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과 우주생물학을 연구하는 크리스 임피(Chris Impey; 1956 - )의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를 읽는다. 크리스 임피는 2009년 6월 출간된 ’우주 생명 오디세이‘에서 "우리는 40억년 전에 지구에 씨앗을 뿌린 더 우월한 종족의 장난감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나는 영국의 진화 생화학자인 닉 레인의 말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약 20억년 전에 일어난 ’한 세포가 다른 세포를 집어삼키면서 미토콘드리아를 품은 진핵 세포의 합체 사건‘이 지구 외의 다른 곳에서 되풀이 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기에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역시 매우 희박하다는 말이다. 이 내용은 2009년 1월 출간된 ‘미토콘드리아’의 주요 내용이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마커스 초운은 2009년 12월 출간된 ‘마법의 용광로’에서 "우리가 그렇게 찾았음에도 아직 외계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우리가 우주 최초의 존재여서가 아니라 우리가 우주의 황혼기에 태어난 마지막 생명체이기 때문일 것."이란 말을 했다. ‘마법의 용광로’는 원서와 번역본의 제목이 같은 드문 사례의 책이다. 원제는 ‘The Magic Furnace : The Search for the Origins of Atoms’이다.
용광로를 의미하는 furnace는 장례식을 의미하는 funebre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두 개념은 불을 매개로 관계된다. 용광로도 장례식(화장)도 모두 불과 관계된다. '우주 생명 오디세이‘는 우주 생물학의 교과서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임피의 책 목록에서 흥미로운 점은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와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가 나란히 있다는 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크리스 임피의 책은 ’스페이스 미션‘ 한 권이다. ’별의 무덤을 본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시작에도 관심이 있지만 끝에도 관심이 있다.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압도적인 지식과 통찰을 선보인 책이라고 한다.
끝에 대한 관심은 최근 나온 ’세상의 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란 글을 보고 더 커졌다. 이 글은 안데스 산맥을 주요 소재로 다룬 글이다.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란 소설이 있다. 안데스 산맥의 주요 지점이 페루다. 세상의 끝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한 사람의 저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는 크리스 임피도 아니고 닉 레인도 아니고 마커스 초운이다. 내가 읽은 그의 유일한 책은 ‘마법의 용광로’다. 읽은 시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출간 연도(2009년)보다 몇 년 늦게 접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천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당시 완독을 했지만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지구과학을 비롯 물리학, 천체물리학 등의 자연과학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요즘에 그 책을 읽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물론 후회 거리는 아니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상당히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내용은 전(全) 3부 중 3부에 집중되어 있다. 9장 신의 대장간, 10장 태초의 불지옥, 11장 별을 여는 열쇠, 12장 원초적인 핵무기, 13장 베릴륨 장벽을 넘어서, 14장 별이라는 도가니, 15장 창조는 두 곳에서 이루어졌다, 16장 창조의 엔진 등으로 이루어진 부(部)다. 베릴륨은 원자 번호 4번이다.
그간 파평, 문산, 적성, 덕정 등 다른 도서관들을 찾다가 오랜만에 전곡 도서관에 와서 글을 쓰다가 끝에 관한 내용에 이르러 격렬하고 장엄하고 신비한 시작에 관한 주제로 회귀해 ‘마법의 용광로‘까지 찾게 된 것이다. 즉석에서 책을 빌렸는데 절판된 이런 책은 중고 코너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순리다. 책을 다 읽고 반납한 뒤 중고로 구입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