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클라크의 '하늘 읽기'에서 희박한 공기 부분을 만난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란 책 생각도 했다. 이 책의 원제는 'Into thin air'인데 sparse와 thin의 차이는 무엇일까란 궁금증이 생긴다. Into sparse air라 해도 되는 것일까? 신대륙으로부터 흘러들어 온 부(富), 아랍세계의 수학, 베네치아 유리의 결합은 유럽이 현대 물리학, 화학, 생물학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갈릴레이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는 공기는 무게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4원소설의 잔재 때문이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는 희박해지고 공기 온도는 차가워진다. 고도에 따른 대기 온도의 변화를 기온 감률이라 한다. 그렇다면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아니라 희박하고 찬 공기 속으로가 더 타당할 것이다.
고도 1km 당 온도는 6도가 떨어진다. 그러니 고도 50km 지점에서 우주의 진공 온도(절대 0도; 마이너스 273. 15도)에 도달한다.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그 의미와 역할에 대해 알았는데 '하늘 읽기'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탄생 배경을 알았다. 찾아 봐야겠지만 닉 레인의 책에도 포함된 바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내가 부주의한 결과다.
대기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여러 층들이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 온도가 낮아지는 것은 대략 10km 지점까지다.
그 이후는 그런 예가 적용되지 않는다, 성층권을 말하는 것이다. 대류권 위의 층을 말한다. 대류는 회전 또는 변화를 의미하는 말이다. 때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관측이 먼저 이루어지고 그 뒤에 이론이 등장해 이를 설명하기도 하며, 뛰어난 이론가들이 먼저 예측을 내놓고 이후 실험자들이 그 예측을 검증하기도 한다.(62 페이지) 대류권에서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점차 낮아지지만 성층권에서는 처음에는 일정하게 유지되다가 일정 고도를 넘으면 오히려 따뜻해진다.(100 페이지)
대기는 케이크처럼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 위에 슈가 파우더가 깔끔하게 뿌려져 있는 것과 달리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도 미량의 원자와 분자들이 존재한다. 카르만 선(線)이란 개념이 있다. 지표면에서 100km 상공을 대기의 끝이자 우주의 경계로 정의하는 선이다. 이 선 아래에서의 활동은 비행, 그 위에서의 활동은 우주비행으로 간주된다. 대기 질량의 약 99퍼센트는 지표면에서 50km 이내에 집중되어 있다.
바람이 없다면 우리는 폭우, 폭염, 안개, 천둥, 폭풍 등 다양한 날씨 현상을 경험할 수 없다. 바람은 가 자체로 하나의 날씨 현상이지만 모든 날씨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다. 바람은 대기 중 물질을 지구 곳곳으로 실어 나른다. 바람은 움직이는 원동력은 지구 구석구석으로 열과 수분을 전달하며 날씨를 만드는, 대기라는 거인의 심장이다. 유체는 물과 같은 액체가 움직이는 방식, 질소나 산소 같은 기체가 흐르는 방식, 태양 중심부의 플라스마가 주변으로 출렁거리는 방식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유체는 고체처럼 분자와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이지만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대기는 무엇에 반응하는 것일까? 유체는 압력이 낮은 곳으로 흐르려는 경향을 갖는다. 공기는 저기압을 채우기 위해 몰려오지만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구 자전에 의해 경로가 휘어진다. 아를 코리올리 편향이라 한다. 지구의 대기 역시 유체처럼 움직이며 지면 즉 육지와 바다에 의해 가변적으로 가열된다. 북반구에서 바람을 등지고 섰을 때 왼쪽은 저기압이고 오른쪽은 고기압이다. 이 문장은 윌리엄 페렐과 바위스 발롯이 도출한 복잡한 물리방정식을 압축한 문장이다.
대기 물리학의 대부분의 연구는 온도, 기압뿐 아니라 함수율, 에어로졸 밀도 등 다양한 필드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한다. 기압, 온도, 밀도 등 수많은 요소들이 서로 얽혀 있는 방식은 겉보기엔 혼란하여 무작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모든 상호작용은 상태 방정식이라는 단 하나의 식으로 압축될 수 있다. 상태 방정식은 대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이론적 도구다. 마치 정보를 통역해주는 만능 번역기와 같다.
바람은 기압에 의해 만들어지고 기압은 기온에 의해 결정된다. 기온은 어떻게, 왜 변하는 것일까? 태양 때문이다. 지구는 태양이 바라보는 전체 공간 중 500억분의 1퍼센트만을 차지하지만 그 작은 면적을 통해 매초 약 15만 줄의 태양 에너지를 흡수한다. 물리적으로 보면 모든 우주의 천체는 전자기 복사를 방출한다. 모든 물체는 끊임없이 에너지 전자기 복사의 형태로 내보낸다. 이를 흑체복사라 한다. 태양광과 지구반사광 사이의 파장 차이는 대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기는 짧은 파장의 태양빛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저항 없이 통과시키지만 지구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즉 지구반사광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대하지 않다. 실제로 대기는 긴 파장의 빛에 대해서는 벽돌 벽처럼 작용하여 지구가 흑체 복사로 내놓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흡수한다. 이렇게 에너지를 흡수한 대기는 가열되어 다시 자체적으로 흑체 복사를 방출한다. 그 방출된 에너지의 절반은 우주로 빠져나가고 절반은 지구를 향해 되돌아온다. 대기는 태양에 의해 직접적으로 데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의 지구에 의해 데워진다.(96 페이지)
위에서부터 가열된 물은 층을 이루며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를 정적 안정성이라 한다.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냄비에서는 그 과정이 완전히 반대다. 바닥에서 데워진 물(따뜻한 물)은 상승류를 타고 표면까지 올라가고 대기로 빠져나가지 못한 물은 다시 아래로 내려오면서 하나의 순환 흐름을 만들어낸다. 대기는 고정된 원통형 냄비가 아니라 회전하는 구체의 지표면을 덮고 있는 유체이기 때문에 그 순환 패턴은 훨씬 더 복잡하고 독특한 형태를 띤다.
대기는 마치 가스레인지에 올려진 냄비 속 물처럼 아래에서부터 데워지기 때문에 지면과 가장 가까운 공기가 가장 따뜻하다.(100 페이지) 획기적 설명이라 생각한다. 성층권에서는 오존에 주의해야 한다. 오존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오존층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구 생명체는 훨씬 짧은 수명을 가졌거나 매우 다른 형태로 진화했을 것이다. 오존은 성층권의 독특한 온도 분포를 형성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오존 분자는 자외선을 흡수하여 그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하여 대기를 가열한다.
대류권은 조건부 안정성을 갖는다. 상황에 따라 공기덩이는 대류 현상으로 인해 불안정해져서 상승할 수도 있고 원래 위치로 되돌아가며 안정될 수도 있다. 성층권에서는 수직 방향의 운동이 거의 대부분 억제되며 대류 현상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 대기를 거시적으로 바라볼 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단연 기압이다. 그리고 이 기압은 온도 구체적으로 지구 표면의 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지구의 온도를 결정짓는 힘 즉 지구의 모든 바람은 일으키는 궁극적 원인은 태양이다. 물론 태양에너지는 지구에 고르게 분포되지 않는다.
기압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기온이 상승하면서 상태 방정식에 따라 공기 밀도가 감소한다. 에드워드 핼리는 해양학자, 기상학자, 지구 물리학자다.(114 페이지) 무역풍은 지구 열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대기의 특성으로 지표면 부근의 공기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일정하게 흐르는 현상이다. 대기과학의 변혁이 일어난 시기와 전 지구적 정치 및 경제 구조의 재편 즉 전례 없는 규모의 정보 흐름이 가능해진 시기가 거의 동시에 도래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다.(120 페이지) 과학은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삼각 노예무역, 식민지 침략과 억압,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국제 정책 등으로부터 데이터와 자금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122 페이지) 우리는 근대 초기 과학이 식민지적이고 때로는 잔혹한 방식을 통해 데이터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후가 있는 나라가 있고 날씨가 있는 나라가 있다. 장기적인 기후 패턴이 더욱 뚜렷한 나라가 있고 단기적인 날씨 변화가 더욱 뚜렷한 나라가 있다는 의미다. 서유럽은 기상학적 관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영국 제도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저자는 유럽의 날씨가 보여주는 극심한 변동성이야말로 대기 과학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137 페이지) 극심한 변동성은 지구 전역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좁고 빠른 공기의 띠를 말하는 제트 기류 때문이다.
제트 기류는 중위도 지역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넓은 범위에서 바라볼 때 이 지역 대류권의 움직임은 본질적으로 제트 기류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열대 저기압은 대기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동시에 가장 파괴적인 현상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열대 해류에서 공기가 가열되어 넓은 범위의 대류가 발생하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대류에 의해 형성된 부분적인 진공을 메우기 위해 주변 공기가 몰려든다. 이 과정에서 코리올리 효과에 의해 공기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따뜻하고 저기압인 중심을 빠르게 회전하는 공기가 둘러싸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저자는 “수백 년간 과학은 발전을 이루었고, 세계 최고의 기상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거대한 허리케인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할까? 더 나아가 왜 일기예보는 크고 작은 오류를 반복하는 것일까?”란 말을 한다. 날씨를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던 소수의 인물들 덕에 기상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그 선구자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로버트 피츠로이다. 찰스 다윈을 태우고 세계 일주를 떠난 탐험대의 선장으로 널리 알려진 피츠로이는 오늘날 기상학이라 부르는 분야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피츠로이는 다윈에게 긴 항해 동안 읽으라고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Principles of Geology)를 건네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츠로이는 후에 이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피츠로이는 물과 용암에 대해 알았으나 산 암석에서 발견된 조개껍질 증거를 보고 창세기의 홍수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나아갔다. 피츠로이는 자신이 찰스 다윈의 진화론 정립에 기여했다는 망령 같은 기억에 시달렸다. 아르헨티나 남부에 그의 이름을 기리는 차원으로 명명된 피츠 로이산이 있다. 이 산은 파타고니아의 화강암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장대한 서사시라 불린다.
대기물리학은 보편적인 원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보편성은 너무나도 방대하고 복잡하다. 과학자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적인 물리과정을 파악해야 한다. 무시해도 되는 복잡성은 과감히 생략하고 관측된 현상을 지배하는 주요 요인에 집중하는 것이다. 카오스 이론의 핵심은 겉보기에는 무작위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뉴턴의 운동 법칙과 같은 결정론적 방정식에 의해 지배되는 동적 시스템을 연구하는 데 있다.(181 페이지)
에드워드 로렌츠는 “카오스란 현재가 미래를 결정하지만 대략적인 현재는 대략적인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문제는 방정식들이 초기 조건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대기의 초기 상태에 관한 정보가 완전하지 않다면 가까운 미래라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 북송의 과학자 심괄(沈括; 1031-1095)은 고기후, 지질, 화석과 관련해 큰 발자국을 남긴 인물이다. 영국 제도의 기후가 흐리고 온화하다는 표현은 따뜻하고 맑은 날이 전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날이 흐리고 온화한 날보다 아주 드물다는 의미다. 기후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날씨를 평균 내야 할까? 일반적으로 30년이다. 특정 지역의 기후뿐 아니라 전 지구의 평균 기후 역시 상당히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다. 지구가 대규모로 변화한다는 이야기는 주로 지질학에서 비롯된 것이다.(210 페이지)
팔방미인이었던 심괄은 산이 침식되고 하천에 의해 퇴적물이 쌓여 육지가 형성된다는 이론을 제시하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유럽에서는 지질학이 종교적 간섭으로 인해 오랜 기간 제약을 받았다. 지질학은 18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기독교 교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제임스 크롤(James Croll; 1821-1890)은 어느 반구의 겨울이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궤도 구간과 일치하게 되면 극심한 추위로 인해 눈이 대규모로 내리고 얼음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겨울철 반구의 표면이 새하얗게 덮이면 표면의 반사율이 높아지게 된다.(216 페이지) 추위가 극에 달하면 얼음이 여름철까지 녹지 않고 남아 1년 내내 겨울이 지속되는 상태 즉 빙하기가 발생할 수 있다.
밀란코비치는 빙하기는 오히려 여름철이 궤도상 가장 먼 지점과 겹쳐 겨울이 오기 전에 눈과 얼음이 녹지 않은 경우에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얼음이 녹는 양이 줄어든 상태에서 겨울철에 눈이 계속 내리면 얼음층이 점차 두터워진다. 대규모 기후 변화는 크롤이 제안하고 밀란코비치가 발전시킨 궤도 주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 주기들은 수천 만년이나 수억 년이 아닌 수만 년 단위의 변화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억 년 동안 태양의 출력은 아주 느리게 증가해 왔지만 그와 동시에 지구는 대체로 냉각되어 왔다.
장 바티스트 조제프 푸리에는 얼이 생명을 부여하는 성질을 지녔다고 믿었다. 그는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워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지구는 기본적인 열역학 법칙이 예측하는 것보다 무려 30도 이상(마이너스 18도여야 하는데 플러스 15도이기에) 더 따뜻한 셈이다. 푸리에는 대기가 일종의 단열재처럼 작용해 지구를 더 따뜻하게 유지시킨다고 생각했다. 대기는 태양이 방출하는 대부분의 빛(태양은 매우 뜨거운 천체이므로 대부분 파장이 짧다.)을 그대로 통과시키지만 지구 표면에서 방출되는 빛(지구에서 방출되는 빛은 상대적으로 대부분 파장이 길다.)은 매우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이런 효과는 부분적으로 이산화탄소에 의해 일어나지만 대부분은 수증기에 의해 일어난다.
대기 중에는 눈에 보이는 구름이 보이지 않는 수증기의 형태로 1조톤 이상 존재한다. 이 물은 긴 파장의 빛을 매우 효과적으로 흡수해 대기의 단열 효과 대부분을 담당한다. 이것이 온실효과다. 대기의 단열 특성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효과 중 하나는 해가 진 이후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지구의 밤 쪽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전혀 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우주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해가 지면 이러한 에너지 불균형으로 인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를 복사냉각이라 한다.
지구의 역사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왜 그렇게 많은 변화를 겪었을까? 비 때문이다.(229 페이지) 지질학적 탄소순환은 수백만 년에 걸친 과정이다. 비가 대기를 통과해 지표면으로 떨어질 때 아주 작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약한 탄산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대기 중 탄소가 제거되고 빗물이 바다로 흘러가면서 탄소는 깊은 저장소로 옮겨진다. 이 탄산은 바닷속에 저장되거나 판 구조 경계에서 맨틀 속으로 끌려 들어가 지구 내부에 저장될 수도 있다. 빗물이 화산암에 떨어질 경우 탄소는 곧바로 땅속으로 흡수된다. 탄산염암 위에 떨어지면 암석 표면을 살짝 녹이면서 오히려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깊은 곳의 탄소는 화산 활동이나 활발한 판 구조 경계의 움직임을 통해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저자는 석탄은 본질적으로 암석에 갇힌 고대의 햇빛이라 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인상적이다. 저자는 대기 과학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찰스 데이비드 킬링이라 말한다. 킬링 곡선의 그 인물이다. 킬링은 우리는 이제 막 대기가 무한한 용량의 쓰레기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말을 했다.(250 페이지) 지구가 따뜻해지면 수증기량이 증가하고, 그러면 구름이 많아지며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이 줄어들어 다시 냉각되는 과정이 작동한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들이 잎을 더 두껍게 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식물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효율이 저하된다. 즉 탄소 농도가 저하될수록 오히려 탄소 제거 속도가 느려진다. 20세기 말에 이르러 지구는 분명히 따뜻해지고 있으며 이는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는 추상적인 개념이고 기후 변화는 실제로 체감하는 현상이라 말한다.(254 페이지) 인간이 기후에 끼친 영향은 결코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한 사람들이다.
탄소 배출량은 결정론적 물리 법칙이 아닌 인간의 선택과 경제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 농도는 500-600ppm 사이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다. 대기와 지구 자체는 표면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생명체와는 별개로 살아남을 것이다. 현재 인류는 자신이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스스로 톱질하고 있다. 대기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우리는 대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