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 - 노아 홍수가 그랜드캐니언을 설명할 수 있을까?
캐럴 힐 외 지음, 노동래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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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에는 세계적 지질공원이 하나 있다. 미국의 국립공원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한 국립공원인 이 지질공원의 이름은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이다. 신비로운 대협곡으로 유명한 이 지질공원에 대해 정확한 학문적 분석을 하는 것은 지구 시스템을 바로 이해하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 그것은 축복인 한편 과제다. 나는 이 과제 해결에서 더 나아가 내가 사는 곳의 지질에 대해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사는 곳의 지질이란 한탄강 세계 지질공원을 말한다.


‘노아 홍수가 그랜드 캐니언을 설명할 수 있을까?‘란 부제를 가진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는 열 명의 지질학자와 한 명의 생물학자가 함께 쓴 기념비적 저서다. 저자들 중 한 명인 웨인 래니는 자신들은 텔레비전, 전자 오븐, 휴대전화기를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과 동일한 수많은 과학적 방법과 기술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래니에 의하면 그들은 성경의 영감과 권위를 받아들이는 현대의 지질학자들이다. 물론 래니가 말했듯 지구의 지질학적 이야기를 탐구하고 발견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에 대한 도전이 아니다.


이 책에는 두 개의 틈(chasm)이란 단어가 나온다. 하나는 자연이 만든 틈이고, 다른 하나는 설명 모델 사이의 틈이다. 전자는 이 책이 다루는 콜로라도강과 그 지류들이 콜로라도 고원의 남서쪽 가장자리까지 깊게 깎아 만든 1.6km 깊이의 틈이고, 후자는 홍수 지질학과 전통적 지질학의 설명 모델 사이의 틈이다. 핵심적 진술은 지표면의 거대한 균열이 콜로라도강으로 덮인 것이 아니라 거대 협곡 자체가 콜로라도강에 의해 만들어졌다(17 페이지)는 말이다. 두 개의 틈(chasm)을 이야기했거니와 두 개의 다른 설명 체계 역시 필요하다. 하나는 하천학(fluvialism)이고, 다른 하나는 홍수 지질학(diluvialism)이다. 전자는 하천의 활동이 어떻게 지구 표면을 형성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후자는 성경 그대로 4,500여 년 전에 일어난 1년 미만의 노아 홍수가 그랜드 캐니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학문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전통적 지질학의 견해와 젊은 지구론자의 견해 모두 그랜드 캐니언의 지층과 깊은 협곡 틈들이 자연적 과정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과학적 조사의 대상이라는 데에 동의한다는 사실이다. 젊은 지구론자들의 논리적 귀결인 홍수지질학은 노아의 홍수가 인간만을 덮친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덮쳐 지구의 암석, 화석, 지형에 보존된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홍수지질학 vs 전통지질학의 구도는 격변론 vs 동일과정론의 구도이기도 하다. 격변론은 지구가 젊다고 반드시 믿은 것은 아니지만 지구의 역사가 한 번 이상의 격렬한 사건들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노아 홍수는 그 중 가장 최근의 사건이었으리라는 견해를 유지했다. 동일과정론은 자연법칙과 힘에는 일관성이 있어 현재 자연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환경을 관찰함으로써 고대 암석을 형성한 자연의 과정과 환경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 관찰 결과 지구의 역사는 하나의 격변적 사건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이는 노아 홍수를 부인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의 섭리를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동일과정론은, 홍수 후의 큰 호수들이 격변적으로 비워짐으로써 그랜드 캐니언과 콜로라도 강이 급속하게 형성되었다는 격변론을 부정하며 그 협곡이 침식되는 데 수백만년이 소요되었다는 입장을 제시한다. 그랜드 캐니언의 모든 퇴적암 아래에는 여러 화성암이 관입된 변성암 기반(基盤)이 있다.(46 페이지) 홍수 지질학자들은 그랜드 캐니언에서 발견되는 넓은 변성암 지대의 기원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47 페이지) 그랜드 캐니언은 신생대 동안 콜로라도 고원이 융기되어 이 지역에서 바다가 물러갔을 때 그때까지 쌓인 지층들 안으로 깎여 들어가 형성되었다. 


콜로라도강에 의한 이 지역의 침식 중 대부분은 약 6백만년전부터 현재에 걸쳐 일어났다.(62 페이지) 느슨한 퇴적물이 암석이 되려면 압축(compaction) 및 교결(cimentation) 작용이 일어나야 한다. 방해석(方解石) 모래 같은 일부 유형의 퇴적물은 깊이 묻히지 않고서도 몇 년 안에 암석으로 굳을 수 있는 반면 대부분의 퇴적물이 압축 및 교결되려면 오랫동안 깊이 묻혀여 한다.(68 페이지) 탄산칼슘 입자로 구성된 암석을 석회암이라 하고 탄산칼슘의 가장 안정적인 동질이상(同質異像)을 방해석이라 한다. 방해석은 뜨거운 물보다 찬 물에서 더 잘 녹는 소수의 광물 중 하나다. 


그랜드 캐니언의 측면 벽에서는 다수의 석회암 지층이 나타난다. 석회암이 해양 환경에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호수, 특히 건조한 환경에서도 석회암은 발견된다.(72 페이지) 실험실에서건 현장 관측을 통해서건 홍수 물로부터 석회암이 형성된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 석회암이 형성되는 데는 퇴적 작용이 일어나는 오랜 시간 즉 홍수기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랜드 캐니언은 여러 차례 해수면이 전진했다 물러가고 간헐적으로 암석이 침식되어 소실된 증거를 포함하고 있다. 현대의 석회암 퇴적물은 조개껍데기들이 형성된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퇴적된 탄산칼슘 껍데기들이 쌓인 결과이지 먼 곳에서 침식된 석회암이나 조개껍데기 및 석회 진흙 무더기가 옮겨온 결과가 아니다.(76 페이지) 캐런 힐, 스티븐 모시어는 그랜드 캐니언의 퇴적 구조물이 왜 오늘날 현대의 환경에서 형성되는 것과 똑같이 생겼는지 묻는다. 발톱 자국 같은 정교한 형태가 격렬한 홍수 속에서 보존될 수 있었는지 묻는다. 


홍수 지질학자들은 동일과정론을 유물론 또는 진화론과 동의어로 취급해 악마화 하면서도 자신들이 젊은 지구론을 지지하는 증거를 발견하고자 할 때에는 사실상 동일과정론의 원칙을 적용한다. 가령 유명한 홍수 지질학자들 중 일부는 1980년 세인트헬렌스 화산 폭발이 그랜드 캐니언의 급격한 형성에 단서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그랜드 캐니언의 암석은 화산재와는 완전히 다른 물질로 이루어졌다. 이 협곡의 수직 절벽의 거대한 규모는 이 절벽이 콜로라도 강에 의해 깎이기 전에 이미 암석으로 굳어졌음을 입증한다.(87 페이지) 


홍수 지질학자들은 물리적 과정과 화학적 과정을 묘사하는 자연법칙이 창조주간, 에덴동산에서의 타락 이전 또는 노아 홍수의 다양한 시점마다 달랐다고 가정한다. 이는 동일과정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가정이다. 그랜드 캐니언에 노출된 대부분의 지층은 퇴적암이다. 대개 퇴적암은 방사성 측정법에 의해 직접 연대를 측정할 수 없다.(104 페이지) 방사성 측정법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광물이 생성된 연대이지 그것들이 굳어 암석이 된 연대가 아니다. 그랜드 캐니언 같은 곳의 퇴적암의 경우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의 화석 기록과 전 세계의 화석 기록 사이의 비교에 기초해 연대 추정을 한다.(117 페이지) 


이 협곡에서 가장 젊은 암석 중 일부는 테두리를 넘어 강 아래로 흘러내려 용암댐들을 형성한 용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용암댐은 고작 수백만년 내에 형성되었다.(112 페이지) 방사성 연대 측정법은 신뢰할 수 있는 물리법칙(가장 중요하게는 방사성 붕괴의 예측 가능성)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는 이 예측 가능성을 이용해서 원자로를 건설하고 의료장치를 개선하며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행성 탐사선에 동력을 공급하기도 한다. 방사성 연대 측정법은 베수비오산 폭발과 같은 고대의 역사적 사건의 연대를 정확히 측정한다고 입증되었다.(114 페이지) 


앞에서 틈(chasm)이란 말을 했지만 부정합은 시간의 틈을 대표한다. 부정합은 침식을 함축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117 페이지) 부정합이란 연속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오랜 단절을 겪은 후 퇴적된 지질 구조를 말한다. 더 낮은 지층에 깎임이 생겨 만들어진 수로에 위쪽 지층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물질이나 독특한 퇴적물이 채워져 있다면 부정합의 증거다.(121 페이지) 홍수지질학자들은 지각의 틈들이 창세기의 큰 깊음의 샘들이라고 믿는다.(131 페이지) 


홍수 지질학자들은 격변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즉 몇 일만에 산이 밀어 올려진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긴다. 마찰 저항이 열을 발생시키는 것처럼 구부리는 것도 열을 발생시킨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암석이 급속히 구부러지면 모든 것이 부서지고 녹을 것이다.(134 페이지) 그랜드 캐니언의 지층들은 위아래로 관통해 이어지는 파쇄대(crack)로 가득 차 있다. 파쇄대는 단순히 갈라진 균열을 의미한다. 일단 파쇄대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진흙 건열처럼 이후의 비로 다시 메워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거나 응력(stress)이 증가함에 따라 더 커질 수 있다. 


다수의 지층에 걸쳐 펼쳐져 있는 긴 파쇄대는 이 균열이 형성되기 전에 모든 지층이 이미 암석으로 굳어져 있었음을 증거하는 명확한 표시다.(138 페이지) 홍수 지질학 모델이 옳다면 그랜드 캐니언에는 한 종류의 단층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랜드 캐니언에는 역단층과 정단층이 모두 존재한다. 이는 서로 다른 기간에 압축력(한곳으로 밀어붙임)과 장력(잡아당겨 뜯어냄)이 작용했음을 암시한다. 암석이 가소성 변형을 일으키려면 고온, 느린 이동속도, 구속압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암석이 떨어져 나갈 때는 넓은 펼쳐짐이, 한곳으로 밀릴 때는 물결 모양의 접힘이, 불규칙하게 융기하거나 침강할 때는 넓은 구부러짐이 발생한다.(143, 144 페이지)


암석층에서 구부러짐이 발생하면 각 층에 치유되지 않는(다시 메워지지 않는) 많은 균열이 만들어진다.(145 페이지) 퇴적물이 잡히면 부드러운 물질이 쉽게 바스러져 틈을 채워서 치유되지 않는 파쇄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146 페이지) 화석을 가지고서도 홍수지질학자들의 모순을 제시할 수 있다. 즉 여러 범주의 유기체들은 함께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화석은 노아의 홍수 때 파묻힌 동물들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의미다.(151 페이지) 저자는 거대한 물의 벽이 모든 대륙에서 밀려들었다면 왜 해양생물과 육지생물이 뒤섞여 있지 않는가?란 질문을 한다.(151 페이지) 


가장 낮은(오래된) 지층에서 가장 높은(젊은) 지층으로 갈수록 복잡성과 다양성이 증가한다. 거대한 쓰나미가 모든 대륙에 충돌했다는 홍수 지질학자들의 말을 따르면 모든 육상생물의 형태가 해양 퇴적물과 섞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그룹의 유기체가 다른 그룹을 대체하는 전 지구적 차원의 동물적 대체(代替)는 이 모든 현상이 최근에 일어난 단 한 번의 격변적인 홍수의 결과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극도로 당혹스러운 사태일 것이다. 


저자는 '홍수 지질학자들의 주장처럼 노아 홍수가 전 세계적이었다면 왜 공룡의 유해가 그랜드 캐니언의 지층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더구나 발자국은 격렬한 홍수의 어느 단계에서도 보존되지 않을 텐데 왜 더 높은 그랜드 스테어케이스 암석의 여러 지층에서는 공룡 발자국들이 온전하게 남아 있을까?'라고 묻는다.(161 페이지) 


화석은 특정 순서로 발견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 있는 패턴을 보여준다.(164 페이지) 이런 패턴은 생물 공동체가 살았던 유형의 환경, 생태계의 역동성, 한 그룹이 다른 그룹으로 대체되는 변화를 반영하는 특징적 화석으로 구성된다. 동물상 연속의 원칙이 있듯 식물상 연속의 원칙도 있다. 식물 화석의 복잡성이나 다양성은 젊은 지층으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홍수 지질학자들은 다양한 분류 체계를 통해 눈에 보이는 화석 식물의 분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화석 기록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석(포자와 꽃가루)의 분포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오늘날의 지질학자들은 그랜드 캐니언의 형성에 작은 물과 오랜 시간이 아니라 많은 물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콜로라도강이 언제 어떻게 거대한 카이밥 융기 지대(또는 아치)를 깎고 길을 냈는지, 그리고 이 고지대가 깎이기 전 물은 어디로 흐르고 있었는지가 논쟁의 중심에 있다.(197 페이지) 


저자는 실제의 과학 연구는 미로를 헤쳐 나가 정확한 길을 이해하는 일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출발점과 끝나는 지점을 볼 수 있는 종이 위에 그려진 미로가 아니라 여러 길을 실험해보아야 출구를 찾을 수 있는 실제 미로 안에 들어와 있는 경우다. 저자는 젊은 지구론자들이 과학계에 존재하는 의견 불일치를 과학적 근거의 빈약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이런 의견을 제시한다. 즉 의견 불일치는 특정 세부 사항에 관해 논의가 진행중인 어떤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이지만 불일치를 해결하고 나면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이해에 도달하고 확실성이 증가한다는 것이다.(201 페이지) 


우리가 보고 있는 암석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대미문의 메커니즘이나 신비한 힘이 필요하지 않다.(215 페이지) 그랜드 캐니언의 많은 지층, 구조물, 단층은 확실히 강력한 힘들이 작용했음을 나타내지만 모두 지구의 정상적인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느린 과정도 있고 빠른 과정도 있지만 모두 정상적인 과정이다. 중요한 점은 각각의 지층이나 특성에 대한 설명들이 해수면 상승과 하강, 서서히 움직이는 지각판들이 지각을 들어올리고 내리는 더 큰 이야기 안에 잘 들어맞는다는 사실이다.(229 페이지) 


저자는 홍수 지질학자들의 설명은 지속적으로 관찰된 적도 전혀 없고 상호 배타적인 메커니즘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가령 방대한 화석 기록은 전 세계적인 홍수가 모든 대륙을 휩쓸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그 홍수가 어쩐 일인지 그랜드 캐니언의 어떤 지층에도 생쥐, 갈매기, 고래, 개구리, 튤립 또는 가재 화석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홍수 지질학자들의 신조와는 달리 홍수 지질학이 다른 세계관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성경에서 발견되는 구절들에 대한 집착이 아니다. 오히려 홍수지질학의 뚜렷한 특징은 성경 안이나 밖의 모순되는 증거를 고려하지 않으면서 사실로 받아들여진 성경 안의 특정 구절들에 대한 특정 해석 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이다.(233, 234 페이지) 


저자들은 홍수 지질학은 비과학적일뿐 아니라 비성경적이라 말한다. 로마서 1장은 창조주의 신성이 그분의 물리적 피조물인 자연에 드러난다고 선언한다.(234 페이지) 자연이 진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신뢰받을 수 없다면 이 진술은 홍수 지질학자들의 하나님 이해에 무엇을 말해줄까? 저자들은 홍수 지질학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자료나 데이터만을 취한다고 말한다. 인상적인 말은 과학은 자료가 이끄는 곳으로 가도록 허용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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