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관한 작은 책(The little book of planet earth)의 번역자(이기화, 민동주)는 "지구과학의 분야가 매우 넓으므로 각 분야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이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실로 배운 바가 많았다"고 말했다. 책의 저자는 지각과 암석권 연구의 권위자인 독일의 지구과학자 롤프 마이스너(Rolf Meissner; 1925-2014)다. 판은 1년에 몇 cm 정도 움직이지만 수백만 년이 지나면 수천 km를 이동하기에 차원이 달라진다. 이 사실만으로도 지구과정이 오랜 기다림(?)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을 결정하는 것은 판 운동이다. 오리진의 저자 루이스 다트넬처럼 롤프 마이스너도 생명체의 기원과 진화도 급격한 기후변화를 수반한 지구의 지질학적 진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지질학적 진화의 핵심이 판구조 운동이다. 오늘날 화성과 수성은 너무 차고, 금성은 너무 뜨거워 판구조운동은 지구만의 현상일 것이다.(34 페이지) 흥미로운 점은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가 지구 자기장을 관측한 결과와 수학적 도구를 결합해 지구 자기장이 지구 심부(深部)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사실이다.(6 페이지) 그는 자기장의 거의 대부분이 지구 내부에서 생성되며 단지 변화하는 작은 부분만이 외부(전리층)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63 페이지)
지구 자기장은 지구 내부의 작은 영구 자석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물질은 어떤 온도 이상(퀴리 온도)이 되면 자성을 잃기 때문에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63 페이지) 지질학적 지식은 대체로 물리학적인 발전과 평행하게 발전했다. 필요한 것은 물리학과 지질학적 추론의 결합이었다. 둘의 결합으로 지구과학의 큰 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철과 같은 금속은 우리 은하계의 중심으로 갈수록 그 양이 증가하고 바깥으로 갈수록 감소한다.(14 페이지) 그 결과 바깥쪽에서는 철이 부족해 고체 행성이 생성되는 데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20 페이지) 우리 혈액 속 철분과 뼈와 치아 속의 칼슘은 거대한 초신성 폭발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26 페이지)
철은 지구와 달을 가르는 기준점이기도 하다. 즉 달은 지구보다 훨씬 적은 철을 가지고 있다.(28 페이지) 달에는 물과 대기도 없다. 중력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지구 내부 깊은 곳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경계와 층들은 20세기에 지진학에 의해 발견되었다.(38 페이지) 파선에 수직 방향으로 움직이는 S파(派)는 전단계수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전단계수가 0인 유체핵을 통과할 수 없다. 전단계수는 재료가 전단력(수평 방향 힘)에 저항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즉 재료의 강성이나 단단함을 나타내는 척도다.
외핵은 지구 자기장의 근원지이다. 외핵에서 S파가 사라지는 것은 이 영역이 유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핵과 내핵의 경계에서 P파가 S파로 전환되는 것은 그 중심이 고체임을 시사한다. 화산활동과 온천은 오늘날에도 지구가 여전히 따뜻하며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49 페이지) 지구는 초창기에 훨씬 더 뜨거웠고 역동적이었다. 초창기 맨틀에서의 유체의 대류는 고체 상태의 대류(creep 운동)로 바뀌었으며 오늘날 지구는 주로 전도(conduction)에 의하여 열을 잃는다. 지구는 판구조 운동에 의해 열을 잃는다. 그럼에도 지구는 핵의 중심에서 5000℃, 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3000~4000℃를 보인다.(50 페이지)
초기 시생대에 지구는 오늘날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과학자들은 오늘날보다 더 얇았던 암석권의 온도가 적어도 200℃ 이상이었으리라 추정한다.(96 페이지) 지구는 자전 속도를 지속적으로 늦추는 조석 마찰력의 견인력 하에서 자전한다.(58 페이지) 지구로부터 달의 거리는 매년 4cm 정도 늘어난다.(59 페이지) 탄소 연대 측정법은 연대가 10만년 이하의 물질들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되었다.(113 페이지) 판구조론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은 확장하는 해양 암석권이 어떻게든 맨틀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123 페이지) 이를 섭입작용이라 한다.
온도를 계산해 보면 해양 암석권은 섭입될 때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그 주위보다 더 차고 천천히 따뜻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섭입이 빠를수록 낮은 온도를 더 깊은 곳까지 운반하며, 온도가 낮을수록 물질은 더 딱딱하고 깨지기 쉽다. 판이 깨지기 쉬울수록 응력을 받으면 더 많은 지진들이 일어날 것이다.(125 페이지) 해양판은 해령의 높은 고도와 섭입하는 암석권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암석권의 찬 물질은 판의 끌어당김(slab pull)이라 불리는 음의 부력을 일으켜 암석권을 끌어당긴다.(129 페이지) 대륙들은 움직이는 판들에 끼어 있어서 오직 수동적으로만 운반된다.
지진은 화산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지진, 화산 모두 섭입과정과 연관된다.(130 페이지) 섭입하는 판은 600km 깊이까지 이른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판은 3000km 깊이에 있는 맨틀과 핵의 경계선까지 이른다.(131 페이지) 판구조 운동은 원생대 중기에 시작되었다고 볼 만하다. 최초의 청색 편암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133 페이지) 지각과 맨틀은 성분이 매우 다르다. 해양 지각은 5~7km에 이르고 대륙지각은 20~70km에 이른다.(137 페이지) 지각의 물질은 상승하는 마그마나 플룸에 의하여 가열되거나 압력 감소만으로도 녹을 수 있다.(141 페이지)
대륙지각을 유동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우리는 분명히 유연한 연약권 위에 단단한 암석권이 있다는 오래된 관점을 수정해야 한다. 해양환경으로부터 유래한 그 개념은 대륙지각에 대해서는 맞지 않는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하부 지각을 지각 내의 연약권이라 부른다.(155, 156 페이지) 암석권 판들이 수렴하고 충돌할 때 산맥들이 생성된다. 판들이 발산하면 열곡(裂谷; rift), 지구(地溝; graben), 분지 등이 생성될 수 있다.(169 페이지) 해양판과 대륙판의 충돌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충돌 유형이다.(170 페이지) 대륙과 대륙의 충돌은 가장 극적인 조산(造山)과정이다.(171 페이지)
열곡의 골을 지구라 하며 그런 골에서 암석은 일반적으로 단층을 따라 다른 한쪽의 암석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아래로 떨어진다.(172 페이지) 습곡산맥의 형성은 조산운동(orogeny)이라 불린다.(173 페이지) 테레인은 다수의 해양 미소판(微少板) 또는 대륙 미소판들이다.(186 페이지) 딜래미네이션은 음의 부력이 발달하는 해양판의 침강과 유사한 효과를 보여주는, 지각 아래, 주로 대륙 암석권에서의 불안정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191, 192 페이지)
플룸의 개념은 판구조운동과 무관하며 지표면에서 화산활동 양상(열점이라 부르기도 한다.)의 관측과 지진파 토모그래피에 의한 지구 맨틀의 상세한 조사에 근거를 둔다.(194 페이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플룸이 약 660km 깊이의 상부맨틀과 하부맨틀의 경계나 3000km 깊이에 있는 핵 - 맨틀의 경계와 같은 열적 경계층에서 기원했을 것이라 본다.(197 페이지)
생물의 진화이론은 지질학, 고생물학, 생물학의 공동 연구에 의해 탄생했다. 이 공동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생물의 진화가 순조롭게 연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멸종에 의해 종종 끊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203 페이지) 저자는 지구의 진화에서 생물학적 과정과 지질학적 과정은 복잡하고 상호 의존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말한다.(217 페이지) 만일 지구가 지금보다 작은 크기였다면 중간의 원자량을 갖는 가스들을 붙들 수 없었을 것이다. 질소와 산소가 없는 상태는 화성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부의 열이 빠져나가 판구조운동과 연관된 활동을 지속하는 데 제약을 받았을 것이다.
적절한 대기의 온도가 기체 상태의 물이 액체 상태의 물로 액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고 일찍이 비를 만들어 이산화탄소를 씻어내어 연못이나 바다에 쌓이게 하였다.(219 페이지) 대미(大尾)에서 저자는 우리는 제한된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더욱 청정한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이 항상 발전한다는 믿음으로 우리 생존의 궁극적인 근원인 자연에 대한 공경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진지하게 바라보고 음미한다면 어렵사리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지구에 관한 작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