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백마디 말보다 강력한 문장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현주 옮김 / 더모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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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이다.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이란 책을 통해 처음 안 일본의 저술가이자 대학 교수다. 저자는 글쓰기의 제1 원칙은 제3자가 자신의 글을 읽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를 늘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글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전하려는 바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읽기는 쓰기를 전제로 해야 하고, 쓰기는 누군가 내 글을 읽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해야 한다. 논술에서는 과제로 나온 문장의 중심 의미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것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시킨 글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글쓰기는 방대한 독서량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글이 말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점이다. 생각이 정제되어 있고 논리정연하며 명료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그렇게 되도록 애써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지 못한 글을 쓰는 사람들도 많다. 독해력이 쓰는 힘으로 연결된다. 잘 쓰는 사람은 다독가이다. 쓰기의 시작은 소재 찾기부터다. 본문에는 (일본의 경우이지만) 영화의 문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영화가 드라마처럼 되었다는 말이 나온다. 


나의 경우는 어떤가. 나는 영화에 관심이 없는 편이기에 인문, 사회, 자연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아니 영화에 관심이 많았어도 인문, 사회 자연 등에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영화에 관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싫다기보다 영화 문법을 이해하기 위해 배우거나 궁리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저자는 읽었다는 것의 기준을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느냐에 둔다. 그렇다면 이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철학, 물리, 천문 등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물음에 답하는 것도 좋다. 즉 저자가 말하려는 바는 무엇인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어디인가? 등에 답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읽을 필요가 있다. locate란 단어가 있다. 어떤 것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다란 의미다. 인터넷 시대에 수준 높고 정확한 글을 찾는 능력 또는 노력이 필요하기에 하는 말이다. 저자는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독서 시간을 따로 내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 말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것은 밥 먹으면서, 티브이 보면서 읽는 것이다. 


저자가 말했듯 읽고 말하는 것을 연결하려면 오랜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수학 실력도 사실 언어 독해 능력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읽기 그리고 바르게 이해하기는 거의 절대적이다. 저자는 넓게 읽는 것과 깊게 읽는 것을 연동하는 읽기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넓게 읽는 사람은 대부분 깊이 읽을 수 있다. 깊이 읽으려면 어느 정도 넓게 읽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깊이 파내려갈 수 있다. 넓게 읽는 사람은 깊이 읽는다가 아니라 깊이 읽을 수 있다란 사실에 주목하자. 다독가도 매양 깊이 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깊이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매년 100권 읽기를 10년 할 것을 추천한다. 1000권을 읽으면 어떤 책이라도 대강 훑어보기만 해도 주요 내용을 힘들이지 않고 파악할 수 있다. 속도도 빨라진다. ”넓게 많은 책을 훑어보고 특별히 마음에 드는 책을 꼼꼼하게 읽으면 된다.“(53 페이지) 책을 읽고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한다면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 노력하기에 집중도도 높아진다. 읽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연습을 하면 흡수력이 높아진다. 


나에게는 읽은 내용을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 이런 과정은 해설에도 유용하게 작용한다. 기억을 배가(倍加)하고 내용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글이 책을 깨끗하게 읽으려고 하다 보면 책에 몰입할 수 없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말이다. 빌려 읽거나 팔 생각으로 밑줄 긋기, 메모 부기(付記) 등을 하지 않는 경우다. 


여러 책을 낸 다독가이자 저술가인 저자도 한 글자도 쓰여 있지 않은 원고지를 보면 늘 긴장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말한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픽션은 물론이고 논설문이든 에세이든 모든 글쓰기의 기본은 창작이다. 이 글을 읽고 생각한 것이 있다. 역사학자들의 글쓰기는 사료에 초집중해 사실성이 높은 반면 추론이나 서사가 부족해 서사가 떨어지고 한문학자들의 역사연구는 흥미진진하며 생동감이 있지만 사료를 근거로 함에도 지엽적인 것을 확대해석하거나 문학적 갈등 구조 등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어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벌어진 경우가 있다는 글이다. 


한 페이스북에서 읽은 글인데 이를 보며 사료에도 충실하고 상상력도 발휘하는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상상력이다. 앞에서 말한 원고지 10장이란 말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분량 채우기도 어렵고 그 분량 안에 하고자 하는 말을 딱 맞춰 넣기도 어렵고 그 안에 기승전결을 갖춰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이야기이지만 문장은 정직한 것, 주술 관계가 명확한 것일수록 좋다. 한 문장 안에 하나의 정보를 담는 것이 좋다. 


저자는 발문과 단순 질문을 구분한다. 발문은 읽지 않으면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K가 자살하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같은 물음이다. 단순 질문은 어떤 작품의 작가는 누구인가요? 같은 물음으로 답하면 대화가 끝나게 된다. 저자는 쓰기 전에 발문을 나열하여 목차를 만든다고 한다. 발문만으로도 훌륭한 목차가 된다. 쓸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키워드를 목록화하는 것도 좋다. 저자는 평론 독해의 팁도 제시한다. 대부분의 평론은 2항 대립 구조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A라는 생각이 있는데 B라는 생각도 있다는 것이다. 


한 역사 책에서 세종은 자신의 장인을 죽이라고 주장한 인물을 죽이지 않고 정승 자리에 두었기에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이는 데 나선 사람들을 죽인 정조보다 훌륭하다는 글을 읽었다. 상술할 수 없는데.. 나는 세종과 정조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쓰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본문에 평론의 대부분은 사실 저자의 좋고 싫음으로 성립되어 있다는 글이 나온다.(105 페이지) 논리적인 평론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누구는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는 누구를 싫어하는가가 아니라 누구의 논리와 근거가 더 설득력 있는가이다. A 주장과 B 주장을 쓰고 여러 근거를 A 그룹과 B 그룹으로 나누어 쓰고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B 그룹에 넣어두고 특히 강조하고 싶은 핵심 부분을 표시해둔다. 이항대립 방식이나 변증법적 글쓰기 방식은 꽤 긴장감 있는 글쓰기 방식이기 때문에 마지막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읽는 이를 끌고 가는 장점이 있다. 꽤 논리정연하게 보이기 때문에 문장이 서툴러도 상당히 그럴듯하게 보인다. 


결론은 먼저 쓰고 이유는 후에 쓰는 방식으로 글을 쓰면 누가 읽어도 논리를 잘못 이해하는 일이 없다. 결론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려면 머릿속에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와 글의 구성이 모두 있어야 한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구성을 생각하고 그 안에 어떤 것을 담을지 결정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가능한 한 논점을 메모해두면 좋다. 길고 복잡한 글일수록 도식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식화한다고 해서 흑백논리를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먼저임을 강조한다. 내용이 알차면서 쉽게 읽히는 책이 ’글 잘 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다. 그런데 비법(秘法)이나 임팩트 있는 노하우가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 꾸준히 읽고, 명료하고 독창적으로 쓰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비법이기 때문일까? 관건은 직접 읽고 구상하고 쓰는 것이다. 그것도 잘 쓰는 것이다. 읽기의 최종 지점은 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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