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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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일곱 편의 강의를 수록한 책이다. 첫 번째 강의는 상대성이론에 관한 강의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론이다. 저자는 상대성이론은 발표와 동시에 찬사를 받기는 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중력 즉 사물을 추락시키는 힘과 서로 논리적으로 충돌한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상대성이론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어릴 때부터 전자기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 아버지가 지은 전기 발전소의 회전자를 돌려보면서 중력에도 전력처럼 일정한 범위 즉 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기장과 동일한 중력장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장이 공간 속에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라는 천재적인 발상을 했다. 이제 공간도 물질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되었다. 공간은 파도처럼 물질을 이루며 휘기도 하고 굴절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는 실체라는 의미다. 태양은 자신의 주변 공간을 굴절시키고 지구는 신비로운 힘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기울어진 공간 속에서 직선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공간이 중력파의 영향으로 바다의 표면처럼 물결을 이루며 이는 쌍성(雙星)에서 관찰될 것이라 예측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이 화려하고 경이로운 세상에서 우주가 폭발하고 공간이 출구도 없는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시간은 한 행성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느려지고 별과 별 사이에 펼쳐진 공간은 바다의 표면처럼 물결 모양을 이루며 흔들린다고 설명한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무리를 이루어 즉 빛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광자(光子)라고 부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빛 에너지가 공간 내에 연속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의 특정한 지점들에 위치하고 이동은 하지만 분리되지 않으며 각각 하나의 개체로서 흡수되는 일정한 수의 에너지 양자로 이루어진다는 가설을 염두에 두었다. 이 간단한 설명이 바로 양자이론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플랑크가 양자이론을 낳은 아버지라면 아인슈타인은 양자이론을 기른 아버지라 할 수 있다. 모든 원소는 양자역학 기본 방정식을 따른다. 화학 전체가 이 하나의 방정식에서 나온 것이다.

 

양자역학에서는 다른 무엇인가에 부딪히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확실한 자기 자리를 갖지 못한다. 모든 개체가 어떤 상호작용에서 다른 상호작용으로 넘어가는 양자도약은 대부분 우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전자는 어디에서 또다시 나타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저 여기 또는 저기에서 나타날 가능성만 계산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어떤 것과 상호작용을 하는지와 상관없는 객관적인 실체가 실재로 존재한다는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양자물리학 이론들은 물리계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설명하지 못하면서 한 물리계가 다른 물리계에 어떻게 인지되는지만 설명한다.

 

저자는 과학은 실험, 측정, 수학, 엄격한 추론이기 이전에 시각적인 것이라 말한다. 공간은 평면이 아닌 곡선이다. 은하들이 흩뿌려진 우주의 조직 자체가 바다의 파도와 비슷한 파동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바다에서 배가 지나가면 파도가 요동치듯 블랙홀이 지나가면 우주 공간도 동요한다. 우주의 입자들은 공간을 채우고는 있지만 자갈 같은 물체가 아니라 기본적인 장()에 상응하는 양자(量子). 진짜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상의 기본 입자들은 모두 하루살이 같은 짧은 삶을 불안해하며 계속 만들어지고 파괴된다. 양자역학과 입자이론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불안정하지만 끊임없이 나타나는 물질들이 떼를 지어 있는 곳, 하나가 나타나면 다른 것은 사라지는 일이 꾸준히 반복되는 곳임을 배운다.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끊임없이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몇 종류의 기본 입자들이 진동과 함께 우주 공간에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모든 것이 연속적인 곡선 공간임을 말하고 양자역학은 에너지 양자들이 불연속적으로 점프하는 평평한 공간임을 말한다. 두 분야를 통합하려는 이론이 양자중력이론이다. 물리학계에서 두 가지 이론이 완전히 상반됨에도 동시에 대성공을 거둔 예는 처음은 아니다. 뉴턴의 경우 갈릴레오의 포물선과 케플러의 타원을 조합해 만유인력을 찾아냈다. 맥스웰은 전기이론과 자기이론을 조합해 전자기 방정식을 찾아냈다. 아인슈타인은 전자기와 역학 사이의 심각한 모순을 해결하려다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성공적인 이론들 사이의 모순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양자들은 그 자체가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 속에 있지 않다. 공간은 각각의 양자들을 통합하여 만들어진다. 세상은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관계처럼 보인다. 모든 자연의 춤은 이웃해 있는 것들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리듬에 따라 진행된다. 시간의 흐름은 세상 안에 있고 그 세상 안에서 그리고 양자들 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양자들 간에 발생하는 사건들이 이 세상이고 그 자체가 시간의 원천이다. 물리학자들은 19세기 중반까지 열이 열기라는 유동체의 일종이거나 온기와 냉기 두 가지의 유동체라는 전제를 두고 연구했지만 맥스웰과 볼츠만은 이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최대한 혹은 최소한의 가능성은 부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내일 내가 사는 곳에 비가 올 것인지 맑을 것인지 모르지만 지금이 8월이라면 적어도 내일 눈이 올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쯤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절친했던 미켈레 베소가 죽었을 때 이런 말을 했다. “미켈레는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이 기이한 세상을 떠났다. 이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우리처럼 물리학을 믿는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것이 고질적으로 집착하는 환상일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생각과 말은 시간 속에 존재하고 우리의 언어 구조 자체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거대한 은하와 별들의 바다에서 우리는 한없이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현실을 구성하는 무수한 형태의 벽화들 사이에서 우리는 수많은 물결무늬 중 하나일뿐이라 말한다. 우리는 학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해서 얻은 지식들을 바탕으로 우리의 개념 구조를 조금씩 바꾸는 법과 그에 적응하는 법도 익히고 있다. 우리가 만든 세상의 이미지들은 우리 안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공간 속에 살고 있다. 이 이미지들이 우리가 속한 현실 세계를 어느 정도는 설명해준다. 그래서 이 세상을 조금 더 잘 설명하기 위해 그 이미지들의 흔적을 따라가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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