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 - 46억 년 지구의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머신 DEEP & BASIC 시리즈 9
얀 잘라시에비치 지음, 김정은 옮김 / 김영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번역 책 ‘조약돌 속의 행성'(The planet in a pebble)의 저자 얀 잘라시에비치(Jan Zalasiewicz; 1954 - )의 책 ’지질학‘. 2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책이다. “이 책은 엄청나게 거대하고 다면적인 주제에 대한 간략한 밑그림이다.”란 저자의 말대로. 저자는 지질학적 기록이란 역동적이고 진화하는 경관의 기록이라 말한다. 우리는 항상 지질학에 둘러싸여 있다. 가령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형태를 잡아서 빠르게 변성시킨 이암(泥巖)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우리는 그런 이암을 벽돌이라 부른다.

 

우리의 일터는 석회와 진흙을 섞어서 만든 거대한 모래성이다. 우리는 그 모래성을 콘크리트 빌딩이라 부른다. 지질학은 사실상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리학, 해양학 등 다른 과학을 아우르는 과학이며 인문학과 예술과도 여러모로 연관이 있다.(20 페이지) 저자는 지질학을 아는 사람들, 지질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아마추어 애호가들까지도 지질학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본문에는 지질학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 이름이 나온다. 그는 이탈리아의 자연주의자이자 곤충학자였던 울리세 알드로반디(1522 - 1605)다. 1603년에 시발이 된 지질학이란 단어는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사용되지 않았다. 지질 역사의 장구함을 나타내는 말이 ’지질학적 시간; 깊은 시간‘이란 말이다. 본문에 조르주 퀴비에와 찰스 라이엘의 대립(?)이 나온다. 퀴비에의 격변설 vs 라이엘의 동일과정설이다. 오늘날 두 사람의 주장은 부분적으로 옳다.(34 페이지, 113 페이지) 아주 오랜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서는 대체로 동일과정설이 작용하지만 갑작스러운 재앙이 일어나서 지구 역사의 방향이 크게 바뀔 수 있기에 격변설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남미 전역 여행이 다윈에게 과학적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지질시대의 이름 중 트라이아스기는 특별하다. 캄브리아, 오르도비스, 실루리아, 데본, 페름, 쥐라 등은 지역이나 부족 이름에서 유래한 반면 트라이아스는 삼첩(三疊)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시간 대부분은 선캄브리아기에 속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모든 시대는 지구 역사의 12 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48 페이지)

 

해저 산맥은 철, 마그네슘 등이 풍부해서 밀도가 높은 화산암인 현무암으로 이루어졌고 육상 산맥은 일반적으로 밀도가 낮고 규소, 알루미늄 등이 풍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62 페이지) 해양지각은 대륙지각에 비해 얇다. 해양지각은 10km 정도, 대륙 지각은 30 - 40km 정도다.(67 페이지) 지각과 맨틀 사이의 경계를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이라 한다. 우리가 지구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는 열과 압력이 상상할 수 없이 높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구의 핵은 태양 표면 온도와 비슷한 섭씨 6000도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결정화하려면 적어도 지하 140km에서의 압력이 필요하다. 다이아몬드는 지하 수백 km의 대단히 높은 압력에서 형성된다. 섭입대에서 형성되는 광물 종류의 미세한 얼룩이 나타나기도 한다.(186 페이지) 지진의 p파는 음파와 비슷한 압력파여서 고체와 액체를 모두 통과한다. 흔들리는 움직임으로 전달되는 S파는 고체를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 두 지진파가 모두 맨틀을 지난다. 이는 맨틀이 기본적으로 고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고온임에도 맨틀이 고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높은 압력이 광범위하게 암석이 녹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해령의 지각이 갈라지는 곳에서는 고압에서 해방된 맨틀 물질이 온도가 상승하지 않아도 녹아서 마그마를 형성하고 이 마그마가 상승하여 해양지각의 현무암이 된다.(74, 75 페이지)

 

지질구조판은 지각으로만 구성되지 않고 맨틀 최상부도 포함한다. 맨틀의 이 부분이 지질구조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구 내부를 통과하는 파동은 온도나 압력, 조성 등이 다른 암석을 만나면 벽에서 튕겨나간 음파가 메아리가 되는 것처럼 반사되기도 하고 굴절되어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76 페이지) 지구 내부는 밀도가 매우 높은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규산염 광물이 지하 깊은 곳에서 더 치밀한 형태로 압축되어 있고 핵의 조성이 니켈 - 철이기 때문이다.(79 페이지) 지구 자기장은 지구의 핵이 철로 된 단단한 막대자석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액체 상태의 철에서 생기는 흐름의 결과다.(81 페이지)

 

저자는 지구가 어려 면에서 독특한 것은 암석 순환의 놀라운 효율성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암석 순환이란 화성암 - 퇴적암 - 변성암의 순환을 말한다.(89 페이지) 1차적으로 화성암이 바람과 비와 얼음에 의해 물리적, 화학적으로 분해되어 퇴적물이 되고 그 퇴적물이 땅속에 묻히고 고화(固化)되어 퇴적암이 되고 퇴적암은 열과 압력이 증가하는 동안 변성되고 결국 녹아 마그마가 된다. 물과 바람은 밀도가 크게 다르지만 움직일 때에는 둘 다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모양의 모래 언덕을 만들 수 있다.

 

화산 쇄설류는 백열광을 내는 화산재, 화산의 사면을 빠르게 내려가는 암석 파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결코 가까이 다가갈 수 없고 안전한 거리에서 관찰하려고 해도 소용돌이 치는 짙은 구름에 휩싸여 있어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작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냉각되고 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 1억년의 지층 속에 들어 있는 화석 중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화석 중 하나는 유공충의 화석이다. 아메바처럼 생긴 해양 단세포동물인 유공충은 탄산칼슘을 분비하여 만든 우아한 껍데기 속에 살면서 물속으로 위족을 뻗어 그보다 더 작은 유기체를 잡아먹으며 산다.(105 페이지)

 

기후와 온실기체의 변화는 규칙적이고 주기적인 양상을 띤다. 이 주기들은 20세기 초반의 세르비아의 수학자 밀란코비치가 예측한 것처럼 본질적으로 천문학적이다. 이런 주기성은 지구 자전축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요동, 지구 자전축의 각도,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 공전 궤도 형태 변화로 인해 나타난다.(108, 109 페이지) outcrop은 일반적인 노두, exposure는 특별한(조사에 쓸만한) 노두를 가리킨다.(124 페이지)

 

우리가 우리 주위에 만든 친숙한 세계는 대체로 어떤 방식으로든 지질학에서 유래한다. 집, 사무실, 공장은 모래, 자갈, 이암, 석회암을 재구성해 만들었고 여기에 멋지게 광을 낸 화강암이나 대리암 석판 몇 장으로 장식한 것이다. 이런 건물 중 다수는 내부에 철골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쓰이는 철은 우리 행성의 여명기와 가까운 시절에 형성된 거대한 철광석 퇴적층에서 유래한다.(137 페이지) 화산은 마그마를 끌고 올라오는데 마그마는 맨틀에서부터 운반된 원시적인 물의 일부를 방출할 것이다.(147 페이지) 맨틀 깊은 곳에는 적어도 대양 정도의 물이 용해되어 있다.(14 페이지)

 

지질학의 유명한 선구자들 중에는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기를 살아가면서 영양적인 측면을 깊이 생각한 인물들도 있다.(153 페이지) 다윈의 스승 존 헨슬로가 대표적이다. 거름이 작물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화석 거름도 효과가 있는지 실험해 보았다. 효과가 있었다. 지역 농민들에게 이런 선사시대의 자원 활용을 장려했고 윌리엄 버클런드 목사는 이런 천연자원을 더욱 발전시켰다. 버클런드는 배설물 화석에 분석(糞石; coprolite)이란 이름을 붙였다.

 

지구는 매우 매끄럽게 작동하는 다목적 기계 장치다. 지구라는 기계 장치의 특징은 판구조 운동의 끊임없는 작용으로 나타난다.(159 페이지) 이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각의 재배열이 일어나고 대양이 갈라지면서 백열의 마그마가 지구 표면으로 방출된다. 그 사이 두께 약 200km의 지각판은 비슷한 두께의 다른 지각판을 밀치면서 수천 km를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지구 깊숙이 들어간다.(159, 160 페이지) 우리 행성은 아주 오래되었다. 46억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는 우주 나이의 거의 1/ 3에 해당한다. 그 시간 동안 지구는 엄청나게 바뀌었다. 사실 하나의 행성이라기보다 다른 행성들이 이어져온 것이다.(181 페이지)

 

BIF(banded iron formation)라 부르는 호상철광층(縞狀鐵鑛層)이 있다. 縞는 명주, 흰빛을 의미한다. 산화철과 규석이 번갈아 쌓인 얇은 지층이 호상철광층이다. 바다속에 용해된 철이 산소와 반응해 산화철로 반응해 침전된 철광이다. 산화철과 규석은 석회석, 점토 등과 함께 클링커를 이루는 요소들이란 점에서 흥미를 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