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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메탈 - 미래를 결정할 치열한 금속 전쟁
빈스 베이저 지음, 배상규 옮김 / 까치 / 2025년 7월
평점 :
전기 디지털 시대의 세 가지 축(디지털 기술 및 인터넷, 재생 에너지, 전기차)은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 파괴, 아동 노동, 강제 노역, 강도, 살인처럼 매우 심각하지만 흔히 간과되는 피해를 낳는다. 스마트폰에는 수십 가지의 금속을 비롯하여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의 2/3가 들어간다. 전기차는 주행 중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전기차에 공급하는 전력을 생산할 때는 대체로 탄소가 배출된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전기에너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석탄 발전소이다. 이 모든 기계장치, 전선, 코일, 배터리는 전부 금속으로 만든다. 금속은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지 않는다. 지구에서 캐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금속 채굴에는 지구를 파괴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숲, 초원, 사막을 헤짚어 폭약으로 땅 밑의 암석과 토지를 폭파하고 잔해를 캐내야 한다. 수소는 언젠가는 주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제재로 러시아의 수출 길이 대부분 막혔지만 세계는 러시아의 니켈, 구리, 팔라듐, 기타 광물이 수출 제한을 걸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품목이라는 결정을 슬그머니 내렸다. 전쟁 발발 이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러시아는 서방 세계에 니켈 수십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달리 말해서 전기차로의 전환 기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준 셈이다. 환경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에도 단점은 있다. 핵심 금속의 새로운 공급원을 찾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재활용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원자재 사용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그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든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이루어지는 금속 재활용 공정의 일부는 독성 부산물과 치명적인 오염이 발생하는 위험한 환경 속에서 몹시 가난한 사람들의 손을 거친다.
재사용은 재활용보다 훨씬 더 유용한 대안이다. 희토류는 사실 희귀하지도 않고 흙도 아니다. 희토류에 속하는 대다수 원소는 매장량이 꽤 풍부하지만 순수한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미트볼에 들어간 후추 알갱이처럼 다른 광물 속에 매우 낮은 농도로 흩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추출하기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주요 희토류는 17가지다. 국제 금융, 인터넷, 위성 감시 체계, 석유 운송 체계, 제트엔진, 텔레비전, GPS, 응급실은 희토류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는 희토류가 가득하다. 화면에는 유로퓸과 가돌리늄이, 회로에는 란타넘과 프라세오디뮴이, 스피커에는 티븀과 디스프로슘이 들어 있다.
레이저, 레이더, 야간투시경, 미사일 유도 시스템, 제트엔진, 장갑차 합금 등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군대가 사용하는 여러 군사 기술도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다. 희토류로 가장 많이 만드는 제품은 영구자석이다. 영구 자석은 움직임을 전기로 바꿔주고, 전기를 움직임으로 바꿔주는 부품이다. 1980년대 들어 영구자석을 개발하기 시작한 과학자들은 철이나 붕소와 같은 일반 금속에 네오디뮴이나 디스프로슘과 같은 희토류 금속을 조금만 첨가해도 자력이 매우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희토류는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물질과 섞인 채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분리하여 어떻게든 폐기 처리해야 한다. 귀중한 희토류를 모암(母巖)에서 분리하려면 강력한 힘뿐 아니라 정교한 기술도 필요하다.
구리는 전기를 전달해주는 매개체다. 구리는 연성(延性)이 뛰어나 끊김 없이 길게 늘려 전선 안에 집어넣기 좋다. 구리는 전선에 사용하기에 너무 비싼 은을 제외하면 그 어떤 금속보다 전기 전도성이 좋다. 골드만삭스는 구리 없이는 탈(脫)탄소도 없다며 구리를 새로운 석유로 치켜세웠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한 대에 구리 약 80kg이 들어간다. 광산은 어느 곳이나 환경을 오염시키기 마련이지만 구리 광산에서는 유독 환경오염이 폭력사태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전기를 생산한 곳이 태양광 발전소든 석탄 발전소든 원자력 발전소든 댐이든 전기를 전달하는 통로는 모두 구리로 만든다. 현재 전기차와 디지털 기기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쪽 끝에는 일반적으로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를 조합해서 만든 양극이 있다. 반대편에는 탄소의 한 형태인 흑연으로 만드는 음극이 있다.
리튬은 양극과 음극에 저장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니켈을 사용해왔지만 그 존재를 안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배터리는 니켈이 많이 들어갈수록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총 무게의 80% 정도가 니켈이다. 니켈을 가공하는 작업에는 에너지도 막대하게 소비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기를 주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탄소가 가득한 석탄을 엄청나게 많이 태우는 것이다. 리튬은 현존하는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기기의 무게를 크게 늘리지 않는 상태로 전력을 저장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리튬의 3/4은 배터리에 쓰인다. 리튬 추출 과정도 환경 오염, 갈등으로 인한 분쟁 등 큰 문제를 낳고 있다.
리튬은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일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빅뱅 시점에 리튬이 수소, 헬륨과 함께 생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구 표면은 여러 광산 기업이 새로운 금속 공급처를 찾고자 샅샅이 뒤지는 중이지만 온갖 금속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해저는 아직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곳으로 남아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태평양의 한 지역에만 다금속 단괴(polymetallic nodules) 210억톤이 매장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니켈, 코발트 등의 금속이 전 세계 육지에 매장되어 있는 양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자 인류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1/5을 공급하는 곳이다.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탄소 공급원이기도 하다. 다금속 단괴는 완전한 어둠과 적막 속에서 수천 년 동안 크기가 커졌다. 단괴는 바다 밑바닥으로 떠내려오는 작은 화석이나 현무암 조각, 상어 이빨 같이 자그마한 조각들로부터 생성된다. 이 작은 조각들에 바다에 녹아 있는 니켈, 구리, 코발트, 망가니즈의 입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들러붙는다. 그렇게 해서 지금 다금속 단괴 수조 개가 해저 퇴적물에 반쯤 묻혀 있게 된 것이다. 다금속 단괴는 산호, 해면, 선충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다금속 단괴는 수백만년에 걸쳐 생성되었다.
다금속 단괴를 추출하면 해저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것이며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마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다금속 단괴를 채취하면 바다 밑바닥을 모조리 헤집어 놓게 될 것이다. 퇴적물에서 먼지 구름이 수 킬로미터에 걸쳐 피어올라 몇 달 동안 해양 생명체들을 질식시킬 것이다. 먼지 구름에는 해양 생명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금속이나 기타 독성물질이 녹아 있다. 단괴를 배 위로 끌어올리고 나서 함께 딸려온 진흙물을 바다에 다시 쏟아야 하기 때문에 유해한 먼지 구름이 다시 한 번 피어오를 우려가 있다.
저자는 재활용에도 피할 수 없는 원칙 즉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재활용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더럽고 위험하다. 금속을 재활용하는 과정이 어렵고 비싸서 그냥 버려지는 금속이 수백만 톤이나 된다. 대체로 금속은 이미 땅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재사용하는 것보다 땅 속에 있는 원재료를 새로 파내는 쪽이 더 비용이 적게 든다. 금속은 광석의 형태로 채굴된다. 광석은 암석과 광물이 섞여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분쇄, 제련, 화학 처리, 야금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철 수거 작업은 엄청나게 위험할 수 있다. 일상이 빈곤과 전쟁으로 얼룩진 곳에서는 고철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전투 잔해가 있는 곳을 샅샅이 헤집고 다닌다.
고철을 갈아내고 자르는 작업을 하다 보면 기본적으로 쇳가루와 같은 자잘한 물질이 떨어져 나온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 인근 주민들의 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고철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은 플라스틱, 페인트, 밀폐재(sealant) 등 고철 속에 들어 있는 불쾌한 물질을 기화시킬 수 있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독성 물질이 추가로 발생해 인근 지역의 물과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고철을 녹이려면 아주 뜨겁고 거대한 용광로가 필요하다. 중국과 여타 국가들은 여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주로 탄소를 내뿜는 석탄 발전소나 가스 발전소에서 가져온다. 보통 재활용 금속 1톤은 땅에서 캐낸 금속 1톤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그 양이 제로와는 거리가 멀다. 전선을 태워 구리를 얻는 방식은 싸고 쉽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중장비나 특수 장비를 동원할 필요가 없고 그저 휘발유와 성냥만 있으면 되기에 전 세계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구리 전선을 태우고 회로 기판을 화학 물질에 담가서 콩고민주공화국이나 콜롬비아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채굴했던 금속을 회수한다.
리튬 - 이온 배터리는 구멍이 나거나 깨지거나 과열되면 합선이 일어나 불이 나거나 폭발할 수 있다. 불은 온도가 500도 이상에 이를 수 있으며 유독 가스를 내뿜는다. 무엇보다 배터리 화재는 물이나 일반 소화용 약품으로는 진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수명이 다한 리튬 배터리는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서는 안 되고 재활용 업체나 유해 폐기물 처리장에 가져가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에 유해 폐기물을 버리지 못하도록 고안한 국제 규정이 이제는 가난한 나라가 유해 폐기물을 자국 밖으로 내보내고자 할 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리-사이클과 같은 배터리 업체가 마주하는 난관 중 하나는 재활용을 할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계인 영구 자석,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기 등은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 현재 희토류 자석의 재활용률은 5% 미만이다.
고축적 식물이라고 불리는 몇몇 종류의 나무, 관목, 기타 식물은 뿌리로 작은 금속 입자를 빨아들이고 수액, 줄기 잎에 농축한다. 식물로 금속을 채취하는 것을 파이토마이닝(phytomining)이라 한다. 이 방법에도 단점이 있다. 그런 식물들로 인해 다른 꽃들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의 부가 급증하면서 물건을 고쳐 쓰는 풍조가 약해졌다. 저자는 전자업계가 고의로 제품 수리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음을 지적한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은 해가 뜨고 바람이 부는 시간에 생산한 에너지를 그렇지 못한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할 방안이 있어야만 대규모로 활용이 가능하다. 저자는 제품을 수리하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행위는 제품을 그냥 버리는 행위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지만 이러한 조치도 에너지와 물질 집약적인 생산과 소비 체계에 얽매어 있다고 말한다.
이런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암스테르담은 광물과 에너지 소비로 인한 폐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즉 모든 것을 덜 쓰는 사례를 실제로 보여주는 도시다. 그 가운데 특히 자가용을 덜 쓰는 사례가 돋보인다. 80억이 사는 지구에서 가장 필요한 일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저자는 화석 연료를 재생 에너지로 바꾸는 동시에 모든 영역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근본적이면서 어려운 과제다. “우리의 미래는 그야말로 금속에 달려 있다. 기후 번화라는 가장 심각한 위기에서 벗어나자면 금속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삶은 금속 사용량을 줄일수록 더 윤택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