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주장했지만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만일 지구가 평평하다면 일식은 위치에 상관 없이 일제히 같은 시각에 일어날 것이라 말했다. 월식 때 달에 드리운 지구 그림자가 둥근 것이 지구가 구형이라는 강력한 증거라고도 했다. 기하학(geometry)이란 지구를 측정하다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왔다. 측정은 크기, 둘레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리라.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만물은 흙, 공기, 물, 불이라는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 중 흙은 우주의 중심 즉 지구의 중심을 찾아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지구는 이미 중심에 있어서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뉴턴은 지구의 구성 원소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질량이 중요했다. 기하학이 지구의 크기, 둘레 등을 측정하는 학문이라면 지질학은 지구의 역동성, 움직임, 구성 원소, 광물, 암석, 판 등을 다루는 학문이다.
우주에서 거리를 알아내려면 우주 거리 사다리를 순차적으로 올라야 한다. 하늘은 2차원 스크린이 아니라 3차원 입체 공간이다. 각 별들까지의 거리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망원경을,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망원경의 가장 큰 역할은 정확한 각도 측정이었다. 팔을 앞으로 길게 뻗고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 올린 채 양쪽 눈을 번갈아 가며 떴다 감으면 손가락과 배경(책꽂이, 벽에 걸린 액자 등)의 상대적 위치가 좌우로 오락가락한다. 보는 눈이 바뀔 때마다 눈과 손가락을 연결한 직선의 방향 즉 시선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차(視差; parallax)는 하나의 물체를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볼 때 방향이 달라져 겉보기 위치가 달라지는 현상이다.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는 은하의 중심이 아니라 중심으로부터 3분의 2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지구가 특별한 행성이 아니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면 우리가 지구에서 발견한 법칙에도 특별한 구석이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우주 반대편에 있는 외계 행성과 그곳에 있을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수록 과학은 발전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천문학자가 인류 역사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라고 우길 생각은 없지만 과학에서 최초로 탄생한 분야는 아마도 천문학일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천문학은 망원경의 도움 없이 스스로 발전한 과학이라 말한다. 고대의 천문학자들은 망원경 없이도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았다. 맨눈 천문학의 챔피언은 튀코 브라헤였다. 1546년 덴마크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에 신성(新星; nova)를 발견하여 유럽 천문학의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하늘의 별은 한 자리에 고정되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없던 하늘에 새로운 별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튀코가 발견한 신성은 1600년경 완성한 셰익스피어의 ‘햄릿’ 제 1막에 대사로 나온다. “저기 북극성 서쪽에 뜬 별이 자기 곁을 따라와 지금 번쩍이는 저곳을 밝혔을 때...” 신성은 갑자기 나타난 별 또는 오랜 새월 희미한 채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밝아진 별을 의미한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다. 발명자는 네덜란드의 안경 제작자 한스 리퍼세이였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최초로 위로 치켜든 사람이다. 마당에 서서 밤하늘의 달과 별을 눈으로 확인하는 행위는 대기가 가시광선에 대해 투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실험이다. 우리의 주요 광원(光源)인 태양은 표면 온도가 약 5000도 정도여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빛) 중 가시광선 영역의 에너지가 가장 크다. 이 때문에 주로 낮에 활동하는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에 민감한 쪽으로 진화해 왔다. 이는 지구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금성 표면에서 하늘을 바라본다고 상상해보라. 금성의 하늘은 하루 종일 두꺼운 구름에 덮여 있다. 그래서 가시광선이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 물론 이런 곳에 생명체가 산다면 폭주하는 온실효과 때문에 금방 증발해버리겠지만(금성 표면의 평균 온도는 약 460도다.) 이런 악조건을 무시한다 해도 금성의 생명체는 밤하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천문학을 발전시키지 못했을 것이고 어쩌면 과학 자체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빛의 정체는 전자기복사 또는 전자기파다. 무지개에 드리운 모든 색상은 전자기파의 각기 다른 파장에 대응된다. 붉은색 빛의 파장은 원자의 8000배 정도이고 보라색 빛은 그 절반쯤 된다. 지구의 대기는 가시광선과 전파를 제외한 모든 전자기파를 차단한다. 수십, 수백년 광년의 거리를 무사히 날아온 빛이 지구의 대기라는 마지막 몇십 킬로미터를 통과하지 못하고 문전 객사하는 꼴이다. 대기는 빛과 전파(마이크로파)만 무사히 통과시키고 다른 전자기파에 대해서는 두꺼운 벽돌담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대기에 두 개의 창문이 나 있다고 말한다. 지구에 도달한 전파(라디오파)는 가시광선보다 훨씬 약하다. 그래서 전파 망원경은 원통이 아니라 집채만 하다. 다량의 전파복사를 수집하려면 몸집이 무조건 커야 하기 때문이다.
전파망원경이 없었다면 우리는 맥동성(脈動星; pulsar)의 존재를 아직 몰랐을 것이다. 맥동성은 초신성이 폭발하고 남은 고밀도의 잔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전하면서 규칙적인 전파 펄스를 생성한다. 전파 신호는 맥동성의 한 부분에서 연속적으로 방출되지만 맥동성 자체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지구)에서 바라보면 주기적으로 전파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의 대기는 전파와 가시광선에 투명하지만 모든 가시광선이 100%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는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지상에 도달한 빛으로 재현된 상(像)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별이 반짝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태양계 밖에서 인공위성을 가장 쉽게 보낼 수 있는 곳은 지구 근처의 저궤도다. 지상과 가깝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 위성을 띄울 수 있다. 두 천체 사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점이 라그랑주점이다. 지구와 태양 그리고 지구와 달 사이에는 두 천체의 중력이 정확하게 상쇄되는 라그랑주 점이 존재한다. 이곳에 놓인 물체는 어느 쪽으로도 떨어지지 않고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우주선(宇宙船) 주차장으로 맞춤한 곳이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천체에 놓인 계(系)에는 다섯 개의 라그랑주 점이 존재한다. 뉴트리노와 중력파에 대해 알아보자. 뉴트리노는 핵반응이 일어날 때 대량 방출되지만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서 검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남극의 아이스큐브(IceCube)는 뉴트리노 검출기다. 얼음에 뜨거운 물을 부어 구멍을 뚫고 가늘고 긴 케이블을 이용하여 얼음 속에 광검출기를 설치한다. 낮은 기온 때문에 물이 다시 얼어붙으면서 광검출기는 자연스럽게 얼음의 일부가 되고 이곳에 뉴트리노가 도달하여 얼음 속 원자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광검출기가 반응하여 섬광을 방출하는 식이다. 뉴트리노가 남극에 직접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북극에 먼저 도달한 후 지구를 통째로 관통하여 남극의 얼음층에 도달한다는 점이 놀랍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하면서 시공간 연속체에 일으킨 파동을 중력파라 한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부터 예견된 사실이다. 미국의 루이지애나주와 워싱톤주에서는 중력파를 검출하는 초대형 시설인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가 독자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2015년 9월 14일 중력파가 감지되었다. 아인슈타인이 중력파의 존재를 예언한 지 거의 100년만에 이룬 쾌거였다. 지구로부터 15역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39배인 블랙홀과 29배인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중력파가 방출된 것이다. 두 곳에 설치한 이유는 연구소 주변의 소음을 중력파로 오인할 수 있어서다.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하면 한 곳에서만 검출될 리 없기 때문이다.
15세기 로마의 철학자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는 우주의 중심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지만 그 끝은 어디에도 없다는 말을 했다. 한번 형성된 원자핵이 안정적으로 존재하려면 입자의 속도가 느려야 하고 속도가 느려지려면 온도가 내려가야 한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입자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충돌 기회가 줄어들었다. 우주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다. 수소 원자핵, 헬륨 원자핵, 드물긴 히지만 리툼 원자핵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순간이다. 우주의 역사에서 원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언제쯤일까?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채 존재하는 상태를 플라스마라 한다. 온도가 극도로 높을 때 나타나는 네 번째 상태(고체, 액체, 기체 외의)로서 태양 내부가 대표적이다. 원자는 자유전자가 원자핵의 사정거리 안으로 진입해서 안정적으로 결합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초기 우주는 온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빅뱅 후 38억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안정적인 원자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전하를 띤 플라스마가 원자로 변환되면서 우주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일어났다. 물질이 뭉쳐서 별과 은하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복사선이 하전입자의 방해를 받지 않고 곧게 뻗어 나가면서 드디어 공간이 투명해진 것이다. 전하를 띤 플라스마가 중성원자로 변하면 복사선과 더 이상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중력으로 뭉치면서 몸집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리하여 지금과 같은 우주가 만들어졌고 공간을 내달리던 복사선은 우주마이크로파 배경복사가 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우주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한 것은 암흑물질 덕이다. 우주에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가 등장하기 전에는 별과 은하가 형성될 수 없었다. 별은 중력에 당겨져 산산조각 나지 않기 위해 열핵융합을 대책으로 세웠다. 핵융합 에너지가 별의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압력을 행사하여 안쪽으로 작용하는 중력과 균형을 이룬다.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서로 밀어내는 경향이 있다.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속도가 빨라진 양성자들이 전기적 척력을 극복하고 하나로 융합하여 더 큰 원자핵이 되고 이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외부로 방출된다. 태양 내부에서는 매초 6억톤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 우주론에 의하면 최초의 별은 빅뱅 후 약 3억년만에 탄생했을 것이다. 한번 태어난 별이 그 모습을 유지하려면 내부에서 끊임없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중력에 대항해야 한다. 별이 보유한 핵융합 연료인 수소는 결국 고갈된다. 이때 2차 방어 전략이 시작된다. 별이 수명을 다하면 질량에 따라 백색왜성이 될 수도 있고 직경이 17km에 불과한 초고밀도 중성자별이 될 수도 있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사방으로 흩어진 무거운 원소들은 새로 태어날 별의 재료가 되어 후속 핵융합으로 이어진다. 처음부터 수퍼 헤비급으로 태어난 별은 중력과 핵융합의 치열한 경쟁을 온몸으로 겪다가 결국 중력에 굴복하여 블랙홀이 된다.
몸집이 큰 별은 작은 별보다 연료를 빠르게 소모한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구형 행성이다. 목성, 토성은 가스형 행성이다. 천왕성, 해왕성은 거대얼음행성이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목성형 행성이다. 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 원시행성원반은 구성물질의 온도가 올라가고 강력한 태양풍을 고스란히 맞게 된다. 온도가 높으니 휘발성 물질이 기화되고 이 기체가 태양풍을 맞았으니 먼 곳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태양 가까운 곳에는 웬만한 온도에도 기화되지 않는 광물만 남아서 단단한 지구형 행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멀리 떨어진 행성들은 주로 휘발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형 행성보다 몸집이 크다.
애초부터 온도가 낮아서 휘발성 물질이 기화되지 않은 채 중력으로 뭉쳤기 때문이다. 천문학에서는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의 운명을 가르는 경계선을 동결선이라 한다. 태양계의 중요한 특성이 이토록 간단한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된다니 신기하면서도 좀 허망하다. 그런데 정말 이게 전부일까? 이제 곧 알게 되겠지만 우주의 진화는 매우 복잡하고도 미묘한 과정이어서 한 두개의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태양계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주인공은 태양이 아니라 목성이었다. 행성의 자리바꿈이 거의 끝나갈 무렵 목성형 행성이 네개(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로 정리되면서 얼음행성과 파편이 지구형행성 쪽으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지구는 졸지에 우주 과녁이 되어 집중포화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지구의 드넓은 바다는 이 시기에 형성되었을 것이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년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먼 천체까지의 거리가 138억 광년이라는 의미다.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면 복사 에너지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불이 한창 타오를 때 중심부에 쌓아놓은 숯덩이는 모든 가시광선을 방출하면서 흰색을 띠다가 꺼질 무렵이 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이 상태에서 숯은 여전히 가시광선을 방출하고 있지만 온도가 낮아져서 스펙트럼이 붉은색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숯은 더 이상 타오르지 않는데도 손으로 만지면 여전히 온기가 느껴진다. 빛은 사라졌지만 온기가 남아 있기에 타고 남은 숯에서도 전자기파 적외선이 방출되고 있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분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주 전역에 걸쳐 온도가 1만분의 1 이내로 균일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우주의 모든 지역이 열적 접촉을 겪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모든 지옥의 온도가 같아지려면 우주는 탄생 초기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팽창해야 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앨런 거스는 최신 입자물리학을 적용하여 초기 우주의 특성을 분석한 끝에 빅뱅 후 10의 마이너스 35제곱 초 만에 우주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음을 알게 되었다.
중심부의 수소가 바닥나서 더 이상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면 별은 또다시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되지만 이 단계는 오래 가지 못한다. 수축과 함께 중심부의 온도가 다시 높아져서 핵융합 제2라운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양성자 두 개를 보유한 헬륨 원자핵 3개가 융합하여 양성자 6개로 이루어진 탄소 원자핵이 생산된다. 핵융합 제1라운드에서 남은 재인 헬륨이 핵융합 제2라운드의 연료로 재활용되는 셈이다. 즉 우주 초창기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원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 공정을 통해 생산된 것이다. 태양과 체급이 비슷한 별은 연료 보유량이 적어서 탄소보다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지 못하고 어렵게 만든 원소를 태양풍에 실어 우주로 방출한다. 그러나 태양보다 무거운 별은 탄소를 연료 삼아 후속 핵융합 반응을 강행하여 양성자가 26개인 철까지 만들 수 있다.
철은 핵융합으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원소이자 최후의 남은 재로서 커다란 몸집으로 태어나 맡은 바 소임을 다한 별의 중심부에 고스란히 축척된다. 이때가 되면 별은 자체 중력으로 빠르게 수축되다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이다. 그리고 이 대혼란 속에서 무거운 원소의 막대한 에너지가 뒤엉켜 철보다 무거운 코발트, 우라늄 같은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철의 원자핵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163 페이지) 이전의 핵융합은 에너지를 만들었는데 철은 반대 상황이 되는 것이다.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은 별의 임무가 아니다.
우라늄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마지막 원소이고 그 이후의 원소들은 실험실에서 만든 원소들이다. 무거운 원자핵을 빠르게 가속해서 표적에 충돌시키면 양성자와 중성자가 재배열되면서 새로운 원소가 생성된다. 과학자들은 주기율표가 유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이 문제는 1920년대의 양자 물리학이 등장하면서 단계적으로 풀렸다. 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 원시행성원반은 구성물질의 온도가 올라가고 강력한 태양풍을 고스란히 맞게 된다. 온도가 높으니 휘발성 물질이 기화되고 이 기체가 태양풍을 맞았으니 먼 곳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태양 가까운 곳에는 웬만한 온도에도 기화되지 않는 광물만 남아서 단단한 지구형 행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생명체는 탄소 이외의 다른 원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SF 작가들이 선호하는 재료 중 하나가 바로 실리콘(규소)이다. 실리콘은 전자의 배열 상태가 탄소와 비슷해서 탄소를 대체하기에 적절한 재료이긴 하다. 주기율표에서 탄소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실리콘은 최외곽 전자가 4개여서 다른 원자와 쉽게 결합할 수 있으므로 DNA 같은 복잡한 분자를 만들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 결합은 탄소 결합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복잡한 분자로 자라나기가 쉽지 않으며 따라서 실리콘에 기초한 복잡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별로 크지 않다.
우리는 물은 없지만 호수가 존재하는 천체 하나를 알고 있다. 바로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이다.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액체가 흐르는 천체는 타이탄이 유일하다. 타이탄의 극지방에는 영하 80°C의 액체 메탄과 액체 에탄이 웅덩이를 이루거나 강처럼 흐르고 있다. 지구에서 측정된 가장 낮은 기온은 남극의 영하 89°C이다. 용암 수프 속에서 생명체가 번성하는 행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이런 극한의 온도에서는 어떤 화학반응이 얼마나 복잡하게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무언가가 탐험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천문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우리은하에는 별에 속박된 행성보다 성간 공간을 부유하는 떠돌이 행성이 훨씬 많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태양같은 에너지원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까? 햇빛 대신 내부 방사선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구의 다세포 생물이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억 5000만년 전이었다. 이는 그 무렵 빙하가 사라지면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빅뱅이 일어나고 38만년쯤 지났을 무렵 우주의 온도가 어느 정도 진정되어 한번 형성된 원자들이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빈 공간이 드디어 투명해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주의 물질은 양전하를 띤 원자핵과 음전하를 띤 전자가 따로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했고 이들은 공간을 자유롭게 떠돌면서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방출하기를 반복했다.
그 후 온도가 내려가면서 원자가 형성되고 공간은 깨끗해졌는데 이 무렵에 방출된 복사는 오늘날에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의 형태로 남아 있다.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물질은 암흑물질이 파놓은 중력의 우물로 떨어져서 별과 은하가 되었으며 바로 이곳에서 인간의 지능이 탄생했다. 에너지가 작은 적외선이나 전파가 방출될 때는 복사선이라 하고 에너지가 큰 엑스선이나 감마선이 방출될 때는 방사선으로 표기한다. 양자 세계에서는 없던 입자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를 가상 입자라 한다. 우주가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뜨거웠으며 단순했고 더 어렸을 때는 더욱 뜨겁고 단순했다. 세월이 흘러서 우주의 나이가 38만년쯤 되었을 때 원자처럼 질서 정연한 구조가 등장했는데 이 무렵에 우주는 하전 입자들이 무작위로 떠다니던 플라스마 시대보다 훨씬 복잡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복잡해지는 것이 사람과 비슷하다. 이런 현상은 빅뱅 직후에도 똑같이 나타났다. 우주 탄생 후 3분만에 형성된 원자핵은 그 이전에 존재했던 소립자보다 훨씬 복잡했다. 고 에너지 빛(엑스선, 감마선)이 E=mc²에 따라 질량으로 변하면 자발적으로 입자 - 반입자 쌍이 생성된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확실하게 정립되었고 실험을 통해 수도 없이 확인된 사실이다. 그 후에 두 입자가 자신의 반입자 쌍을 만나면 질량은 다시 사라지고 원래의 순수한 에너지만 남는다. 빅뱅이 일어난 후부터 시간이 비로소 흐르기 시작했다면 “그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주의 본질은 고정된 물리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다. 양자역학 법칙에 의하면 전자구름은 무한정 압축될 수 없다. 이를 볼프강 파울리의 배타원리라 한다. 흥미로운 내용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억 5천만년이 지나면 판게아가 재현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10억년이 지났을 때 벌어질 일도 그렇다. 태양은 탄생 초기에 지금보다 30 퍼센트쯤 어두웠다. 그 이후 점점 밝아져 현재에 이르렀고 수소가 고갈되는 시점에 이르면 지금보다 65 퍼센트쯤 밝아질 것이다. 10억년 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사람의 체온보다 높아질 것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증발률도 높아지므로 바다와 호수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증발하고 대기에 유입된 물 분자는 태양에서 날아온 자외선에 의해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 분해된다.
이런 식으로 바다가 모두 증발하면 가볍고 빠른 수소 원자가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면서 지구는 더욱 건조해질 것이다. 화산 활동도 꾸준히 일어나서 깊은 곳에 저장된 물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된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줄 바다가 없으므로 온난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태양 자외선이 대기 중 물 분자를 파괴하면 물에 의한 윤활 작용도 중단되어 대륙 이동이 멈춘다. 이렇게 30~40억년이 지나면 극심한 온실효과로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여 암석 표면이 용암의 바다로 변할 것이다.(288, 289 페이지)
우주의 총 질량이 충분히 커서 멀어지는 은하들을 다시 가까워지도록 만들 수 있다면 언젠가 공간은 팽창을 멈추고 수축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를 닫힌 우주라 한다. 우주의 질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영원히 팽창할 것이다. 이를 열린 우주라 한다. 질량이 정확하게 이들 사이의 경계값이라면 우리 우주는 평평한 우주가 된다.
1920년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양자역학은 기존의 과학 개념을 송두리째 갈아엎었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을 포함하여 원자물리학과 핵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거의 모든 과학 교과서가 양자역학에 기초하여 새로 집필되어야 했고 상당수의 개념이 폐기되거나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졌다. 물론 진공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가 등장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다. 입자는 무로부터 생겨날 수 있다. 단 충분히 짧은 시간 안에 사라져야 한다. 이 약속만 잘 지키면 어떤 마술도 가능하다. 입자는 불확정성원리에서 정해준 시간 안에 사라진다는 약속 아래 가상 입자로 나타나 힘을 매개하고 재빨리 무로 돌아간다. 이런 현상은 양자요동이라 한다.
1973년 미국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트라이언은 우주 전체가 양자 진공에서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요동의 산물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불확정성원리에 의하면 질량이 클수록 수명이 짧다. 전자의 전하는 어떠한가? 지금보다 강했다면 원자끼리 전자를 교환하지 못하여 분자가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분자가 없으면 화학작용이 일어날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도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중력이건 전하건 어느 하나라도 지금과 값이 다르면 생명체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론이 수용되기 전에 예측이 검증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윌리엄 오컴은 다중성은 확실히 근거가 있을 때만 도입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를 오컴의 면도날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