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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미래가 있다 - 10대를 위한 해양과학 이야기 ㅣ 창비청소년문고 45
이고은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평점 :
바다에 관한 책을 꼽으라면 레이첼 카슨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라는 고전을 들 수 있고 최근 번역되어 나온 [바다의 천재들], [블루 머신], [언더 월드] 등도 들 수 있다. 갈라파고스 답사기인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명 해류]도 바다에 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매트 스트래슬러의 [불가능한 바다의 파도]는 난해한 양자물리학 책임을 알리고 싶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기획한 [바다에 미래가 있다]는 우리나라 책이고, 네 명의 해양과학자를 인터뷰한 책이라는 점에서 전기한 책들과 다르다. 인터뷰한 책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와 비교할 만하다. 차이는 있다.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가 지질학자, 우주물리학자, 실험물리학자, 고생물학자 등을 인터뷰한 책이라면 [바다에 미래가 있다]는 해양과학자들만을 인터뷰한 책이다.
망가니즈 단괴(團塊) 이야기가 눈을 끈다. 이는 해저 퇴적물 위에 망가니즈, 철, 니켈, 코발트 같은 광물질이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침전되며 자란 덩어리다. 검은 돌덩어리인 이 단괴에는 망가니즈, 니켈, 코발트, 구리 같은 귀한 금속들이 들어 있다. 이 퇴적물들이 쌓이는 속도는 너무도 느려 100 만 년에 6mm에 지나지 않는다. 이 단괴를 분석하면 과거 바닷물의 화학 성분, 퇴적물 속 광물 비율, 해양 환경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심해는 아직 5 % 정도만 아는 미지의 영역이다. 2004년 프랑스 심해 유인 잠수함인 노틸(Nautile)호에 올라 해저 5,000 m까지 내려간 김웅서는 심해에는 빛이 전혀 없어 눈이 필요 없기에 눈이 퇴화한 물고기가 있고 아예 눈의 흔적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오래 전에 깨졌지만 심해 무생물 가설이 오류임을 알게 할 뿐 아니라 신비함 또는 기이함을 느낄 단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2016년 자체 개발한 무인 잠수정 해미래를 이용해 태평양 마리아나 해저 분지에서 탐사를 진행했다. 빛이 없는 심해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생물이 아주 많다. 이 빛은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루시페레이스라는 효소와 만나 산소와 반응할 때 만들어진다. 바다라는 하나의 분야에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질학, 공학, 사회과학 등이 두루 관계한다. 김웅서는 과학자에게는 호기심과 상상력, 탐험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해양과학은 물리학, 생물학, 화학, 지질학 같은 여러 분야가 얽힌 융합 학문이어서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는 열린 마음과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
열수분출공 주변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유난히 동물이 많다. 이들은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화수소 같은 화학물질을 에너지로 써서 유기물을 만드는 화학합성(광합성이 아닌)을 한다. 열수분출공은 화학 물질을 내뿜는 곳이다. 해저 지각판이 갈라진 틈으로 스며든 바닷물이 지하 깊은 곳에서 뜨거운 마그마와 만나 가열되는 물에 황화수소 같은 기체와 철, 구리 황화물 같은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물은 생명체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무대 즉 용매 역할을 한다. 1) 물속에서는 단백질, 핵산, 당(糖) 같은 생명의 기본 분자들이 잘 녹고 서로 만나 결합하고 분해되는 일이 자유롭게 일어난다. 2) 물은 전하를 띤 분자들은 잘 풀어주기 때문에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전달하거나 신호를 주고받는 데도 탁월한 매개체가 된다. 3) 물은 플러스극, 마이너스극을 같이 가지고 있어서 다른 분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거나 배열을 만들 수 있다. 4) 물은 열을 천천히 흡수하고 천천히 배출하는 성질이 있어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안정적인 온도 환경이 된다.
그 물속에 사는 것들을 모두 어류로 분류하지만 진화적으로 서로 다른 갈래에서 나온 존재들이다. 이는 어류생태학자 박주면을 통해 듣는 내용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도 결국 고대 물고기의 후손이다. 조상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르지만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외형이나 기능이 비슷하게 진화하는 것을 수렴 진화라 한다. 상어나 참치는 물고기라서 꼬리를 좌우로 흔들고, 돌고래는 포유류라서 꼬리를 위, 아래로 흔든다. 돌고래의 지느러미는 앞다리에서 진화한 것이고 뒷다리는 진화 과정에서 점점 작아져서 몸 안으로 사라졌다.
물고기들은 그저 유유히 헤엄치는 생명체처럼 보이지만 매 순간 소금으로 인해 바닷물과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바닷 물고기들은 바닷물을 마시고 그 중 필요한 양만 흡수하고 염분은 아가미나 짙은 소변으로 배출한다. 민물에는 염분이 거의 없어서 그 물고기들 몸으로 물이 자꾸 들어오려 한다. 그래서 민물고기들은 끊임없이 소변을 배출하면서 수분을 조절한다. 연어는 이 두 환경을 자유자재로 오간다.(바닷물고기는 몸 밖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처하느라 고투하고, 민물고기들은 몸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에 대처하느라 고투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수행하는 광합성으로 만드는 산소 양은 지구 전체 산소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깊은 바닷속에는 눈이 내린다. 바다 눈(marine snow)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죽어 만들어지는 찌꺼기, 배설물, 미세 유기물들이 뭉쳐 무거워짐에 따라 바닷속 깊이 가라 앉는다. 이들을 바다 눈이라 한다. 이들은 생물들에게 먹잇감이 된다.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묻어두며 지구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과정을 생물학적 탄소 펌프라고 한다. 고래 낙하(whale fall)는 아주 큰 눈송이가 내리는 것이다.
조류(藻類)의 대량 번식을 부추기는 것이 영양염이다. 영양염이란 플랑크톤이 자라는 데 필요한 질소, 인 같은 영양분을 말한다. 인간이 사용한 비료나 생활 하수가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바닷속 영양염 농도가 높아져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낮에는 광합성을 하는 조류가 폭발적으로 늘어 밤에 산소를 대량 소비함에 따라 물고기, 조개 등이 질식사하게 된다. 물고기가 많은 곳은 따뜻한 바다가 아니라 차가운 바다다. 차가운 바다에는 영양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영양염은 식물성 플랑크톤에게 반드시 필요한 비료 같은 물질이다. 차가운 바다는 생물의 양이 많고 따뜻한 바다는 생물의 종류는 많지만 양은 작다. 지구 온난화는 단지 바다를 덥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 생물들의 밥상을 치워버리는 일이다. 온난화로 따뜻해진 바닷물이 뚜껑처럼 떠 있어서 깊은 바다에서 올라오는 영양염 공급이 막힌다. 이를 뚜껑효과라 한다.
약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생명자원연구부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연주는 바다는 미지의 자원 창고라 말한다. 이연주에 의하면 천연물은 인간의 개입 없이 동식물이나 미생물 같은 생명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화학 물질이다. 천연물이란 생물이 살아가면서 특정한 목적이 있어 만들어내는 독, 향기, 색소, 약효 성분 같은 특별한 물질이다. 이연주는 과학자는 실패 속에서도 호기심을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라 말한다. 물론 그것은 조직된 호기심이어야 한다. 물리해양학자 장찬주는 지구 기후를 흔드는 바다의 변화를 추적하는 사람이다. 장찬주는 물리학이나 화학의 시각으로는 이 행성은 오히려 물의 행성이라고 해야 맞다고 말한다.
과학적으로 보면 지구의 열, 물, 탄소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은 대기가 아니라 바다다. 바다는 여름에는 열을 흡수하여 기온이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막고, 겨울에는 열을 대기로 공급하여 기온이 지나치게 내려가는 것을 막는다. 바다는 거대한 완충장치라 할 수 있다. 대기과학자 김정우 교수는 “대기가 해양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해양이 스스로 변하기 위해 대기를 이용하는 것일 수 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대기보다 밀도가 1,000 배나 큰 해양이 대기에 수동적일 수 없다는 의미다. 장찬주는 평균의 함정을 말한다. 지구 표면의 71%가 바다이다. 평균 온도 1.5℃ 상승에는 실제 변화보다 훨씬 덜 뜨겁게 보이는 착시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육지에 주로 거주하는 인간에게는 지구 평균 온도가 아니라 지표 기온이 훨씬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평균값만 보고 기후 변화를 판단하면 우리가 실제로 겪게 될 위험과 충격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1.5 ℃라는 숫자에만 집중하고 그 안에 숨은 지역별, 환경별 차이를 놓치면 기후 변화의 실질적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바다가 아예 없었다면 지구 평균 기온은 약 50 ℃까지 치솟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다는 겉에서만 열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서 받아들인 열을 깊은 순환을 통해 해저 깊숙한 곳까지 밀어넣는다.
바다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2025년 4월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30 ppm이다. 지난 200 만 년 중 최고치다. 해수면 상승 속도는 지난 3,000 년 중 가장 빠르고 바다 산성화 속도는 최근 200 만 년 중 최고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정부간 기후 변화 협의회)는 우리나라는 기후 변화가 전례 없이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 고수온 현상은 1) 평균 수온 상승, 2) 극단적 수온 변화의 빈번함 등으로 나타난다. 장찬주가 각별히 주목하는 것은 해양열파(marine heatwave)다. 이는 평소보다 바닷물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생태계와 인간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높은 수온이 며칠에서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 이어지며 바다 생태계에 심각한 충격을 주는 극한 기후 현상을 말한다. 폭염이라는 말은 여름 더위를 떠올리게 하지만 바다에서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덩어리 혹은 뭉치라는 의미의 블롭(blob)이란 이름을 붙였다. 고수온 덩어리라는 의미다.
바닷물은 따뜻해질수록 대기 이산화탄소를 붙잡아두는 능력을 잃는다. 따뜻해진 바닷물은 팽창함에 따라 해빙과 무관하게 해수면이 오르게 한다. 바다 얼음은 이미 물에 떠 있어서 녹아도 해수면을 올리지 않지만 육지에 쌓여 있던 빙하가 녹아 들어오면 그 만큼 바닷물 양이 늘어난다. 김웅서가 그랬듯 장찬주도 과학의 핵심으로 호기심을 꼽는다. 인류세(anthropocene)보다 더 무서운 말이 아쿠아세(aquacene) 즉 물의 시대 다른 말로 홍수의 시대라는 말이다. 장찬주는 바다 산성화라는 말은 바다가 강한 산성 물질로 변한다고 오해하게 하지만 바다는 원래 약한 염기성을 띠었는데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흡수되면서 수소 이온이 많아지고 점점 염기성이 약해져 중성 쪽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그 정확한 의미라 설명한다.
대기 이산화탄소가 바다 표면에 녹아들면 물과 결합해 탄산을 만들고 이 탄산은 수소 이온과 중탄산염으로 나뉜다. 중탄산염은 수소 이온과 탄산염으로 분해된다. 바다로 들어오는 이산화탄소가 많아질수록 수소 이온도 늘어나고 이를 중화시키는 과정에서 탄산염이 점점 소모된다. 탄산염은 조개, 산호의 껍데기나 골격을 만드는 필수 재료다. 장찬주는 과학의 대중화는 과학자와 대중이 함께 노력해야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바다에 미래가 있다]는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책이다. 시의성도 충분하고 재미까지 있으니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열수분출공이 화학 물질을 내뿜는다는 사실에서부터 광합성이 아닌 화학합성이란 말, 해양 산성화의 정확한 의미까지 두루 많이 배웠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해양 열파가 해빙 이상으로 해수면 상승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유의미한 이을 해야 한다. 무겁게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