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매혹이 될 때 - 빛의 물리학은 어떻게 예술과 우리의 세계를 확장시켰나
서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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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민아 교수는 1 밀리미터 길이의 파장을 가진 테라헤르츠(1초에 1조번 진동하는)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이자 화가다. 책 전편이 빛에 관한 풍성하고 새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가장 핵심 구절을 하나 들라면 책 후반부에 나오는 다음의 구절을 택하겠다. “빛은 생명의 시작이자 끝이다. 빛은 스스로 하나의 물질이면서 동시에 다른 물질을 분석하고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빛은 시간을 제어하고 공간을 해체한다.”(234 페이지)

 

저자는 여러 차례 과학자와 예술가에 대해 논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말이다. “과학은 세상의 이치와 진리를 탐구하는 영역이라면 미술은 그 진리를 말하는 방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표현하는 영역이다... 과학과 예술은 서로에게 영감의 원천이며 서로의 발전을 응원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233 페이지)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물리학자이자 화가)을 증명하듯 고전역학과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쳤다. 고전역학의 대표 존재는 뉴턴(1643 - 1727)이다. 그는 처음으로 빛 자체에 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흰색으로 보이는 햇빛을 프리즘을 이용해 일곱 가지 색으로 나누었고 그것을 다시 모으는 실험에 성공했다. 뉴턴처럼 데카르트도 빛을 입자로 보았다.(203 페이지) 뉴턴의 입자설 이전에 파동설을 제기한 사람이 있었다. 네덜란드인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다.

 

뉴턴의 입자설은 빛의 반사와 굴절은 설명해도 회절 현상은 설명할 수 없었다. 빛이 파동으로서 갖는 성질을 실험을 통해 증명해 뉴턴의 입자설을 무너뜨린 사람이 토머스 영이다. 그가 한 실험은 두 개의 좁은 틈(슬릿)에 빛을 통과시켜 스크린에 생긴 간섭무늬를 관찰하는 이중 슬릿 실험이다. 영은 검은색 판에 두 개의 길고 좁은 틈을 만들고 한 가지 색의 빛을 두 개의 틈에 통과시켜 맞은편 스크린에 나타나는 무늬를 관찰했다. 실험 결과 여러 개의 줄무늬가 나타났다. 빛이 파동이기 때문에 두 개의 틈을 통과하며 각각 회절 현상을 일으켰고 두 파동이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을 일으킴에 따라 밝은 선과 어두운 선이 차례로 나타나 빛이 일렁이는 득한 여러 간섭 무늬를 남긴 것이다.

 

괴테(1749 - 1832)는 빛과 우리의 눈 사이의 상호작용을 배제하고 빛과 색의 관계를 정립한 뉴턴의 관점을 기계적이고 결정론적이라 비판하면서 색채는 빛과 사물,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간의 감각에 의해서만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괴테는 뉴턴 사후 태어났기에 한 번도 같은 하늘 아래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둘의 다른 견해 제시는 논쟁이라 하기에 충분하다. 영국인 뉴턴과 독일인 괴테의 대립(?)은 미분을 놓고 갈등을 빚은 영국인 뉴턴과 독일인 라이프니츠의 갈등을 연상하게 한다.

 

과학사는 논쟁과 대립의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빛과 색채에 관한 뉴턴과 괴테의 다른 견해,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격렬한 논쟁(223 페이지) 등이 그런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뉴턴의 입자설은 여러 과학자에 의해 반박되고 다시 증명되기를 반복했다(199 페이지)는 사실도 그렇다. 빛이 입자라면 회절이나 간섭 현상을 설명할 수 없기에 파동설로 기울었다가 빛을 쪼이면 금속판 내부의 전자가 바로 튀어나오는 현상이 빛의 파동성을 설명할 수 없어서 다시 입자설이 힘을 얻는 식이었다.

 

빛은 때론 입자처럼 행동하고 때론 파동처럼 행동하며 그 상태는 확률로만 설명할 수 있다. 절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상태는 없다. 이는 빛에 대한 최종 결론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론은 보어의 상보성 원리,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다.(211 페이지) 중요한 사실은 하나의 실험에서 입자설과 파동설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힌 이론이다.(164 페이지)

 

이를 코펜하겐 해석으로 설명하자면 빛과 전자와 같은 입자들은 측정 전에는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지닌 중첩 상태에 있으며 그 위치는 확률로만 알 수 있다. 측정하는 순간 입자의 위치는 명확하게 알 수 있지만 운동량은 이미 변했기 때문에 측정치에 오차가 발생한다(213 페이지)는 말을 들 수 있다. 코펜하겐이란 상보성 원리를 제안한 닐스 보어가 살았던 도시명을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빛과 색의 차이도 대조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섞을수록 흰색에 가까워지는 빛 vs 섞을수록 검은 색이 되는 색의 대립으로 말이다.

 

빛에 관한 가장 간단한 정의 중 하나는 빛은 전자기파라는 말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만나서 생기는 파동이 빛이다. 다시 말해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를 유도하며 진행하는 파동이다. 파동은 공간이나 물질의 한 부분에서 생기는 주기적 진동을 의미한다.(122 페이지) 요한 발머의 선스펙트럼, 막스 플랑크의 흑체 복사 이론을 빼놓을 수 없다. 발머의 선스펙트럼은 기체 상태의 수소를 방전시켜 발생한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켜 얻은 것이다.

 

태양광은 여러 파장의 빛을 방출하기에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 나타나지만 수소는 특정 파장의 빛만 방출하기에 몇 개의 선 스펙트럼으로 나타났다. 특정 파장의 빛만 방출한다는 것은 특정 에너지값만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 내부의 전자는 높은 에너지 값을 가진 궤도에서 낮은 에너지값을 가진 궤도로 이동한다. 이때 두 에너지 값의 차이만큼 빛을 방출한다. 흑체는 모든 진동수 영역의 빛 에너지를 흡수하고 자신이 흡수한 에너지를 모두 빛 에너지의 형태로 방출하는 물체를 말한다.(160 페이지)

 

양자(量子)는 헤아릴 수 있는 최소의 물리량을 뜻한다. 물리량이 양자화된다는 것은 최소량의 정수배로 띄엄띄엄한 값을 갖는다는 의미다. 빛은 입자이기도 하다. 파동으로서의 빛이 전자기파라면 입자로서의 빛은 광자다. 저자는 그랜드캐니언을 양자화된 세계의 단면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라 정의한다.(174 페이지) 양자화된 세계에서 빛은 어떻게 움직일까? 전자는 어떤 에너지 계단에서 다른 에너지 계단으로 이동할 때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한다. 전자는 높은 에너지 계단에 있을 때 들뜬 상태가 되면서 불안정하다. 이 전자는 바닥 상태로 내려가면서 계단 높이만큼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원소에 따라 계단의 높이는 정해져 있어서 특정 계단 사이만 오갈 수 있다. 오로라도 에너지 계단의 높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기권에 도달한 태양풍이 산소, 질소 등의 분자들과 충돌해 만들어지는 들뜬 상태의 분자들이 안정된 바닥 상태로 내려오는데 이들은 에너지 계단의 높이에 해당하는 빛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빛이 오로라다. 오로라가 주로 초록색인 것은 우리 눈이 그 색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이다. 오로라는 위도 60 ~ 80도의 극지방에서 주로 나타나 극광 또는 북쪽의 빛이라 부른다.

 

양자역학에서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여러 과학자가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개념은 양자의 중첩성과 불확정성이다. 두 개념은 고전역학에서 당연시하던 결정론과 인과율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중첩성이란 하나의 입자가 모든 가능성의 상태로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테라헤르츠, 반타블랙, 포웨히, 고출력 극초단 레이저, 어블레이션 등 이 책에는 낯선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편광(偏光)과 레이저가 기억에 남는다. 편광은 전자기파를 구성하는 전기장이나 자기장이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현상이다. 레이저는 자연 상태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빛을 한 방향으로 모아 세기를 극대화한 시스템이다. 특정과 한(하나)이란 말이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여러 화가들이 나온다. 세잔, 쇠라, 피카소 등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저자의 다른 책인‘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를 읽어야 하겠다.

 

저자는 ‘빛은 얼마나 작은 틈까지 통과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동력 삼아 다른 과학자들이나 화가들처럼 앞으로도 집요하고 꾸준하게 빛의 정체를 탐구하고 빛의 성질을 이해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 말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그랜드 캐니언을 양자화(量子化)란 개념으로 설명한 저자의 내공에 영향을 받아 다시 지구화학 공부를 성실히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편광 현미경으로 암석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 역시 빛과 관련한 이야기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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