지만 않았다면 녹아서 바다 표면으로 떠오를 것이다. 해수면 상승은 부분적으로 해수의 열팽창으로 발생한다. 해수면 변화의 주요인은 육지 빙하의 해빙(解氷)이다. 버지니아 대학교의 고기후 학자인 윌리엄 러더먼은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라는 흥미로운 책에서 수천 년 전부터 농지 개간이라는 인간의 활동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테인 농도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간 활동의 영향 없이 자연적으로만 변화했다면 다음 빙하기가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174, 175 페이지)

 

산업 문명은 이미 지난 몇백 년 동안 에너지원을 18세기의 나무에서 19세기의 석탄으로, 20세기의 석유와 가스로 여러 차례 바꿨다. 장기적으로는 다시 바꾸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인류 문명이 화석연료가 이미 고갈된 세계에 뿌리 내렸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상황이라면 인류는 쓸 만한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했을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국제적으로 경제적, 군사적 패권과 밀접하다.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6%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으나 미국과 호주 정부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궁극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안정화하려면 훨씬 더 크게 감축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피하는 간단한 개념은 석유와 가스는 계속 태우지만 석탄 연소는 멈추는 것이다. 석탄 연소는 현재 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석유와 천연가스가 각각 3분의 1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사용 가능한 석탄의 양은 석유와 가스의 10배가 넘는다. 궁극적으로 지구 기후의 미래는 석탄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184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북한의 경우다. 그들은 석탄을 석유화하는 기술(coal liquefaction)을 보유하고 있다. 지구에는 석탄이 너무 많다. 미래 기후는 결국 석탄 처리에 달려 있다. 석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새로운 기술이 있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 기술이지만 석탄 화력발전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아직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규제 상태에 놓인 에너지 시장에서 전력 공급 회사들이 가장 저렴한 방식 외에 다른 방식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IGCC; 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의 장점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순수한 형태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형적인 석탄 화력발전소 배출물의 약 10%는 이산화탄소로 공기 중 질소에 의해 희석된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탄소 포집 및 격리(CCS; carbon capture and sequestration)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포집되어 땅속으로 다시 주입될 수 있다. 이 방법이 공정의 일부로 포함되면 석탄 연소 후 배출물에서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것보다 석탄가스화 복합 발전을 통해 석탄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더 저렴할 것이다. 석탄가스와 복합 발전은 수은과 유황 배출 역시 제거한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과 이익은 공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오늘날 화석연료 경제의 혜택은 대부분 온대 지역에 있는 산업화된 선진국에 돌아가고 있다. 기후변화의 비용은 열대 지역에서 치르게 될 것이다. 어떤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응급 서비스가 잘 갖춰진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온다. 저위도 지역의 국가들은 자급자족하는 농민의 비율이 높은 편으로 날씨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집약적 농업법으로 말미암아 소비량보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식량 생산은 세계화가 이루어져 지역적인 농업 환경으로부터 탈피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미래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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