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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완전한 지도 - 지구의 71%, 해저 지도를 향한 도전
로라 트레더웨이 지음, 박희원 옮김 / 눌와 / 2026년 3월
평점 :
환경, 해양 분야 전문 기자 로라 트레더웨이의 [지구의 완전한 지도]는 해저(海底) 지도(sea bed map) 작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황과 미래 전망 등이 흥미진진하고 유의미하게 짜인 책이다. “우리는 바다 밑바닥보다 달 표면을 더 많이 안다”는 말이 인용된 이 책에서 저자는 바다를 우주에 빗대는 것은 강력하고 진실되게 느껴지지만 바다를 지도화하는 문제에서 해저를 달과 비교하는 것은 사실 당면한 과제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된다고 말한다.(43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전 세계 해저의 대부분은 어둠에 덮여 있다. 이렇듯 해저는 세계의 마지막 거대수수께끼다.
본문에 나오는 five deeps란 말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남극해 등의 5대양을 말한다. 해저는 수중화산이 폭발하고 온천이 부글거리며 지각판이 갈라지거나 찢어지고 지각이 흔들리며 지진이 일어나는 등 지질 활동이 육지보다 더 활발한 곳이다. 그 한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해저에 있는 폭포다. 이 폭포는 세계에서 가장 웅대한 폭포로 알려진 약 979m 높이의 베네주엘라의 앙헬 폭포보다 더 크고 장대하다. 이 폭포에서 북유럽 바다의 차갑고 밀도 높은 해수가 비교적 가볍고 따뜻한 이르밍거해의 바닷물과 충돌하여 약 3,500m 아래 해저로 낙하한다.
해저의 모든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육지의 지형과 비교하면 더 크고 대단하며 극단적이다.(33 페이지) 해구(海溝; trench)는 바다 밑에서 좁고 긴 형태로 움푹 들어간 급사면의 골짜기 지형 즉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을 말한다. 해구는 해저에 있는 기다란 균열로 가장자리에 급경사가 있고 바닥은 대체로 평평하다.(75 페이지) 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 대서양의 푸에르토리코 해구, 인도양의 자바 해구, 북극해의 몰로이 해연(海淵; deep), 남극해의 사우스샌드위치 해구 등이 그것이다. 해구가 긴 골짜기 형태의 지형이라면 해연은 해구 내에서도 가장 깊게 팬 특정 지점을 뜻한다. 한편 바닷속 염수호(鹽水湖)는 브라인 풀(brine pool)이라 한다. saline이 식염수 또는 염수를 의미한다면 brine은 고염수(진한 소금물)를 의미한다.
저자는 해저 지도화의 문제를 논하기도 한다. 지도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며, 언제나 어떤 형태의 착취를 예고한다.(13 페이지) 해저 지도화는 작업 성격상 이미 시끄러운 바다에 소리를 늘리는 일이 된다. 인간이 만든 소음은 각양각색의 해양 동물에게 다양한 악영향을 미친다. 고래들의 경우 먹이 활동과 음파 탐지를 중단하고 음원을 피해 비정상적으로 급한 각도로 헤엄쳐간다. 이 과정에서 질환을 앓는다. 잠수병이라고도 하는 감압병이 그것이다. 스쿠버 다이버가 수면으로 너무 급하게 올라오다가 혈액 내에 유독한 질소 기포가 생겨 겪는 병과 유사하다.
1960년대에 중주파 해군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가 도입된 이후 해군 훈련장소나 해군기지 및 군함 근처에서 부리고래 집단자살이 수십 건 발생했다.(60 페이지) 소나는 수중에서 음파를 발사하거나 수신하여 반사되는 소리를 통해 물체의 방향, 거리, 종류를 탐지하는 수중 음향 탐지 장비를 말한다. 무광층(無光層)은 수심 1000~3000미터까지의 햇빛이 없는 곳을 말한다. 먹이는 희박하고 수압은 높으며 수온은 차갑지만 섭씨 약 4도로 안정적이다. 초심해대(超深海帶)를 의미하는 하달존(hadal zone)은 지하세계인 저승을 다스리는 그리스신 하데스의 이름을 따 지은 이름이다. 전 세계 해저에서 하달존에 속하는 곳은 3%도 안 된다. 지질학적으로 하달존은 해저가 죽음에 이르는 곳이다.
일부 중요한 예외를 제외하면 해구는 지진 활동이 활발한 섭입대에 위치한다. 여기서 오래된 무거운 해양 지각이 지구의 맨틀로 가라앉아 재순환된다. 해구는 쓰나미를 유발할 수 있는 지진으로 흔들리면서 죽음과 파괴도 불러온다. 푸에르토리코 해구에서는 북아메리카 판이 카리브 판과 맞닿아 위아래로 아주 느리게 미끄러지고 있다. 두 판 사이의 섭입대는 해저에 칼날 조각처럼 생긴 깊은 해구를 만든다. 해구들이 태평양을 둘러싸고 있어 아메리카 서부 해안과 아시아 동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불의 고리에서는 지진이 비일비재하다.(81 페이지)
해저 지도화 사업 함대인 노틸러스호에는 다양한 종류의 소나가 있고 각 소나는 특유의 방식으로 해저를 ‘듣는다’. 함교(艦橋)에 있는 단원들은 해저면 아래로 직선의 핑(ping) 신호 하나를 보내 돌아오게 하는 단일 빔 소나를 작동한다.(56 페이지) GEBCO란 말이 있다. General Bathymetric Chart of the Oceans의 약자로 세계 대양 수심도(일반 수심도)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는 전 세계 해저 지형의 수심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bathymetric은 측심학(測深學)을 의미한다.
본문에 과학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이 겹치는 사례가 나온다.(67, 68 페이지) 해저 측량은 30년간 이어진 세계대전기에 미군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부흥기를 맞았다(107 페이지)는 말은 그런 예에 속한다. 저자는 과학은 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 옛날 영국 챌린저호가 원정에 나선 1870년대부터 우주 경쟁이 펼쳐진 냉전기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오래도록 국제사회에 한 나라의 위세와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는 도구였다.(185 페이지)
미국의 지질학자이자 지도 제작자인 마리 타프(Marie Tharp; 1920-2006)는 1953년 북대서양에 거대한 해저산맥과 깊은 열곡(裂谷)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의 발견은 그때까지 비주류였던 대륙이동설과 판구조론의 기반이 되었다. 캐나다의 지구 물리학자 투조 윌슨은 지각판이 모두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판은 미끄러져 내려가거나 올라가거나 엇갈리거나 멀어진다. 육지에 있는 우리는 지각판의 드문 접점에서 이 운동을 극히 일부만 경험한다.(125 페이지)
저자는 지도는 사회에서 권위를 누리고 또 거짓된 매력을 뽐낸다고 말한다. 지도는 어떤 장소를 실제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도록 우리를 속인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해령(海嶺)과 열곡(裂谷)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둘 다 발산형 판 경계에서 지각이 서로 멀어지며 형성되는 지형이지만 주요 위치, 지형적 특징, 형성 단계에서 차이가 있다. 해령은 바다(해양 지각) 아래에 위치하고 열곡은 주로 대륙(대륙 지각) 위에 위치한다. 해령은 바다 중앙에 솟아오른 거대한 산맥(해저 산맥)인 반면 열곡은 지각이 찢어져 내려앉은 길쭉한 계곡(오목한 지형)이다. 해령 정상부에도 작은 규모의 열곡이 존재할 수 있으나 보통 열곡이라 하면 아프리카 열곡처럼 대륙이 찢어지는 초기 단계를 의미한다.
해안선과 바다 측량이 예전처럼 은밀한 작업이 아닌 지금도 바다의 깊이는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다. 해저의 4분의 1 정도만 정확히 지도화된 세상이니 지도화되지 않은 지형을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알면 여전히 군사적으로 유리하다. 오늘날 많은 국가에서는 한 나라의 영해 안을 측량하는 것을 그 나라의 영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이것이 해양지도화의 핵심 난관이다.(158, 159 페이지)
저자는 탐험가가 자신의 발견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그 과정에서 토착민이 이미 사용하던 이름을 대체하는 일의 문제성에 대해 언급한다.(173 페이지) 본문에 해저지명 소위원회(SCUFN; Sub Committee on Undersea Feature Names)란 조직이 나온다. 해저 지형의 이름을 승인하는 위원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구물리학자 한병철씨가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185 페이지)
오대양 중 가장 작고 얕은 바다는 북극해다. 북극은 지구에서 온난화가 유독 급속도로 진행되는 곳이다. 기온이 지구 평균보다 3~4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40년이면 북극은 얼음이 거의 없는 여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199 페이지) 사실상 소멸(100만 km² 미만)할 것이라는 의미다. 북극해의 온난화가 유독 급속히 진행되는 얼음이 급속도로 녹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얼음이 녹으면 태양 빛을 반사하는 알베도 효과가 감소한다.
전 세계의 해저는 70% 이상이 아직 지도화되지 않았다. 본문에는 균형을 의미하는 isostatic이란 단어와 관련한 의미 있는 지식이 나온다. 빙하가 녹으면 그 쿠게에 눌려 있던 지각이 반등하는 등압반등(等壓反騰)이 한 예다. 바다가 지질 활동의 대부분을 감추고 있기에 우리는 대개 지구를 형성하는 데 있어 해저의 역할을 간과한다. 화산 분화는 80% 이상이 해저에서 일어나지만 쓰나미가 유발되거나 새로운 섬이 형성되지 않는 한 우리가 그 소식을 들을 일은 거의 없다. 후빙기 반등을 비롯해 미묘한 조정은 감지하기가 한층 더 어렵다.(208 페이지)
극지의 빙판이 녹고 북극해의 항해가 점차 가능해지면서 북방 국가들은 북극점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시야를 좁혀가고 있다.(218 페이지) 유엔의 보수적인 추산에 따르면 난파선 300만 척이 발견되지 않은 채 해저에 남아 있다.(254 페이지) 저자는 지구상 어느 곳보다도 탐사의 지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심해에서 우리가 무엇을 파괴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284 페이지)
심해 채굴(deep sea mining)로 얻고자 하는 것은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이다. 전 세계의 열수분출공은 600곳 정도에 이른다. 이들은 풍요롭고 자족적인 생태계다. 심해 채굴은 큰 손실로 귀결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와 우주는 탐사의 두 이념적 종착점인 만큼 자연스레 목표와 기술을 일부 공유한다. 심해의 잠수정은 차가운 온도와 높은 압력, 염수로 인한 부식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일단 여정에 나서면 정해진 작업을 반복하느라 주의해야 할 기회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
우주탐사용 로버와 우주선도 비슷하게 극한 환경을 견뎌내며 다시는 인간의 눈에 띄지 않고 수명을 다할 때까지 우주의 끝으로 떠나는 여정에 투입된다. 본문에 나오는 바다 속으로 잠수하고 있었지만 우주 공간을 거니는 듯 보였다는 구절은 바다와 우주 탐사의 심정적 친근성을 나타낸다. 저자는 외적 탐험에는 내면의 영혼 탐색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쇼핑 목록처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339 페이지) 참 인상적인 말이다. 해저 지도는 바다를 알아가는 첫 단계일 뿐이고 어찌 보면 해답보다 질문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결론지어야 할 논쟁이, 명명하고 기술해야 할 생물과 지형이, 조사해야 할 난파선이, 밝혀야 할 인류 역사가 뒤이어 폭포처럼 끝없이 쏟아진다. 해저를 탐험함으로써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여기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다를 다룬 몇 권의 책을 읽은 입장에서 [지구의 완전한 지도]는 해양지도화를 주제로 다른 어떤 책보다 더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을 취한 책이다. 그것은 [지구의 완전한 지도]가 캐시 본지어바니(Cassie Bongiovanni)를 비롯한 실제 탐사 참여 과학자들과의 긴밀한 인터뷰에 근거한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