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지음, 조은영 옮김, 진주현 감수 / 푸른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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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진화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앞니가 없어 여러 도구를 만들었다. 이어 자신이 창조한 동물을 상대로 계약과 협약을 맺어 그들의 해부적 습성과 능력을 빌렸다.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시기가 유럽에 사피엔스가 등장한 시기와 겹친다고 말한다. 생태계란 협력, 공생, 상호 독립의 망이 교차하고 얽히는 복잡한 실체다.

 

침입종은 생태적 개념이다. 저자는 사피엔스를 침입종으로 규정한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유적지를 번갈아 사용한 흔적도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전형적 도구 문화는 무스테리안 도구 문화 또는 아슐리안에서 무스테리안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도구 문화다. 전 세계를 향한 초기 사피엔스의 전례 없는 대규모 침입은 약 13만년전에 시작되었다.

 

그 전까지 초기 현생인류는 아프리카 대륙에만 머물렀다. 인간의 가까운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은 레반트라고 불리는 중동 지역을 비롯 유라시아에 거주했고 아프리카에는 살지 않았다. 약 3만 9300년전 이탈리아 나폴리 근처에서 캄파니아 이그님브라이트 폭발이라는 대규모 화산 폭발이 있었다. 이 폭발이 환경에 미친 충격으로 네안데르탈인이 일부 유럽 지역에서 쫓겨나 현생인류가 침입할 빌미를 주었거나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하는 과정을 가속화했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캄파니아 화산 폭발 훨씬 이전에 멸종했다. 저자는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레반트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한 이유가 강수량, 기후변화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살기 좋아진 기후 덕분에 다른 곳을 알고 싶어 낯선 세계를 탐색하기 위해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피엔스는 아마 자신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고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라 말한다.

 

스티븐 처칠은 네안데르탈인이 가까이에서 창을 찌르고 맞붙어 격투를 벌이는 방식으로 사냥했다고 주장한다. 매우 위험하고 힘이 많이 드는 방식이다. 현생인류는 자르고 으스러뜨리는 강한 이빨, 턱, 힘센 팔다리 같은 것이 없지만 행동은 포식성 동물들처럼 했다. 현생인류에게 도구는 그런 신체조건을 대신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느 종이 동식물을 얼마나 먹었는지는 음식을 구성하는 원자가 몸속으로 들어와 뼈, 치아 등과 결합하는 성질을 이용해 알 수 있다.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모두 단백질이 풍부한 밥상을 선호하는 최상위 포식자였다. 늑대는 아름답고 무리 사회는 유쾌하고 가족 생활은 평화롭다. 이는 침입자를 쫓는 그들의 치명적이고 무자비한 추격 습성과 지극히 대조적이다.

 

저자들은 기후변화 가설과 현생인류와의 경쟁가설은 배타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기후가 달라져 네안데르탈인이 사냥하기 좋은 서식지가 축소되고 먹잇감이 귀해졌다면 왜 현생인류의 서식지와 먹이 개체군은 줄어들지 않았을까?라 묻는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키가 작은 대신 몸은 단단한 근육질이어서 기초대사율과 활동대사량(실제 몸을 움직일 때 드는 에너지)이 더 높았다.

 

기초대사량과 활동대사량이 낮으면 생존에 유리하다. 현생인류는 혹독한 기후에서 살아남았다. 현생인류는 약 4만 5천년전부터 동물 뼈로 만든 바늘을 사용했다. 현생인류가 더 효율적인 화덕과 은신처를 보유했다는 증거도 발견되었다. 동굴곰은 몸집이 가장 큰 대형 포식자였다.(동굴곰을 Ursus Spelaeus라 한다. 그들의 화석이 주로 동굴에서 발견되어서 동굴곰이라 한다.)

 

현생 사자와 달리 갈기가 없는 동굴사자는 네안데르탈인과 직접적인 경쟁관계를 이루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구약성경에서 말하는 돼지 이야기와 비교하게 하는 부분이다. 포식자 길드의 모든 중대형 동물은 네안데르탈인 및 현생인류와 먹이를 두고 경쟁했을 것이다. 매복사냥꾼, 추적사냥꾼 개념은 흥미롭다. 네안데르탈인은 매복사냥꾼이었다.

 

해부학적으로 속도전이나 장거리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투척용 무기가 아닌 손에 들고 공격하는 무기를 썼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은은 몸무게가 어중간했다. 현생인류는 집단으로 행동하는 동시에 원거리 투척 무기를 소유해 대형포식자들 위에 군림했을 것이다. 완전히 초식성인 동굴곰은 현생인류와 먹이경쟁은 하지 않았지만 1차적으로는 식물, 2차적으로는 서식지인 동굴 등 다른 자원을 놓고 경쟁했다.

 

늑대의 주요 경쟁자인 코요테는 늑대의 공격으로 고통받았지만 늑대가 남긴 사체 덕분에 부분적으로는 불이익이 상쇄되었다. 현생인류가 매머드처럼 큰 짐승을 사냥하는 방법을 익혔을뿐 아니라 사체를 관리하는 능력까지 갖춤에 따라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다른 토종 포식자들은 남은 사체를 청소하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체온유지능력이 부족했고 대사율이 높았으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활동을 했고 손에 들고 싸우는 무기를 사용했다. 자신들의 사냥방식에 적합한 숲 서식지가 소실되면서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수많은 매머드를 죽이고 이용했을뿐더러 사체를 관리하는 능력까지 보유했던 현생인류는 이어 늑대를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늑대는 네안데르탈인이 거의 손대지 않았던 종이다.

 

현생인류는 기후가 요동치던 유라시아를 경험한 적이 없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은 유라시아에 있으면서 기후 변화를 고스란히 겪어냈다. 현생인류는 유라시아에 도착해 크게 번성하여 빠른 시일에 네안데르탈인을 추월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사냥 방식에 적합한 임야지대가 줄어드는 바람에 네안데르탈인 인구는 이미 줄어드는 중이었고 유전적 다양성도 낮아졌다.

 

약 40만년전 이후 그들은 소수만 살아남았거나 거의 남지 않았다. 현생인류를 특별히 강력한 최상위 포식자로 만든 것은 또 다른 최상위 포식자와의 동맹이었다. 다른 어떤 포식자도 이 정도 수준으로 동맹한 적은 없었다. 흥미롭게도 인간과 개는 서로 필요했다. 개들은 인간이 나눠주는 음식 덕분에 식량 부족에 덜 시달렸고 다른 육식동물의 공격과 경쟁으로부터 보호받았다. 무리 지어 사는 동물은 가축화의 훌륭한 후보다.

 

늑대는 서열에 따른 질서가 무리를 지배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들은 무리 지어 사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며 함께 사는 것에 잘 적응되어 있다. 늑대는 조직적으로 사냥하고 무리 구성원 간에 우열이 분명하며 새끼를 함께 돌본다. 늑대가 인간을 무리의 우두머리로 받아들이면 종 간 서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은 왜 늑대를 가축화하지 않았을까? 눈의 흰자위(공막)를 이야기하는 저자에 따르면 가축화된 개는 시선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늑대의 유전적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을뿐 아니라 인간을 응시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늑대보다 두 배나 더 길다는 말을 한다.

 

저자는 흰색 공막이 인간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이 형질이 인간 사이에서뿐 아니라 함께 생활하고 사냥하는 늑대 개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저자는 기후 변화는 네안데르탈인 멸종의 1차 원인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한다.

 

인간이 동물을 처음으로 가축화한 것은 인간 진화 과정에서 커다란 도약이었다. 기후변화와 새로운 능력을 갖춘 현생인류의 출현이 시너지 효과를 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으로 몰아갔다.(개가 인간에게 길들여진 시점은 1만 8천년전보다 훨씬 앞선 3만 6천년전이다. 이 시기는 포식자 길드 내 경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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