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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물질 -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다
수지 시히 지음, 노승영 옮김 / 까치 / 2024년 1월
평점 :
수지 시히(Suzie Sheehy; 1984-)는 물리학을, 공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다가 천문학 캠프에서 관측한 밤하늘에 매료되어 실험 물리학자가 된 인물이다. 시히는 이론물리학자는 수학적 가능성에 탐닉할 수 있지만 실험은 우리를 무시무시한 취약함의 최전선인 현실 세계로 데려간다고 말한다. 지구과학 문제를 해결하고 질문을 던지기 위해 물리학을 참고하고자 하는 나에게 단서가 되는 이야기다. 본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가 지구의 지질과 고대사를 상세히 알고 있는 것은 입자물리학 연구 덕분이다." 이를 감안하면 내가 물리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구 지질의 앎을 가능하게 하는 학문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은 물리학의 주요 12가지 실험과 미래의 실험을 다룬 책이다. 나무에서 금속까지, 물에서 털까지 주변의 온갖 복잡한 원자들이 강도, 색깔, 질감 면에서 제각각인 것은 저마다 다른 원자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험인 '음극선관; X선과 전자'에서는 X선을 발견한 뢴트겐과 음극선의 신비한 빛을 파고들다가 전자를 발견한 존 톰슨 이야기가 나온다. 전자는 아원자 입자다. 원자핵 안의 입자라는 말이다.
높은 전압이 음극을 가로지르면 전자가 빠른 속도로 방출된다. 양전하를 띤 양극이 전자를 끌어당긴다. 일부 전하는 양극을 때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가 기체와 유리벽에 부딪힌다. 이 과정에서 전달되는 에너지가 빛을 발생시킨다. 전자가 충분한 에너지를 잃으면 X선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실험인 '금박 실험; 원자의 구조'에 존 톰슨의 제자인 어니스트 러더퍼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방사성 원소의 붕괴에 대해 논하며 납을 금으로 바꾼다는 연금술사의 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원자가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 자연이 자진해서 연금술을 부리는 것이라는 의미다.
러더퍼드는 방사성 연대 측정 개념을 제시했다. 켈빈(윌리엄 톰슨)경은 원자가 붕괴한다는 개념에 반발했다. 러더퍼드는 돈이 없으니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실험 장비를 만들 돈이 없으니라는 말이다. 러더퍼드는 원자의 구조가 방사성 붕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러더퍼드는 알파 입자(헬륨 원자핵)가 금속관을 통과할 때 만드는 뿌연 이미지에 흥미를 느꼈다. 원자는 대부분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운데에 작고 조밀한 핵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전자는 원자의 일부이기는 했으나 핵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멀리 떨어진 채 공전하고 있다.
아서 에딩턴은 원자의 대부분이 빈 공간이라는 사실이 원자 안이 허공이라는 천문학의 선언보다 더욱 심란하다는 말을 했다. 방사능이 발생하는 것은 원자에 구조가 있기 때문이며 이 구조를 발견함에 따라 우리는 물질의 본성을 더 깊이, 더 근본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방사능에 의한 물질의 붕괴는 때로 지독히 느려서 일부 원자는 안정하다는 평을 받는다. 방사원을 깊은 구멍에 집어넣어 지하 암석의 구성을 파악하는 검층(檢層) 기법이 있다. 이는 암석 속 원자들의 감마선 방출을 자극해 땅을 최소한으로 시추하고도 땅속 깊숙이 매장된 귀금속 광물, 석유, 가스 등 귀중한 자원을 탐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다.(57 페이지) 기록이 없는 역사 유물의 연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방사능에 대한 우리의 지식 덕분이다.
간섭(干涉)은 파동의 독특한 성질이다. 빛은 언제나 파동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빛은 때로는 입자처럼 행동한다. 파동 이론에 따르면 빛은 진폭의 제곱(파동의 크기 또는 빛의 밝기)이 비례하는 일정 양의 에너지를 가진다. 광전 효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금속 안의 전자가 원자에 묶여 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에너지를 얻어야 원자 밖으로 튕겨나갈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에너지가 덩어리로만 흡수되거나 방출될 수 있다면 즉 에너지에 일정한 최소 크기가 있다면 공유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이 되지 않는다. 사람 1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제한된 것과 마찬가지다. 5명과 5명, 10명과 0명, 4명과 6명으로 나눌 수는 있지만 2.32명과 7.68명으로 나눌 수는 없다. 이는 사람이 연속적 물체가 아니라 이산(離散)적 물체이기 때문이다.
플랑크는 전달될 수 있는 에너지의 최소 꾸러미를 양자(量子)라 칭했다. 여기에 더해 그의 수학이 들어맞으려면 에너지가 기본 양의 정수 배(倍)로만 존재할 수 있다고 규정해야 한다. 이 에너지 양의 크기는 미세했으며 그가 발명한 새로운 물리 상수 h를 통해 빛의 진동수와 연관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빛 자체가 작은 에너지 꾸러미인 양자로 이루어졌다고 제안했다. 에너지는 빛의 진동수에만 좌우된다. 온도는 잊고 진동수를 주목하라는 것이다. 로버트 밀리컨은 일정 탈락 진동수 이하에서는 전자가 하나도 측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빛이 양자로 이루어졌을 때 예상되는 결과였다.
밀리컨은 1916년 논문 말미에서 자신이 실험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결과의 함의를 도무지 믿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파동 이론 A를 쓸 수 있고 다른 상황에서는 입자 이론 B를 쓸 수 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으며 어느 쪽을 적용할 것인가는 실험을 어떻게 하기로 정하느냐에 달렸다. 양자전기역학(QED)는 양자역학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통합한 학문이다. 이 이론을 이용하여 자연의 양을 10억 분의 1보다 더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 전자는 일정한 값의 에너지를 가짐에 따라 핵으로부터 일정 거리만큼 떨어져 공전한다. 전자는 빛(광자)의 형태로 방사선을 흡수하거나 방출함으로써 에너지 준위들을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지만 준위들 사이에 있을 수는 없다.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최소값이 있다. 이는 전자가 핵에 가장 가까이 있을 때의 에너지 준위다. 루이 드 브로이는 물질 입자가 파동처럼 행동할 수 없을까?란 의문을 가졌다. 답은 그렇다이다. 양성자처럼 질량이 있든 빛처럼 질량이 없든 모든 입자 즉 물질의 조각에는 파동의 성질이 있다. 물질은 확실하지도 않고 결정론적이지도 않고 확률과 파동에 얽혀 있다. 물질의 실체성은 파동 비슷한 실체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적 물체의 파동성을 보지 못하는 것은 파장이 너무 짧아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속의 니켈 결정체로부터 전자를 튕겨나오게 하는 실험에서 전자가 광파와 같이 간섭 무늬를 그린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의 단일 광자처럼 단일 전자가 혼자 간섭을 나타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답은 그렇다이다. 물체의 크기가 현미경에 쓰이는 빛의 파장과 같거나 커야만 볼 수 있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하는 것은 입자에도 파장이 있다는 사실과 전자 에너지가 클수록 파장이 작다는 사실을 활용하는 셈이다. 저자는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의 순간 같은 것은 없으며 우리는 어둠 속을 조금씩 헤치며 나아간다고 말한다.(88 페이지)
검진기(electroscope)라는 장비에 방사원을 쏠 경우 나올 수 있는 방사선 이상의 방사선(여분의 방사선)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 즉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이다.(지구의 모든 광물과 암석에서도 미량이지만 방사선이 나온다.) 저자가 말하는 방사선은 이온화 방사선으로 원자에서 전자를 해방시킬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것들이다. 알파선(헬륨핵), 베타선(전자), 감마선(고 에너지 빛) 등이 포함된다.
본문에 X선이 이온을 만들고 이 이온이 응결핵을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101 페이지) 디랙은 수학적 통찰만으로 양전자의 존재들 예측했다. 양전자는 전자의 반물질이다. 안개 상자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이온화한 방사선의 움직임을 시각화하기 위해 쓰이는 입자 검출기를 말한다. 이온화란 중성 상태의 원자나 분자가 에너지 또는 전자를 얻거나 잃음으로써 전하를 띤 상태를 말한다. 반물질과 물질이 접촉하면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어 빛을 방출하면서 소멸한다. 질량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고 에너지는 질량으로 전환될 수 있다.
양전자의 발견은 우주선 연구가 흥미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뮤온 이야기도 나온다. 전자와 성질이 똑같지만 질량이 많이 나가는 입자다. 수명은 220만 분의 1초다. 붕괴하여 전자가 된다. 고 에너지 우주선이 대기를 때리면 충돌로 인해 새로운 입자들이 소나기처럼 생겨난다. 그 중 대부분이 뮤온이다. 헝가리계 미국의 물리학자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Isidor Isaac Rabi)는 뮤온이 발견된 것을 보고 “누가 주문했지?“란 말을 했다. 우주선은 원자가 물질의 유일한 존재 형태라는 생각을 산산조각 내기 시작했다. 뮤온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뮤온과 양전자는 2차 입자다.
초고에너지 양성자로 이루어진 우주선은 지구 대기를 뚫고 내려와 공기 중 원자와 충돌하여 다른 입자들을 산사태처럼 쏟아낸다. 이를 2차 입자라 한다. 거의 모든 양성자와 2차 입자들은 땅에 도달하기 전에 공기와 상호접촉하거나 붕괴한다. 우주선이 대기 중 질소와 접촉하면 탄소 14라는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가 만들어진다. 이는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가 되어 광합성을 통해 식물에 흡수된다. 1940년대에 월러드 리비는 나무, 뼈 등의 유기물에서 탄소 14와 탄소 12의 양을 비교하면 동식물이 죽은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탄소 14는 5730년의 반감기로 붕괴한다. 유기체는 살아있는 동안 탄소(C-12, C-14 등)를 지속적으로 흡수해 C-12와 C-14의 비율이 일정하다. 사망하면 C-14 흡수가 멈추고 남아있던 C-14가 약 5,730년의 반감기로 서서히 붕괴하여 사라진다. 안정한 탄소-12는 양이 변하지 않는다. 이 비율 변화를 측정해 유기체의 사망 시기를 추정한다. 탄소 14가 붕괴하면 중성자 하나가 양성자로 바뀌어 질소 14가 된다.
우주선 양성자가 대기 중 산소를 때리면 베릴륨의 두 동위원소인 베릴륨 7과 베릴륨 10이 생긴다. 이들은 지구에 퇴적된다. 베릴륨 10은 반감기가 140만년이며 붕괴하여 보론 10이 된다. 베릴륨 7은 53일만에 붕괴하여 리튬 7이 된다. 이 동위원소들은 남극과 그린란드의 얼음 층에 쌓인다. 이 얼음에 구멍을 뚫어 빙하 코어를 채취하면 시간을 거슬러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층마다 두 동위원소의 비율을 통해서 해당 층이 대기 중에서 얼마나 오래 전에 형성되었는지 알 수 있으며 베릴륨 10의 양을 통해서는 태양권이 따라서 태양이 얼마나 활동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뮤온은 수백 미터 두께의 암석도 뚫는다. 거대한 물체를 통과하기에 X선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1960년대에 루이스 앨버레즈는 뮤온을 이용해 피라미드 내부의 영상을 촬영했다. 뮤온은 전자나 X선과 달리 물질을 통과하면서 상호작용을 거의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산란이 덜 일어나며 대부분 물체를 뚫고 직진한다. 2006년 도쿄 대학교의 다나카 히로유키 교수가 이끄는 일본 연구진이 처음으로 뮤온을 이용하여 일본 아사마 산의 화산 내부 구조를 촬영했다. 뮤온을 이용한 촬영을 뮤오그래피(muography), 뮤온 단층촬영(muon tomography)이라 한다. 지질학자들은 뮤오그래피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에트나산, 베수비오산 등의 용암 통로를 파악하고 분화를 예측하기 위한 촬영을 실시했다. 이제는 시간 민감성 촬영술(time sensitive imaging)을 이용해 마그마의 움직임도 볼 수 있다.
입자 가속기를 향한 여정은 ”원자핵 안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물질의 본성에 대한 가장 거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공간에 퍼져나갈 수 있다. 어떤 장벽도 100퍼센트 탄탄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파동은 고전적으로 말하자면 전혀 침투할 수 없는 영역에서도 스며들 수 있다. 중성자의 존재가 입증되었지만 원자핵을 인공적으로 둘로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흥미로웠다. 양성자 방사원이란 말이 있다. 영어로 proton source라고 하는 양성자 방사원은 양성자를 생산하는 장치를 말한다. 양성자 방사원을 만들고 기기를 망가뜨리지 않은 채 고전압을 발생시키고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제어하는 과제가 부여되었다. 고전압에 통과시켜 고에너지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원자핵을 쪼갤 생각에 따른 결과다.
제임스 채드윅은 베릴륨 충돌에서 방출된 입자가 감마선이 아니라 질량이 양성자와 대략 비슷한 중성 입자임을 입증했다. 러더퍼드와 그의 연구진은 획기적인 새로운 발견을 둘씩이나 동시에 해냈다. 중성자의 존재가 마침내 입증되었지만 원자핵을 인공적으로 둘로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흥미로웠다. 러더퍼드는 핵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아내겠다는 목표를 이루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들어 있었다. 이 실험은 핵에서 양자역학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아인슈타인의 E=mc² 방정식이 원자를 쪼갤 때 실제로 적용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사상 최초로 핵을 마음대로 쪼개어 더 깊이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시료를 충돌시켜 효과를 확인하고 싶든 우주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하는 입자의 종류, 개수, 에너지를 변화시킴으로써 실험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원하는 때마다 충돌을 멈췄다가 시작할 수 있었다. 이는 핵이 그들의 수중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속기 기술은 역사학, 고고학, 지질학 등의 여러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전기적 또는 광학적 특성과 같은 물리적 특성을 변경하기 위해 재료에 첨가되는 소량의 물질을 의미하는 도펀트(dopant)를 정확하게 첨가하는 유일한 방법은 입자가속기를 이용하여 낱낱의 이온을 제어하고 주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digital 카메라, 세탁기, 텔레비전, 자동차, 기차, 전기밥솥에 들어가는 반도체 기반 전자 부품을 만들 수 없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아래로 15미터 내려가면 오직 예술품만을 위한 입자 가속기를 볼 수 있다. 러더퍼드의 탐구는 핵을 붙들어두는 힘을 이해하는 쪽으로 옮겨갔다. 천문학과 핵물리학이라는 두 분야는 언뜻 보기에 서로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입자 가속기를 이용한 행운의 발견으로 둘 사이에 지식의 연결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천체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확대되었을뿐 아니라 과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쓰이고 있는 막강한 도구가 탄생했다. 이 도구를 통해 발견된 것들은 우리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우주선을 통해 새 입자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림 없는 일이었다. 고에너지에 도달하는 가속기를 제작하는 일은 단지 핵 안의 중성자와 양성자를 탐구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진공에서 에너지로부터 새 입자를 창조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기본 원리는 양성자를 표적에 충돌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원래의 입자는 사라지고 새 입자, 새 물질이 생겨난다. 원래의 입자는 존재하기를 멈추는 것이다. 고전적 관점에서는 직관에 어긋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허용된다. 여기에도 법칙이 있다. 충돌 전과 후의 입자의 총 에너지가 같아야 하는 것이다.
입자 빔을 표적에 충돌시키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새 입자를 만드는 데 들어가지 않고 잔해들의 운동 에너지로 흩어진다. 약한 핵력은 방사성 베타 붕괴를 일으키는 힘이다. 강한 핵력은 핵 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 두는 힘이다. 가속기가 더 많은 기묘(strange) 입자를 만든다 해도 그것을 검출하여 측정하지 못한다면 소용 없는 일이다. 우리가 질량을 얼마나 정확히 아는가는 입자가 얼마나 오래 생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측정 오류의 결과가 아니라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인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에 모셔진 물질의 성질로 인한 현상이다. 입자의 수명이 짧을수록 에너지를 즉 질량을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일본의 과학 역량이 파괴된 것은 전쟁으로 인한 빈곤 때문일뿐 아니라 1945년 미국이 취한 조치 때문이기도 했다. 미군 점령 당국은 사이클로트론이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 일본의 대형 사이클로트론 4기를 해체했다. 새 입자가 전부 소립자는 아니어서 일부는 쿼크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졌지만 쿼크 자체는 여전히 관찰되지 않았다. 베타 붕괴는 핵 안에서 전자를 생성한다. 베타 붕괴는 매우 작은 에너지에서 일정한 최대 에너지에 이르는 연속 스펙트럼 위에서 언뜻 무작위로 보이는 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다.
중성미자는 몇 광년 두께의 납을 통과할 수 있다. 중성미자는 방사성 붕괴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태양, 초신성, 물질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중성미자는 시간과 거리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 중성미자의 종류는 셋이다. 전자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다. 어느 중성미자가 가장 무거운지, 각각의 질량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 셋의 질량을 모두 더하더라도 전자의 100만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강력이나 전자기력을 느끼지 않으며 약력과 중력만 느낀다.
지구 중성미자(geoneutrino)를 찾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중성미자 지구물리학(Neutrino Geophysics)이란 분야도 있다. 칼륨 40, 토륨, 232, 우라늄 238의 방사성 붕괴로 인해 생기는 지열의 크기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중성미자는 지구 중심을 직선으로 통과할 수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도출된 결과로 보건대 생명은 낮은 수치의 방사선이 필요한 듯 하다고 말한다. 중성미자는 유령, 전령, 우주선(宇宙線), 무(無)의 가닥으로 불렸다. 중성미자는 김제완 교수에 의해 '겨우 존재하는 것들'로 명명되었다. 너무나 미미해서 우리 몸을 수조 개가 뚫고 지나가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극소립자이지만 태양이 빛을 내는 수소 핵융합 반응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유령 같은 입자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파는 직관과 어긋나게 파장이 작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시광선보다 약 20만배 길지만 전자보다 짧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전자는 전자기력과는 상호작용하지 않고 강력과 상호작용한다. 전자기력은 전하를 띤 입자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으로 광자(狂子)에 의해 매개된다. 강력은 고무줄이 쿼크들을 당기고 있는 것과 약간 비슷해서 가까운 거리에서는 비교적 약하지만 먼 거리에서는 극도로 강하다. 쿼크들은 가까이 있을 때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떼어내려먼 강력이 반발한다. 이를 가둠(confinemant)이라 한다. 이 때문에 쿼크는 양성자 안에 단단히 갇혀 있어서 떼어내려고 에너지를 투입하면 새로운 쿼크-반쿼크 쌍이 생긴다. 그 결과 쿼크는 자연에서 홀로 관찰될 수 없다.
저자는 대형강입자 충돌기(LHC)로 인해 뛰어난 사람들을 훈련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332 페이지) LHC와 검출기들은 국제적이고 유망한 초거대 과학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총명한 젊은이들이 대거 물리학에 투신하는 것은 LHC로 인한 대규모 프로젝트 덕분이며 수천 명이 이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 다음은 어떤가? 물리학의 일부 분야에서는 박사후 연구원 자리 하나에 100여명이 지원한다. 학계에 자리를 잡거나 대형 연구소에서 종신직을 얻기는 더더욱 힘들다.
저자는 박사 과정을 마치고 몇 년 뒤에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물리학에 남을 유일한 길은 자신이 주도하는 연구뿐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온트랩을 이용하여 입자 가속기를 흉내내는 소규모 실험 장비를 백지 상태에서 만들어내기 위해 동료들과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물리학(호기심에 이끌려큰 그림을 그리는)을 뒤로 하고 떠나는 것은 엄청난 정서적 고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데이터 과학, 문제 해결, 대중 연설,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틈새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힉스 보손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다. 글쓰기에 능한 저자 덕분에 물리학의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었고 지구과학과의 연결점도 찾았다. 중성미자지구과학에 관심이 많이 간다. 지구 핵의 열의 크기를 측정하는 학문이다. 지구 핵은 방사성 붕괴로 열을 발산한다. 지구는 식어가지만 속도는 매우 느리다.
2001년 고중숙 교수의 ‘내 머리로 이해하는 E=mc²’을 통해 뮤온에 대해 안 이래 25년만에 다시 업그레이드 버전의 뮤온 이야기를 접했고 중성미자와 지구과학의 연결점도 만났다. 업그레이드 버전이란 역시 지구과학과의 접점을 의미한다.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실험 데이터다.(342 페이지) 우주 질량의 95퍼센트가 아직 검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견의 과실은 어느 때보다 크다. 저자는 입자물리학처럼 난해해 보이는 학문이 우리 세상을 이토록 송두리째 바꿨다면 우리가 간과한 다른 연구 분야(과학에서뿐 아니라 모든 탐구 영역에서)가 틀림없이 많이 있을 것이라 말한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호기심의 문화, 끈질기게 매달릴 자유가 필요하다.(348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