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이어온 빛 - 광합성의 신비
라파엘 조빈 지음, 이현숙 옮김, 안태석 감수 / 북스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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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조빈의 ‘생명을 이어온 빛‘은 광합성의 신비를 밝힌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참고 문헌으로 쓰기에 충분하지 않지만 아주 작게나마 자연의 신비를 발견할 때 과학자들이 느끼는 환희와 경이로움을 어느 정도 접할 수 있을 책이라 말한다. 광합성은 생물학에서 흔히 화학적, 지질학적, 우주적 압력을 견뎌내려 반응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인간 종은 광합성의 직접적 산물이다. 광합성은 복잡한 세상에 다시 균형을 찾아줄 만큼 충분히 크고, 빠르고, 강력한 힘이자 더 늦기 전에 황폐해진 생태계를 바로잡을 가장 해볼 만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광합성이란 생명체가 빛 에너지를 포착해 물과 기체 같은 단순 자연 화합물을 결합해 더 복잡하고 더 유익한 화합물로 변환하여 성장과 번식, 발아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생명에 활기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초록 잎을 가진 육상 식물만이 아니라 물 속에 사는 생명체도 광합성을 한다. 식물이 흙을 먹는다고 여겨지던 시대도 있었고 물을 먹는다고 여겨지던 시대도 있었다. 저자는 세 과학자를 언급한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부생고다. 오늘날 우리가 광합성을 하도록 처음 공부할 때 배우는 화학 반응식에서 균형이 맞도록 이산화탄소 소모와 산소 생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한 인물이다. 


이 식에 의하면 물과 이산화탄소가 햇빛과 결합해 식물의 녹색 엽록체 안에서 포도당과 산소로 바뀌는 과정이 해명된다. 광합성이란 이름을 제안한 사람은 미국의 식물학자 찰스 레이드 반스다. 19세기 말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대기의 태양열을 가둔다는 의견이 처음 대두되었다. 스웨덴의 첫 노벨상 수상자인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광합성이 과도하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를 식게 만들고 그 결과 빙하기가 시작되는 원리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과학자들은 포도당을 생성하지 않고도 광합성을 하는 기이한 미생물도 찾아냈다. 


육상 식물은 쉽게 접할 수 있고 이해하기도 쉬워서 가장 잘 아는 광합성 생물이지만 낯선 극한 환경에 살거나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서 광합성 하는 생명체들이 훨씬 더 많다. 지구는 약 45억 4,000만년전 우주에서 빙빙 돌고 있는 소용돌이(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 조각에서 탄생하였다. 녹은 불덩이 속에서 금속성 암석, 먼지, 물과 같은 물질 찌꺼기들이 엄청나게 커다란 힘으로 맞부딪히며 한꺼번에 녹아 지구를 만들어냈다. 맨 처음 대기는 증기가 과열된 상태로 암석에서 금속을 만들 정도로 뜨거웠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금속은 가라앉아 자성을 띤 지구의 핵을 이루었고 가벼운 무기질은 표면으로 솟아올랐다. 화학 물질로 구성된 이 마녀의 혼합물은 이후 식을 대로 식어 산성의 대기를 응결시키며 암석을 깎아낼 정도로 부식성이 강한 비를 내리게 하였고 이는 최초로 바다가 형성될 때까지 수억 년간 이어졌다. 냉각 현상이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초기 태양은 비교적 크기도 작고 빛을 많이 내뿜지도 않아서 우리가 오늘날 보는 빛의 70% 정도밖에 만들어내지 않았다. 


다행히 초기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외에도 대기를 따뜻하게 하는 메탄이 100만개의 분자 중 100개 정도 있었다. 이는 현재 대기 중에 있는 메탄의 50배가 넘는 농도다. 대기 중 황과 탄소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며 카르보닐 황화물이라는 새 화합물을 만들었고 이 역시 얼마 안 되는 햇빛을 가두어 어린 지구를 온난하게 유지되게 했고 바다는 열을 흡수하는 기체인 이산화탄소, 메탄, 카르보닐 화합물의 장막에 덮여 액체 상태를 유지하였다. 유독한 가스에 싸여 산성의 습기를 머금은 그을린 세상은 황량할 뿐 아니라 오늘날 생명체라고 알려진 존재에게는 살 수 없는 곳이었다. 


바다에는 물을 뿌연 갈색으로 얼룩지게 만드는 철 화합물이 잔뜩 녹아 있었다. 이 철 화합물은 물을 투과하는 빛을 차단했다. 이렇게 숨 막히고 부식성이 강한 세상에 생명의 전제 조건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였다. 외계에서 아미노산과 탄소를 가지고 온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초기 바다의 화학적 수프를 휘저어 놓았다. 대기 중에 있던 따뜻한 카르보닐 황화물이 응결되며 펩티드와 아미노산을 형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혼돈 속에서도 지구에 최초의 생명이 융합할 수 있었던 필수 구성 요소이자 근본 양양분이었다. 


얕은 연안 지역이나 심해의 뜨거운 분출구, 아니면 눈의 결정이나 흙속 어딘가에 단순한 유기 분자들이 번식을 위해 모일 만한 조건을 갖춘 안정적인 공간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유기 분자들은 스스로 조립하고 에너지를 흡수하는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내며 자신을 똑같이 복제하기 시작하였다. 대략 42억 8000만년전쯤 생명이 탄생하였다. 유전적 증거에 기반하면 오늘날까지 생명체와 인간에게 존재하는 유전자 355개를 가진 모든 생물의 마지막 공통 조상이 38억년 이전에 등장하였다. 


최초의 마법 같은 생명 생성 이벤트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합성 과정이 시작되었다. 이는 우리가 오늘날 고세균류라고 부르는 미생물 속에서 발견한 광합성 절차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고세균류에게 메탄을 생성하는 능력이 생겼다. 이는 고세균류가 아미노산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한 복잡한 유기물을 분해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광합성이 생명의 탄생 초기에 시작되었다 해도 말이 되는 이유는 세포를 결합하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였고 당시에는 섭취할 먹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은 존재하지 않았다. 생명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초기 지구의 어두운 산성 구름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흐릿한 태양 에너지 즉 햇빛이라도 거두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린란드의 구조물에서 발견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화석화된 퇴적구조다. 화석화된 미생물 매트가 겹겹이 층을 이룬 형태로 성장기인 여름에 한 겹이 만들어지면 겨울 동안 진흙으로 된 퇴적물 층이 그 위를 덮으며 번갈아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에너지원으로 햇빛과 유기 분자가 필요한 고세균류와 달리 남세균은 햇빛을 이용해 물을 분해하여 산소를 만드는 획기적 능력을 발달시켰다. 이 미생물의 수가 증가하며 세균성 광합성이 늘어났고 바닷물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 및 대기 중 이산화탄소까지 소비하여 지금의 알칼리성 푸른 바다를 만들며 세상을 서서히 바꾸어나갔다. 


이들이 만들어낸 노폐물이 산소다. 남세균이 점점 해안 지대를 점령해나가며 산소를 더 많이 방출하면서 바다는 조금씩 투명해졌다. 빛이 더 깊이 뚫고 들어가면서 더 많은 생명체가 깊은 곳에서도 자랄 수 있었다. 용존 철이 산소와 결합하면 용해되지 않는 침전 화합물을 형성한다. 지질학적 연구에서 남세균이 광합성을 하면서 방출하는 산소가 바다에 녹아 있는 철을 산화시켜 결정체로 만들었다. 약 28억년전쯤 매우 거대한 철 퇴적물의 띠(철광석)가 만들어졌다. 바다에서 용존 철이 침전하여 없어지자 산소 폐기물은 대기에 축적되기 시작하였고 당시의 생물체에게 독성물질로 작용해 지구상의 생명체를 거의 전멸시켰다. 24억년전 있었던 대기 중 산소 축적 즉 대산소 발생사건이다. 


광호흡이란 것이 있다. 광합성과 반대로 포도당을 이산화탄소, 물,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고세균은 산소가 없던 시기까지의 세상에 잘 적응하였다. 남세균류는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면서 점차 세상을 바꾸었다. 고세균류는 산소의 독성 때문에 메탄을 생성하기 어렵게 되었다. 남세균류의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며 스트로마톨라이트 상태의 미생물 덩어리 형태로 엉겨 붙었다. 이에 더해 산소의 독성으로 인해 고세균이 사라진 결과 메탄이 감소하고, 대기 상층부에서 수증기와 결합한 산소가 메탄을 분해한 데 이어 화산활동마저 잠잠해 대기 중 메탄 양은 더 줄었다. 이것이 24억년전부터 21억년전 사이에 있었던 휴로니안 빙하기에 대한 설명이다. 


빛을 생명으로 바꾸는 과정인 광합성은 복잡한 생명체가 진화하기도 전에 지구에 사는 초기 생명체를 거의 전멸시킨 아이러니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세균은 눈 속에 사는 새로운 광합성 조류(藻類)로 세상에 적응하며 지구를 살렸다. 눈과 얼음 속에서 자라는 빙설 조류는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하여 눈과 얼음을 녹게 했다. 지구가 탄생하고 초기 40억년 동안 육지에는 생명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해로운 자외선 때문이었다. 산소가 만들어지면서 대기권에 오존층이 형성되어 결과적으로 자외선이 차단되었다.


조류는 균류와 공생하면서 육지에서 살 수 있는 아주 단순한 형태의 이끼나 지의류가 되었다. 단순한 이끼는 증식하면서 유기산을 배출하기 시작하며 암석의 풍화를 촉진했다. 이들은 육지에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암석들을 무기질과 영양분으로 분해하였다. 이 무기질은 바다로 씻겨 내려가 엄청난 규모의 조류 대증식을 초래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급격히 감소시켜 5억 4500만년전 역사상 세 번째 빙하기를 초래하였다.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이 대기 중으로 산소를 방출한 결과 지구는 주기적으로 빙하기를 겪었다.


대기 중 산소가 주는 전반적 혜택이 산소를 해독하는 데 드는 에너지보다 크기 때문에 여러 생태계가 곳곳에서 생겨났다. 그 결과 더 많은 생명체가 더 많은 암석을 갈아 부수었고 더 많은 생명체가 이용할 수 있도록 영양분을 더 많이 만들어내면서 생물량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결과적으로 지구 전체의 생물들이 훨씬 더 다양해질 수 있었다. 식물은 흙을 먹지 않지만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 흙을 필요로 한다. 식물은 흙을 옮기기도 해야 한다. 그리 많이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10년마다 지표면의 약 2cm가 씻겨 나간다. 흙의 이동으로 세상에 있는 모든 생태계는 생존에 필요한 광물질을 얻는다. 


과도한 영양분이 강을 통해 바다로 씻겨 들어가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조류의 대증식(부영양화)이 발생한다. 순환하는 영양분의 핵심은 질소다. 질소는 단백질을 비롯 여러 생물학적 분자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또 다른 필수 영양분은 인(燐)이다. DNA 등 세포의 유전 정보를 담은 분자를 구성하는 물질이다. 세 번째 중대 영양분은 철이다. 철이 부족하면 광합성 활동이 대체로 줄어들고 특히 바다에서 더 심해진다. 전 세계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 폭풍은 해양 생태계 성장에 필수인 철을 공급한다.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에게 가장 필수적인 영양분은 탄소다. 탄소 저장에 바다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닷물이 이산화탄소의 93%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빛을 생명으로 전환하는 마법 같은 과정은 가장 깊은 바다 밑바닥부터 가장 높은 산꼭대기까지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광합성은 산소가 없이도 일어나고 이산화탄소가 아닌 다른 종류의 탄소원에서도 활발히 진행된다. 최근 몇 년간 과학자들은 공생이 생명 자체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발견하고 있다. 정통적 견해는 진화가 경쟁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지구 역사 전반에 걸쳐 변화를 만든 가장 강력한 힘은 광합성이었다. 광합성은 대기와 바닷물의 탄소 농도 조절자이자 모든 생명체를 위한 식량 생산자다. 바다는 수생 광합성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비교적 탄소가 풍부한 환경이다. 생명체들은 꽤 멀거나 깊은 곳에 있는 영양분을 수송하는 해류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뿌리, 줄기, 잎이 필요 없다. 물속에 있어서 자신의 몸체로 수분을 퍼 올릴 필요도 없다. 광합성이 너무 과하면 지구는 빙하기 상태가 되고 너무 적으면 더워졌다. 


과학자들은 광호흡이라는 문제와 씨름하느라 애썼다. 광호흡은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자신이 생산하는 산소를 다루는 데 애를 먹으며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으로 생명체의 탄소 고정 능력을 약 25% 감소시킨다. 광호흡이 진화적 낭비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 저자는 코로나 19 대유행도 삼림 파괴와 농업 개발에서 유래하였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말한다. 책임이 한 나라, 대통령, 기업과 인종 집단에 있지 않은 것처럼 태양 표면의 폭발이나 거대한 화산 폭발 같은 외부 힘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역사를 통틀어 지구에 기근, 화재와 홍수를 비롯해 재난과 역병을 풀어놓은 우리 모두, 바로 인간에게 있다. 


우리는 식물이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많이 알아내야 한다. 저자는 미래에는 세포들이 서로 협력하여 광합성을 하는 방법으로 진화한다면 햇빛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이제 우리는 모든 행동이 연결된 더 큰 계획에서 우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우리가 함부로 버렸지만 다시 식탁 위로 돌아오는 플라스틱으로 채워진다. 


우리는 세계 각지에서 생태계의 막대한 피해를 입힌 책임을 납세자들, 다른 나라들, 특히 다음 세대에게 떠넘김으로써 외부화(비용 전가)한다. 우리가 창출한 역사에 남을 만한 엄청난 부는 대부분 천연자원에서 직접 얻어낸 것이지만 뒷정리는 남에게 맡기고 있다. 나무만 길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생물량을 늘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인공 새집을 만들고 벌통을 짓고 공동 텃밭을 가꾸고 도시 공간에 알맞은 편리한 화분과 화단을 만들 수 있다. 퇴비를 주고 유기 폐기물로 비료를 만들자. 비료를 잘게 잘라 식묽과 나무 생물량에 골고루 섞어주면 몇 주 안에 신선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흙이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탄소를 가두어두고 지역 환경에서 살아가기 알맞은 식물을 재배하는 것이다. 광합성은 우리가 세계를 복원하는 동안 존재한 가장 강력한 힘이다. 저자는 햇빛을 수확하여 지구가 다시 자라게 하자고 말한다. 책을 다 읽으면 저자의 책이 아름답고 복잡한 시스템을 분석하지 않는 대신 사람과 지구에 어떤 가치와 영향력이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광합성의 신비라는 제목을 광합성, 그리고 광합성에 거는 모든 것이라고 바꾸면 어떨지? 저자의 문제의식에 충분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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