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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
요제프 셰파흐 지음, 장혜경 옮김 / 에코리브르 / 2024년 7월
평점 :
인간을 별의 먼지라 부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천체물리학자 마틴 리스는 인간은 핵 폐기물이라고 말했다. 그의 [여섯 개의 수]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먼지 입자는 자주 충돌해서 서로 들러붙어 울퉁불퉁한 덩어리가 된다. 이 덩어리가 다시 합쳐져서 더 큰 덩어리가 되고 그것들이 병합해서 행성이 된다. 우리 태양계는 이런 과정을 거쳐 원시 태양 원반으로부터 형성되었다.”
요제프 셰파흐의 [먼지]의 주인공은 먼지다. 하지만 먼지 외에 다른 존재들도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에어로졸, 플랑크톤 등이 그것들이다. 에어로졸은 러시아 물리학자 니콜라이 알베르토비치 푹스가 1955년에 처음 쓴 말로 부유(浮遊)하는 입자, 공기, 기체 혼합물을 의미한다. 책의 부제는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다. 열 아홉 챕터로 이루어진 책의 18부는 ‘블랙홀; 거대한 먼지 괴물‘이고 19부는 ’먼지에서 먼지로‘다.
첫 문장은 아니지만 앞 부분의 주요 대목에서 저자는 “처음에는 먼지가 없었다. 원시 가스뿐이었다.... 우리의 은하수 같은 2세대 은하계에 이르러서야 그 열기를 데려갈 수 있는 먼지가 생겼다. 이 먼지는 우리 몸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무거운 원소들로 구성었다.”는 말을 한다. 인간은 별의 먼지라는 말, 나아가 핵 폐기물이라는 말은 이로부터 유래했다.
초기 우주의 먼지 대부분이 초신성에서 탄생했다.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주기율표에 대해 충분한 앎을 제공한다. 저자는 초신성에 대해 “이제 별은 자신의 물질을 먼지 형태로 우주에 되돌려준다. 돌을 만드는 결정 물질인 규소 먼지, 대리석에 든 산화마그네슘 먼지, 지구에서 오염도에 따라 루비나 사파이어로 부르는 강옥(鋼玉) 즉 산화알루미늄 먼지다.”라고 설명한다.
먼지는 어떤 물질인가? 먼지 한 조각에서 유전자 조각을 수 조(兆)개 찾을 수 있다. 석기 시대 인간은 먼지를 이용할 줄 알면서 불을 피울 수 있었다. 부싯돌 두 개를 충돌시킨다고 불이 생기지는 않는다. 황철석(pyrite)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충돌시켜야 먼지 조각에서 눈에 보이는 불꽃이 튄다. 가장 오래된 벽화는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적철석(hematite)의 비율이 높은 돌가루를 사용했다. 스페인 동굴 벽화는 구석기 시대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의 작품으로 여겨지다가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약 6만 4천 년 전 즉 현생 인류가 유럽에 출현하기 2만 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돌가루를 다른 말로 먼지라 한다. 이런 내용들을 감안하며 헤아려야 할 먼지의 정의는 무엇일까? 먼지란 표면에 쌓이거나 공기 중에 떠다니는 흙, 꽃가루, 파편과 같은 미세하고 가루 같은 물질을 말한다.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대양의 플랑크톤과 비슷하게 대기 중에도 미생물이 우글거린다는 점이다. 지표면에서 소용돌이쳐 오르는 에어로 플랑크톤이 그것이다.
본문에 인간 산화장(酸化場)이란 말이 나온다. 실내 오존이 피부의 기름기 및 지방과 반응할 때 호흡기 주변에 형성되는 눈에 보이지 않고 반응성이 높은 수산화 라디칼(OH)의 헤이즈(haze; 아지랑이)를 말한다. 이론(異論)이 있지만 꽃가루 즉 화분(花粉)도 먼지로 분류된다. 우리는 꽃가루가 자연의 가장 소중한 먼지라는 사실을 잘 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와 관련된 찰스 다윈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꽃은 언제,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평생 애썼다. ’꽃의 승전(勝戰)은 백악기에 시작되었다. 지질학의 잣대로 보면 그리 오래전은 아니다. 지구 역사를 1시간이라 가정하면 꽃은 이제 막 90초 전에 등장했으니 말이다.“
저자도 언급한 석면(石綿)은 어떤가. 석면을 영어로 aesbestos라 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불멸(不滅)의, 꺼지지 않는 등의 말이다. 석면은 본질적으로 먼지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섬유상 규산염 광물 그룹이지만 이 물질이 손상되거나 구멍이 뚫리거나 부서지면 미세한 막대 모양의 섬유를 방출하여 아주 위험한 공기 중 먼지 역할을 한다.
먼지 해명에 물리학적 지식도 동원되었다. 독일의 물리학자 구스타프 미(Gustav Mie; 1868-1957)에 의하면 입자의 집합에서 작은 입자 옆에 큰 입자가 존재하면 빛은 언제나 파장과 관계없이 모든 방향으로 산란한다. 이런 산란을 구스타프 미의 이름을 따서 미(Mie) 산란이라 한다. 이 결과 먼지 입자는 회색으로 보인다. 먼지는 (증가하는) 엔트로피의 산물이다.
‘철과 함께 빙하기로?‘란 글도 흥미롭다. 해양학자 존 마틴은 ”나에게 유조선 절반을 채울 수 있는 철을 다오. 내 너희에게 빙하기를 선물할 것이다.“란 말을 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먹는 것이 철분이다. 생존, 번식, 광합성을 위해서다.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고 대기 온도를 낮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존 마틴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이는 빙하기 먼지의 철 함량이 간빙기 먼지의 철 함량보다 15~20배 더 높은 데서 기인한다. 물론 철은 순수 금속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철은 산소와 쉽게 반응해 다양한 산화철이 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매슈 겐지(Matthew Genge)는 화산 폭발이 이온권의 합선을 유발해 구름 형성을 자극함으로써 폭우가 쏟아지게 한다고 말했다. 이는 1815년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와 그 이듬해의 여름 없는 해로 연결되는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 여름이 없었던 것은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로 발생한 먼지가 햇빛을 흡수해 지구로 유입되는 빛의 양을 줄였고 거대한 먼지 구름이 세상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매슈는 화산재가 대기권 하층에 붙들려 있지 않고 정전기력이 추가되면 부력 하나만 있을 때보다 재가 훨씬 더 높이 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온권은 지표면에서 100km 높이다. 탐보라 화산 폭발은 수천 km가 넘는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블랙홀 주변의 소용돌이에서 물질의 흐름은 거대한 먼지 공장이 된다. 맨체스터 대학교의 시스카 마그윅캠퍼(Ciska Markwick Kemper)는 수많은 물질이 먼지 알갱이로 갈려 블랙홀의 회오리바람에 달려간다고 말한다. 블랙홀 퀘이사 PG 2112+059 주변의 회오리바람을 연구한 그녀는 그곳에서 암석을 만드는 광물, 산화알루미늄, 산화마그네슘, 지구에서 발견된 수많은 다른 물질들 – 지구 유기체의 몸에도 들어 있는 화학 원소 –을 대량 확인했다. 현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이 초기 우주의 암석 형성 촉매를 찾고 있다. 어떤 것을 찾든 천문학의 새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태초에 별과 은하가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태초에 블랙홀이 있었다.(205 페이지)
마지막 챕터에 나오는 빙장(氷葬)이 눈에 띈다. 시신을 영하 196도씨의 액화 질소에 담가 냉동 먼지로 만드는 방식이다. 저자의 스케일 또는 글솜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최대한 오래오래 지상에 남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미라화 장례를 제공하는 것을 보며 저자는 제아무리 비싼 방법을 택한다 해도 인간이 지구의 종말을 넘어 살아남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이 구절만 읽으면 별것 아닌 말로 들린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다르다. 50억-60억 년 후면 태양의 내부 연료가 바닥을 드러낸다. 껍데기에는 아직 수소가 남아 있다. 그곳에서도 핵융합이 일어날 때까지 수소는 계속 가열된다. 그 과정에서 방출된 에너지로 인해 태양은 지금 크기보다 100~150배 팽창해 붉게 빛날 것이다. 아마 지금보다 약 40퍼센트 더 밝을 것이다. 그러면 대양이 증발해 지구는 먼지로 가득할 것이다.
언젠가 태양은 화장터가 될 테고 그 안에서 지구는 다시 없어질 것이다. 지구의 구성 성분 - 수정, 화강암, 철, 금, 마그네슘, 규소로 이루어진 먼지 – 은 태양풍에 휩쓸려 방황할 것이다. 태양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마지막 남은 연료를 껍질에서 펌프질하려면 먼지는 그 충격파로 인해 덩어리가 될 것이다. 약 10의 14 제곱 년이 지나면 지금 우리가 잘 아는 가장 오래된 별들도 불타 없어질 테고 우주는 암흑이 될 것이다. 10의 36 제곱 년이 지나면 모든 물질이 녹아 없어질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그때가 되면 양성자가 분해될 것이라 예상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는 전자, 양전자, 광자만 남을 것이다. 장엄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의 과학적 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세기 3장 19절)란 성경 말씀이 맥락 있게 다가온다. 책의 분위기에 취해 일시적인 감상에 든 것인지 모르나 세상의 모든 분별이 허망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