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 - 이론물리학자가 말하는 마음껏 실패할 자유
김현철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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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교수의 ‘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은 마음껏 실패할 자유를 논한 책이다. 새로운 사실들을 아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에드워드 퍼셀의 '전기와 자기'는 전자기 현상을 깔끔하고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핵자기공명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물리학자의 '전기와 자기' 만큼 상대성이론과 전자기이론을 깔끔하고 쉽게 설명한 책은 없다고 말한다. 모름지기 깔끔하고 쉽게 설명하는 것의 중요성, 어려움을 알기에 에드워드 퍼셀의 능력이 부럽다. 저자는 전공과목 공부는 결국 혼자 할 일이라 말한다. 강의는 공부할 방향을 일러주는 지침일뿐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배움이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학부 과정에서 어려운 것은 사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일뿐이라 말한다. 반복해서 들여다 보아서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저자의 책에는 물리학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전공자이기 때문이지만 인생의 문제를 물리학자들의 사례를 들어 해결하려는 진정성이 돋보인다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이론물리학자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제자를 받는 것을 선뜻 내켜 하지 않는다고 한다.(74 페이지)


“파이스 씨, 만약 물리학을 좋아한다면 실험물리학자가 되는 것을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 아니면 이론물리학의 수학적인 부분에 끌린다면 차라리 수학자가 되는 건 어때요? 네덜란드에서 이론물리학자가 갈 수 있는 자리는 극히 드물어요. 지금도 네덜란드 전체 물리학과 교수 중에 이론물리학자는 다섯 명밖에 없어요. 그러니 실험을 전공하거나 수학을 전공하면 대학에 자리 잡기도 수월하고 회사에 취직한다고 해도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헤오르허 윌렌벅 교수가 이론물리학을 전공하겠다고 한 아브라함 파이스에게 한 말이다. 


파이스는 “그러나 저는 이론물리학이 정말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윌렌벅도 유명한 이론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고 파울 에렌페스트도 위대한 물리학자 루드비히 볼츠만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다. 저자도 차동우 교수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다. 물론 저자는 끝까지 신념을 피력해 이론물리학자가 되었다. 저자는 대학원에 이르러서야 물리학에 눈을 떴다고 말한다. 저자는 물리학은 자연의 속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창이라 말한다. 저자는 실험 없이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맥스웰 방정식을 연역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론물리학의 탐미적인 면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물리학은 책이나 논문을 읽으면서 공부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말로 배운다. 저자는 박사 학위 과정은 홀로 서는 기간이고 박사학위는 비로소 혼자서 연구할 수 있다고 인정해주는 자격증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떤 이들은 적당한 열등감이 있으면 열심히 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므로 나쁘지 않다고 말하지만 굳이 속을 갉아먹는 열등감에 휘둘릴 필요가 있을까란 말을 한다. 저자는 어떤 사람들은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아 명문대에 들어가서 졸업한 것만으로 평생을 기득권처럼 여기며 살아가는데 그것은 평생 과거의 한 시점에 매여 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저자는 세상에 완벽한 교과서는 없고 가르치는 사람마다 물리학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한다. 무릇 교수란 자기가 이해한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이다.(147 페이지) 무언가 제대로 배우려면 반드시 연습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151 페이지) 아무리 강의가 훌륭해도 학생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배울 수 없다.(152 페이지) 저자는 대학원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 자신부터 열심히 연구해야 했고 연구의 지평도 계속 넓혀가야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교수가 된 지 27년이 흐른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한 학생이 찾아와 학생으로 받아달라고 청할 때 그들의 학점이나 성취를 보고 학생을 선택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과거(중학교, 고등학교 시절)가 어땠는지 모르지만 대개는 어느 순간부터 놀라울 정도로 자기 속에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들은 온전히 자기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저자는 나태는 자살의 일종이라는 말을 인용한다. 저자는 교만을 경계한다. 학문에 첫발을 디딜 때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것은 교만함이라 말한다. 박사학위란 자기 분야에서 혼자서 연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음을 입증하는 면허증 같은 것이지 무언가 통달하거나 남들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서가 아니라 말한다. 


C. S 루이스가 교만한 사람은 항상 아래를 바라보기에 결국 자기보다 위에 있는 것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말하며 저자는 “한 분야를 깊이 알아갈수록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점점 더 분명하게 깨닫는다. 전문가는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경계를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전문가라면 교만에 빠질 수 없다.”고 말한다.(161 페이지) 저자는 동료 연구자로부터 “발표할 때는 내가 연구한 것을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말로 전하는 게 가장 중요해. 오늘 발표에서 넌 네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 드러내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보였어.”란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제자를 결코 연구 수단으로 삼지 않을 것이고, 학생이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먼저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제자에게 약속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무들이 처음부터 뿌리를 깊게 내린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데본기에서 페름기로 넘어가는 3억년 전 이산화탄소가 넘쳐 기온은 무척 높았고 본격적인 빙하기가 시작되기 전이라 바다는 지금보다 훨씬 넓었고, 대기의 습기도 높아 나무가 자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나무들은 뿌리를 깊이 내릴 필요가 없었고 수십 미터 높이까지 쑥쑥 자랐고 둘레는 2미터에 이르렀다. 대기의 온도가 높고 수증기가 많았던 터라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태풍이 자주 발생했다. 한 번씩 태풍이 불면 뿌리가 얕았던 나무들은 바람에 휩쓸려 쓰러졌다. 당시는 나무의 세포벽인 셀루로우스나 리그닌 같은 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없어 썩지 않고 쌓이고 쌓여 압축되어 갔다. 지구의 화산 활동이 잦아 들어 지열도 뜨거웠다. 결국 그 나무는 모두 석탄이 되었다. 석탄기가 끝날 즈음 빙하기가 밀어닥쳤다. 환경이 척박해지자 나무들은 뿌리를 깊이 내리도록 진화했다. “거센 바람을 견디며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처럼 학생들도 나도 그렇게 성장해갔다.“(166 페이지) 


저자는 교과서의 문제와는 달리 연구에는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연구란 셀 수 없이 앞을 가로막는 벽을 넘어가는 과정이어서 그렇게 몇 개월을 분투하다 보면 희미하게나마 자신이 해야 할 연구가 무엇인지 윤곽이 그려진다고 말한다. 힘들게 박사과정을 마무리할 때가 되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정말 한 줌의 지식밖에 되지 않음을 자각하고 동시에 남들도 자기와 비슷하다는 사실도 체득하고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높아 보이던 지도교수도 자기와 비슷하게 느껴진다.(178, 179 페이지) 


저자는 이론물리학자 하워드 조자이 이야기를 한다. 그는 성적이 주는 1차원적 순위는 그보다 훨씬 높은 차원에서 묘사하는 한 사람의 다양한 능력을 1차원적으로 투영한 결과일뿐이라 말했다. 닐스 보어는 전문가란 매우 좁은 분야에서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며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패를 겪어본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저자는 이를 성공은 셀 수 없이 많이 범한 시행착오의 더미속에 숨겨진 보석이라 풀이한다. 1911년 러더퍼드가 세운 고전적 원자 모형에서는 내재된 모순이 있었다. 전자가 핵 주위를 돈다고 가정하면 고전 전자기학 이론에 따라 핵 주위를 돌던 전자는 전자기파를 방출하며 에너지를 잃는다. 전자는 더는 핵 주위를 돌지 못하고 핵으로 추락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보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1년 가까이 고민했다. 


리처드 파인만은 깔끔하게 쓰인 교과서나 논문을 보면 마치 물리학자들이 처음부터 그런 이론을 만들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론에 도달하기까지 지난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199 페이지) 저자는 연구를 성실하게 하다 보면 논문도 많이 출판하게 되는 것이지 논문을 많이 쓰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연구하면 결국 허접쓰레기 같은 논문, 술을 짜내고 남은 술지게미보다 못한 논문을 출판하는 결말에 이른다고 말한다. 오직 스스로 공부할 때만이 배운 내용을 마음에 새길 수 있다.(209 페이지) 


저자는 때로는 교과서조차 믿어서는 안 된다고, 하물며 논문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익히는 것은 물리학의 내용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라고 말한다. 남들이 옳다고 말한다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선은 의심하고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한 후에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한다. 


저자는 조개와 진주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속으로 침입하는 이물질로 인해 통증을 느낀 조개는 조직세포로 진주낭을 만들어 이물질을 감싼다. 이어 이물질을 덮기 위해 탄산칼슘, 단백질로 이루어진 콘키올린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조개는 이물질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반복해서 탄산칼슘과 콘키올린을 내놓는다. 콘키올린은 탄산칼슘이 막을 이루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진주층은 점점 두꺼워지고 마침내 빛을 받으면 영롱한 무지개빛 광택을 낸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연구란 그저 실험값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모든 과정을 꼼꼼히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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