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 - 세계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알려주는 시간에 대한 10가지 이야기
콜린 스튜어트 지음, 김노경 옮김, 지웅배 감수 / 미래의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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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과 물리학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연하는 세계인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쓴 책이다. 시간 여행을 주제로 참신한 문학적 비유와 새로운 과학 지식을 선보인 인상적인 책이다. 저자에 의하면 시간은 과학계의 가장 오래된 불가사의이며 가장 오래된 신비다. 물리학자들은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9 페이지)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의 기준인 지구 자전도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가령 2011년 태평양에서 일어난 진도 9.1의 지진으로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섬 전체가 2미터 이상 움직였다. 이 사건으로 지주 자전 속도가 빨라져 180 만 분의 1초만큼 하루가 줄어들었다. 4억 3천만년전에는 하루 길이가 채 21시간이 안 되었다. 1년은 420일이었다. 이는 나무의 나이테라 할 산호의 성장선을 보고 알아낸 바이다.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면서 모든 컴퓨터가 같은 시간 시스템을 사용할 필요가 생겼다. 현재 1초는 우주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인 원자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탄소를 활용한 연대 측정법이 유명하다. 탄소 12는 양성자 6, 중성자 6개로 구성되었다. 이는 안정적이다. 탄소 14는 양성자 6개, 중성자 8개로 구성되어 불안정하다. 탄소 14는 중성자 1개를 양성자로 바꾸어 안정적인 질소 14(양성자 7개, 중성자 7개)가 된다. 이를 붕괴라 한다.

 

탄소 14 원자들 중 절반이 질소 14로 붕괴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를 반감기라 한다. 5730년이다. 너무 먼 과거의 것들은 남아 있는 탄소 14의 양이 적어서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탄소 함량이 높지 않은 무생물의 나이는 측정할 수 없다. 지구 자체의 나이를 측정하려면 탄소보다 훨씬 느리게 붕괴하는(반감기가 훨씬 더 긴) 원자가 필요하다. 우라늄이 제격이다.

 

소행성은 행성이 만들어지고 남은 구성물이다. 이를 측정한 결과 소행성의 나이는 지구 나이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에서 빛은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빛이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는 지금이라는 개념을 일관되게 정의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는 항상 과거만 볼 수 있을뿐 현재는 절대 볼 수 없다.

 

저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이야기한다. 즉 우리가 보는 무려 250만 광년 거리의 안드로메다의 빛은 250만년전 인류의 먼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처음으로 돌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할 때 출발했다. 최초의 인간 종인 호모 하빌리스는 30만년전에 나타났다. 저자는 양동이 비유를 한다. 망원경이 하나의 양동이라면 별은 빛이라는 공을 모든 방향으로 발사한다. 그 별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다면 아주 큰 양동이가 없어도 많은 공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으나 별에서 멀어질수록 물체를 보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서 더 큰 양동이가 필요하다.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방정식은 어느 방향이든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공이 공중에서 직선으로 날아가는 영상의 경우 촬영된 순서대로 재생되는 것인지 거꾸로 재생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반면 바닥에 머그잔이 부딪히는 영상이라면 원 방향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 깨진 잔은 스스로 고쳐지지 않고 깨진 머그 컵은 저절로 다시 붙지 않는다. 깨진 계란은 원래 모양으로 돌아갈 수 없고 사람은 젊어지지 않는다. 시간은 화살처럼 흐른다.

 

우주가 정확히 어떻게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상태로 시작되었는지는 천문학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미스터리다.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1919년 그는 서아프리카 프린시페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일식을 사진으로 찍어 태양에 가까운 별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태양이 별빛을 휘게 하는 중력렌즈 효과를 관측하기 위해서였다. 일식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간 것은 태양이 매우 밝기 때문에 평소에는 태양과 가까이 있는 별을 볼 수 없어서였다. 다시 말해 달이 태양 빛을 차단하는 일식 기간에는 태양 가까이의 별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태양의 중력이 주위의 먼 별빛을 휘게 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 때문에 태양 바로 뒤의 별이 태양 옆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에딩턴의 촬영으로 별들이 정확히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에딩턴은 시공간이란 개념을 만든 학자다.

 

침대 시트는 시공간, 중앙의 볼링공은 태양이라 가정하자. 볼링공은 시트를 눌러 움푹 파이게 한다. 이 볼 위에 테니스공을 추가하면 공은 파인 곳의 가장자리로 굴러간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처럼 테니스공으로 하여금 볼링공 주위를 돌게 할 수 있다. 매우 중요한 점은 이 두 공 사이에 뉴턴이 말한 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은 공이 큰 공에 의해 당겨지는 것이 아니라 시트에 생성되는 곡선 경로를 따라 갈 뿐이다. 이것이 중력의 원리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직관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돌멩이를 물에 던지면 연못에 잔물결이 일어나는 것처럼 시공간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바깥쪽으로 움직이는 파동을 생성하리라고 예측했다. 이것이 중력파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이론을 처음 발표한 지 정확히 100년이 지난 2015년 발견되었다. 중력파는 시공간 자체를 주름지게 한다. 공간과 시간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공간이 구부러질 수 있다면 시간도 구부러질 수 있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여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시간 지연(시간 팽창) 효과에 달려 있다. 이 효과 때문에 속력을 높일수록 미래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간 지연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GPS가 그 예다. 한 번에 원자 시계가 탑재된 여러 위성을 사용하여 신호가 돌아오는 시간을 비교하면 GPS가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위성의 원자시계는 국제 우주 정거장의 절반이라는 엄청난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기에 시간 지연 현상이 생겨 우리 핸드폰의 시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GPS의 원자시계를 조정하여야 한다.

 

단 시간 지연은 편도 승차권이다. 우리가 머물렀던 과거의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시간 지연을 통한 미래 여행은 시간의 화살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빨리 감기 버튼을 눌러 미래에 더 빨리 도달하는 것일 뿐이다.(92 페이지) 볼링공으로 인해 움푹 패인 침대 시트 부분을 중력 우물이라 한다. 시공간은 중력 우물 바깥보다 안에서 더 구부러지고 왜곡된다.(96 페이지)

 

젊은 별(항성)은 별을 무너뜨리려는 무지비한 중력과 그 반대 방향으로 맞서고 있는, 중심핵에서 생성되고 방출되는 별빛 사이의 섬세한 균형으로 존재한다. 별은 언젠가는 결국 비축된 연료를 모두 소진하고 빛을 내는 것을 중단한다. 이는 항성 물질이 매우 조밀한 물체로 수축되는 결과를 낳는다.

 

중성자별을 떠올릴 수 있다. 중성자별의 깊은 중력 우물 속에서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오려면 빛의 속도의 절반에 가깝게 빨리 여행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작은 면적에 더 큰 질량이 있을수록 시공간이 더 크게 휜다. 무한히 작고 조밀한 점인 특이점에서 시공간은 무한히 작은 점으로 뭉쳐 있고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은 잘 어울리지 않는 사이다. 두 이론이 조화하기 어려운 원인의 핵심은 매끄러움에 대한 근본적인 불일치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공간은 매끄럽고 연속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반면 양자물리학은 모든 것은 비연속적인 덩어리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가령 빛은 광자라는 에너지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책을 예로 들어 설명을 한다. 가령 책은 양자물리학의 규칙을 따르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책을 허공에서 놓으면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설명한 대로 바닥에 떨어진다. 웜홀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시공간을 종이에 비유하자. 시공간이 조작되고 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종이를 반으로 접으면 갑자기 목적지가 상당히 가까워진다. 종이의 양 끝을 연결하는 터널이 있다면 순식간에 갈 수도 있다. 웜홀이 바로 그 터널이다.

 

저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정의의 이름으로 히틀러를 죽일 수 있을까? 묻는다. 어린 시절의 히틀러를 처형하면 그는 나치 지도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러면 히틀러는 그런 끔찍한 일들을 할 수 없게 되고 우리는 학교에서 그에 대해 배우지 않게 되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를 죽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

 

저자는 예정 역설에 대해 논한다. 만일 당신의 집에 불이 나서 화재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과거로 가서 조사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조사를 하던 도중 당신은 실수로 촛대를 넘어뜨려 커튼을 불태웠다. 놀라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다가 불현듯 무언가 깨닫는다. 바로 당신이 화재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촛대를 넘어뜨리지 않으면 화재가 발생하지 않고, 그러면 화재의 원인을 조사하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도 없다. 따라서 당신은 그 촛대를 반드시 넘어뜨려야 하는 운명이었다.

 

미래는 정해져 있고 그것을 막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불가능해진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저자는 중력은 실제로는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지만(구부러진 시공간의 결과다) 대부분 그런 식으로 상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간은 유용한 환상이 아닐지?

 

저자는 시간이란 그저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고 말한다. 흥미롭게도 이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이 우주 속의 여러분의 위치를 조금 다르게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 책은 뒤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책이다. 아니 종결 부분에서 다소 어렵다.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읽어야 할 것 같다. 사이토 가쓰히로의 ’머릿속에 쏙쏙! 상대성이론 노트‘를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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